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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34화 (1,814/2,000)

< 2034화 > 2034. 아카데미의 구원자

야쿠자의 창고에서 괜찮은 걸 찾았다.

『충만한 정월의 떡

랭크: B

복용 시 능력치가 약간 상승한다.』

내가 찾고 있던 영약 종류의 아이템이었다.

아낄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입에 집어넣고 오물오물 씹었다. 떡은 제법 먹을만 했다.

육체에 활력이 돋는다. 살짝 근력이 강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 성유진

근력: A 체력: B+ 민첩: B+ 내구: B 마나: A+

특성: 정령안(S) 악마 사냥꾼(S) 폭풍의 신(A)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A) 역장(C+) 검술(B+)

카르마: 선(善) 22』

상태창을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능력치는 그대로였다.

‘충만한 정원의 떡’의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미약하게나마 육체 능력이 좋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능력치가 올라갈 정도로 강력한 효과는 아니라는 거지. 능력치가 죄다 B 랭크 이상이니 어지간한 영약으로는 변동하지 않아.’

수치로 따지면 능력치의 소수점이 약간 올라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충만한 정월의 떡은 찾았으니… 다른 영약을 찾아야겠군.’

아카데미의 구원자 게임 속 영약은 기본적으로 최초 복용 시에만 적용된다. 똑같은 영약을 먹어봤자 소용없다는 뜻이다.

창고를 뒤적인다.

그 외의 다른 쓸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C랭크의 카타나, A랭크의 검술이 나오긴 했으나 모두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이제 돌아가는 거야?]

‘그럴 리가. 끼것 왔는데 이것만 하긴 아쉽지.’

[마도정의 깐부인가 뭔가 죽이러 갈려구?]

‘그건 잠깐 보류. 확실하게 죽일 자신이 없어.’

마도정의 간부면 일본 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다. S급 히어로는 아니어도 A급 중에서는 최상위에 속할 것이다. 지금 내 힘으로 놈을 죽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더 힘을 쌓아야 한다.

‘화련비도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면 모를까. 이전에 권역을 쓰고 난 뒤 힘을 충전하는 중이라 못써.’

화련비도가 강력해지긴 했으나, 화련비도는 어디까지나 무기에 불과했다. 화련비도에만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았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

‘내가 오키나와로 온 건 다른 목적도 있어서야. 인어의 보물이라고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마키나의 목소리에서 심통이 느껴졌다. 그냥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모양이다. 이럴 때 마키나를 다그치고 욕하는 건 좋지 않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정령옥을 소환해 허공으로 튕겼다.

스톰 브레이커에 빙의했던 마키나가 쑥 튀어나와 정령옥을 낚아챘다. 바로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린다. 혀로 정령옥을 굴리는지 뽀실한 양쪽 뺨이 번갈아 가면서 부푼다. 그러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정령옥이 그렇게 맛있나?”

고양이가 츄르에 환장하는 것처럼 정령들은 정령옥에 환장했다. 궁금해서 정령옥을 입에 넣은 적 있는데 딱히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응! 정령옥은 최고야! 정령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20 포인트 값은 하는군. 랜덤 뽑기에서 나온 거지만.’

어쨌든 마키나를 구슬리는 건 쉬웠다.

마키나가 다시 슈트에 빙의했다. 나는 제트엔진을 이용해 오키나와 앞바다로 날아갔다.

인어의 보물.

원작 게임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물건이다. 1회차 때 직접 뉴스로 들어서 알고 있다.

오키나와 앞바다에는 숨겨진 동굴이 있고, 그 동굴 안에 인어의 보물이 있다는 뉴스. 원래는 일본의 A급 히어로가 발견했었으나, 지금은 내가 가질 것이다.

‘마키나. 바닷속에서 얼마나 활동할 수 있어?’

[생명 유지 시스템을 구현할 테니 네 마나에 달렸지?]

시대에 맞지 않는 기술, 오버 테크놀로지를 구현하는 마키나의 능력은 가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나가 아니라 다른 걸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

인벤토리에서 마나 큐브를 꺼냈다. 푸른색의 은은한 빛이 나오는 큐브.

『마나 큐브

랭크: SS

마나 공간을 전개한다.』

[그거 쓰려고? 아깝다면서 결정적일 때만 쓰더니.]

‘수련용으로 쓰기에 최적이니까. 전투용으로 마구잡이로 썼다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아주 좆되는 거잖아.’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쓸만한 건 전부 쓸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 있는 마나 큐브도 내가 가질 것이다.

마키나는 마나 큐브를 슈트 중심에 박았다. 내 아랫배, 허리 벨트가 있는 곳이다. 마나 큐브를 몇 번 사용해서 그런지 거침이 없었다.

[역시 마나 큐브야. 꿈에도 그리던 영구 동력!]

마나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니 영구 동력은 맞았다. 대신 출력이 낮아서 그렇게 만능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풍덩!

오키나와 앞바다로 들어온 나는 정령안을 사용했다. 정령안은 어둠을 꿰뚫어 봤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파(電磁氣波).

전자기파를 퍼뜨렸다. 그러나 바닷속이라 그런지 효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쳤다. 원래는 50m는 넘어야 할 탐색 범위가 10m 정도로 그친 것이다.

‘마키나. 레이더다.’

[알았어. 주변 300m 까지는 레이더로 지형지물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슈트에서 레이더 파동이 퍼지고 유저 인터페이스에 지형을 표시해 주는 작은 창이 나타났다. 돌아다니는 물고기 같은 것도 표시해 줬다.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군. 움직이기 귀찮은데… 니가 움직일 수 있지?’

