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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04화 (1,782/2,000)

< 2004화 > 2004. 신의 아틀란티스

「당신은 신들을 경악케하며 올림푸스의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당신의 시련을 인정했습니다.」

'명예 올림푸스' 칭호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당신이 쌓은 신화는 하룻밤의 꿈처럼 거짓에 불과합니다. 허나 몇몇 신들에겐 당신의 신화가 강렬히 다가왔습니다. 거짓된 신화가 당신을 축복합니다!」

「행운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의 잔재가 당신을 축복하고 소멸합니다.」

「당신에게 우주적 행운이 깃듭니다.」

「행운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올림푸스의 시련을 극복하여 1,300,000 AP가 주어집니다.」

「시련 극복의 보상으로 아스트라페의 랭크가 EX랭크로 상승합니다.」

「아스트라페

신의 번개를 다룰 수 있다.

종류: 신좌 스킬

랭크: EX」

「아스트라페(EX)를 완벽히 다루기 위해선 뇌전의 랭크(SS)가 더 높아야 합니다.」

「뇌전(SS)의 랭크가 낮아 아스트라페 (EX)의 위력이 줄어듭니다.」

나는 주르륵 떠오른 알림창들을 빠르게 읽었다.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딱히 힘든 시련은 아니었던 것 같은 데… 보상이 너무 달아.'

아스트라페를 시험해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받을 보상이 더 있었으니까.

제 4,010 구역, 헤라의 정원의 지배권을 얻었습니다.」

「500,000 AP를 획득합니다.」

「헤라의 정원의 지배자로서 30일마다 200,000 AP를 획득합니다.」

「헤라의 정원에는 황금 사과나무가 자랍니다. 지배자로서 매달 황금 사과를 하나 얻습니다.」

「황금 사과를 수령할 수 있습니다. 수령하시겠습니까?」

‘직접 가서 황금 사과를 딸 필요는 없나. 편하네.’

참고로 [아카데미의 구원자] 세계에서도 황금 사과가 있었다. 효과는 좀 달랐지만.

나는 황금 사과를 수령했다. 일단 황금 사과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황금 사과는 이름 그대로 표면이 황금처럼 빛나는 사과였다.

「황금 사과

황금 사과를 먹으면 최초 1회에 한 해 능력치가 랜덤하게 상승한다.

황금 사과를 먹으면 1년 젊어진다.

랭크: S」

‘능력치 상승? 개꿀이군!'

덤으로 1년 젊어지는 효과까지 있었다. 그리고 이건 먹을 때마다 발동되는 효과인 모양이다.

‘능력치 효과가 아니라 이게 진짜다.'

돈 많은 귀족들이 떠올랐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남들보다 많은 권력과 돈을 가진 귀족들은 그게 가장 못마땅할 것이다. 오래 살아서 오래 권력을 누리고 싶을 테니까.

'팔면 돈은 많이 모을 수 있겠어.'

생각은 그렇게 해도 돈이 아쉽지는 않았다. 팔기보다는 내 여자들에게 선물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주서현이 고생했으니 선물해줄까.

‘…아니야. 주서현은 호시탐탐 내 목숨을 노리잖아. 더 강하게 만들어줄 필요는 없겠지.'

지금도 검술로만 싸울 경우 주서현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저번에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첫 번째 사과는 내가 먹자.'

아삭!

사과를 먹은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맛있었다. 그 상큼함에 갈증이 사라지고 온몸에 활력이 돋았다.

‘끝내주게 맛있다! 이거 괜히 남에게 주기 아깝잖아!'

「황금 사과의 효과로 행운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행운 능력치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우주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룰 수 없는 위업!」

「운수대통(EX)을 획득합니다.」

「운수대통(運數大通)

무작위로 발동한다.

종류: 스킬

랭크: EX」

'EX 랭크 스킬?!'

깜짝 놀랐다. 설마 행운 능력치가 100에 도달했다고 이런 스킬이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행운 능력치가 올리고 싶다고해서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아니긴 하지.'

제대로 된 정신이 박힌 놈이면 굳이 행운 능력치를 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능력치가 생존에 더 도움이 되니까.

‘EX 스킬 치고는 좀 별론데.’

운수대통. 능력은 이름 그대로 운이 좋아지는 거겠지. 문제는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도 언젠간 밥값을 하겠지?'

대충 결론을 내린 나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아삭!아삭! 아사사삭!

황금 사과를 정신없이 먹던 나는 어느새 과육을 전부 먹은 걸 깨닫고 침울해졌다. 남은 것은 황금 사과 씨앗뿐이다.

‘씨앗? 이걸로 황금 나무를 양산할 수 있나?'

혹시 모를 일이다. 일단 황금 사과 씨앗을 챙겼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사용권을 얻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사용권을 사용하겠습니까?」

원래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다.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한다.”

지이이이잉.

눈앞에 공간이 일그러져 포탈이 나타났다.

포탈 안쪽은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거대한 대장간이 있었다. 화산은 연신 폭발하며 그 열기를 대장간으로 보냈다. 정확히는 대장간 뒤쪽에 있는 용광로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제우스였다면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겠지만… 지금 나는 제우스가 아니었다. 마나로 몸을 보호하며 포탈안으로 들어갔다.

「제 4,016 구역, 흐르는 강철에 입장합니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사용권을 사용합니다.」

「당신은 일시적으로 제 4,016 구역, 흐르는 강철의 지배자가 됐습니다. 지배권은 구역을 떠나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의외로 뜨겁지 않았다. 한국의 초여름과 비슷한 날씨라고 할까.

