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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00화 (1,778/2,000)

< 2000화 > 2000. 신의 아틀란티스

언제부터 니알라토텝이 기어들어 와 헤르메스 행세를 하고 있었지?

지혜 가득한 내 머리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히프노스가 죽기 전에 말해주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야 의심 자체를 안 했을 테니까.

'진짜 헤르메스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영원한 불멸 따윈 없고, 니알라토텝이라면 불멸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털썩. 털썩. 털썩.

주위에 있던 신들이 하나같이 주저앉으며 기절한다. 대부분 격이 낮은 신들이었다. 니알라토텝의 본체를 본 것만으로 이 모양이다. 솔직히 본체도 아닌 듯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격이 높은 12좌의 신들은 얼굴을 찌푸릴지언정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신이라서 이렇다.

인간이었다면 보자마자 미쳤을 것이다. 미치기 전에 자살하거나.

“참으로 모독적이군. 네놈을 보는 것만으로도 타락하는 기분이다.”

“하하하! 그거 농담인가? 넌 아무렇지도 않잖아. 타락? 정신 티끌만큼도 변하지 않은 주제에! 진짜 신도 아닌 놈이 어떻게 그런 정신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응? 그 비법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

니알라토텝은 내가 진짜 신이 아닌 인간이란 걸, 여기가 시련 속이란 걸 알고 있었다.

놈의 몸에서 기어 나오는 촉수를 번개로 지지며 물었다.

“무슨 개 같은 짓을 꾸미고 있는 거냐.”

“별거 없어. 너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분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거든.”

"그분이 누구지?"

“그 이름을 말해도 괜찮나? 정말로?”

니알라토텝의 표정은 촉수라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히죽거리고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나는 놈의 팔다리를 밟아 터트렸다.

'이놈의 말은 믿을 수 없다. 그분이라 칭한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지혜가 속삭인다.

당장 죽여버리라고. 이놈과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이놈이 정말 미쳐서 어떤 존재의 이름을 내뱉어 소환할 가능성도 있었다. 시스템이 허락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지만.

“내 성질 알지? 곱게 가자고. 하데스와 포세이돈의 반역도 네놈의 작품이냐?"

“그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지 마라. 네가 한 짓을 떠올려라. 너라도 반역하겠지. 안 그러나?”

하데스와 포세이돈의 입장을 생각했다. 강제로 일을 시키는 것까진 괜찮다. 그러나 눈앞에서 여자를 빼앗는다? 반역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이 주제를 넘겼다.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심해에 있는 괴물. 그것도 네 짓이냐?"

“오래된 것들이 있다고 해서 모두 내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나는 그저 예정된 파멸을 앞당기고 뒤틀었을 뿐이다. 그분을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나를 위해?”

“흐흐흐. 이런 경험. 돈 주고도 못한다고?”

짜증 나서 아스트라페로 놈의 몸통에 찔러넣었다. 놈이 비명을 토해냈다. 연극하는 배우처럼.

“퇴장할 시간인가. 뭐, 상관없겠지. 파멸은 이미 당도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 없는 파멸이다. 그냥 즐겨라. 어차피 진정한 파멸도 아니지 않나. 흐흐흐.”

놈의 촉수가 꿈틀거린다. 놈은 촉수에 기대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놈이 이상한 짓을 벌이기 전에 아스트라페의 출력을 높였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놈의 촉수가 불타며 녹아내린다.

나는 그 역겨운 모습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지혜를 가진 지금의 내 감각은 어마어마하게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이놈도 기본적으로 불멸이다.'

놈이 저항하며 회복에 힘을 쓴다.

신력.

내가 가진 것과 조금 다른 이질적인 것이지만 확실히 존재했다.

신도 놈이 어떻

‘근원력. 혹은 존재 그 자체. 달리 업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

근원력을 없앤다.

그게 바로 불멸의 신을 죽이는 심플한 방법이었다.

