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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16화 (1,796/2,000)

< 2016화 > 2016. 뉴타입

월타족.

엄밀히 말하면 괴물이라기보다는 다른 종족에 가깝다.

이놈들의 외형은 콘도르와 닮았다. 하반신은 없고 날개 앞에 손가락 7개의 양팔이 있다. 몸의 절반, 우반신은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과 비슷한 지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술 전략을 펼칠 줄 안다.

월타족의 기본적인 전투 방법은 날개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총알보다는 느리더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속도로 활강해 날개로 공격한다. 조심해야 할 건 놈들에게 손과 지성이 있다는 거다. 인간 무기도 사용할 줄 안다. 자기들만의 무기도 존재했다.

끼이이이이익!

월타족 특유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나와 정수연이 고개를 위로 올렸다. 침식 현상에 들어온 지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놈에게 발각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근처에 다른 놈들이 없다는 것.

“어떻게 싸울 거야?”

정수연이 내게 물었다.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내 기술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구구절절하게 느껴진다.

“저런 놈에겐 벼락이 제격이지.”

몸의 절반이 기계? 놈의 입장에선 뇌전이 곧 천적이다. 벼락만 맞아도 EMP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나는 놈을 노려보며 벼락을 떨어뜨렸다.

벼락은 놈의 옆을 지나 회색 땅바닥을 강타했다.

“…….”

잠깐 잊고 있었다. 지금 내겐 사격 스킬이 없었다. 대충 저기쯤 떨어뜨리면 맞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보다.

‘아니, 맞추진 못했어도 진짜 아슬아슬하게, 옆에 떨어졌잖아!’

벼락에 맞을 뻔한 놈은 경계도를 올렸다.

“원래 장거리 저격은 맞추기 쉽지 않지.”

당황하지 않고 변명했다.

“그건 그래. 저격총은 그래도 스코프가 있지만… 능력은 아니니까.”

그녀가 인정해줬다. 다행이었다.

정신을 집중한다. 머릿속에 잠들어 있는 월타족의 정보를 끄집어낸다. 저놈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방법이… 없다.

‘망할. 월타족의 기본적인 정보밖에 없잖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하나도 없어.’

월타족처럼 위험한 적을 상대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혀를 찼다.

믿을 건 헌터로서의 내 경험이다. 하늘을 나는 적을 상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광역기. 보고서도 피할 수 없는 면의 공격이다. 하늘을 나는 놈들은 대부분 내구도가 약해서 맞추기만 하면 어떻게든 죽일 수 있다.

‘사격 특성만 있었어도 벼락을 난사할 텐데.’

사격이 없는 지금은 벼락을 난사해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놈이 공격하기 위해 내려올 때 카운터를 노린다.’

앞에 보이는 월타족은 양손에 무기가 없다. 오른쪽 강철 날개를 무기로 활강해서 공격할 것이다.

놈이 활강한다. 페인트를 약간 섞어서. 전통적인 공격 방식인 날개가 아닌 부리를 이용해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군. 손을 쥐고 있다. 내 시야에선 보이지 않아. 손바닥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겠지.’

10cm도 되지 않는 작은 날붙이 같은 거라면 인간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나는 놈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허공을 향해 뛰었다.

뇌천류(雷天流) 허도(虛道).

허공을 밟으며 화련비도를 위로 올려 벤다. 깜짝 놀란 놈이 공중에서 억지로 몸을 틀었다. 그 와중에 내게 강철 날개를 이용해 반격하려 했다.

내 발은 더 위로 향했다. 벽과 천장을 밟듯이 몸이 빙글빙글 돌며 월타족의 머리를 베었다. 월타족의 머리가 툭 떨어진다. 머리를 잃은 몸을 조금 더 날아가다 땅에 처박혔다. 놈의 절반은 생물이었기에 땅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떻게 한 거야?”

정수연이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너무 반짝여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놈의 공격수단은 날개랑 부리, 손이잖아. 이 세 개에만 주시하면 움직임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아.”