‘옆에 용암이 흐르는데 말이 안 되지.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 그런가.'

눈앞에 있는 대장간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힘차게 대장간 문을 열었다.

대장간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조용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화산과 이어진 거대한 용광로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거대하군.'

너무 거대해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헤파이스토스 님.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용광로의 열기가 밖으로 삐져나와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땅을 흔드는 절름발이의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직접 미션의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헤파이스토스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잘해주었다.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이토록 빠르게 해낼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았습니다.”

“너의 신화는 잘 지켜봤다. 아버지가 좋아하실 내용이더군.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잘 알았고.”

아차.

시련 속에서 나는 헤파이스토스를 있는 힘껏 부려 먹었다. 노예 부럽지 않게 부려 먹은 것이다.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때는 제우스에 심취해 있어서 다른 신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까먹었었다.

“그, 제가 원래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고….”

“어차피 시련 속의 일이다. 올림푸스의 신은 시련 속의 일로 너를 타박할 정도로 속 좁지 않다. 시련은 시련일 뿐이다. 또다른 내가 전함을 만드는 걸 보는 것도 제법 재밌었다.”

“헤라 님이나 헤스티아 님도 헤파이스토스 님처럼 생각하십니까?"

“…글쎄. 여신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군.”

헤파이스토스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원래 역사에서도 여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헤라에게 버림받고 아프로디테에겐 배신당하지 않았던가.

“다만 너를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르포디테는 네게 푹 빠져 있는 것 같고… 어머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나로서도 알 수 없다.”

“음. 그, 아프로디테 님과의 일은….”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맸다. 헤파이스토스는 화련비도를 수리해줘야 한다. 악감정을 담고 일부러 수리에 실패해버릴 수도 있다. 나라면 그랬다.

“네가 알고 있는 신화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불멸의 신들 또한 변한다. 네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올림푸스 신들의 관계는 이미 많이 변했다. 신화에 기록되지 않은 사건 사고도 많았지.”

“제가 괜한 소리를 했군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화련비도를 꺼냈다. 붉은 칼날을 쳐다보던 나는 멈칫했다. 칼날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금이 간 부분에서 무언가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 정도로 심하게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일시적으로 나의 시야가 공유된 것이다. 이 칼은 악업을 너무 쌓았다. 내가 못 본 사이에도 악업이 쌓였군.”

“음. 혹시 차라리 부수는 게 낫다던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나는 죄악을 가리는 신이 아니다. 또한 도구에 무슨 죄가 있겠느냐. 죄는 도구의 주인에게 있다. 가른 재료를 꺼내라.”

파프니르의 심장을 꺼냈다. 헤파이스토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 추가재료를 꺼냈다.

「운명 파괴자

딱 1번 운명을 파괴할 수 있다.

랭크: EX」

“이건 재료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헤파이스토스가 딱 잘라 말했다. 아쉬움에 혀를 찼다. EX 랭크이니 재료로 쓰면 어마어마한게 탄생하지 않을까 했다.

「블랙 하트

끊임없이 움직이며 에너지를 생성해내는 영구동력기관.

랭크: SSS」

검은 구슬을 꺼냈다. 구슬 안에는 수백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이걸 쓰겠다고? 내가 알기로 이건….”

제 57 구역, 조명의 도시 에틴을 지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했다.

57 구역 주위에는 다른 레기온들이 많아서 함부로 57 구역을 지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와서는 57 구역에 딱히 미련은 없었다.

“칼에 영구동력이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물건이 탄생하지 않겠습니까? 검기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거나.”

“글쎄. 재료로 사용하는 만큼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애초에 영구동력기관은 재료로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물건도 아니다. 진심으로 이걸 사용하겠느냐?”

“예.”

망설임 따윈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무한한 에너지를 뿜어대는 화련비도가 그려져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묘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 그럼 시작하지. 몸을 내게 맡겨라.”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네가 가진 칼은 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내가 네 안으로 들어가 망치를 들겠다. 네 정신에 조금의 영향도 주지않을 것을 내 이름을 걸고 스틱스강에 맹세하겠다.”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거부할 수도 없었다. 화련비도를 고치고 강화해야 한다.

“…들어오십시오.”

헤파이스토스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 몸을 움직였다.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왼손에 화련비도를 쥐었다. 파프니르의 심장과 블랙 하트는 허공에 둥둥 떠서 내 뒤를 따라왔다.

헤파이스토스는 놀랍게도 펄펄 끓는 용광로 안으로 들어갔다. 용광로 안에서는 쇳물과 용암이 소용돌이치며 열기를 내뿜었다. 천장은 없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보였다.

‘공간 자체가 달라졌다. 여기가 진짜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인가.'

헤파이스토스는 화련비도를 달구며 신의 망치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까앙!

청명한 금속음이 울린다.

그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화련비도는 수리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서지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당황하지 않고 박살 나기 일보 직전까지 망치로 두들겼다. 정말로 한계에 도달한 뒤에 파프니르의 심장을 녹여 화련비도에 먹였다.

다시금 망치질이 시작된다.

헤파이스토스가 블랙 하트에 시선을 줬을 때였다.

「운수대통(EX)이 발동됩니다.」

'이게 벌써 발동된다고?!’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졌다.

수 천개가 넘는 유성들이 은빛 꼬리를 밤하늘에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화산과 용암에 별이 섞인다. 시뻘건 용광로 안에 반짝이는 별들이 추가되었다.

“블랙 하트는 쓸 수 없겠군.”

대장장이신은 불꽃과 용암, 용의 심장, 별 조각들을 정련하며 망치로 화련비도를 단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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