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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06화 (1,784/2,000)

< 2006화 > 2006. 신의 아틀란티스

쉭쉭쉭!

히드라가 7개의 대가리로 독액을 물총처럼 쏘아냈다.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11]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0]

더 빨리 달리면서 쏘아지는 독액을 피했다.

‘총알보다는 느리지만, 차라리 총알을 피하는 게 더 쉬워.'

독액은 액체였다. 액체라 뚝뚝 떨어졌다. 투명한 호수가 독액에 의해 녹색빛으로 변한다. 몇 방울 떨어진 것 같지 않은데 수백 마리의 물고기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칙!

독액 한 방울이 어깨에 닿았다. 옷을 녹이고 피부에 닿는다. 격통이 일어나 집중력을 흔들었다. 마나를 일으켜 최대한 저항해봤으나 소용없었다. 어깨에 독이 퍼지고 있었다.

‘이게 히드라의 독인가. 다른 것보다 고통이 너무 심해.'

이를 악물었다. 히드라는 거리가 가까워지자 독을 쏘아내는 대신 7개의 긴 머리를 움직였다. 부드러우면서도 신속하게 움직이며 나를 한입에 삼키려 했다.

솔직히 좀 피하기 어려웠다. 7개의 머리는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으니까. 머리 1개를 눈으로 쫓는 것도 힘들다.

'시간 가속.'

[시간 가속을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내 시간이 빨라진다. 상대적으로 히드라의 속도가 느려졌다. 내가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히드라의 눈동자는 정확히 나를 쫓고 있었다.

'내 움직임이 보이나? 그래도 상관없어.'

보이더라도 막을 수 없는 게 있었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칼날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히드라의 머리 두 개를 베어낸다. 다른 5개의 대가리가 멈칫했다. 이어 입을 벌려 독액을 분사하듯 내뿜었다. 가까이 가면 중독되기에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섰다.

[시간 가속이 끝났습니다.]

원래 시간대로 돌아왔다. 아쉬움에 혀를 찼다. 가속된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건 꽤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목적은 이뤘어.'

화련비도를 들었다. 화련비도의 칼날에 히드라의 피가 묻어 있었다.

‘화련비도의 두 번째 능력. 탐(貪).’

화련비도에서 무언가가 느껴진다. 눈앞에 있는 히드라와 비슷한 기운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기운을 개방하는 것. 나머지는 화련비도가 알아서 할 것이다.

뚝.

화련비도에서 피와는 다른 붉은 액체가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독은 단숨에 땅을 중독시켰다.

‘능력을 발동하니 체력과 마나를 빨아먹네. 버틸 수 있는 건 30분 정도? 근데 히드라독인데 히드라에게 통하나?'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히드라를 향해 칼을 휘둘러 참격을 날렸다. 히드라는 참격을 보고서도 피하지 않았다.

‘내 참격 무시하나.’

그리고 참격은 통하지 않았다. 화련비도가 히드라의 목 2개를 벤 것과 달리 비늘에 얕은 상처만 남긴 것이다.

쉬익, 숙!

움츠러들기는커녕 증오와 분노를 터트리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갑자기 멈춰서고는 비명을 질렀다. 뿐만이 아니라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쾅쾅쾅!

스스로 땅바닥에 머리를 찧는 놈도 있었다.

‘히드라의 독이 통했다. 똑같은 독이라 내성이 있어서 안 통할 줄 알았는데….’

그러다 문득 화련비도의 첫 번째 능력이 떠올랐다. 속성 강화. 독을 속성으로 인식하고 강화했더라면? 아니지. 속성만 강화하는 게 아니라면?

‘대박이네. 능력만 발동하면 무조건 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무한 검기는 날릴 수 없더라도 이건 이것대로 마음에 드는 능력이었다.

‘히드라 놈들 정신을 못 차리네. 가서 죽여버려?'

전투고 나발이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어깨가 중독된 나도 격통을 참으며 가만히 있는데 독의 주인이란 놈이 저러고 있으니….

‘세 번째 능력이나 써보자. 권역.'

화련비도에서 작은 빛들이 터져 나온다. 나는 그 빛들이 묘하게 익숙했다.

'별빛이잖아.'

별빛은 나를 훑고 지나가며 순식간에 주변 공간을 장악했다. 그리고 나와 공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익숙한 느낌이다.

내가 제우스였을 때 사용했었던 권능의 힘.

뚝. 뚝뚝.

빗방울이 내 뺨을 때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가 억수처럼 내리고 먹구름 사이에 붉은 뇌광이 번뜩였다.

콰르르르르르릉.

먹구름은 모든 준비가 끝냈다는 듯이 우렁찬 천둥을 터트렸다. 나는 천안(天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권역이 닿는 공간 내부를 인지할 수 있었다.

'시련 속의 제우스로 돌아간 것 같군.’

물론 그 힘은 절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권역이 뭔지 알 것 같다.’

먹구름 사이의 붉은 번개가 내 의지에 따라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개의 번개를 하나로 꼬아 완벽한 번개 하나를 만들어냈다.

'놈을 죽여라.'

먹구름으로부터 붉은 번개 한 줄기가 히드라에게 떨어졌다.

히드라를 단숨에 찢어발기는 것으로도 모잘라 지면을 타고 꿈틀거리며 그 흔적을 새겼다. 마치 용 수백 마리가 지상에서 뒹굴고 사라진 듯한 흔적을 보며 살짝 감탄했다.

“대단… 윽.”

빈혈이 일어나 어지러웠다. 쓰러지려는 가까스로 참았다. 권역은 저절로 해제되었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먹구름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신나서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했어.'

살짝 반성한다. 사실 히드라를 그렇게 죽일 필요는 없었다. 명백한 오버킬이었다.

