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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28화 (1,808/2,000)

< 2028화 > 2028. 뉴타입

새끼는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몬스터 새끼도 마찬가지다. 성체 몬스터는 끔찍해도 막 태어난 몬스터 새끼는 작고 귀여우니까.

힐끗.

정수연을 쳐다봤다. 내가 몬스터 새끼들을 죽일 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새끼는 죽이지 말라고 할 것 같았는데…. 속으로 내 욕하는 거 아니지?”

“새끼라도 몬스터는 몬스터야. 저게 성장하면 인간을 죽이겠지. 인간과 몬스터는 공존할 수 없어.”

정수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는 몬스터도 존재한다. 영광회의 회장과 그 간부들이 그러니까. 그러나 인간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당장 인종차별 문제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데 생김새도 전혀 다른 괴물을 어떻게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사람들이 영광회를 괜히 경멸하며 혐오하는 게 아니다.

가장 아래에 있는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성장기 몬스터 몇 마리가 덤벼들었지만, 나와 정수연을 당해낼 수 없었다.

콰아앙!

연구실 문을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가운을 걸친 연구원 4명이 나와 정수연에게 권총을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막(電磁氣幕) 최대출력.

총알이 날아오다 막혔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허공에 총알이 고정된 것이다. 권총 정도의 구경으로는 전자기막을 뚫을 수 없다.

자기장을 살짝 조작해 총알을 그대로 튕겨냈다. 한철손 박사를 제외한 다른 3명의 연구원들은 모두 벌집이 되어 죽었다.

‘이 능력은 나름 편리하긴 한데 빡세네. 집중력을 너무 먹잖아.’

그냥 접근해서 칼질하는 게 더 편했다.

“이, 괴물 같은 놈들…! 너희는 지금 과학 발전을, 인류의 전진을 방해하고 있다!”

한철손이 소리쳤다. 철컥철컥. 권총 방아쇠를 필사적으로 당겨도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정수연이 놈에게 다가갔다. 나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의 숙원인 복수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내게 작은 원한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다.

‘결혼할 텐데 약간의 흠이라도 잡히면 안 되지.’

의자에 앉아서 지켜봤다.

“아저씨. 오랜만이야.”

정수연의 목소리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아저씨? 그 얼굴… 설마, 정수연? 젠장. 다 알고 왔군.”

박사답게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한철손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동자를 굴렀다. 뒈진 연구원들, 적당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나. 나는 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씩 웃으며 화련비도로 시체를 푹푹 찔렀다. 한철손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린다.

“왜 그랬어?”

“뭐, 뭘 말이냐?”

“아버지를 배신했잖아. 아버지를 죽인 것도 아저씨지?”

“죽인 건 내가 아니다! 영광회가 정만수를 죽인 거야! 나는…, 나는 영광회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거다! 나도 협박당해 어쩔 수 없었다고!”

듣고 있으니 입이 근질거렸다. 끼어들기 싫었지만… 입이 너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었다.

“구라치고 자빠졌네. 조사 다 해봤어. 그때 영광회에 30억 받았잖아. 그리고 영광회가 병신도 아니고 뭐 하러 협박한 놈을 믿고 쓰겠어. 천재도 아닌 널 말이야. 수연아. 정신 지배 능력자 데려올까? 내 능력 알지? 1분이면 데려올 수 있어.”

검을 쥔 정수연은 한철손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히죽 웃으며 강화 도약을 사용했다. 정신 지배 능력자를 데려왔다.

“저, 저는 성유진 님의 노예이자, 발닦개이자, 능력보관함인 지형철입니다. 성유진 님 명령해 주십시오.”

지형철은 바닥에 공손히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내가 건 정신 지배는 풀렸는데도 이렇게 항상 저자세로 나왔다. 아주 기특했다.

“저 꼰대 새끼 보이지? 정신 지배 걸어. 심문할 게 있어.”

“…정신 지배가 안 먹힙니다. 정신 방어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벗기면 된다.

정신력이 강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때는 고문 좀 해주면 정신력이 말랑말랑해지니까.

놈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정신 방어 아이템을 빼앗았다. 지형철은 바로 한철손에게 정신 지배를 걸었다. 한철손의 눈동자가 탁 풀렸다.

“아버지를 왜 죽인 거야?”

“만수…. 그놈이 나를 무시했다. 친구인 척 날 챙겨주면서 얼마나 잘난 척을 하던지. 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속으로 화를 삭히고 있을 때, 영광회에서 내게 접근해 왔고 나는 그들과 거래했다.”

정신 지배는 만능이 아니다. 한철손이 말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 기준에서 말하는 것들이었다.

정수연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인 정만수에 관해서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해 온 것들에 대해서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철손은 영광회의 손을 빌려 사람 여럿 죽였다. 자신을 무시한 놈들을 죽였다는데…. 글쎄. 과연 정말 그들이 한철손을 무시했을까?

‘저 새끼 하는 꼬라지를 보니 무시했을 것 같긴 해.’

심문은 끝났다.

정수연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정신 지배 풀어.”

“네, 넵. 사모님.”

“…….”

사모님이란 호칭에도 반발하지 않았다. 이거 마음속으로 이미 날 지아비로 인정했다는 뜻 아닌가? 일이 아주 잘 풀리고 있었다.

정신 지배가 풀린 한철손은 바닥에 무릎 꿇고 손을 싹싹 빌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뭐든 하겠습니다. 경찰에게 제 죄를 전부 알리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속죄? 그걸 할 놈들은 아예 이런 짓거리를 안 저지른다.

정수연이 검을 들었다. 정련된 살기를 보니 한철손을 죽이고 복수를 깔끔하게 끝낼 모양이었다.

