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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12화 (1,792/2,000)

< 2012화 > 2012. 뉴타입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뇌천류 스킬이 없더라도 뇌천류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검술 스킬이 없다고 검을 휘두르지 못하는 건 아니니까. 다만 유희 생활 어플의 보조가 없다 보니 삐걱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약으로 집중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면 질풍신뢰 같은 고난이도 기술은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일단 머슴들과 거리를 벌렸다. 아무리 그래도 포위당한 상태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았다. 약해 보이는 놈들이 있는 쪽을 골라 강제로 돌파한다.

뇌천류(雷天流) 비호(飛虎).

호랑이와 같은 기세로 돌진하며 사방에 뇌전을 흩뿌렸다. 머슴들이 멈칫한다. 그 틈을 타서 앞에 있는 놈을 베어 죽였다.

‘멈추지 마라.’

이어서 옆에 있는 놈에게 칼을 휘두른다.

놈들은 나를 죽일 수 없다. 반면에 나는 놈들을 죽일 수 있다. 이건 내게 아주 유리한 어드밴티지였다. 놈들이 노릴 부위는 내 팔다리도 한정되니까.

서걱!

또 한 놈의 목숨이 화련비도의 칼날에 사라졌다.

“멈, 춰, 라!”

머슴 중 하나가 소리쳤다. 뛰어가던 내 몸이 그대로 멈춘다.

‘언령 계열 능력인가?’

몸속에 흐르는 포스를 가속화시켰다. 몸이 떨리며 반응했다. 허나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쾅!

포스를 폭발시켰다. 내상을 입은 듯 피가 울컥 솟았으나 개의치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마약 덕분에 고통도 거의 없었다.

“저런 미친 짓을…!”

언령술사가 경악한다. 놈은 가장 뒤쪽에 있었다. 이놈부터 먼저 죽여야 했다. 또 언령에 의해 몸이 묶여선 안 되니까.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허공을 밟고 천장을 질주하며 놈에게 접근했다. 투명한 화살 같은 것들이 내 뒤를 노렸으나 내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멈.”

언령을 쓰려는 놈의 몸을 반으로 쪼갠다. 뒤에서 채찍이 날아왔기에 놈의 시체를 여유롭게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채찍을 베어내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 채찍이 휘어지더니 내 팔을 붙잡았다. 채찍의 끝에는 비열하게 생긴 남자가 히죽 웃었다.

“도련님. 장난은 끝입니다. 그 채찍에는 마비독이 묻어…끄아아아아아!”

뇌전을 일으켰다. 뇌전은 채찍을 타고 놈에게 흘러 들어가 감전시켰다. 감전당해 죽은 놈이 쓰러진다.

“마비독은 무슨.”

팔은 잘만 움직였다. 독 내성 같은 건 없으니 마약의 효과로 독이 통하지 않는 것이겠지.

“진짜 씨발! 그냥 죽어!!”

한 여자가 히스테릭 부리듯 소리쳤다. 직후, 보이지 않는 화살들이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크게 원을 그리듯 화련비도를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화살들이 나가떨어진다.

“진정해! 도련님을 죽이면 우리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죽는다고!!”

“알 게 뭐야!! 난 살고 싶다고!!”

여자가 힘을 사용했다. 보이지 않는 화살이 적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폭주.

정신이 불안정한 가디언이 가끔씩 저지르는 일. 도시 한복판에서 폭주해서 수천 명을 학살한 가디언의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박제되어 아주 유명했다.

‘못생기고 멍청하고 힘도 별로인 년을 왜 머슴으로 쓰는 거지? 회장은 병신인가.’

뭐, 아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화살은 여러 곳에 활용하기 좋으니까. 시각에만 집중하는 놈들에겐 가장 성가신 능력일 테고.

‘덕분에 일은 편해졌군.’

엉망이 된 상황에서 차근차근 죽여나갔다. 이건 아주 좋은 기회였다.

