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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33화 (1,813/2,000)

< 2033화 > 2033. 아카데미의 구원자

스톰 브레이커 갑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마키나를 갑옷에 빙의시켰다.

갑옷은 특촬물에 나올법한 디자인으로 변했다. 특히 투구의 경우 붉은 악마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적광.

한국에서는 다크 히어로로 나름 유명한 이름이다. 현상금도 80억 정도 걸려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적광의 팬도 찾을 수 있었다. 다크 히어로라는 이름에 걸맞게 빌런이나 범죄자만 죽이다 보니 이렇게 됐다.

‘제트 엔진.’

[오케이.]

마음속으로 말하자 갑옷에 빙의한 마키나가 바로 반응한다. 정령사와 정령의 관계라 즉각적인 호통이 가능했다.

등에서 제트 엔진이 나타나 엔진이 가동되었다. 나는 하늘을 향해 날았다.

[적광은 오랜만이라 신나네! 어딜 부숴버릴 거야?!]

‘네비게이션 역할이나 잘해. 길찾는 건 네 몫이니까.’

[그럴 거면 목적지부터 말해줘야지. 어디를 가야 하는데?]

‘오키나와.’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잖아!]

‘공간 이동 주문서가 없으니 날아가야 해. 비행기보다 이게 더 빠르기도 하고. 그렇지?’

[마나 소모가 꽤 있을 텐데?]

‘상관없어. 마나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까.’

[응. 그렇지. 전기도 에너지니까. 네 출력도 좋아진 것 같긴 해.]

아래를 내려다본다. 구름이 보이고, 그 아래로 빛나는 도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 위를 날아다녀서 그런지 지상에서 나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다.

삑.

시야 한쪽에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멍청한 펭귄이 나오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었다.

‘?’

[나 이거 아직 덜 봤단 말이야.]

‘…….’

여기서 그만 보라고 하면 마키나가 지랄 해댈 수 있었다. 마키나와 티격태격하긴 귀찮으므로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영상에 여자 직원 캐릭터가 나왔다.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인데…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의외로 볼만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마니카와 같이 2편 정도 시청하니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어디로 갈까?]

‘저기. 구석에 보이는 일본식 저택.’

[어…. 검색해 보니 야쿠자 저택이잖아. 야쿠자 죽이고 돈 뺏으려구?]

마키나는 또 이러네 하는 반응이었다.

한국에서 적광으로 활동할 때 내 목표는 조폭들이었다. 범죄자인 조폭은 죽여도 카르마 손해가 없다. 오히려 카르마를 얻는다. 덤으로 조폭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나 아이템도 얻을 수 있었다. 쳐 죽이는 대상이 범죄자라 은근히 칭송까지 받는다.

‘이 새끼들은 그냥 야쿠자가 아니야. 마도정의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것들이지.’

마도정은 일본 뒷세게 대부분을 지배했고 정치계에도 손을 뻗고 있었다. 오키나와에 있는 야쿠자들은 마도정의 손가락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근데 손가락 한 마디라도 잘리면 피가 나고 아픈 법이다. 화도 나겠지.

예전에는 이것들을 죽여봤자 마도정의 간부들에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할 테니 내버려 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적의 전력을 깎고, 조금이라도 적의 것을 빼앗아 강해진다.

나는 화련비도를 소환해 스톰브레이커와 융합했다.

파지직.

전신에서 튀는 번개가 붉은색으로 변한다.

[뭐, 뭐야. 화련비도와 융합하는 순간 출력이 강해졌어! 뿐만이 아니라 슈트의 전체적인 내구도도 상승했고…. 화련비도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화련비도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거든. 자, 간다.’

양 주먹을 꽉 쥐고 지상을 향해 떨어진다. 전신에서 붉은 스파크가 튀었고 제트 엔진의 출력이 상승한다.

뇌천류(雷天流) 낙뢰(落雷).

한 줄기가 번개가 되어 야쿠자 저택 중심에 떨어졌다.

[결계가 있는데요?!]

오키나와 지역을 지배하는 야쿠자다. 침입자를 대비해 결계가 있는 건 당연했다.

‘어쩌라고.’

결계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박살 낸다.

쨍그랑!

결계가 부서지고 나무 지붕은 허무하리만치 쉽게 박살 났다. 바닥에는 히어로 랜딩으로 착지했다.

워낙 소란스러워서였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야쿠자들이 몰려온다.

“까고자빠졌넴마!”

순식간에 날 둘러싸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긴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막(電磁氣幕).

붉은 기막이 펼쳐지고 수백 발의 총알을… 막지 못했다. 총알은 전자기막을 뚫고 슈트를 두들겼다. 다행히 갑옷을 뚫을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다.

‘전자기막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수한 탄환인가? 각성자를 상정한 총알이군.’

팅팅팅팅팅팅!

총알은 모조리 도탄 되었다. 나는 그들 중심에서 팔짱을 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총알 세례가 멈췄다. 탄창 하나를 전부 비우고서야 내게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스르릉.

야쿠자들은 총 대신 칼을 뽑았다.

“처음 보는 녀석이군. 뭐 하는 놈이냐? 용병이냐?”

중심에 있는 험상궂은 대머리가 소리쳤다. 분위기로 보나, 느껴지는 기세로 보나 놈이 이곳의 두목이다.

『악마 사냥꾼(S)이 마인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인에 대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대머리에게서 마력이 느껴졌다. 악마 사냥꾼(S)이 당연하다는 듯이 발동하며 힘이 상승한다. 반대로 놈은 주춤거렸다. 놈의 털 한 가닥 없는 머리통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였다. 제대로 찾아왔다.

“안녕하신가. 나는 적광. 정의를 집행하러 왔다.”

