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2화 > 2032. 뉴타입
현실로 돌아온 나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성유진
레벨: 92
근력: 130 체력: 130 민첩: 130 지능: 120 정력: 130 마나: 130]
[사용 가능 포인트: 33,120]
레벨이 오르고 퀘스트 성공 보상이었던 2만 포인트도 들어왔다. 추가로 [뉴 타입] 세계에서 들어갔던 만큼 정산되기도 했다.
‘3만 3천 포인트라. 직접 보니 엄청 많잖아. 이거면 지능을 좀 올려도 되겠어.’
[성유진
레벨: 92
근력: 130 체력: 130 민첩: 130 지능: 130 정력: 130 마나: 130]
[사용 가능 포인트: 23,120]
1만 포인트를 사용해서 지능을 120에서 130으로 올렸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능이 10이나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체감이 안 됐기 때문이다.
‘다른 능력치는 체감이 확 되던데. 지능은 수치를 보기 전까지 올렸는지도 모르겠군.’
지능이 1이었을 때에 비하면 기억력이 좋아진 것 같다. 특성이나 스킬이 좋아진 건 체감하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체감되는 거라면 옛날에 비해 기억력이 좀 좋아졌다는 것뿐이다.
‘모든 능력치가 균등한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포인트의 사용처는 퀘스트를 하기 전부터 정해 놓았다.
[도약 Lv. 1
눈에 보이는 곳으로 1.2m 도약할 수 있습니다.
마나와 활력을 소모합니다.]
원래는 1.15m 였던 도약거리가 0.05m 늘어났다. 지능이 올라갔기 때문인 것 같았다.
‘보자. 도약 레벨을 올리려면….’
[3,000포인트를 사용해 도약 Lv. 1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레벨 하나 올리는데 무려 3,000 포인트.
화나다 못해 실소가 나올 지경의 포인트 소모량이었다.
‘도약은 공간 이동이니 포인트가 높은 것도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야.’
[도약 Lv. 4
눈에 보이는 곳으로 10m 도약할 수 있습니다.
마나와 활력을 소모합니다.]
[12,000포인트를 사용해 도약 Lv. 4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지금 가진 포인트로는 레벨 4까지가 한계였다.
포인트를 소모하긴 했지만, 그만큼 도약의 거리가 늘어났다. 그것도 무려 10m. 10m는 짧은 듯하면서도 전투에 큰 도움이 되니까.
‘당장 전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한 건 아니지만… 몇 번 연습하면 익숙해지겠지.’
괜스레 강화 도약이 아쉽다. 강화 도약은 100 포인트를 소모하면 지구 반대편으로도 이동할 수 있으니까.
‘스킬 강화권을 쓰면 강화 도약이 되려나?’
[스킬 강화권
유희 생활 어플의 스킬 하나를 강화합니다. 이미 강화된 스킬을 다시 강화할 수 없습니다.
가격: 80,000 포인트.
※주의
강화 효과는 랜덤입니다.]
랜덤 뽑기 상점에서 스킬 강화권을 확인한다.
80,000 포인트. 몇 번 참으면 모을 수 있을 것 같은 포인트지만, 도약 말고도 다른 곳에 사용할 곳이 많았다.
‘어디 보자. 지금 내가 가진 포인트는….’
[사용 가능 포인트: 5,120]
포인트를 어디에 사용하는 게 좋을까. 능력치에? 아니면 랜덤 뽑기에 도박? 적당히 아무 스킬이나 특성에 투자?
어느 것도 끌리지 않았다.
‘일단 모으자. 언제 어디서 포인트가 필요할 때가 생길지 모르니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해.’
괜히 120 포인트가 신경 쓰인다. 120 포인트만 없으면 딱 5,000 포인트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나는 고민하다가 랜덤 뽑기를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물건들이 나오니 기본적으로 완전 손해는 아니니까.
하지만 오늘은 운이 안 좋았는지 그렇다 할 물건이 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건진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은밀한 단검
은밀한 단검입니다.
아주 은밀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일회용입니다.
가격: 500 포인트
※주의
사용할 때 주의하세요. 사용자도 단검을 알아차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겉보기에는 어디서나 흔히 구할 수 있을 것처럼 생긴 단검이었다.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 그런지 특이한 점은 없었다.
‘당장 쓸 곳은 안 떠오르네.’
[레벨 업 티켓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가격: 10,000 포인트
※주의
레벨 99 이하만 사용 가능합니다.]
‘레벨은 상태창 레벨을 말하는 거지?’
유희 생활 어플의 레벨.
레벨이 오른다고 해서 내 능력치가 올라가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유희 생활 어플의 새로운 기능이 추가 될 수 있었다. 또 레벨이 사승할 때마다 새로운 유희가 가능해질 것이다. 레벨 100이 되면 보상도 주겠지.
‘그건 좀 끌리네.’
레벨 업 티켓을 아껴둬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있긴 했다. 자고로 레벨이란 레벨이 높아질수록 잘 오르지 않는 법이니까. 이 티켓은 레벨 99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근데 지금도 안 오르잖아. 10,000 포인트면 못 구할 정도도 아니고. 필요할 때 또 구매하면 돼.’
찌이이익.
티켓을 찢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93으로 상승했다.
변한 건 딱히 없었다.
