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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22화 (1,802/2,000)

< 2022화 > 2022. 뉴타입

콰아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작은 건물 하나가 불타올랐다. 마영재의 경호원들이 머무는 숙소였다. 말이 경호원이지 그 정체는 마영재를 따르는 조폭들이었다.

“습격이다!”

“어떤 미친 새끼가!”

“최공진파! 최공진파 놈들의 짓거리다!”

경호원들이 소리치며 우르르 몰려간다. 나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애매한 놈들이군.’

몇몇 경험 많아 보이는 놈들을 제외하고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몇몇은 눈치를 보며 자기 목숨부터 챙기려고 했다. 오랜 평화에 찌들어 싸우는 법도 잊어버리는 놈들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는 주먹질로 싸우지 않으니까.

‘훈련을 받더라도 저놈들은 군대가 아니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군대는 사람을 가린다. 제대로 된 정신이 박힌 놈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군기를 유지한다. 그에 반하면 경호원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

‘일은 쉽게 끝나겠네.’

우리는 제각각 따로 행동했다.

무식한 근육 덩어리인 노경학은 겉모습만큼이나 무식하게 내달렸고, 중학생인 척하는 양유라는 깨닫고 보니 사라져 있었다. 정수연은 사람들의 시선과 설치된 카메라를 피해 조용히 움직였다. 나는 정수연의 뒤를 따라갔고.

‘노경학. 그 새끼를 어떻게 죽이지?’

머릿속으로는 노경학을 죽일 방법을 찾는다. 우선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정수연과 떨어져야 했다. 다짜고짜 거리를 벌리면 정수연이 의심할 것이다.

마영재가 있는 본채로 뛰어가는 도중 경호원과 마주쳤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경호원은 권총을 빼 들더니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나와 정수연은 재빨리 조경용 나무 뒤로 피했다. 가디언이라고 해서 총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었으니까.

“옅은 인기척 사용 중이지 않았어?”

“옅은 인기척은 잔뜩 경계하고 있는 상대에겐 안 통해. 몸을 투명하게 하거나, 인식되지 않게 해주는 능력이 아니니까.”

후욱. 후욱.

흥분한 경호원의 숨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뻔하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몸을 드러내면 방아쇠를 당길 테지.

“나와! 나오라고 이 새끼들아!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침입한지 모르겠지만, 나오자마자 벌집으로 만들어 주마!!”

허세다. 놈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경호원은 이번이 처음 겪는 실전인 것 같았다.

정수연은 손가락에서 와이어를 뽑았다. 와이어가 땅으로 파고들더니 흙 인형이 몸을 일으킨다. 흙 인형이 나무 밖으로 나섰다.

탕탕탕탕탕!

경호원은 흙 인형에 아주 시원하게 총알을 갈겼다. 총성이 멎자마자 정수연이 뛰쳐나갔다.

“으아아아아악!”

경호원이 비명을 지른다.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려다가 복싱 자세를 취했다. 의미 없는 짓이다. 정수연의 어퍼컷을 맞고 그대로 녹다운. 기절한 놈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화련비도를 들고 쓰러진 경호원에게 다가갔다.

“뭐해. 이 새끼 안 죽여?”

“포스도 쓸 줄 모르는 일반인이야.”

“그런데?”

“이미 제압 끝났어. 죽일 필요 없어.”

“일반인아라고 못 싸우나. 총 쏘는 거 봤잖아. 포스 각성자든, 가디언이든 심장이나 머리에 총알 박히면 죽어.”

서걱.

경호원의 목을 베었다. 정수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할 거면 제대로 해. 어설프게 하지 말고.”

“…….”

정수연은 대답 없이 몸을 돌렸다. 정수연의 무른 점이었다. 상대가 일반인이면 힘이 빠지고 마는 점.

저래서는 언젠간 한 방 맞을 것이다. 지금의 정수연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수연과 함께 창문을 깨부수며 본가 안으로 침입했다. 본가 입구에서 노경학이 멧돼지처럼 돌격하고 있었기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의 비명이 터진다. 우리는 무시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집안의 주인은 가장 높고, 가장 좋은 방에 있길 마련이니까.

3층 복도에 경호원들이 있었다.

“적이다!!”

정수연이 양손에서 와이어를 뽑아 휘저었다. 10개의 와이어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총알을 쳐냈다.

나는 발을 통해 지면으로 뇌전을 흘려보냈다.

파지지지지지직!

복도 바닥에 푸른 뇌전이 흐흐르며 복도 위에 있던 경호원 7명을 일제히 감전시켰다. 감전당한 놈들은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쓰러졌다.

일반인 2명은 버티지 못하고 감전사. 5명은 포스 각성자라 살아 있었다. 정수연을 힐끗 바라봤다. 내 눈빛의 뜻을 알아들은 것일까. 정수연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주워 기절한 놈들의 머리에 총알을 하나씩 박아줬다.

“들어가자.”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던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경호원들이 괜히 지키고 있던 게 아닌 듯 목표였던 마영재를 발견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마영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나와 정수연을 노려봤다.

“이 연놈들. 정체가 뭐냐? 누가 보냈냐? 어?”

나는 마영재의 옆에 있는 여자를 봤다. 빈말로도 예쁘거나 귀엽다고 할 수 없는 여자였다.

키는 작은데 몸을 옆으로 늘어나 있다. 얼굴과 목에 살집이 많았다. 입도 굉장히 크다.

두꺼비.

두꺼비 인간이란 말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지옥에서 따먹히고 있는 니 애미가 보냈다. 병신 새끼야.”

나는 중지를 살랑이며 마영재에게 다가갔다. 다짜고짜 패드립을 받은 마영재는 순간적으로 두 눈을 끔뻑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미친놈이 어디서… 잠깐. 너 천일 그룹의 개망나니잖아?! 제 가족을 쳐죽인 희대의 패륜살인마!”

