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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98화 (1,776/2,000)

<  1998화 > 1998. 신의 아틀란티스

「기어 오는 혼돈이 나직이 웃습니다.」

나는 알림창을 멍하니 쳐다봤다.

뜬금없는 신좌의 등장에 적잖게 당혹스러웠다.

‘기어 오는 혼돈이라면… 그놈이지? 그놈이 왜 이 시련에 나타난 거냐? 올림푸스의 신들이 시련을 내린 게 아니었나?'

잠시 생각하다가 심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인 다곤을 떠올렸다. 그리고 히프노스가 죽기 전에 내뱉었던 말들도.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냥 할 일이나 하자.’

좀 꺼림직하긴 해도 시스템이 있는 이상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토르를 죽여서 그런가? 힘이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신력을 흡수해서 같은 게 아니다.

‘신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나를 중심으로 한 신화. 토르를 죽였다는 위업을 달성했기에 신으로서 더 강해진 것이다.

'올림푸스의 영역이 확장된 것이 느껴진다. 이참에 북쪽을 완전히 복속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지금 올림푸스는 내가 없더라도 포세이돈, 하데스, 아폴론의 반역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북쪽을 정복하고 더 강해져서 반역자 놈들을 다 쓸어버리면 된다.’

계획을 세운 나는 곧장 하늘을 향해 뛰었다. 구름 위로 올라온 나는 신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갔다. 남신은 죽이고 여신을 따먹을 것이다.

"이놈, 제우스…!”

오딘이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차분히 주위를 둘러봤다. 신들이 모여서 나를 포위하고 있었으나, 그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도중부터 신들이 안 보이나 했더니…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미의 여신 프레이야를 비롯한 여신들을 따먹었다. 시간이 없어서 한 번밖에 따먹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장례식을 한 번에 치르려고 다 모여 있었나?”

“네놈의 자만심도 여기까지다.”

오딘이 창을 던진다. 나 또한 아스트라페로 응수했다. 궁니르와 아스트라페가 허공에 맞닥뜨리며 서로 튕겨 나갔다. 돌연 궁니르가 사라지더니 내 등 뒤로 나타났다.

‘궁니르가 던지면 반드시 맞추는 창이었던가.’

파지지지직!

뇌전이 일어나 궁니르의 창날을 막아섰다. 궁니르는 뇌전을 뚫지 못했다.

‘토르가 던진 묠니르보다 힘이 약하다.'

궁니르를 움켜쥔다. 묠니르보다 저항심이 약했다. 양손에 힘을 줬다.

뚝!

궁니르가 깔끔하게 반으로 잘렸다.

"오딘 님의 궁니르가!!”

“두려울 정도로 무식한 힘이다!”

“토르를 힘으로 제압했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당황하지 말고 준비한 걸 던져라!”

오딘이 소리쳤다. 신들이 나를 향해 끈을 엮어 만든 그물을 던졌다. 나는 피하지 않고 멀뚱히 그물을 쳐다봤다. 그물이 내몸을 덮쳤다.

“오만한 놈! 그 그물은 글레이프니르로 만든 그물이다! 아무리 네놈이라 하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오딘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럴 만했다. 신력을 고정하는 건지 내 힘을 붙잡고 있었다. 힘을 쓰기 힘들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글레이프니르 그물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찌직!

글레이프니르가 조금씩 찢어진다. 놀란 신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겁먹을 표정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저딴 것들도 신이라고.

“아직 글레이프니르는 찢어지지 않았다! 놈은 지금 약해진 상태다! 죽여라!”

“토르를 이긴 그 실력을 보여봐라!!”

검을 든 신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가 티르라는 걸 알았다. 여기서 오딘 다음으로 강해 보였으니까.

찔러 들어오는 검은 확실히 빨랐다. 동시에 깊은 깨달음이 깃들어 있었다.

글레이프니르에 감긴 양손으로 찔러 들어오는 검을 붙잡았다.

“…이렇게 간단히 내 검을 붙잡을 수는 없다. 어디서 검이라도 수련했나?!”

“했지. 근데 너의 비하면 그 실력은 형편없다.”

아무리 나라도 검술로서 신인 티르와 비빌 수 없었다. 근데 지금의 나는 굳이 검술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제우스. 신이었다.

“그럼 어떻게 내 검을 잡은 거냐?!”

“보여서 잡았다.”

기술 같은 건 없었다.

힘으로 잡았다.

아무리 빠르고 대단한 검술이라도 빤히 보이는 이상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물며 내 힘은 토르 이상이었다.

찌지지직.

글레이프니르가 더 찢어진다. 힘은 더 차올랐다. 검을 빼내려도 시도하던 티르가 안색을 굳히며 검 자루를 놓았다.

'늦었어.'

도망가려는 티르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아스트라페를 일으켰다. 시퍼런 전류가 티르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그것으로 끝. 신 하나가 죽었다.

“죽어라, 이계의 신이여!!"

“이 괴물 같은 놈!!"

신들이 달려들었다. 제각각 무기를 들고 내 몸을 찌른다. 허나 뇌전을 뚫고 내 피부에 닿는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찌지직!

글레이프니르가 완전히 찢어졌다. 자유로워진 내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신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얼굴엔 깊은 절망이 자리 잡았다.

나는 신들을 하나씩 쳐죽였다. 도망치는 놈들에겐 아스트라페를 던졌다. 내 번개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신은 없었다.

공간 이동? 이 공간은 내가 지배하고 있었다.

하나씩 신들을 죽여댔다.

궁전은 피투성이로 변했다. 신들은 점점 의지를 잃었다. 마지막에는 전투고 뭐고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오딘에게 다가갔다. 주신이라 그런 걸까. 오딘은 다른 신들처럼 떨지 않았다. 의연한 태도로 내게 말했다.

