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화 > 2011. 뉴타입
한창 마약 섹스 파티를 느끼고 있을 때였다.
바늘로 머릿속을 쿡 찌르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 느껴졌다. 어찌나 불쾌한지 마약에 절여 섹스하는 와중에도 흥이 다 깨져버릴 정도였다.
‘이거 정신계 공격이지? 어떤 씹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나는 침을 질질 흘리다 못해 오줌까지 지리고 있는 연예인 연습생을 내려놓고 불쾌한 감각이 느껴진 곳으로 머리를 돌렸다.
클럽 매니저인 남자가 주저앉아 대가리를 땅에 연신 박고 있었다. 축축한 바닥을 보니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쿵쿵쿵. 지린 상태에서 대가리를 처박으니 대가리에도 오물이 묻었다. 진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죽일까?’
파지직.
뇌전이 꿈틀거렸으나, 억눌렀다.
호기심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내게 정신계 공격을 했다. 어쩌면 다른 뒷배가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캐내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가 먼저 공격했으면서 저 지랄을 하고 있는 이유도 궁금했다.
“씨발. 넌 또 뭐야.”
놈이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놈이 공포로 물든 얼굴로 내게 말했다.
“괴, 괴물.”
“초면에 뭐래. 버러지가.”
퍽!
머리를 발로 찼다. 바닥을 나뒹군 놈이 몸을 꿈틀거렸다. 방금 충격이 도리어 놈의 정신을 일깨운 것일까. 놈의 얼굴에서 공포가 가셨다.
“도, 도련님.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잠깐 미쳐서 해선 안 될 짓을 했습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자세를 바로잡고 양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눈물을 질질 짜내는 놈에게 사내의 기개 따윈 없었다.
“언제 봤다고 도련님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했지?”
“그, 그게… 성유진 님의 정신을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이 씹새끼가.”
“힉!”
지금 나는 절대정신이 없었다. 정신계 능력자가 있다는 건 대충 예감은 갔다. 벌써부터 정신계 공격에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잠깐. 이 새끼를 죽이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어. 중요한 건 이 새끼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는 거지.’
이놈의 정신계 능력은 내게 통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정신계 능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
“네 능력에 대해 말해라.”
겁에 질린 놈은 전부 토해냈다.
포스를 각성해 천사와 계약해 가디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쌩 신입이었다. 아직 침식 현상조차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신입.
가진 능력은 정신 지배. 정신을 직접 적으로 조작하는 능력. 일반인은 최대 3명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포스 각성자나 가디언의 경우 첫 시도가 나였다. 내가 마약에 찌들어 있었기에 쉽게 정신 지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신 지배를 쓰면서 내 정신을 봤다?”
“가, 감히 제가 지배할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그걸 떠올리면 몸이 덜덜 떨리고….”
“뭘 본 거냐?”
“모르겠습니다…. 그저 거대하고 무질서한… 제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라 할 수밖에…. 이건 진짜 위험하다 싶어서 도중에 정신 지배를 그만뒀습니다!”
내 정신을 이따위로 표현하다니 좀 짜증 난다.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다. 평소에는 절대정신이 내 정신을 보호해주니 이런 일이 일어날 일은 없었다. 내가 허락해주지 않는 한은.
‘이 새끼 보고 한 번 더 해보라고 할까? 아니지. 진짜 미치면 그것대로 귀찮을 것 같고.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도 있으니.’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인벤토리에서 화련비도를 꺼내 놈의 어깨를 푹 찔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칼날에 놈의 피가 묻으며 조건을 만족했다. 탐의 능력을 발동한다. 정신 지배 능력을 놈에게 사용한 것이다.
놈의 정신이 느껴졌다. 딱히 뭐 특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잘 것 없게 느껴졌다.
“시끄럽다.”
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정신 지배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화련비도를 바라봤다. 정신 지배는 일시적으로 아마 5분도 가지 않을 것이다. 능력이 사라지면 정신 지배도 풀릴 가능성이 컸다.
‘능력이 사라져도 내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정신에 각인시킬 수 있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놈의 보잘것없는 정신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험해보면 알겠지.’
정신 지배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본다.
이건 단순한 마인드 컨트롤이 아니었다. 좀 더 폭넓다. 정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회복시킬 수도 있다. 변질시키는 것도 일부 가능했다. 타인의 정신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 만큼 감당할 수 없는 정신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건 원래 정신계 능력도 대부분 그러니까.’
예상외로 정신 지배 능력은 10분이 지나자 사라졌다. 놈이 정신 지배에서 벗어난 건 당연했다. 나는 멍청한 표정의 놈에게 물었다.
“넌 누구냐?”
“전 성유진 님의 노예이자, 발닦개이자, 능력보관함인 지형철입니다.”
성공했다.
정신 지배로 정신을 주무른 결과는 능력이 사라졌음에도 남아 있었다.
‘좋군.’
아주 원대한 계획이 떠올랐다.
“어이.”
“네. 말씀하시옵소서.”
지형철은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나도 그도 개의치 않았다. 가디언은 고작 저 정도 상처로 죽지 않는다.
“나의 위대한 계획에 일조할 기회를 주마.”
