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화 > 2007. 뉴타입
[성유진
레벨: 91
근력: 130 체력: 130 민첩: 130 지능: 120 정력: 130 마나: 130]
[사용 가능 포인트: 9,884]
나는 사용 가능 포인트를 노려봤다.
원래 포인트의 숫자가 딱 떨어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따라 굉장히 거슬렀다.
9,884면 그냥 200 포인트 더 얹어줘서 10,000 포인트로 만들어 줄 수 있지 않나?'
마음속으로 유희 생활 어플에 항의했다. 물론 항의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9,800 포인트로 뭘 할 수 있을까.
‘랜덤 뽑기 9,800 번을 할 수 있군!’
9,800 번이나 해야 한다. 막상 하려니 귀찮아졌다.
‘능력치를 올릴까? 지금 지능을 빼고 130이라 딱 보기 좋은데.’
문제가 있었다.
120에서 1을 올리려면 1,000 포인트가 필요하다. 즉, 모든 포인트를 써봤자 9개 밖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겨우 200 포인트 차이로 129라니. 너무 신경 쓰이잖아. 그냥 120으로 내버려 두자. 어차피 지능은 별 도움도 안 되고.
스킬과 특성을 한 번 훑어본다.
아쉽게도 올릴만한 스킬과 특성이 안 보인다. 올리고 싶은 스킬은 유성검인데 포인트가 부족했다.
[10,000포인트를 사용해 유성검 Lv.6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젠장.'
계속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서 유희 생활 어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출함이 느껴져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은 휑했다.
나는 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다. 주로 [백환] 세계에서 음식을 가져와 먹는다. 시켜 먹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맛있으니까. 냉장고 안에 있는 건 대부분 생수나 음료수였다. 생수와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샤워를 한 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멍하니 앉아 뉴스를 본다. 뉴스를 보며 기시감을 느꼈다. 저번에 들었던 내용 같았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뉴스는 중요한 사건을 며칠 반복해서 보도하기도 하니까.
유희 생활 어플의 단점이었다. 시간 감각의 괴리. 창작물 속에서 오래 보내다 보면 현실의 시간 감각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현실에서 뭐했더라? 중요한 약속이 있었던가?'
뉴스를 보며 머릿속을 정리한다. 뉴스 그 자체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뉴스를 보면 다른 생각하기 좋았다.
‘음. 중요한 약속을 딱히 없네.’
현실에서 약속 따윈 잘 안 잡기도 했다.
"오?"
한아영이 뉴스에 나왔다. 대통령과 저녁 만찬을 했다는 내용이였다.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는 내용인데 뉴스에선 진지하게 내용을 다뤘다. 그만큼 한아영에 대한 관심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었다.
‘그러고보니 수월 길드에 엿도 먹어야 하는데. 뭐 괜찮은 방법 없나?’
머리를 굴리다가 한 방법을 떠올렸다. 꼬리가 잡힐 일 없는 일. 바로 해킹을 사용한 사이버 테러.
생각나자마자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실행에 옮겼다. 길드 마스터나 간부들의 개인 정보를 직접 건드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이놈들을 진짜 빡돌게 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이 세상에는 온갖 능력자가 있으니까. 해킹이라도 완전 안심할 수 없지.'
해킹으로 수월 길드의 사이트를 음란 사이트로 변모시켰다.
나는 낄낄 웃으며 커뮤니티에 야동 사이트가 된 수월 길드 사이트를 알렸다. 예상대로 인터넷은 순식간에 불타기 시작했다. 해킹은 30분은 유지될 것이다.
'크크! 나는 인터넷을 지배할 수 있다!'
인터넷이 불타고 있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한아영이 속해 있는 길드다 보니 수월 길드는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1위 길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까지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터졌다? 망신 중의 망신이었다.
사이트 관리하는 놈들은 지옥이겠지. 그 광경이 상상하니 행복한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뉴스에서 긴급 속보를 띄워도 되는데… 지금 뉴스는 침묵 중이었다. 뉴스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이트에 접속할 테니 그런 것 같았다.
'빌어먹을 대한민국. 이딴 식으로 언론을 통제하다니.'
적당한 때에 정부 사이트도 테러해야겠다.
어쨌든 30분이 지나자 사이트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인터넷 기사의 수는 적었고, 수월 길드를 비웃던 인터넷 커뮤니티는 빠르게 진정되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었다.
‘댓글부대 오지게 작동시키나 보군.’
이게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생각보다 수월길드의 영향력이 커.’
이 정도면 대기업 수준의 영향력이 아닌가. 지금 내가 상대하긴 힘들었다.
'내가 S급이 되고 난 후에 조져버려야겠다.'
S급만 되면 영향력이 달라진다.
'S급이 되려면 더 강해져야겠지. 강해지려면 포인트가 더 필요하고.’
200포인트가 아른거린다. 200포인트만 더 있었다면 유성검의 레벨을 올리거나 지능 능력치를 130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슬슬 퀘스트로 보상받을 때가 됐지. 퀘스트 메뉴를 열었다. 이번에도 3개의 퀘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오래된 병원.
여기 귀신들의 본거지가 된 폐병원이 있습니다.
귀신들이 모이고 모여 이상하게 변한 폐병원입니다.
스트리머인 당신은 동료들과 함께 이 폐병원에서 하루 머물기로 했습니다. 귀신들은 무단침입자와 무단거주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폐병원에서 생존해 빠져나오십시오!
