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화 > 2023. 뉴타입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검기를 화련비도로 쳐냈다. 이 검기는 내가 방금 날린 검기와 형태와 위력이 똑같았다.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건 피드백의 능력임을 알아봤으니까.
피드백의 능력은 간단히 말해 돌려주는 능력이다. 반사랑은 다르다. 나는 검기를 피드백에게 던진 것도 아닌데도 검기가 피드백되어 날아왔으니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의사!! 의사!!!”
양다리를 잃은 강원도지사 마영재가 소리친다. 피드백은 그 모습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도지사님. 좀 조용히 하시지요. 제가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지금 당신이 병원에 가면 정체가 다 탄로 납니다. 다리야 나중에 다시 붙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피드백이 쾌활하게 웃는다. 마영재의 주머니에서 빛바랜 보석 같은 돌멩이가 흘러내린다. 진짜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리 없으니 아이템일 것이다. 피드백을 이 자리에 소환한 아이템.
“다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군. 천일 그룹의 막내가 왜 강원도지사를 노린 거지? 이건 명백한 테러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도전하고도 멀쩡할 수 있을 것 같나?”
“눈깔이 맛이 갔나? 저 괴물이 강원도지사? 저게 정녕 인간으로 보이나?”
피드백은 마영재를 힐끗 바라봤다. 그리곤 뻔뻔하게 말했다.
“사람 외모 가지고 놀리지 마라! 못생기긴 해도 그는 인간이다!”
“우길 걸 우겨라. 아무리 봐도 다른 종족이잖아. 아, 피드백. 네놈도 저것과 같은 종족이냐?”
“아니, 나는 인간이다!”
피드백이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을 순순히 믿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관심도 없었고.
나는 마약 담배를 입에 물고 한껏 빨았다. 집중력이 올라간 것을 느끼며 피드백을 향해 돌격했다.
화련비도가 붉은 궤적을 그렸다. 노리는 것은 피드백의 목. 죽일 수 있을 때 죽인다.
까앙!
허공에서 화련비도와 똑같은 칼날이 튀어나와 내 공격을 쳐냈다.
‘검기뿐만이 아니라 화련비도의 칼날까지 구현할 수 있나. 내가 휘두르는 속도와 힘, 그 안에 담긴 포스까지 똑같군. 다른 건 방향. 방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거군.’
중개업자 강은숙은 작전 시작 전 피드백에 관해 브리핑했었다. 마영재와 가장 가까운 가디언이 피드백이니까. 피드백은 자기 주변 10m 내의 공격을 피드백할 수 있다고 했다. 근거리, 원거리 어떤 공격이든 가리지 않는다.
피드백의 조건은 인식. 공격을 인식해야만 돌려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놈이 인식하지 못하는 공격을 날리면 된다는 거다.
‘말과 달리 쉽지 않다.’
피드백은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최상위권 가디언이었다. 10년 넘게 가디언으로서 활동해 온 만큼 그의 전투력은 어중이떠중이와는 격이 달랐다.
칼을 휘두르지 않고 피드백에게 접근한다. 공격하지 않았기에 피드백은 공격을 피드백할 수 없었다. 멀뚱히 서 있는 놈에게 접근했다.
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뻔히 보고 있는데 공격해봤자 능력을 써서 역으로 날 공격할 테니까.
“하하. 내가 얕보인 모양이군. 사람들은 내가 서울이 아닌 강원도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내 힘을 절하하고 무시하지. 나는 약해서 서울에 가지 못해서 강원도에 있는 게 아니야. 그걸 네게도 증명해 주마.”
피드백의 오른 주먹이 날아온다. 페이크다. 진짜는 발차기. 나는 옆으로 뛰어 놈의 발차기를 피했다. 반사적으로 내 주먹이 앞으로 나갔다. 놈이 능력을 발동했다. 내 머리 위로 내 주먹과 똑같이 생긴 주먹이 떨어진다.
‘내 주먹까지 능력의 대상인가.’
좀 많이 짜증 나는 능력이다. 손바닥으로 주먹을 받아 내며 벼락을 떨어뜨렸다. 피드백은 벼락을 피하지 않고 맞았다. 놈은 벼락을 맞았는데도 멀쩡했다. 피해라곤 머리카락 끝이 탄 정도가 전부다.
‘벼락은 알아차렸다. 맞기 전에 포스로 몸을 보호했으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 피해가 없어. 입고 있는 옷이 아이템인가.’
피드백이 씩 웃는다.
“돌려주지.”
놈의 몸에서 번개가 튀어나와 내게 쇄도한다. 나는 번개를 쳐내려 칼을 휘둘렀고,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 칼이 구현되어 나를 공격한다.
공격하면 내 공격이 적의 공격이 되어 날아오고, 그 공격을 쳐내면 또 다른 공격이 되어 날아온다.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아주 뭣 같은 전투 방식이다.
피드백의 공략법인 인식 할 수 없는 공격? 말은 쉽다. 이미 놈의 감각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아, 씨발. 존나 귀찮네.”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머리까지 써가면서 놈과 싸워야 하나? 나는 정수연이 아니다. 정수연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머리를 써가며 싸운다.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마구잡이로 싸우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니까.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 머리 써가며 싸웠었나?
“하하. 이대로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다. 너와 천일 그룹은 후에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말이다. 강원도지사가 습격받은 사건에 대한민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확실히 천일 그룹이라고 해도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긴 했다. 직접적으로 국가 공권력에 도전한 거나 다를 바 없으니.
