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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24화 (1,804/2,000)

< 2024화 > 2024. 뉴타입

강은숙은 마영재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악! 씨, 씨발년이!!”

마영재의 비명이 울렸다.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안가에서 좀 기다리자 다른 이들이 들어왔다.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여중생인 척하는 양유라였다. 피에 젖은 교복을 입고서는 싱글벙글 웃고 있다.

“안녕, 오빠. 아까 오빠가 피드백이랑 싸우는 걸 봤어. 시원하게 싸우던데… 그거 무슨 능력이야? 부활하는 능력?”

“알면 다친다.”

“에이. 그냥 가르쳐주지.”

양유라가 치근거렸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렀다. 다음으로 정수연이 들어왔다. 왼 다리를 살짝 절고 있었다. 상처를 입은 것 같다. 나는 짜증을 내려다가 참았다.

“우리 수연이. 두꺼비 년에게 당했구나. 그렇지? 내가 훈련까지 시켜줬는데 헛수고였어. 시간만 버렸네.”

정수연이 뺨을 살짝 붉혔다. 내 비아냥거림이 통했다는 것은 본인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건 약간 실수했을 뿐이야.”

정수연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펴봤다. 살이 좀 찢어진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당장 응급실에 가야겠지만, 가디언에겐 큰 상처는 아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만 해주면 일주일 내로 나을 것이다.

안가에 구급상자가 있었기에 직접 응급처치를 해주기로 했다.

“앉아봐. 소독하고 약 발라 줄게.”

“그 정도는 네가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할 수 있어.”

“남이 해주는 게 훨씬 편하잖아.”

이 세계에도 아이템이 존재하는 만큼 포션 같은 물건이 존재한다. 문제는 현실의 포션처럼 싸지 않았다. 이 세계에는 마법이나 연금술 같은 게 없으니까. 포션 하나당, 수십, 수백 억을 한다. 포션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정도 상처로는 쓸 수 없었다.

‘옛날 생각나네.’

응급처치.

현실에서 대학교 1학년 때 배웠다.

던전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포션이 무한한 것도 아니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응급처치법을 배웠다.

종아리 상처에 붕대를 감아준 나는 씩 웃었다.

“병원 갈까?”

“헛소리.”

정수연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기분 나쁜 건 아닌 듯했다.

응급처치를 해줬으니 보상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정수연의 가슴은 아까도 만졌으니 허벅지를 만졌다. 그녀의 허벅지는 가슴보다 훨씬 탱탱했다. 주물럭거리자 만지는 맛이 제법 있었다.

정수연과 눈이 마주쳤다. 정수연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내게 발길질했다. 백스텝을 밟으며 발길질을 피했다.

“왜?!”

“일하는 중이잖아.”

“일은 끝났는데 무슨.”

투덜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일하는 중이라 안 된다면, 일이 끝난 뒤에는 만져도 된다는 뜻이니까.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강원도까지 왔으니 호텔에서 머물러야지. 어디가 좋으려나.’

노경학이 들어왔다. 몸에 상처 흔적이 있었다. 보아하니 총에 당한 모양인데 신체 강화계 능력자라 그런지 상처가 깊지 않았다.

“오. 구급함이 있군. 혼자 하기 좀 힘든데… 수연 씨. 좀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는 알아서 해.”

정수연은 노경학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경학은 한숨을 내쉬곤 구급함을 뒤적거렸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테이였다. 그는 피곤함에 찌든 얼굴로 적당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어우 씨…. 마지막엔 경찰들까지 쫓아와서는 진짜 고생했다니까. 마영재는 생포한 거 맞지?”

마침 방안에서 마영재의 비명이 울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맞네. 난 좀 피곤해서 잘게.”

테이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았다.

마영재의 비명을 계속 이어졌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양유라는 취미인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고, 노경학은 운동하면서 정수연을 힐끔거렸다.

정수연은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 힐끗 보니 피드백의 사망 소식과 마영재의 납치 소식이 뉴스에 다뤄지고 있었다. 다행히 범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나는 정수연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몸이 아닌 머리카락이라 그런지 정수연은 얌전했다.

덜컥!

방문이 열리고 정은숙이 나왔다.

하얀 천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자고 있던 테이를 포함해 모두가 강은숙을 쳐다봤다. 분위기가 날카로웠다. 여기 있는 자들은 제각각 다른 이유지만 영광회를 적대하는 자들이었다.

“당장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알아냈다. 먼저 알아둬야 할 건 저놈은 영광회 간부는 맞지만, 인간은 아니야.”

“인간이 아니면?”

정수연이 물었다.

“토트족. 가디언인 네가 더 잘 알겠지. 몬스터의 종류 중 하나다. 저놈은 인간인 척하고 있는 토트족이다.”

“하, 괴물이 인간인 척하며 고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니…. 도지사면 장난 아니게 높은 공무원 아니야? 저런 놈이 그런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도 돼? 대한민국이 어찌 되려고….”

테이가 혀를 쯧쯧 찼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게 1차 목표라 하더군.”

“1차? 그럼 2차는?”