퀘스트 성공 조건: 생존과 탈출
퀘스트 성공 보상: 귀신 제조기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어느 오래된 병원은 공포게임이군.’
예전에 해봤던 공포게임이다. 저주받은 폐병원에서 귀신들을 피해 탈출하는 게 목표인 공포 게임.
귀신을 죽일 수 없다. 귀신에게 잡히면 죽는다라는 심플한 조건을 가졌다.
‘페널티가 뭔지도 알겠다. 내 능력치나 스킬을 봉인하겠지. 그래야 밸런스가 맞을 테니까.'
원작 게임 플레이어가 그러하듯.
'보상인 귀신 제조기는 귀신을 만들어낼 수 있나? 이건 좀 꼴리네.’
존나 예쁜 처녀 귀신을 제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괴물 같은 귀신만 만들 수 있나?
[귀신 제조기
귀신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가격: 75,000
※주의
-귀신 제조에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포인트를 넉넉하게 준비하세요.]
당장 선택할 필요는 없다. 다른 퀘스트 2개가 있으니까.
[개미왕
개미 세계의 병정개미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세계를 지배하는 개미왕들을 보며 질투했습니다.
당신의 야심을 이루십시오! 개미왕이되어 개미세계에 군림하십시오!
퀘스트 성공 조건: 개미왕 등극.
퀘스트 성공 보상: 개미 군단 소환권.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나는 퀘스트 내용을 읽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창작물 중에는 인간이 나오지 않는 창작물들이 많다. 개미왕은 바로 그 창작물이었다. 원작은 만화로 개미 판타지 이야기였다. 내용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다. 만화가 재밌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20화 정도에서 갑자기 끝난 만화다. 누가 봐도 인기 없어서 망한 만화.
‘개미가 되라고? 좆까.'
그래도 일단 보상은 확인해봤다.
[개미 군단 소환권
개미 군단을 소환합니다.
가격: 100,000
※주의
-개미 군단은 개미왕의 명령만 듣습니다.]
'이거 빼박 그거잖아. 소환해도 개미왕이 아니라서 통제 불가능한 그거.’
개미왕 퀘스트에서 미련을 털어냈다.
[뉴 타입
세상에 축복이 내려졌습니다. 인간들은 강해졌습니다. 인간은 포스라는 에너지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나 축복과 함께 시련 또한 내려졌습니다. 포스로부터 탄생한 어둠의 존재들이 인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악한 음모가 진행 중입니다. 음모를 분쇄하십시오.
퀘스트 성공 조건: 대한민국의 안전
퀘스트 성공 보상: 도약(Lv.1)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
깜짝 놀랐다. 퀘스트 내용이 아니라 그 보상에.
'스킬이 나왔다!'
흥분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약. 이름만 들어도 어떤 스킬인지 감이 오지 않나. 나는 기대하며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도약 Lv. 1
눈에 보이는 곳으로 1.15m 도약할 수 있습니다.
마나와 활력을 소모합니다.]
이건 반드시 얻어야 하는 스킬이다!
나는 퀘스트를 정했다. 이 퀘스트가 아니면 안 된다. 랜덤 뽑기에서도 스킬은 더럽게 안 나온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도약 스킬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1.15m는 좀 너무 짧은 거 아닌가? 그리고 1.15가 뭐야. 깔끔하게 1m라고 하지.’
문득 지능 능력치가 스킬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었다.
'내 지능이 120인데 0.15m만 늘었다고? 15cm잖아. 효율 개병신이네.'
지능은 쓰레기 능력치가 맞았다. 아무튼 나는 이 퀘스트를 무조건 성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만, 걸리는 건 뉴 타입. 이 창작물은….’
원작은 웹툰이다. 여주인공인데 로맨스물이 아니라 재밌게 보고 있었던 작품이다.
‘작가가 심장마비로 급사해서 17화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게 문제지.'
17화. 최종 보스는커녕 중간보스가 누군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작품의 자세한 설정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죽은 작가를 되살리지 않는 한 알아낼 방도도 없었다. 죽은 작가놈을 살리기엔 생살권이 너무 아깝다.
'뉴타입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원래라면 아마 병원을 선택했겠지? 귀신 좆집을 만들 수 있는 귀신 제조기도 좋은 물건이니까. 게다가 원작 게임의 공략법도 있어서 쉽게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도약이 너무 끌렸다.
처녀 귀신이야 다른 세계에서도 따먹을 수 있다. 하지만 도약 스킬은 다른 세계에서도 얻을 수 없지 않나.
[‘뉴타입’ 퀘스트를 선택합니다.]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페널티 능력치 조정.]
[‘뉴타입’ 세계에서 모든 능력치가 하락합니다.]
['뉴타입' 세계에서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니, 잠깐만. 인벤토리 사용 불가? 난 화련비도를 쓰고 싶은데?”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건 뉴타입 세계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다른 세계의 물건을 가져갈 수 없다는 거다.
물론 내가 이렇게 불편해도 유희 생활 어플은 내 편의를 봐주지 않을 거다. 원래 그랬으니까.
‘화련비도를 얻은지 얼마 안 됐잖아. 난 화련비도를 쓰고 싶다고. 뉴타입 세계에서도 도움이 될 테고.’
내게도 생각이 있었다.
“페널티 조율. 가능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