「천공의 주인이 감탄합니다.」

「히드라(僞)를 죽였습니다.」

「100,000 AP를 획득합니다.」

추가로 히드라가 있던 장소에는 녹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히드라의 독

격통의 독이다.

불멸의 신들마저 두려워할 정도로 지독한 독이다.

불사를 깨뜨리는 독이다.

랭크: SS」

'이게 나올 줄 알았지.'

히드라의 독을 보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나는 천심을 사용했다. 히드라가 죽었음에도 내 어깨를 좀먹는 히드라 독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독과 함께 통증도 사라졌다. 찌그러진 인상이 평온한 상태로 돌아왔다.

유리병에 든 히드라의 독을 보던 나는 이전에 얻었던 독을 떠올리고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아포피스의 독

아주 끔찍한 독이다.

신마저 질겁할 것이다.

빛과 관련된 신에게 치명적이다.

랭크SS」

아포피스는 태양신 라와 싸웠다는 괴물 뱀이다. 격으로만 따지자면 히드라 이상일 것이다. 히드라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틀란티스에는 수많은 비밀이 있지.'

[신의 아틀란티스] 설정 집을 안다고 해서 그 비밀들을 모두 아는 건 아니다. 다만 비밀이 어떤 식으로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신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는 독이라는 공통점. 이 두 개의 독을 섞으면 어떤 독이 탄생할까? 극심한 독? 어쩌면 절세의 영약이 탄생할지도 몰라.’

희망으로 가득찬 관점이었다. 보통 이럴 경우 높은 확률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근데 가능성이 꽤 높잖아. 5%는 되지 않을까?'

5%도 내 감각이다. 그리고 5%면 할만한 수치였다.

10초 정도 더 고민했다. 이 두 개의 독. 모두 잘 사용하기엔 따라서 성가신 적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다. 이 정도 독이면 제국오공 정도의 강자에게도 통할 테니까. 엘레나는 완전 회복이 있으니 의미 없겠지만.

‘하고 싶다.'

그래서 했다.

히드라 독이 든 유리병에 아포피스의 독을 조금씩 흘렀다. 놀랍게도 독들은 질량의 변화 없이 섞여 들어갔다. 액체는 지독해 보이는 보라색으로 변했다.

「당신은 아주 끔찍한 독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신들은 그 끔찍함에 경악할 것입니다.」

「천공의 주인이 경악합니다!」

「신살독

신을 죽이는 독.

랭크 : SSS」

도박은 성공했다.

나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크하하하하! 어떤 신이든 다 죽여버리겠다!”

한참을 웃던 나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순식간에 에이플랜 레기온으로 돌아왔다. 알게 된 사실은 시련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시간은 별로 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련 속에서도 시간이 획획 지나갔지만 2~3년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 아틀란티스는 이틀 정도밖에 안 흘렀군.’

신들이 지랄하는 세상이니 별반 놀랍지도 않았다.

어쨌든 화련비도를 고쳤기에 기분은 좋았다.

‘화련비도를 자랑해야겠다. 강명진은 안 돌아왔고…. 다른 애들은 칼을 보는 눈이 없어. 남은 건 주서현이네.’

주서현은 내가 잘 알았다. 모처럼 휴가를 받아도 지하 수련장에서 검술 수련이나 할 것이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주서현은 지하 수련장에서 내가 준 검, 월광 소나타 7을 휘두르며 수련하고 있었다.

'좀 쉬엄쉬엄하면 안 되나.'

불만스러운 속내를 숨기며 주서현을 불렀다.

"주서현."

주서현이 경계 어린 눈초리로 날 바라본다. 최근에 좀 친해졌던 것 같은데 착각이었나.

“할 말은 빨리하고 가.”

"이 칼을 봐. 어떻게 생각해?"

“……네가 평소에 쓰던 칼이 좋은 건 알고 있어. 설마 그걸 자랑하려고 왔나?”

“화련비도는 네가 가진 검이랑은 비교도 안 돼. 권역이라고 아나 몰라. 권역이란 건 신들이 쓰는 힘인데 화련비도가 있으면 일시적으로 권역을 사용할 수 있어."

"어쩌라고."

주서현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다리나 벌리라고 보지년아.”

“개 같은 새끼. 오늘이야말로 널 이기겠어."

주서현이 두 눈 부릅뜨고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싸울 때가 되긴 했다.

‘혹시 몰라 완전 회복을 쓰고 오길 잘했군.'

전투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내 승리.

검술 실력은 주서현이 더 뛰어났다. 허나 내가 사용하는 힘은 검술뿐만이 아니다. 기본적인 능력치도 내가 더 우월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구전으로 끌고 가면 체력이 뛰어난 내가 이겼다. 그리고 기본 장비도 내가 더 좋았다.

주서현은 패배의 대가로 내게 3시간가량 따먹혔다. 그리고 지금은 내 앞에 알몸으로 도게자 중이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닥에 치렁치렁 늘어졌고, 발목 위에 놓인 엉덩이 사이의 두 구멍에선 하얀 정액이 주르륵 흐른다.

나는 주서현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발기한 자지 끝엔 정액이 걸려있었다. 귀두는 주서현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이제 좀 주제 파악을 하셨나?”

“큭, 다음에는… 다음에는 반드시 이길 거야."

"그 전에 내 자지를 청소해야지."

주서현은 매섭게 나를 노려본 뒤 자지를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나는 주서현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떠오르는 박자가 그것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주서현과 나는 한국인이었다.

내가 즐겨듣는 촉촉보 비트를 연주 하기에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하루 종일 주서현과 놀고 만족한 나는 유희를 종료했다.

[유희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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