“내가 언제 도망간다고 했나?”
“지금 죽겠다고? 흠. 네 선택을 존중해 주마!”
피드백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신의 승리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배알이 꼴렸기에 바로 행동으로 나섰다.
공격의 연쇄를 끊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허공에서 화련비도의 칼날이 구현되어 내 어깨로 떨어진다. 칼을 휘둘러 쳐낸다. 이번에는 옆에서 구현된 칼날이 내 옆구리를 노린다. 피하려고 했는데 살짝 늦었다. 피하려고 했는데 살짝 늦었다. 무시하고 전진했다.
“이런 자포자기한 건가. 목숨을 걸고 돌진한다라… 내가 상대한 놈 중 절반 이상이 그런 선택을 했었지. 그리고 전부 죽었고.”
철컥.
피드백의 소매에서 칼날이 튀어나와 내게 쏘아진다. 피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깝다. 칼을 휘둘러 쳐냈다. 그것 또한 놈이 공격으로 인식했기에, 허공에 칼날이 구현되어 내게 떨어진다. 왼쪽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무시했다. 어차피 거리는 가까워졌으니까.
피드백의 다부진 얼굴에서 웃음이 자취를 감췄다. 진지해진 놈이 몸 곳곳에 숨겨뒀던 단검을 던지거나 휘두른다. 나는 그것들에 반격하지 않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했고, 피할 수 없으면 급소만을 지켰다. 팔과 다리, 몸통에 단검이 꽂혀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 미친놈이….”
피드백의 여유가 사라지고 그가 느끼는 공포가 보였다.
놈이 뒷걸음질 쳤다. 나는 더 빠르게 놈에게 다가갔다. 놈이 1보 후퇴하면 나는 2보 전진한다.
거리가 닿았다.
칼이 닿는 거리.
망설이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놈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허공에 내 공격이 구현되어 내 공격을 막았다.
“넌 이미 피를 잔뜩 흘리고 있다! 버티기만 하면 내 승리다!”
“버틸 수 있다면 말이지.”
공격을 이어간다.
뇌천류는 일부러 쓰지 않았다. 너무 위력적인 공격은 되돌아왔을 때 더 위험하니까.
공격과 공격이 부딪친다. 피가 튀고 시야가 어지럽혀지며 놈의 빈틈이 생겨났다. 망설임 없이 그 빈틈에 칼을 찔러넣었다.
“크아아아아악!”
옆구리가 베인 놈이 비명을 지르며 내 목을 노려 단검을 찌른다. 어깨로 단검을 막으며 화련비도를 놈의 몸을 쑤셨다.
푹푹푹!
푹푹푹!
나와 놈은 증오를 담아 미친 듯이 칼과 단검을 휘둘렀다.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은 자신의 능력을 수비적으로만 사용했다.
피드백은 살아남기 위해 단검으로 내 몸을 쑤셨고, 나는 그저 놈을 죽이기 위해 칼을 쑤셨다.
피가 튀었다.
놈은 능력을 사용해 어떻게 해서든 급소만을 방어했다. 반면에 나는 급소고 뭐고 공격했다. 거리를 좁히기 전까지 당한게 있었기에 불리한 건 내 쪽이었다.
털썩.
먼저 쓰러진 건 내 쪽이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하, 하하. 잠깐 식겁했군.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몬스터보다 더 몬스터 같은 놈…. 미친놈이 괜히 미친놈이 아니군.”
여유를 되찾은 놈이 웃었다. 놈은 확인 사살을 하듯 내 심장에 단검을 박았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자, 잘했다, 피드백! 이제 119를 불러라! 내 다리가! 다리가 잘렸단 말이다!”
“도지사님. 침착하시죠. 아직 적들은 더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별로 위급해 보이지도 않습니다만. 근데 진짜 인간 아니었습니까?”
“그, 그건 나중에 설명하겠네.”
“뭐, 설명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사이에 중요한 건 성의 아닙니까. 이번에 제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겨서 그런데 돈이 좀 필요합니다. 걔가 건물을 좀 좋아해서….”
“알았으니 119를! 아니, 회복 계열 능력자를 불러오게!”
“음. 곧 올 겁니다. 15분은 걸리겠지만 그 정도는 빠른 겁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내가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키자, 뒤늦게 알아차린 피드백의 눈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커진다. 확인 사살까지 끝낸 놈이 갑자기 상처 하나 없이 일어났으니 그럴 만했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칼은 빛살이 되어 피드백의 굵은 목을 베었다.
서걱!
놈의 머리가 떨어진다.
“이게 바로 완전 회복의 올바른 사용법이지.”
컨디션 최고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엎어져 있는 마영재를 쳐다본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놈은 나를 올려다보며 덜덜 떨었다.
“좋은 곳으로 가자.”
마영재의 목덜미를 잡고 저택에서 벗어난다. 다른 놈들? 알아서 벗어날 것이다.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피드백은 내 손에 죽었으니 탈출 정도야 쉽게 하겠지.
‘노경학도 죽여야 하는데… 여유 시간이 없어. 다음 기회를 노리자.’
지정된 안가에 도착했다. 안가에는 강은숙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은숙은 나를 보고 놀란 듯 눈을 치떴다.
“네가 가장 먼저 올 줄이야. 놀랍군.”
“선물도 가지고 왔지.”
“마음에 드는 선물이군.”
다리 없는 마영재를 본 강은숙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