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화 > 2030. 뉴타입
월타족을 죽이는 필살 콤보를 발견했다.
강화 도약 > EMP > 폭진뢰 > 평타.
중요한 건 EMP 였다. 떨거지들은 EMP에 당해 지상으로 떨어져 기절한다. 떨거지가 아니더라도 EMP를 막기 위해선 집중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놈들이 EMP에 집중하는 순간 폭진뢰로 단번에 쓸어버린다. 그래도 남아 있는 놈들은 칼질로 마무리.
필살 콤보를 5번 정도 반복하니 하늘에는 나 말고 없었다. 살아 있는 월타족은 죄다 EMP에 당해 땅으로 추락한 놈들뿐이다. 나는 지상으로 내려가 한 마리, 한 마리 쳐 죽였다.
「월타족 500명을 전부 죽였습니다!」
「진정한 침략이 시작됩니다! 월타족을 최대한 죽이십시오! 인류의 복수를 할 때입니다! 인류를 위하여!」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인류를 위하여.”
***
월타족의 행성인 월타성은 지구보다 그 크기가 절반 이상 작았다. 지구에는 수백 개의 국가가 있는 반면, 월타성의 국가는 10개도 되지 않았다. 이 10개가 되지 않는 국가 중에서 가장 강대한 것은 ‘플라타니 제국’이다. 월타족 세계의 중심이라 불릴 수 있는 국가다.
플라타니 제국의 황제 오르포스는 거대한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날개를 버리고 옥좌에 몸을 연결하여 제국을 관리하는 황제였다. 살아온 세월만 해도 200년이 넘었다. 그가 지금 맹렬히 분노하고 있었다.
오르포스 황제가 분노한 이유는 눈앞에 뜬 알림창 때문이었다.
「침식 현상을 막지 못했습니다.」
「성유진이 세계를 침범합니다.」
「인간 하나 죽이지 못하나?」
「머저리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유진을 죽여라.」
월타족의 수호신인 천사가 실망했다. 그 실망감이 절절하게 느껴졌기에 황제는 분노했다.
“성유진! 그놈은 어디에 있는 거냐?!”
옥좌가 가동했다.
옥좌는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월타족들은 성체가 되면 몸의 반신을 기계로 바꾼다. 그게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다른 왕국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다른 왕국들은 모두 제국에 굴복한 속국이니까.
옥좌는 모든 정보를 취득하여 알렸다.
성유진은 동쪽에 있는 섬나라에 떨어졌다. 그리고 독가스를 퍼트려 아이, 어른, 노인 가리지 않고 모조리 학살했다. 독가스가 얼마나 지독한지 포스 각성자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버티는 것은 천사와 계약한 가디언과 방독 기능을 가진 병사들이었다.
-투펭의 수도에 독가스가 퍼지며 백성 3,000 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투펭의 지방 도시에도 독가스가 퍼졌습니다. 놈은 공간이동 능력을 가졌습니다. 공간이동 능력으로 언제든지 제국으로 쳐들어올 수 있습니다. 제국 수도의 절대방호 시스템을 긴급 가동합니다. 공간이동을 막을 가능성은 30%입니다.
-투펭의 사망자는 1억 2천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독가스에 의해 땅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난민이 몰려듭니다. 혼란이 가속되고 있습니다.
-군대가 투입되었습니다.
-…함정입니다. 성유진이 투펭의 폭탄으로 함정을 만들었습니다. 진격하던 군대가 전멸했습니다.
-파악된 성유진의 능력은 공간 이동, 전기 조작입니다. 공간 이동 직후에 일어나는 EMP가 매우 위협적입니다. EMP 대책이 필요합니다.
-EMP 차단 기계를 장비하면 되지 않습니까?
-성유진의 EMP가 너무 강합니다. EMP 차단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포스로 몸을 보호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성유진과 협상해야 합니다. 놈은 인간이란 종을 초월했습니다.
-우리의 어린 아기들이 놈에게 죽었습니다. 협상을 해선 안 됩니다. 철저한 복수가 필요합니다.
옥좌를 통해 신하들의 의견이 들어왔다. 황제는 옥좌를 통해 성유진의 전투 방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옥좌는 백성은 물론이고 병사들과도 이어져 있으니까. 옥좌야 말로 월타족의 네트워크 그 자체다.