스으으으으.

전신이 단련된 근육질의 남자가 얇게 숨을 내뱉으며 내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중국 권법 쪽인가.’

방향을 바꿨다. 놈의 의도대로 정면에서 응수해줄 필요는 없다. 살짝 돌아가 사각에서 칼을 휘두르는 게 편하다. 그러나 놈이 내 속도에 반응했다. 몸을 돌리고 내 허리를 향해 주먹을 찔러 넣는다.

그 주먹을 내 허리에 닿기 직전.

‘도약.’

강화된 도약은 눈에 보이는 곳으로 5.3m. 놈의 뒤로 공간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놈이 몸을 획 돌린다. 엄청난 속도에 도약에 반응한 것이다.

‘하긴 여긴 놈의 영역일 테니. 실력 있는 놈에겐 도약을 이용한 기습이 잘 안 통하겠군.’

근데 눈앞에 있는 놈은 그 정도로 실력 있는 놈이 아니었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화련비도의 칼날이 붉은빛으로 번쩍였다. 붉은 빛살이 놈을 갈랐다. 나는 시체가 바닥에 닿기 전에 다른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약에 의한 강함인 만큼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으므로 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2분 뒤.

피투성이 지하 주차장에 서 있는 건 나뿐이었다.

‘찝찝해서 못 참겠어. 씻고 나가자.’

뒤처리는 강지호에게 시키면 된다. 회장. 즉, 이 몸의 아버지는 이후에 어떻게 나올까. 머슴들을 더 보내려나? 더 귀찮게 굴면 가서 죽이는 수밖에.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손발이 덜덜 떨렸다. 마약의 부작용이었다. 몸도 조금씩이지만 무거워지고 있다.

주먹을 쥐며 떨림을 참았다. 완전 회복을 썼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그땐 진짜 끝이다. 도약 스킬도 얻지 못한다.

‘좀 참는 게 낫지.’

다행히 추가 습격은 없었다.

***

슈퍼카가 아닌 흔한 국산차를 타고 움직였다. 회장의 다른 머슴들에게 추적당할 수 있다는 강지호의 말 때문이었다. 슈퍼카는 너무 눈에 잘 띄긴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달동네라 불리는 낡은 동네였다. 시내와 좀 많이 떨어져 있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 그리고 동네의 절반이 무너진 곳.

‘반년 전에 몬스터가 나와 무너진 곳. 아직 정리 안 했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동네를 걸었다. 웹툰에서 본 풍경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동네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정수연의 집은 옥탑방… 저기군. 지금 가봤자 없겠지.’

정수연에게 집은 잠자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다른 곳에서 보낸다. 나는 유독 인적이 드문, 동네 끄트머리에 있는 곳으로 향했다.

써프 체육관.

녹슬다 못해 간판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체육관. 정수연의 수련 장소이기도 한 곳이다. 슬쩍 기감을 펼쳤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역시 정수연은 체육관 내부에서 단련하고 있었다. 힘을 사용할 그날을 대비해서.

히죽 웃으며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느 순간부터 내부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내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숨은 것이다.

‘옅은 인기척이라는 능력이었던가? 알고 있는데도 기척을 찾기 어렵네.’

정수연의 성격을 생각해보자.

예상치 못한 낯선 이의 방문. 숨을까? 그럴 리가. 반격할 것이다. 붙잡아서 심문하려 하겠지.

쾅!

나는 있는 힘껏 문을 발로 찼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수연이 달려들었다. 파지직. 그 손에서는 푸른 뇌전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 역시 뇌전을 가져갔었군.’

내 얼굴을 본 정수연의 눈이 커진다. 그렇다고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뇌전의 힘이 더 강해졌다.

나는 손을 뻗어 뇌전으로 번뜩이는 그녀의 손을 쥐었다. 정수연의 뇌전이 손을 타고 내 안으로 흘려들어 오다가 흩어졌다.