‘좀 아쉽군. 나라면 죽이지 않고 고통을 줬을 텐데.’

팔다리를 자른 채 좁은 관 안에 집어넣고 수명이 다해 뒤질 때까지 관리했을 것이다. 가끔 꺼내서 고문 좀 해주고. 아마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겠지.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훈수를 억눌렀다. 정수연의 성격상 고문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복수에 너무 간섭하는 것도 좋지 않다.

서걱!

황철손의 머리가 떨어졌다.

복수를 끝낸 그녀는 살짝 몸을 떨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나 또한 지형철을 내버려 두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기 있는 연구자료들은 머슴들이 알아서 챙길 것이다.

연구소 밖으로 나온 그녀는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복수를 끝낸 기분은 어때? 상쾌해?”

“…조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분은 좋아. 상쾌해. 이 일에 관련된… 영광회 회장도 죽여야겠지만.”

영광회 회장은 결국 죽는다.

그걸 알기 때문일까. 정수연의 몸에서 독기가 빠져나갔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 웬일인지 그녀는 순순히 끌려왔다.

“결혼은 다음 주로 할까?”

“한 달.”

“그러지 뭐.”

“…한 가지 알아둬. 널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야.”

“그럼 왜 결혼하는데?”

“돈 때문이야. 덤으로 내 자식을 아빠 없이 키우고 싶지 않아. 아빠 노릇은 제대로 해야 할 거야.”

“네가 마누라 노릇을 제대로 한다면.”

그녀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이 포개진다. 정수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강화 도약을 사용해 영광회 회장 상주옥이 있는 제주도 별장으로 이동했다. 포인트를 사용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는 건 귀찮았으니까. 시간은 금이다. 빨리 일을 끝내고 정수연을 따먹어야 한다. 결혼식장 같은 것도 알아보고.

별장으로 쳐들어갔다. 가로막는 상주옥의 부하들은 단칼에 썰었다. 상주옥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멈춰!”

상주옥이 외쳤다. 놈은 자신의 머리통에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자살이냐?”

“어차피 전부 끝났다. 감옥에 갇히더라도 나는 이종족이니 평화로운 감옥 생활을 하지 못하겠지.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좀 곤란했다.

상주옥이 죽으면 퀘스트가 완료된다. 내 계획은 상주옥의 팔다리를 자르고 결혼식과 신혼여행 날까지는 살려둘 생각이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신혼여행을 즐겨야 하지 않나.

“권총 내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거야.”

“하하. 네놈이 그딴 말을 지껄일 줄이야. 네놈 때문에 내 계획이 모두 망했다!! 인간과 이종족이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단 말이다!!”

“인간과의 협력? 인간을 지배하는 게 진짜 목적이었으면서 지랄은.”

“…마지막으로 네놈에게 좋은 정보를 알려주마. 인간은 결국 멸망할 거다. 천사의 가호를 받는 건 너희 인간만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잘 생각해라. 약해빠지고 미개한 네놈들은 결국 죽을 것이다!”

탕!

놈은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혀를 찼다. 가속 스킬이 있었으면 찰나로 막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죽은 게 확실한가?’

시체를 확인했다. 죽어서 그런지 변신이 풀리고 원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절반은 콘도르, 절반은 기계. 하반신은 없고 커다란 날개가 있으며 손가락 7개의 양팔이 있는 괴물. 월타족이었다.

확인 사살을 할 필요도 없이 놈은 완벽하게 죽어 있었다.

‘젠장. 퀘스트도 클리어군. 신혼여행을 하고 싶은데….’

그때였다.

황금빛과 함께 천사가 나타났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는 3살 정도의 아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손에 뿔 나팔을 든 천사가 날 보며 빙그레 웃는다.

“너는 나의 전사야.”

“원하는 게 뭐냐.”

“신의 총애를 얻기 위해 우리의 세계를 파괴하려는 놈들이 있어. 경쟁자를 죽여야지. 힘이 부족해서 침략할 수 없었지만… 너라면 될 것 같거든.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네 능력이 어디까지 한계인지 모르겠어.”

“……그렇군.”

퀘스트 성공 조건은 대한민국의 안전.

퀘스트 완료 소식이 뜨지 않았다는 것은 대한민국은 아직 안전하지 않다는 거다.

‘대한민국의 위험은 영광회뿐만이 아니었다. ……근데 이거 애초에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위험한 거 아니야?’

퀘스트가 바로 끝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다 좋은데 한 달 뒤에 하자. 그때 결혼식이 있거든. 그때 너도 와서 축하도 좀 해줘.”

“그건 너를 너무 편애하게 되는데?”

“어쩌라고. 내 협력은 필요 없냐?”

“음. 알았어. 해줄게. 이종족 새끼들을 죽일 수 있으면 그쯤이야.”

***

뿌우우우우우우.

뿔 나팔 소리가 월타족 세계에 울렸다.

월타족 세계의 가디언들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과 동시에 천사의 계시를 받았다.

「성유진의 침략

인간 세계에서 성유진이 침략합니다!

가디언 여러분은 전투를 준비해 주십시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대기 시간: 30:00」

「성유진이 붉은 칼을 들고 있습니다.」

「성유진은 미녀를 좋아합니다! 매우 좋아합니다! 근데 인간 여자만 좋아합니다.」

「성유진은 학살을 준비합니다. 마약 담배를 뻑뻑 피우며 대기 중입니다.」

「5시간 내로 성유진을 죽여야 합니다.」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두려움을 벗어 던지십시오. 성유진을 죽이지 않으면 월타족은 멸망할 것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죽여! 알겠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성유진을 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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