‘뉴 타입의 엔딩이나 확인해 볼까. 뭐, 대부분의 다른 세계처럼 멸망 엔딩이겠지.’
다른 세계가 그러했듯이 유희 세계 속의 나는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하게 될 것이다. 권력과 돈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휘두를 테고, 그에 다른 사람들이 반발하여 싸울 것이다. 안 봐도 뻔했다.
‘어떻게 멸망할지는 궁금하네. 핵전쟁? 아니면 월타족이 멸망했던 것처럼 혼자서 죄다 박살 내나?’
[뉴 타입]의 엔딩을 확인했다.
정수연은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남자아이였다. 엔딩 속의 나는 태명인 닌자를 계승해 성닌자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했으나, 정수연의 반대로 성인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수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를 임신했다.
나는 천사와 거래를 하며 추가로 다른 세계 3개를 침략했다.
천일 그룹은 한국 제일의 그룹이 되었다. 나는 40대에 회장직을 계승했다. 죽지도 않고 은퇴한 할배는 유유자적하게 여생을 보냈다.
자식만 15명이었다. 정수연은 50대 임에도 20대 중후반처럼 보였다. 어마어마한 동안이지만, 이유는 있었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가디언이었으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여서 크게 늙지는 않았다.
‘놀라운 건 정수연을 제외한 다른 여자를 안 안았다는 거지.’
설마하니 내가 수십 년 동안 다른 여자를 품에 안지 않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퀘스트 중반부터 정수연에게만 집중하긴 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엔딩에 영향을 끼쳤나.’
나는 공처가. 아니, 애처가가 되어 있었다. 천일 그룹의 운영? 머슴들에게 대충 맡기면서 운영했다.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목적 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몬스터 사냥은 꾸준히 해왔다.
사람도 별로 안 죽였다.
깜빡 잊고 있던 노경학을 찾아내 죽이거나, 내게 거스르는 놈들을 죽이긴 했으나 그뿐이다. 죽인 인간은 천 명도 넘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분위기를 잡고 섹스를 한 뒤 정수연에게 자신과 결혼한 게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다.
“가끔 당신 때문에 짜증 났던 적이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후회했던 적은 없어.”
그리고 정수연은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가 늦잠 자는 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자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노화는 진행되지 않았으나, 정해진 수명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
정수연이 죽고 내 일상은 단조로워졌다. 천일 그룹의 일에는 이미 손을 뗐고, 가디언 일도 옛적에 은퇴했다.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식이나 손주가 있긴 했어도 모두가 독립한 상황이었다.
방탕한 생활이 시작됐다. 매일 여자를 부르고 갈아치웠다. 마약 섹스 파티도 몇 번 했으나 곧바로 지겨워졌다. 나는 이미 변했다.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정수연이란 여자는 내게 너무 많은 영향을 끼쳐버렸다.
그리고 3년 후, 나는 수명이 다했다. 정수연이 그랬던 것처럼 편안하게 잠들 듯이 죽었다.
“…….”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
‘설마 내가 이렇게 편안하고 평범한 생을 보낼 줄이야.’
세계 전쟁도 안 일어났다. 도중에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직접 나서서 경고를 날렸다. 당시의 나는 천사를 등에 업은 인류의 영웅이었기에 가능했었다.
‘음. 뭐, 이런 삶도 있는 거겠지. 인류는 멸망시키지 않았지만, 다른 종족은 멸망시켰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정수연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어떻게든 그녀를 나로 물들이고 싶었는데, 엔딩을 보니 이건 내가 그녀에게 물든 꼴이니까.
‘나쁘지는 않아.’
***
현실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심심해져 유희 세계에 입장했다.
[아카데미의 구원자를 선택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늦은 밤, 나는 기숙사 지붕 위에 서 있었다.
원작의 내용은 비틀어졌다.
여덟 번째 군단장 라플라스를 자신을 바쳐서 영하리를 악마로, 새로운 여덟 번째 군단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그 일을 막지 못했다.
‘너무 안일했다.’
안일함의 이유를 찾아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성유진
근력: A 체력: B+ 민첩: B+ 내구: B 마나: A+
특성: 정령안(S) 악마 사냥꾼(S) 폭풍의 신(A)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A) 역장(C+) 검술(B+)
카르마: 선(善) 21』
평범한 히어로 따위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치들.
아카데미 학생의 수준을 뛰어 넘은 능력치.
그렇기에 안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아카데미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다 대처할 수 있으니까. 근데 일은 아카데미 밖에서 터졌다.
원작에 대처하지 못했다.
라플라스에게 좋을 대로 휘둘러졌다.
‘좆같네.’
영하리는 악마가 되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악마가. 그러나 그게 내가 그녀를 포기할 이유가 되진 못한다.
‘다 내가 약해서 벌어진 일이다.’
강해져야 한다.
거슬리는 악마 새끼들을 모조리 쳐 죽이고 영하리를 힘으로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빙의와 회귀의 힘을 보여주마. 악마 새끼들. 다 죽여버린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에 대한 증오를 느낍니다.』
『악마 사냥꾼(S)이 기뻐합니다.』
“별 도움도 안 되는 주제에 시끄럽다. 스톰브레이커, 마키나.”
스톰브레이커와 마키나를 소환했다.
“응?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야?”
“닥치고 합체다. 적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카데미? 좆까라 그래. 내 방식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