“…적광? 네놈 같은 히어로는 들어본 적도 없다. 게다가 이딴 막무가내의 공격은 히어로의 방식이 아니다. 네놈 뒤에 누가 있는 거지?”

“아, 그건.”

질문에 대답하는 척 마키나에게 공격을 명령했다.

철컥!

슈트 곳곳에서 총구 50개가 튀어나와 사방을 겨눴다. 야쿠자들이 빠르게 반응하며 엄폐하려고 했으나, 50개의 총구가 먼저 불을 뿜었다. 심지어 총구는 약간이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어엇!]

마키나가 기뻐하며 소리친다. 50개의 총구는 모두 마키나가 조종하는 것들이었다. 내 주위로 총알들이 빗발친다. 총알끼리 부딪쳐서 도탄 되는 것들도 있었다. 신기한 건 그 와중에도 내 몸에 닿는 총알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마키나가 총알 하나, 하나를 전부 계산하고 격발 중인 것이다. 기계 정령답게 연산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 연산 능력에 내 마나가 소모되고 있었다.

철컥철컥.

총알이 떨어졌다. 슈트에서 돋아났던 총구들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졌다. 사실 총알도 내 마나로 이루어진 거다.

스윽 주위를 둘러본다. 시체가 가득하다. 화약 냄새를 피비린내가 덮었다.

살아있는 야쿠자는 대머리 두목 한 명뿐이다. 무수히 쏟아진 총알은 놈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시커멓게 변한 놈의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한 듯했다. 마인화다.

“이 씹어먹을 새끼가…!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고 까부는 거냐?!”

“뒷배를 언급하는 걸 보니 쫄리는 모양이군.”

“내 뒤에는 마도정이 있다!”

“알아. 그래서 여기에 온 거지.”

“…뭐?”

놈을 향해 진격했다. 놈이 급히 칼을 들어 내 주먹을 쳐낸다.

‘칼.’

철컥.

손등에서 칼날이 튀어나와 놈의 옆구리를 스쳐지나듯 벴다.

“크으으윽?!”

옆구리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경악한 놈이 한 손으로 옆구리를 막고 거리를 벌렸다.

“내 피부가 이렇게 쉽게 베였다고? 말도 안 된다!”

“총알과 달리 칼은 직접적으로 힘이 실리니까.”

악마 사냥꾼(S)의 힘이다. 상대가 악마의 힘을 사용하는 이상 상성에서 우위를 점한다. 어지간히 강한 마인이 아닌 이상 나를 이길 수 없다.

“이 자식이이이이!!”

놈은 내게 달려드는 척하다가 옆으로 뛰어 도망친다. 그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나는 바로 달려가 놈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협상. 협상을 하자. 원하는 게 있어서 날 찾아온 거 아니냐? 마도정의 정보를 원한다면 주겠다!”

“맞아. 마도정의 정보가 필요해서 왔지. 머리는 제법 돌아가는군.”

슈트에서 전선이 튀어나왔다. 전선은 놈의 몸을 푹푹 찔러 들어갔다.

“저항하지 마라. 팔다리를 자르기 전에.”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네 말을 어떻게 믿냐? 거짓말 탐지기다.”

“젠장할….”

놈의 눈가가 떨린다. 역시 적당히 거짓 정보를 말하고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넘어가려 했다. 마도정의 정보를 발설하는 것 자체가 마도정을 배신하는 행위니까.

“마도정 간부들의 위치를 알고 있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 나는 그들의 개일 뿐이다. 자세한 건 모른다.”

“…….”

마키나의 판단을 기다렸다.

[뇌파와 심장박동을 봤을 때 99% 확률로 거짓이야.]

‘그냥 100%라 말해라.’

[그랬다가 조금 틀리면 지랄할 거잖아.]

‘…….’

나는 칼로 놈의 오른팔을 베어냈다.

“끄으으으윽!”

“다음은 왼팔이다. 잘 판단하고 말해라. 마도정의 간부는 어디에 있지?”

“내가 알고 있는 건 한 사람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간부들의 연락이 끊겼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당분간 얌전히 지내라더군.”

왼팔이 소중한지 대머리는 진실을 말했다. 마도정은 의식 준비를 거의 끝냈다고 봐야 했다. 마도정의 수장인 사나다 켄시는 아예 그 흔적조차 없었다.

정보를 모두 수집한 나는 놈의 머리를 주먹으로 깨부쉈다.

『성공적으로 마인을 사냥했습니다.』

『악마 사냥꾼(S)의 경험치가 쌓입니다.』

또 다른 목적도 달성했다.

악마 사냥꾼(S)의 성장.

악마를 직접 죽이는 것만큼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마인을 죽이는 것으로도 성장이 가능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마인이란 마인을 죄다 죽이면 악마 사냥꾼(S)도 강해지겠지. 마키나. 근처에 있는 야쿠자들을 파악해라.’

[레이더 가동. 숨어 있는 야쿠자 120명이고 몇 명은 도망친 모양이야. 근데 야쿠자가 아닐 수도 있어.]

‘가서 보면 알겠지.’

[전부 죽이려고?]

‘야쿠자만 죽인다.’

일반인을 죽이면 카르마가 깎인다. 마키나가 거짓말 탐지기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야쿠자를 골라내는 건 어렵지 않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야쿠자를 모두 죽였을 때 카르마가 올랐다. 카르마의 경우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언젠간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뒤이어 나는 야쿠자들의 창고를 털기 시작했다.

‘그냥 야쿠자가 아닌 마도정의 부하들이니 쓸만한 것들이 있겠지. 쓸모없는 것들은 내다 팔면 그만이고.’

파밍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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