“내가 말하는 건 반격 타이밍이 아니야. 그런 건 당연히 보면 알 수 있어. 허공을 밟았잖아. 몸을 튕겨서 하는 억지 이단 점프 같은 게 아니라.”

“아, 그거.”

말하려다가 멈칫한다.

뇌천류를 하나, 하나 설명하기는 귀찮았다. 분명 뇌천류를 알려달라고 할 게 분명했다. 알려주는 것 자체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녀가 아무리 천재라도 단기간에 뇌천류를 익히고 대성하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는 나도 곤란하다. 진짜 스승 노릇 하게 생겼으니까.

“포스와 놔전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면 돼. 포스로 발아래에 막을 만드는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그녀에게 직접 허도를 보여줬다. 정수연은 내 발아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보이지 무언가 위에 서 있는 느낌이네. 뇌전을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걸로 만든 건가? 뛰어난 능력자는 그 응용력이 상식을 넘는다더니…. 그 말대로네.”

파지직.

정수연이 포스와 뇌전을 동시에 운용하며 허도를 따라 하듯 허공을 걸으려고 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한 번 본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은 아니니까.

‘…근데 방금 발이 떨어질 때 공중에서 멈칫하지 않았나? 허공에 무언가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녀는 몇 번 더 시도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당장은 연습하기 힘드네. 그래도 감은 잡았어.”

그녀가 하는 방식은 내가 하는 것과 다르다. 저건 뇌전에 특성을 부여한 것이다. 뇌전에 단단하다는 특성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건가? 아니면 이 세계의 특징을?’

그렇다 쳐도 뇌전의 특성 부여를 너무 쉽게 한다.

다른 가설이 하나 떠오른다. 내 뇌전은 특성으로서 그 레벨은 12였다. 그게 이 세계에서는 가디언 능력이 되었다.

‘정수연이 강탈한 건 단순히 번개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뇌전(Lv.12)의 능력.’

그럼 이해할 수 있었다. 뇌전(lv.12)라면 번개에 익숙한 특성은 쉽게 부여할 수 있으니까. 매일 빠짐없이 육체를 단련해온 그녀에게 단단하다는 특성은 아주 익숙하겠지.

조금 걸었다. 월타족 3마리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그 발판을 사용할 거야? 월타족과 공중에서 싸운다라… 재밌겠네.”

“재미는 무슨. 허공을 걸을 수 있어도 상대는 날개 달린 놈이야. 익숙한 땅에서 싸우는 게 훨씬 나아. 그리고 성가신 적을 굳이 상대할 필요도 없고.”

사냥꾼은 사냥감을 고를 권리가 있었다. 사냥감이 나타났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사냥하지 않는다.

“이번엔 편하게 갈 거야. 놈들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까.”

월타족 3마리는 각각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다. 나는 오른손바닥 위에 뇌전을 일으켰다. 파지직. 뇌전이 모여들어 구체를 형성한다.

나는 이 구체에 특성을 부여했다. EMP 특성을.

주먹을 움켜쥐자 뇌전의 구체가 터지며 펄스가 사방으로 퍼진다. 몸의 절반이 기계인 월타족은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해 꿈틀거렸다.

“EMP…! 그런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구나. 단순히 벼락을 떨어뜨리거나, 번개를 던지는 게 얼마나 무식했는지 알겠어.”

정수연이 연신 감탄했다. 나를 보는 시선이 약간이지만 변한 것 같았다.

나는 쓰러진 월타족 2마리를 끝장냈고, 정수연은 월타족 1마리를 끝장냈다. 월타족은 7마리라고 했으니 남은 건 3마리다.

일단 1마리를 죽인 순간부터 꼴등은 면했다고 보면 된다. 이 침식 현상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가디언들이 있을 테니까.

‘저기 숨기 딱 좋은 언덕이 있는데…. 저 뒤에서 섹스하자고 하면 할까? 안 하겠지?’

전투에 누구보다 진지한 정수연이다. 안 할 것이다.

“방금 EMP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는 없는 거야? 원하는 기계만 무력화 시키거나.”