[적당히 좀 부려 먹어!]

‘정령옥 1개.’

[내가 다 할게!]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마키나가 슈트를 움직이는 것이다.

마키나는 능력을 사용해 제트엔진을 수중 스쿠터 비슷한 걸로 만들었다. 아니, 인간용 작은 프로펠러라고 할까.

내 몸은 저절로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이게 꽤 편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마니카의 목소리가 울렸다.

[일어나아아앗!!]

‘……찾았나?’

[찾았으니까 깨웠지. 이 근처에 있는 수중 동굴은 저거뿐이야.]

졸음을 몰아내고 눈에 힘을 준다. 조금 떨어진 곳에 동굴이 있었다. 달빛도 안 들어오는 그곳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내 눈을 가릴 수는 없지만.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어. 레이더가 안 통해.]

‘던전이랑 연결된 거겠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들어가자 공간이 일그러진 게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던전과 연결되어 있었다.

던전에 들어갔다. 알림창은 뜨지 않았다.

[던전 안도 바닷속이잖아. 뭔가 변한 것 같지 않은… 앗! 인어야!]

삼지창을 꼬나쥔 인어가 나타났다.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 입을 뻐끔거리는데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서 알 수 없었다. 외형은 보통 인간보다 뛰어났다. 여자 인어 중에는 내 시선을 끄는 것들도 있었다.

‘근데 하반신이 물고기잖아.’

하반신만 보면 기분이 팍 식었다.

덤벼드는 인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물이 움직여 내 주먹을 막았다. 아니, 주먹 자체의 흐름이 요상하게 바뀌어 힘을 걷어냈다고 할까.

[꺄아앗! 해류가 이상해!]

마키나가 호들갑을 떨었다. 해류가 이상하게 움직이며 나를 붙잡고 이리저리 움직였기 때문이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닌데. 뇌전.’

파지지지지직!

방전된 붉은 뇌전이 인어들을 감전시켰다. 인어의 특성인지 뇌전에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죽은 인어들이 물속에 두둥실 떠다녔다. 나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인어들이 보이면 뇌전부터 갈겼다.

가장 안쪽에 보스몬스터로 추정되는 자인어트 인어를 발견했다.

뇌천류(雷天流) 만뢰(卍雷).

자이언트 인어도 인어. 만뢰 한 방에 감전당해 죽었다. 나는 놈의 뒤에 있던 구슬을 손에 넣었다.

그것은 아쿠아마린처럼 생긴 보석이었다.

『인어의 보물

랭크: S

해류를 조작할 수 있다.

복용 시 체력이 상승한다.

물의 정령들이 좋아한다.』

[정령의 힘이 느껴져. 물의 정령이 좋아할 것 같네. 이걸로 물의 정령이랑 계약할 거야?]

던전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키나가 물었다.

이미 내 주위에는 인어의 보물에 이끌린 물의 정령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하급에 중급도 간혹 보였다.

해파리처럼 생긴 중급 정령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해파리 정령의 의념이 내게 들려온다.

-보물. 계약. 가능.

‘꺼져.’

적뢰를 일으키자 기겁하며 거리를 벌려 도망갔다.

‘이 정도 물건이면 못해도 물의 상급 정령이랑 계약할 수 있는데 어디서 감히 중급 정령 따위가.’

[물의 상급 정령이랑 계약하려고?]

‘아니. 내가 먹을 거다.’

내겐 정령들이 환장하는 정령옥이 있었다. 정령옥을 잘만 활용하면 상급 정령 정도는 낚을 수 있을 것이다.

졸졸 쫓아오는 정령들을 무시하고 인벤토리에서 공간 이동 주문서를 소환해 찢었다.

일본의 아라시 아카데미가 아닌 한국 서울에 있는 집에 나타났다. 스톰브레이커를 해제하고 인어의 보물을 복용했다.

보석은 아주 청량한 물을 마시는 것처럼 목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사라졌다.

『체력이 B+에서 A-로 상승합니다.』

『이름: 성유진

근력: A 체력: A- 민첩: B+ 내구: B 마나: A+

특성: 정령안(S) 악마 사냥꾼(S) 폭풍의 신(A)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A) 역장(C+) 검술(B+)

카르마: 선(善) 22』

체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 6시간도 안 돼서 이룬 쾌거였다.

‘진즉에 이렇게 할 걸 그랬나.’

머릿속으로 다른 영약들을 생각했다. 지금 얻을 수 있는 것, 지금은 얻을 수 없는 것, 획득하려면 다른 조건이 필요한 것 등등.

‘생각보다 많은 걸 얻긴 힘들어. 라미아에게 연락해서 돈으로 영약을 구하라 명령해야겠군.’

라미아는 내 재산을 관리하는 여자였다. 한때 유리아에게 교육받은 적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유능했다. 내가 이번에 얻은 물건들도 그녀에게 넘겨주면 알아서 처분할 것이다.

‘돈을 모았으니 쓸 때가 됐지.’

마키나를 확인했다. 그새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잠자고 있었다. 너무 인간처럼 행동해서 가끔 마키나가 정령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었다.

밖을 보면 슬슬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조금 있다 아라시 아카데미로 돌아가야겠군. 오랜만에 한식이나 먹을까.’

이 시간에 열 식당이라곤 국밥집밖에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밖으로 나와서 걸었다. 서늘한 날씨가 꽤 기분 좋았다.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가는데 눈에 익은 소년소녀가 보였다.

“유진 형!”

“유진 오빠!”

벤치에 앉아 있던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10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오. 최민우, 최민하.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아들과 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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