“개나 소나 날 아네.”

헛웃음을 흘렸다. 어지간히도 유명해진 모양이다. 하긴 기자회견에서 기자를 줘패고 망언까지 지껄였으니 대한민국에서 날 모르는 쪽이 더 이상하다.

“네놈에게 치도리를 먹여주마.”

파지지지직.

오른손에 번개를 일으켰다. 내 손에 뭉쳐진 번개는 사방으로 튀며 어두운 방 안을 밝혔다. 마영재의 얼굴이 싹 굳어진다. 마영재는 일반인이었다.

“이 새끼 막아!”

두꺼비 년이 내게 점프했다. 어떻게 된 게 두꺼비처럼 펄쩍 뛰었다. 손에 뭉쳐져 있던 번개를 두꺼비에게 던졌다. 두꺼비는 뱃살로 번개를 막아냈다. 번개는 두꺼비 년의 몸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사그라들더니 사라졌다.

‘육체 강화 쪽 능력인가? 피부를 강철로 변하게 하는 종류일 수도 있겠군.’

한 번 더 뇌전을.

이번에는 손이 아닌 화련비도에 담는다. 푸른 뇌전은 화련비도에 닿는 순간 반전하여 붉은 뇌전이 되었다. 일반 뇌전보다 훨씬 강력한 적뢰. 이거라면 두꺼비도 무시하지 못 하리라.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순간, 정수연은 옅은 인기척을 사용해 조용히 마영재에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영재가 눈치챘다. 바로 몸을 돌려 창문으로 뛰었다. 쨍그랑! 놈은 3층에서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착지했다.

‘포스 각성자였나? 잘 안 느껴졌는데. 아주 잘 숨겼군.’

정수연이 짧게 혀를 차며 창문 쪽으로 내달린다. 두꺼비 년이 입을 쩍 벌렸다. 혀가 채찍처럼 늘어나 정수연의 머리를 노린다. 정수연은 위로 뛰었다. 천장을 박차며 뒤로 물러나 혀를 피한 것이다.

“이 씨발년! 어디 가려고 그래? 좆같이 생겨서는 쥐새끼처럼 행동하긴! 너 같은 년은 모가지가 꺾여 죽여야 해.”

“두꺼비.”

“씨발년이! 누구보고 두꺼비라는 거야? 이 창년이!”

“두꺼비.”

“개씨발년이!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밖에 없어? 저능아년! 넌 죽어야 해!”

“두꺼비.”

“씨발년이이이이이이!”

두꺼비와 정수연의 살벌한 말싸움. 두꺼비는 완전히 빡 돌았는지 쿵쿵거리며 정수연에게 달려들었다. 정수연이 내게 마영재를 쫓아가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녀에게 따봉을 날려주고 창문 밖으로 뛰었다.

저래 보여도 두꺼비년은 꽤 강했다. 내게 훈련받은 정수련이라 해도 바로 따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마영재부터 잡아서 기절시키고, 노경학을 죽이자.’

마영재가 헐레벌떡 뛰었다. 그 속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빨랐다.

‘무술 같은 걸 배운 몸은 아니었는데… 귀찮게 하네.’

주머니에서 담배 케이스 비슷한 걸 꺼낸다. 안을 열자 주사기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 파란색 주사기를 꺼내 팔뚝에 찔러넣었다. 마약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몸에 스며든다.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기분까지 좋아졌고.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몸에 뇌전을 휘감고 앞으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마영재를 앞질러 그 앞을 막아섰다.

“겨, 경호원! 경호원은 뭐 하는 거야?!!”

깜짝 놀란 마영재가 뒤로 넘어졌다. 다시 벌떡 일어난 놈이 소리쳤다. 나는 피식 웃으며 주변을 가리켰다.

검은 정장을 입은 혐상궂은 경호원들은 모두 뒈져 있었다. 대부분 6~7등분 되어 있는 채로.

양유라의 짓이다. 여중생 같은 모습으로 적을 써는 게 취미인 여자라 원작에서 나왔으니까.

털썩.

마영재가 절망하듯 주저앉는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화련비도의 칼날이 달빛을 받아 빛난다. 팔다리를 잘라 도망가는 걸 막을 것이다. 포스 각성자이니 사지가 잘려도 죽지 않을 테지.

“이럴 수는… 이럴… 이럴 수는….”

마영재가 실성한 것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화련비도를 치켜들었다.

“이럴 수는 없다!!”

마영재가 소리치며 입을 크게 벌렸다. 뾰족한 혀가 고무처럼 길어져 내 목을 노린다. 나는 고개를 까딱여 혀를 피했다.

“씨, 씨발….”

“너무 뻔하잖아. 연기부터 시작해서 너무 뻔해.”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뭐 재밌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어울려 줬는데 좆도 아니었다. 나는 실망감을 갖고 놈의 얼굴을 바라봤다. 놈의 몸과 얼굴이 커져 있었다. 아까 본 두꺼비년과 비슷하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너 인간 아니지?”

마영재가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피드백! 피드백! 피드백! 와서 이 새끼를 죽여!!”

“그 새끼가 여기 올 리가 있겠어? 자기 집에서 잠이나 쳐자고 있을 텐데.”

지이이이이잉.

공간이 갈라지고 누군가가 나타난다. 나는 화련비도를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갈라진 공간이 아니라, 마영재를 향해서.

“끄아아아악!”

마영재의 양다리가 잘렸다. 마영재가 쓰러지는 것과 함께 놈이 나타났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굉장히 발달한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하하하. 피드백 등장이요!”

놈이 말하며 손을 휘둘렀다. 검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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