‘시련 중이라 가능한 거다. 아틀란티스의 위신(僞神)은 불멸이 아니니까.'

번개에 힘을 준다.

제우스인 나의 근원은 이 번개 그 자체였다. 근원이란 곧 권능이기도 한 것이다. 번개가 놈의 근원을 꿰뚫고 찢어발긴다.

놈의 재생력이 줄어든다. 촉수 끝부분부터 재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흐, 흐흐흐흐.”

“죽는 그 수간까지 웃는 거냐?”

“아주 재밌으니까! 혹시 그거 아나? 나는 널 꽤 좋아한다. 너처럼 알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인간은 정말이지 처음이거든! 미지란 정말 좋은 거야! 그렇지?!”

“그딴 역겨운 말로 내 속을 뒤집을 속셈인가? 그럼 축하한다. 네 작전은 성공했다.”

“미지를 파헤치지 않으마! 미지란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거니까! 언젠간 알게 되더라도, 그 과정은 즐겨야지! 이런 일은 우주를 뒤져도 얼마 없으니까! 흐하하하하!”

찢어발겨진 놈의 근원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단지 혼돈이 되어 꿈틀거렸다. 내가 미간을 좁히며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이려고 할 때, 혼돈이 소리 없이 흩어졌다. 니알라토텝은 재가되어 사라졌다.

"……."

니알라토텝이 사라졌다. 혹시나 싶어 전자기를 사방에 흩뿌리며 올림푸스 전체를 탐색했다. 특이한 점은 없었다.

"헤파이스토스."

“네. 여깄습니다.”

“올림푸스 마크 2를 꺼내라. 단숨에 전장을 지배해야겠다.”

“절반도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꺼낸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내가 도와주마.”

“제우스 님. 이건 대장장이의 일입니다."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그 위로 새하얀 기계 부품이 만들어졌다. 헤파이스토스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창, 창조의 힘까지 손에 넣으신 겁니까?”

“강해지다 보니 할 수 있게 됐다.”

"……창조신의 반열에까지 오르셨군요. 대단합니다.”

“나랑 맞지 않은 힘이라 효율이 별로군.”

“굳이 따지자면 제우스 님은 파괴 쪽이니까요.”

올림푸스 마크 2.

그건 우주 전함이었다. 작은 화산과 끝없이 번개를 생성하는 먹구름을 동력으로 한 우주 전함.

하늘을 넘어 우주까지 움직이는 올림푸스.

함장석에 비스듬히 앉은 나는 우주 전함을 조종하는 신들에게 명령했다.

“모조리 죽여라. 죽은 자들을 죽이고, 바다에서 기어 나오는 것들을 죽여라.”

전함 하판에 달린 수천 개의 레이저 총구가 불을 뿜는다. 에너지 폭탄을 지상에 떨어뜨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데스가 준비한 언데드 괴물이 쓸려나간다. 포세이돈이 손을 잡은 심해 괴물의 권속들은 물고기 밥이 되었다. 아군이 휘말려 죽긴 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제우스 님! 아폴론과 헬리오스입니다! 태양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귀찮게 구는군. 주포 준비!”

"주포 충전을 시작합니다! 10% 20% 30%!"

나는 주포에 신력을 실었다. 말이 주포지. 실제로는 내 힘을 뭉쳐서 쏘는 것에 가까웠다.

"조준 완료!"

"충전 98%99%! 100% 발사 준비 완료!”

"제우스 님! 명령을!”

"발사."

주포가 발사되며 전함이 흔들린다.

주포는 거대한 벼락이었다. 아스트라페를 최대한 키우고 헤아릴 수 없는 벼락을 압축시켰다. 신력이 담겨 있는지라 일반적인 번개와는 궤를 달리했다. 참고로 이 주포에 담긴 성질은 폭발과 확산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주포가 태양과 부딪쳐 폭발했다. 추가로 번개가 확산하며 태양의 에너지와 열기를 멸살했다. 태양이 끝장났기에 세상이 어두워졌다.