황제는 저 멀리, 섬나라에 있는 성유진이 날뛰는 꼴을 볼 수 있었다. 성유진은 뭔지 모를 약을 씹으며 월타족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리고 군사들이 모인 군대에 커다란 폭탄을 떨어뜨렸다. 성유진이 낄낄 웃으며 공간 이동으로 모습을 감췄다.
직후, 빛이 반짝였다.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에서 위로 치솟는 거대한 버섯구름을 목격했다.
핵폭발이 군대를 휩쓸었다.
-…….
-…….
-…….
오르포스의 신하들이 침묵했다. 그들의 경악과 공포가 옥좌를 통해 느껴졌다. 황제는 그들이 패닉에 빠르기 전에 능력을 사용해 옥좌를 조작했다. 백성들의 공포를 적절히 억누르며 분노를 키웠다.
“놈은 우리와 협상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살기 위해선 놈을 죽여야 한다.”
사라졌던 성유진이 나타났다.
그것도 제국 남부에.
놈은 독가스를 뿌리는 대신에 핵폭탄은 뿌리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제국에 버섯구름이 연달아 피어났다.
수십 년 동안 발전했던 도시가 핵폭탄에 의해 사라진다.
-고향이! 고향이 불타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 도와주십시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백성들의 절망이 옥좌를 통해 절절히 느껴진다.
-핵미사일! 우리도 핵미사일로 놈을 죽여야 합니다!
“허락할 수 없다. 놈은 공간 이동 능력을 갖고 있다. 핵미사일로 놈을 죽일 수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게 된다.”
적은 군대가 아니라 한 명이다.
한 명을 죽이겠다고 대량살상무기를 남발할 수 없었다.
“핵미사일은 아껴둬라. 놈을 죽이고 인간 세계를 본격적으로 침략하겠다. 인간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황제 폐하시여! 놈을 어떻게 죽여야 합니까?!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가디언에게 알린다. 지금은 세계의 존망이 달린 비상사태다. 나의 부름을 거부하지 마라! 가디언들이여, 집결하라!!”
파파파파팟!
전 세계에 있던 가디언들이 황제의 부름을 받고 집결했다. 황제는 그들을 보며 외쳤다.
“절대방호 시스템을 해제해라. 내가 직접 나서겠다. 제국의 수도에서 놈을 죽이겠다. 내 힘이 직접적으로 닿는 수도에서라면 핵폭탄도 억제할 수 있다.”
-오오, 황제 폐하시여!
“놈은 거침없이 행동하고 있다. 우리 월타족의 정보를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곧 놈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준비하라.”
***
지구에서 가져온 핵폭탄을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내 떨어뜨렸다.
핵폭탄을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쓸 때마다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고생해서 쌓아 올린 문명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쾌감이란 정말이지….
나는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버섯을 감상하다가 강화 도약을 사용했다. ‘감시의 눈’이라는 아이템을 하늘 위로 띄워 인공위성처럼 이용했기에 이 세계 어디로든 강화 도약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강화 도약을 사용했습니다.]
[100 포인트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거리에 따라 포인트를 사용해야 했지만. 나는 다른 도시에도 핵폭탄은 선사해 주었다.
‘슬슬 제국 수도로 가볼까.’
월타족 세계에 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지구에서 몰래 활동 중인 월타족을 붙잡아 심문하여 그 정보를 뜯어낸 것이다.
‘황제가 이 세계의 중심이자 질서다. 황제만 죽이면 놈들은 혼란에 빠진다. 황제의 옥좌는 월타족의 정신 네트워크 그 자체다. 옥좌만 차지할 수 있다면… 끝난 거나 다름없다.’
제국 수도.
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도시. 감시의 눈으로 이미 파악했다. 강화 도약의 조건은 채워진 것이다.
‘남은 핵폭탄은 2개. 핵폭탄 2개를 던져서 기선 제압부터 해야겠군.’
[강화 도약을 사용했습니다.]
[100 포인트를 사용했습니다.]
제국 수도에 나타나자마자 핵폭탄 2개를 떨어뜨렸다. 핵폭탄은 지상으로 떨어지다가 돌연 사라졌다.
콰와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핵폭탄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핵폭탄이 강제로 공간 이동된 것이다.