“EMP를 미세 조정해서 쏘아내면 가능하지. 근데 그럴 바엔 한 번에 다 터트리는 게 더 위력적이고 효율적일 텐데?”

“방금 네 EMP 때문에 내 스마트폰이 망가졌어.”

“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내 스마트폰은 유희 생활 어플 덕분에 EMP를 정통으로 맞아도 망가지지 않으니까.

“…새로 하나 사줄게.”

정수연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함께 걷던 도중의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 발자국. 월타족은 하반신이 없으니 사람의 것일 수밖에 없다.

정수연이 느닷없이 내 손을 잡았다.

나와 그녀의 인기척이 옅어진다.

“이건?”

“내 능력 중 하나야. 옅은 인기척. 일반인에게 100% 통하지만, 가디언에겐 가까이 가면 들키니 주의해.”

“가디언을 경계하는군. 아, 가디언을 죽이고 능력을 빼앗게?”

“난 가디언이라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죽이지 않아.”

“……그래?”

원작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죽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날 죽이지 않았던가.

“난 날 방해하는 놈, 아니면 현상금 걸린 놈만 죽여.”

“내가 널 방해했었던가?”

“넌 현상금 걸렸었어.”

“어떤 미친놈이?”

아무리 뒷세계라도 천일 그룹이 두렵지 않나. 의뢰인은 물론이고 의뢰받은 놈도 지구 끝까지 추적할 텐데.

“내가. 널 보자마자 현상금을 걸었어. 2천 원 정도. 널 죽이고 돌아가는 길에 현상금으로 음료수를 사 먹었어.”

“…콜라? 사이다?”

“솔의 눈.”

“미친년. 혹시 민트 초코도 먹냐?”

“냉장고에 있어. 좀 나눠줘?”

“파인애플 피자는?”

“가끔 시켜 먹어.”

미친년인가 진짜. 미식가인 나는 입도 못 대는 것들이었다. 새삼 미친년에게 엮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여자를 다른 놈에게 줄 수는 없지.

“네가 내게 현상금을 건 이유가 뭐야?”

“개망나니잖아. 영광회와 관련 있을 줄 알았고. 겸사겸사 능력도 빼앗고.”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 마약에 취해 무방비로 놓여 있었다. 나를 죽인 이유는 납득간다.

“영광회란 건 뭔데? 왜 그놈들을 쫓는데?”

“사회의 쓰레기들. 대한민국을 자기들 뜻대로 가지고 놀려는 놈들. 아버지의 연구 성과를 빼앗고 죽인… 원수들.”

그녀의 눈동자에 스산한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갈무리한다. 평소처럼 냉정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춘다.

“영광회에 관해선 나중에 자세히 말해줄게. 네 도움도 필요하니까.”

“네 복수인데 내 도움이 필요해?”

“이용할 건 다 이용할 거야. 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야. 내 몸도 말이야.”

이대로 있으면 계속 피곤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영광회를 찾아내 없애야겠다. 그럼 정수연의 독기도 한풀 꺾일 테지.

내가 걸음을 멈췄다. 기감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내 손을 잡은 정수연은 깨닫지 못한 듯 계속 앞으로 걸어가다가 멈췄다.

“왜?”

“근처에 사람 있어.”

나와 그녀는 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3명의 남자가 모여 있었다. 그들 주위로 월타족 시체 2개와 사람 시체 5구가 보인다.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끝낸 모양이다.

“…조작귀.”

얼굴에 태극 문신을 한 남자를 보고 정수연이 중얼거렸다.

“조작귀? 유명한 놈이야.”

“2억짜리 현상범. 실을 조작하는 능력을 가졌어. 그 옆에 있는 놈은… 정신파괴자. 현상금 3억.”

정신파괴자는 키가 150밖에 되지 않는 중년 남자였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신파괴자?”

“별명 그대로 재상의 정신을 파괴하는 능력을 가진 놈이야.”

“아… 그래.”

절대정신 괜히 빠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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