“반가운 인사군.”

“……쯧.”

정수연이 혀를 차며 뇌전을 일으킨다. 출력이 올라간다. 물론 내게 닿자마자 흩어져 사라진다.

그녀의 고집, 은 아니다. 내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힘을 시험해보려는 것이다. 역시 전투 상황에서 머리 회전 하나는 빠르다. 과연 배틀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소용없어. 내가 뇌전을 다룬 적이 얼만데. 너보다 몇천, 몇만 배는 많이 다뤘어.”

아무리 내가 재능이 없어도 뇌전을 사용한지 일주일도 안 된 정수연에게 따라잡히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정수연의 무릎 찌르기… 를 가장한 박치기. 나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이어서 주먹과 발이 날아온다. 태권도는 물론이고 복싱, 무에타이, 가라테, 유도, MMA 등의 격투기들이 엿보였다.

실용적인 무술이었다.

근데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무공을 배우고 싸우던 내겐 조금도 위력적이지 않았다. 실용성은 인정해도 묘리나 이치가 없었다. 1대 다수의 상황이면 몰라도 1대1인 상황. 대상에게 집중해서 근육의 움직임만 봐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수연의 공격을 모두 회피했다. 정수연은 불리할수록 더욱 냉정해졌다.

“과연 대단해. 선천 포스 각성자란 말은 폼은 아닌 것 같네. 이것도 피해 보시던가.”

직후, 정수연이 단검을 투척했다. 정확히 내 미간 쪽으로 날아온다.

고개를 까딱이며 단검을 피하는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뇌반.

나는 떨어지는 벼락을 그대로 제어해 정수연에게 던졌다. 정수연은 피하지 못하고 직격했다. 바닥에 쓰러져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뇌전 능력자니 감전으로 죽진 않을 것이다.

“시선을 빼앗고 벼락을 떨어뜨린다라. 발상은 괜찮았어.”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근데 그러려면 벼락을 떨어뜨릴 때의 전조현상까지 신경 써야지. 모른 척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 느껴지잖아.”

주인공 정수연은 좆밥이었다. 너무 좆밥이라 놀랄 정도다.

그녀 앞에 쪼그려 앉은 나는 정수연의 티를 들쳐 복근을 확인했다. 단련된 복근은 감탄이 나왔다. 복근을 만진다. 매끈하면서도 단단했다. 빨래를 해도 될 것 같았다.

“손 치워.”

“대주기로 했잖아. 그래서 찾아왔는데.”

“…뭘 대줘?”

“보지.”

정수연의 트레이닝복 바지를 잡는다. 팬티까지 같이 잡혔다. 나는 천천히 내렸다. 이런 건 천천히 해야 제맛이었다. 그녀의 하복부는 매끈한 복부만큼이나 하얗고 탄탄했다. 여자란 걸 숨길 수 없는지 아랫배가 살짝 튀어나왔다. 이 아래에 자궁이 있겠지. 점점 내려간다. 검은색 털이 삐죽 나왔다. 조금 억세 보이는 털이다.

‘하나 뽑을까.’

보지털 한가닥을 뽑아냈다. 퍼억! 정수연의 무릎에 턱을 맞고 뒤로 날아갔다. 보지털 수집에 정신이 팔려 잠깐 방심한 것이다. 쓰러지기 전에 균형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다행히 보지털은 놓치지 않았다.

정수연은 구석에서 칼을 들고 와선 내게 겨누었다.

“또 해보자고? 어차피 내가 이길텐데?”

“…날 죽일 생각은 없었겠지. 그랬다면 혼자 오지 않았을 테니까. 진짜 목적이 뭐야?”

“대주기로 했잖아. 자꾸 딴소리할래?”

“…….”

정수연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화련비도를 꺼내며 그녀의 칼을 받아냈다.

‘어쩔 수 없지. 제압하고 따먹어야겠다. 정수연이 저번에 대준다고 했으니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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