“감사합니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위대한 계획을 성공시키겠습니다!”
“계획은 간단하다. 네가 대통령을 정신 지배해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거다. 너의 주인인 내가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겠지만.”
“당연히 대한민국은 성유진 님의 것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 그렇지만 그 계획은 힘들 것 같습니다.”
“뭐? 내 완벽한 계획에 뭐가 문제지? 말 잘하는 게 좋을 거다.”
“정치인들이나 기업가들은 모두 정신 방어 아이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쯤 되면… 움직이는 방어 요새라는 말을 인터넷에서 봤습니다.”
“…….”
맞다. 여긴 초능력이 만연한 세상이었다. 가디언 중에는 제작에 특화된 가디언도 있다. 대기업에서 전차보다 방어력이 뛰어난 코트 같은 걸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정신계 능력에 대한 대비법도 존재하겠지.
‘내 원대한 계획이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무너졌군….’
원통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련님.”
비서인 강지호가 날 불렀다. 놀라지는 않았다. 기척으로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뭐냐.”
“회장님께서 본가로 돌아오시라 명했습니다. 오늘 저녁까지는 가야 합니다.”
“가고 싶을 때 간다.”
“회장님은.”
“뭐?”
“……아닙니다.”
***
연예인을 불러 즐기는 마약 섹스 파티도 몇 번 하니 질렸다. 연예인은 당연히 뛰어난 미녀이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 연예인은 주인공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주인공이라 하면 정수연이지.’
정수연과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내가 마약에 취해있을 때 만났으니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정수연은 나를 죽이고 능력을 가져갔을 테고, 나는 완전 회복으로 마약 상태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정수연이 대준다고 했어.’
목숨 하나에 정수연의 보지를 따먹을 수 있다? 개이득이었다.
나는 희희낙락거리며 타워 팰리스 지하로 내려갔다. 펜트하우스는 다 좋은데 내려가는 게 귀찮았다.
지하 주차장에는 내 슈퍼카 컬렉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개망나니라 불렸던 몸답게 슈퍼카를 종류별로 구비해놨다.
“도련님.”
검은 정장을 입은 놈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대략 20명. 전원에게서 포스가 느껴진다. 아마도 전원 가디언일 것이다.
“너희 뭐냐?”
“회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머슴 새끼들이네. 그래서?”
“저희가 도련님을 모시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알아서 간다고 전해.”
슈퍼카를 둘러봤다. 오늘 탈 노란 슈퍼카가 보인다. 머슴들이 손 세차를 해놓았기에 신차처럼 번쩍거렸다. 실제로 신차나 다를 바 없긴 하다. 슈퍼카를 구입해 놓고 정작 직접 운전한 일은 2~3번밖에 되지 않으니까.
노란 슈퍼카를 향해 걸어갔다.
머슴 대장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회장님께서 도련님을 강제로라도 모셔 오라 했습니다.”
놈은 나보다 20cm 이상 컸다. 놈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놈의 눈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올려야 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머슴 놈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 머슴이면 머슴답게 꿇어. 어디 주인을 내려다봐? 진짜 죽고 싶은 거냐?”
“저희는 머슴이 아니라 비서입니다. 그리고 도련님의 비서도 아닙니다.”
놈이 담담하게 말했다. 눈빛이 뜨거운 걸 보니 담담한 건 연기고 실제로는 좀 빡친 모양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양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원래 천사의 벌로 인해 왼팔은 사용할 수 없었으나, 완전 회복으로 회복했다.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스마트폰과 담배 케이스. 담배 케이스를 열었다. 10개가 넘는 마약 담배가 들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담배마다 표식이 있었다. 효과가 다른 마약 담배라 그렇다.
나는 마약 담배 10개 전부를 입에 물었다. 스파크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힘껏 담배 연기를 빨아 마셨다.
간접흡연 당한 놈이 미간을 좁혔다. 마약이란 걸 알아차린 것이다.
“회장님께서 실망이 크십니다. 마약은 그만 끊으시지요.”
“…….”
무시하고 담배를 피웠다. 마약 연기가 심해지는데도 놈은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던 날 데려가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마약이 몸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약효가 스며든다. 마약이라고 했지만, 지금 당장은 부작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가를 치르기 전까지 이건 끝내주는 힘이었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포스가 팽창하듯 꿈틀거린다. 오감이 확장되며 사고가 가속한다. 시야가 또렷해지다 못해 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개미 새끼까지 보인다.
“흐, 죽이네.”
“마약에 취하셨군요. 인사불성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도련님을 구속해서라도 데려오라.”
서걱.
스마트폰에서 뽑은 화련비도로 눈앞의 머슴 머리를 베었다. 화련비도의 칼날에 푸른 검기와 붉은 뇌전이 파직거린다.
기묘한 침묵이 일었다. 머슴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멈칫했다.
퉁.
머슴의 머리가 떨어지고 뒤이어 그 육중한 몸이 쓰러졌다. 그걸 시작으로 머슴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저 새끼 죽여!!”
“안 돼!!”
“죽이지 마라! 팔다리만 잘라서 구속해! 상대는 회장님의 아들이다! 도련님이 죽으면 우리도, 너희 가족도 전부 죽는다고!”
머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