“중국과 일본. 그다음은 전 세계. 대한민국은 그 시작점이다. 그 후에 인류를 영광회에 종속시킨다. 그게 영광회의 목표다.”

“세계 정복? 하. 웃긴 새끼들. 그게 진짜 가능할 리가….”

노경학이 비웃었다. 그러나 두 눈은 웃지 않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절반 이상 영광회 놈들의 손에 떨어졌다. 저 계획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마영재의 말로는 영광회의 간부 대부분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계획은 50년 전부터 준비하여 은밀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은밀히 진행한 게 그따위라고?”

정수연은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덩치가 커졌으니 은밀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덩치가 너무 크면 눈에 잘 띄니까. 나쁜 소식은 저놈도 영광회 간부 전부를 알고 있는 건 아니란 거다. 자기 말로는 간부 중에서도 직위가 낮다더군.”

“설마 또 꼬리 잡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중간급 간부가 누군지 알아냈다. 놈을 잡으면 회장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

강은숙은 담담히 마영재에게 알아낸 정보들을 털어놓았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들이 상대하기로 한 영광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이 영광회의 영향력을 받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광회의 손은 정계, 재계, 가디언 등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있는 자 중 누구 한 명 겁에 질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옛적에 영광회를 죽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가장 위험한 건 역시 영광회의 회장이다. 영광회는 회장에 의해 키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장을 죽인 뒤에 영광회의 잔당들을 도륙한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합리적인 계획이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말하도록.”

“…….”

“없나 보군. 일단 헤어지고 숨도록 하지. 사태가 진정되면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

각자가 헤어지려고 할 때, 내기 나섰다. 건들거리며 강은숙의 앞으로 나섰다.

“할 말이라도 있나?”

“마영재. 그거 나한테 넘겨. 어차피 그거 내가 가져온 거잖아?”

“어차피 죽일 거 아닌가? 마영재를 데리고 있어봤자 손해만 볼 텐데?”

“따로 알아볼 게 있어서.”

정신 지배를 사용해 마영재가 숨겼을지 모를 정보까지 전부 알아낼 것이다.

강은숙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지. 우리 뒤통수를 치기엔 피드백을 죽이고 마영재를 직접 데려왔으니…. 추가로 정보를 알아낸다면 내게 알려줬으면 한다.”

“내키면.”

나는 강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호출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강원도로 온 강지호가 마영재를 데리고 떠났다.

이후 정수연과 함께 근처 호텔로 향했다.

***

영광회의 회장 상주옥은 간밤에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영재가 납치됐다라… 골치 아프군.’

영광회의 간부, 마영재. 사실 마영재는 간부가 될 만큼 유능한 놈이 아니었다. 마영재는 자기 아비로부터 그 자리를 물러받았을 뿐인 놈이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영광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영재가 고문을 견디고 영광회의 정보를 지켰을 일은… 없다. 손가락만 부러뜨려도 쉽게 불어버리겠지.’

마영재는 찾아야 한다. 그리고 죽여야 한다. 마영재는 살아 있을 때보다 죽였을 때가 더 가치 있다. 놈이 정신 지배라도 당해서 영광회에 관해 지껄이기라도 한다면 일이 귀찮아지니까.

‘마영재는 추적해서 처리한다. 전문 인력을 소집하면… 일주일 내로 처리할 수 있겠지. 마영재를 납치한 놈들을 찾아내는 건 덤으로.’

영광회를 적대하는 자들이 있다.

아무리 그가 이끄는 영광회라도 모든 일을 완벽히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설마 대놓고 일을 저지를 정도로 막장인 놈들이 있을 줄 몰랐다.

‘그렇게까지 원한을 쌓은 건가. 한 번 털고 가야겠군. 그 과정에서 적들의 정체가 걸리겠지.’

덜컥!

노크도 없이 그의 방문이 열렸다. 상주옥이 눈살을 팍 찌푸리며 다급한 표정의 비서를 노려봤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크, 큰일입니다! 지금 마영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뭐?”

비서가 방 안에 있는 TV를 켰다.

팔다리가 잘린 마영재가 기자들을 모아놓고 앉아 있었다.

-저, 저는 강원도지사 마영재입니다! 영광회 소속이고 토트족입니다! 영광회는 대부분 외계종족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를 뒤에서 지배하기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영광회의 최종 목표는 인류의 지배 입니다! 영광회 소속은 다음과 같습니다! 변호사 한조성, 판사 지운열, 강남병원장 구생구….

마영재의 입에서 영광회 소속 이름이 주르륵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영광회 소속이 아닌 자들도 끼어 있었다.

“마, 막아!”

“천일 그룹 회장이 직접 상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저희 입김이 통하지 않습니다!”

“씨발! 전투 부대! 전투 부대를 보내서 기자회견을 박살 내면…!”

“그랬다간 진짜 끝입니다!”

기자회견장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인간들을 끌어오고 있었다.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나, 인간이 아니었다. 회장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이 미친놈들은 사회적 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폭주 기관차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세상이 뒤집어지든 말든 알게 뭐냐는 듯이.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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