“태양의 파편이 지상으로 추락합니다! 이러다 인간들이 멸절할 수도 있습니다!”

헤파이스토스가 다급히 말했다.

반면에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상관없다. 인간이 멸절하더라도 다시 만들면 그만이다. 지금의 내 힘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내 인간 마누라들은 모두 올림푸스 마크 2에 탑승한 채다. 지상에 있는 인간들에겐 어떤 미련도 없었다.

아폴론과 헬리오스의 죽음이 확인됐다. 그들의 근원은 태양 그 자체! 태양이 소멸했으니, 그들의 존재가 사라진 것이다.

‘태양도 창조해야겠네. 헤파이스토스가 태양을 주관하게 하면 되겠네.’

나는 함장석에서 일어났다.

하늘의 눈을 통해 크로노스의 티탄과 티폰의 기간테스들이 보였다. 히드라나 네메아의 사자 등 유명한 괴물들도 보였다.

에키드나와 티폰의 자식들이 그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손을 잡은 모양이다.

에키드나는 상반신은 미녀였다. 그러나 하반신은 뱀이었다. 얼굴이 예뻐도 뱀 보지는 좀 그랬다. 흥미가 팍 식었다.

나는 공간이동으로 놈들의 앞에 등장했다.

“서로 싸웠다고 들었는데… 그새 다시 손을 잡았나.”

“네놈을 죽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을 뿐이다."

크로노스가 대낫을 들고 으르렁거렸다.

“우라노스가 안 보이는군. 아무리 그래도 우라노스와는 손을 잡을 수 없었나?"

“그 늙은이는 그저 죽음을 준비했다. 파멸이니 뭐니 개소리나 지껄이고 있었지…. 제우스. 우리 앞에 나타난 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우리 전원을."

콰아아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단 한 번의 번개에 티탄 신족 수십 명이 소멸했다.

크로노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된다! 우리는 불멸! 소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속임수를 쓴 거냐?!"

“속임수도 뭣도 아니다. 영원한 불멸은 없다. 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 진정한 불멸을 원하나? 업의 굴레를 초월해라. 뭐,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콰아아아아앙!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신들이 죽는다.

크로노스의 두 눈에 공포심이 차오른다. 크로노스는 공포심을 떨쳐내듯 악을 쓰며 내게 달려들었다.

유감스럽게도 효과는 없었다. 주먹으로 크로노스의 대낫을 깨트렸다. 그리고 천천히 놈의 사지를 맨손으로 찢었다.

“너는! 너는 신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

“이해하지 못하면 괴물이지. 솔직히 말해서 좀 실망했다. 인간이나, 너나 다를 건 없군.”

크로노스를 하늘로 던졌다. 번개가 떨어져 크로노스를 소멸시켰다.

티폰을 비롯한 괴물들이 달려든다.

‘느리다. 하품이 나오려 하는군.’

티폰. 원전에서는 제우스의 대적자다. 그러나 내 눈앞에 있는 티폰은 그저 그런 괴물일 뿐이었다. 괴력을 발휘해 나를 짓누르려고 한다. 그러나 내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 머리를 후려쳐 죽였다.

"키에에에엑!”

히드라가 독액을 내뿜었다. 에키드나를 비롯해 다른 기가스 신들이 있었으나, 공포에 질린 히드라는 막무가내였다.

"끄아아아아아악!”

독에 기가스 신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죽지 않은 불멸의 신들은 영원한 고통에 빠졌다.

"따끔하군."

팔에 묻은 독을 떨쳐냈다. 이딴 독에 당하기에는 내가 지금 너무 강했다.

히드라를 죽이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기간테스는 내버려 뒀다. 히드라 독에 당해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거 말고는 뭘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다음은 하데스와 포세이돈인가.'

아마 그놈들만 죽이면 시련은 끝나리라.

"......!!"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획 돌렸다. 시선 같은 건 없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한순간이지만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감이 안 좋군.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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