“네가 이 세상의 중심이구나.”

“나를 이길 신은 없다. 너를 죽이고 내가 유일신이라 선포해도 다른 신들은 감히 대들지 못하겠지.”

“제우스여, 이 혼돈의 중심이여. 오래된 것들이 깨어나고 있다. 파멸은 이미 예정되었다. 너는 이미 선택했고, 가장 끔찍한 파멸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놈의 예언. 짜증 나 죽겠군. 운명이 이미 개판이란 걸 너도 알 텐데. 예언은 의미 없다."

“운명을 이해할 수 없어도, 앞날을 내다보는 건 가능하다.”

“아. 참으로 대단하시군. 네가 그렇게 대단했다면 쓰러져 있는 건 나였겠지.”

옥좌에 앉아 있는 오딘의 멱살을 잡아끌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옥좌에 앉았다. 남의 옥좌를 강제로 빼앗아 앉는 것에 묘한 쾌감이 있었다.

푹!

날카로운 가시가 복부를 뚫고 튀어나온다. 직후, 옥좌가 족쇄로 변해 내 몸을 칭칭 감았다. 머리 옆에 남자 얼굴이 튀어나와 깐죽거렸다.

“낄낄. 몰랐지? 응? 전혀 몰랐지?”

"로키인가."

“그래. 나야. 널 속였다고. 넌 이제 죽을 거야. 불멸이라 죽지 않는다고? 계속 죽으면 언젠가는 죽겠지! 지옥이 널 기다리고 있어!"

“음. 칭찬해주마. 네가 옥좌로 변해 있을 줄은 정말 끝까지 몰랐다.”

“잘난 척하기는. 지금 네 심장이 꿰뚫렸는데?”

“근데 좀 멍청하군. 고작 이 정도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아스트라페.

궁전 천장을 뚫고 나를 향해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벼락은 나를 해할 수 없었다. 내가 곧 벼락의 주인이기에.

콰르르릉! 쾅! 콰아앙! 쾅!

벼락이 연신 떨어졌다.

옥좌로 변해 나를 찌르고 있던 로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벼락을 맞았다.

다섯, 여섯, 일곱….

10번이 떨어지기 전에 로키는 허물어졌다.

또 하나의 신이 죽었다. 나의 신화에 또 다른 전설이 쓰였다.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만의 신을 죽였습니다.」

「기만의 신의 힘을 일부 흡수합니다. 고유특성 기만의 랭크가 SSS로 상승합니다.」

「기만을 사용해 다른 생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웃었다.

「제우스가 만족스럽게 웃습니다.」

「시련의 진행도가 80%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시련의 조건이 공개됩니다.」

「신화의 완성. 당신만의 새로운 신화를 완성하세요. 완성된 신화는 올림푸스의 신과 시스템이 평가합니다.」

'기존의 그리스 신화를 따라 했다면 평가가 안 좋았겠군.’

다른 신들은 몰라도 제우스는 아주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팔다리를 찢은 오딘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샘을 향해 다가갔다.

미미르의 샘.

과거 오딘이 이곳에서 자기 눈을 바치고 지혜를 얻었다.

-이계의 신이여, 네게서 탐욕이 느껴지는구나.

"오딘을 바치겠다. 지혜를 내놔라.”

- 대가는 스스로 치러야 한다. 너의 눈 하나를 바쳐라. 그러하면 지혜가 네게 깃들리라.

"이게 돌았나."

쓸모없어진 오딘의 머리를 밟아 터트리며 샘으로 다가갔다.

거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미미르였다.

“대가 없이 이 샘을 마실….”

퍽.

주먹 한 방에 거인이 나가떨어졌다. 방심하지 않은 나는 아스트라페를 내던져 거인을 확실하게 죽였다.

샘물을 쳐다봤다. 샘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나쁘게도 투명한 샘물 안에는 눈동자가 들어 있었다. 오딘의 눈동자였다. 눈동자를 치우고 샘물에 얼굴을 박고 꿀꺽꿀꺽 마셨다. 벌꿀주 맛이 났다. 굉장히 맛있었다.

'어디서 먹어본 익숙한 맛인데…. 아. 황금 성배군.’

-저주받을지어다….

개소리는 무시했다.

샘물을 전부 마신 나는 상쾌한 얼굴로 웃었다.

지혜가 샘솟는다.

"섹스."

고개를 들어 올린다.

세계수가 보였다.

세계를 뜻하는 커다란 나무.

내가 이미 이 신화의 주인인데 세계수가 있을 필요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세계수가 있을 필요는 없었다.

쿠르르르….

하늘이 괴성을 지른다.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와 푸른 하늘을 가리기 시작했다. 먹구름에 의해 태양 빛은 지상에 닿지 못했다. 온 세상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오딘을 죽인 나는 이 하늘의 정당한 지배자였다.

하늘의 시선으로 지상을 살폈다. 지혜의 샘을 마셨기 때문일까. 세계수의 9개의 세계 전체가 보였다.

‘숨어 있는 신들이 느껴지는군. 잘 됐다. 전부 죽어라.’

숨어 있는 신들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감히 내 벼락을 피하는 자들은 없었다. 벼락을 맞고 버티는 괴물은 몇 있었으나 2~3번 더 던지면 결국 죽었다.

신들이 죽을수록 내 힘은 더 강해졌다.

'내가 곧 멸망이다.'

크르르르르.

거대한 늑대가 나타났다. 펜리르. 원 역사에서는 오딘을 삼킨 괴물.

나는 간단히 손가락을 까딱였다.

벼락이 떨어져 펜리르를 반으로 갈라 죽였다.

콰콰콰콰쾅!

벼락은 세계수까지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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