강철 날개로 하늘 위에 떠 있던 나는 불안함을 느꼈다. 바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마약 담배를 수십 개를 꺼내 입에 물었고, 마약 주사기를 허벅지에 박아 약물을 투여했다.
2천 마리가 넘는 월타족이 나를 포위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포스로 보아 가디언들이 확실했다.
‘…저 성의 안쪽, 거대한 포스가 느껴진다. 황제인가.’
저 거대한 성으로부터 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포로로 잡은 월타족의 말을 듣자 하니 황제의 옥좌야말로 월타족의 모든 기술과 아이템이 들어간 문명의 정수라지.
“네놈과 인간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니들이 먼저 뒤질 테지만.”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화련비도를 손에서 놓았다. 화련비도는 떨어지지 않고 내 앞에 서 있었다. 내가 힘을 줘서 띄우는 게 아니었다. 화련비도 그 자체의 힘으로 허공에 떠 있다.
“클라이맥스다. 모든 힘을 쥐어 짜내라, 화련비도.”
권역을 사용했다.
화련비도로부터 별빛이 터져 나와 공간을 장악한다. 이 순간 여기는 내 공간이 되어 나와 공명했다. 이 공간의 법칙은 오직 나에게만 유리했다.
월타족의 가디언들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뭐라 뭐라 소리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별 관심도 없었다. 나는 그저 놈들을 향해 화련비도를 휘둘렀다. 아래에서 위로. 별 힘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그 결과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화련비도의 칼날로부터 만들어진 적뢰(赤雷)가 순식간에 극대화되어 지상에서 하늘로 대각선 방향으로 솟구쳐 수백 마리의 적들을 쓸어버린 것이다.
다시 칼을 휘두른다. 이번에도 적뢰가 뿜어져 나와 도시를 할퀸다. 수백 마리의 월타족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보여줬음에도 놈들의 전투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왼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파지지지지직!
머리 위로 거대한 푸른 번개가 모여들어 구체를 이루었다.
‘EMP 쇼크.’
구체가 폭발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자기 펄스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도시의 기계를 단번에 무력화시킨다. 포스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가디언들도 예외 없이.
화련비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붉은 참격이 도시를 쓸고 지나갔다. 부서지는 빌딩을 무감정하게 쳐다보다가 황제의 성으로 이동했다.
옥좌에 앉은 황제가 나를 향해 양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대충 죽으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시커먼 정신 파동이 나를 덮쳤다.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으나, 그뿐이다. 나는 담담히 황제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째서냐? 왜 내 정신 지배를 받지 않는 거냐?! 네놈의 몸에 정신 방어 아이템은 없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친절하게도 한국어로 지껄였다.
“너도 알 텐데. 너보다 내 정신이 더 뛰어나다. 네 능력의 본질은 정신 지배였나? 그 능력으로 옥좌를 지배하는 건가.”
“웃기지 마라! 나는 200년을 군림한 황제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공간이 한순간 일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권역은 아직 사용 중이다. 공간 조작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슬슬 화련비도도 한계였기에 대화는 집어치우고 황제의 머리에 칼을 찔러넣었다.
“이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절대방호 시스템! 자폭… 하라…!”
황제는 죽었다.
삐이이익! 삐이이이이이익!
사이렌 비슷한 소리가 울린다.
절대 방호 시스템이 뭔지 몰라도 권역이 순식간에 위축되었다.
‘상쇄? 아니, 이건 공간을 억제하고 있군. 공간 이동도 안 통할 것 같은데.’
별 긴장은 되지 않았다. 완전 회복이 있으니까. 한 번 죽더라도 상관없다.
‘죽을 것 같지도 않지만.’
탐(貪).
화련비도의 다른 능력을 사용했다.
지금 막 죽은 황제의 능력을 복사한다. 칼에 더 힘을 주어 옥좌에 박아넣었다. 황제의 능력을 사용한다. 옥좌를 통해 나와 전 세계에 있는 월타족과 이어진 게 느껴졌다.
-이, 이 정신은 뭐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끄, 끄으아아악!
-네트워크를 끊어라! 네트워크가 오염됐… 아아아아아악!
정신 좀 연결했다고 호들갑 떨기는.
“명령이다. 모든 핵무기를 전 세계에 퍼부어라. 가족을 죽이고, 친구를 죽이고, 너 자신을 죽여라. 멸망해라.”
그렇게 월타족은 멸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