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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35화 (1,815/2,000)

< 2035화 > 2035. 아카데미의 구원자

최민우와 최민하는 나와 강수민 사이에 태어난 남매다. 유전자는 어디 안 간다고 남매는 제법 나와 닮아 있었다.

참고로 강수민은 내 유치원 시절의 유치원 선생이었다. 지금은 유치원 원장으로서 일하고 있다.

최민우와 최민하는 내 자식이기도 했고 집이 강수민의 아파트와 가까웠으니까. 만나서는 놀아주거나 용돈을 주기도 했다. 아빠 노릇은 한 건 당연히 아니다. 동네에 있는 친한 형. 딱 그 수준의 관계였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용돈이나 줄까. 현금이 있었나?’

그러다 문득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남매는 방금까지 벤치에 앉아 있었고, 벤치에는 편의점 봉투가 보였다. 봉투 안에는 도시락이 들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등교 시간도 되지 않은 아침이었다. 굳이 여기서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필요가 있나? 집안이 못사는 것도 아닌데?

“여기서 뭐 해?”

“밥 먹고 있었어.”

“이 시간에? 집에서 안 먹고?”

“새벽에 아빠가 왔거든. 요즘 엄마랑 아빠는 만나기만 하면 싸워서 그냥 나왔어.”

최민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가정 폭력은 아닌 것 같았다. 굳이 말하자면 귀찮음이 가득했다.

‘강수민이 요즘 부부생활을 못 하고 있나?’

최근에는 아카데미에 있었기에 강수민의 일은 잘 몰랐다. 강수민의 남편의 경우 중견 회사의 임원으로 옛날과 달리 최근에는 강수민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다.

자식들이 커질수록 자신과 닮지 않았으니 모종의 의심이 생긴 거겠지.

옛날부터 강수민이 남편에게 별 감정이 없다는 이유도 컸다. 강수민의 가정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붕괴 직전이다. 어쩌면 이미 붕괴했을 수도 있고. 그 원인은 당연히 나다.

‘적당할 때 치워야겠군.’

카르마 수치가 떨어지겠지만, 어쩔 수 없지. 놈은 거슬리기 시작했으니 치워야했다.

“뭔 편의점 도시락이나 먹고 있어.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사줄게.”

“그건 좀 귀찮은데.”

“국밥은 별로야. 파스타 먹고 싶어.”

나도 국밥을 자주 먹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국밥이 먹고 싶었다.

“용돈 줄게.”

“난 돼지 국밥으로.”

“요즘 학교에서 국밥이 유행이야.”

애들을 데리고 미리 알아두었던 국밥 맛집으로 향한다. 솔직히 내 입맛에 살짝 안 맞는 맛이긴 해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밥을 먹이면서 가정 상황애 관해 물었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타인에게 쉽게 해주지 않는 법이지만, 나랑 얘들은 어렸을 때부터 친분을 다져온 관계였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했고.

“아줌마는 잘 지내고?”

“어. 평소랑 같아.”

“요즘 엄마랑 아빠가 싸우는 일이 많아. 이혼할 것 같아.”

“이혼은 안 좋잖아. 왜 이렇게 무덤덤해?”

“아빠가 옛날에 말했는데 우리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나?”

“우리도 아빠를 아빠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빨리 이혼했으면 좋겠는데.”

“이혼하면 돈은 엄마가 가지겠지? 용돈 더 많이 줬으면 좋겠다.”

용돈을 달라는 압박인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는 척 인벤토리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는 현금이 두둑했다. 딱히 현금에 집착하는 편이 아니고 저번에 조폭을 털었을 때 겸사겸사 수고비로 챙긴 현금들이다.

대충 지갑 안에 있는 현금을 모조리 꺼내 남매에게 줬다.

“알아서 나눠 가져.”

“고맙습니다!”

“고마워,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신이야!”

“이 정도면 새로운 그래픽 카드를 구할 수 있겠어.”

“잠깐. 야, 반으로 나눠야지! 왜 니가 더 많이 가져가는데?”

“내가 네 오빠야.”

“오빠는 유진 오빠밖에 없는데? 손장난 치지 마라. 진짜.”

애들이 티격태격거렸다. 딱히 중재하지 않았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절반씩 나눠 가질 거다.

나는 물을 마시면서 앞으로의 일을 계획했다. 강수민의 남편은 내가 직접 죽이긴 귀찮았으니 라미아에게 부탁해 처리할 것이다.

‘간접적으로 처리해도 내가 개입한 이상 카르마는 떨어지겠지.’

선 카르마 쌓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마도정 일부터 해결해야 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여 강해져야겠지. 그리고 한국에서 지금 얻을 수 있는 것과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있으니….’

마루한 아카데미의 방학도 곧 끝나 간다.

원작 게임에서 실질적으로 스토리가 좀 암울해지는 것도 2학기 때부터다. 스토리에 크게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정해진 스토리를 이용해 여자를 따먹는 게 더 이득이니까.

‘상황이 바뀌었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독식해서 빠르게 강해질 테니.’

2학기 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

“형.”

최민우를 쳐다봤다.

“형한테만 알려주는데… 우리 각성했어.”

“각성?”

“봐봐.”

최민우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한다. 선명하지는 않고 탁했다. 그러나 그건 분명 내가 가진 특성인 정령안(S)과 비슷한 힘이 느껴졌다.

“나도.”

최민하의 눈동자 색깔도 변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도 정령안이 확실했다.

“이거 저번에 오빠가 보여준 능력 맞지?”

“형. 이게 정령안이면 우리 정령이랑 계약할 수 있는 거야? 마나 라던가. 보이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정령이랑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야?”

“오빠. 우리도 마루한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지? 응?”

“어, 어. 잠시만 진정해 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부모의 특성과 스킬을 물려받는다.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같은 특성이 유전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내 본가라 할 수 있는 진령성가를 봐도 알 수 있다. 핏줄의 힘인지 진령성가(眞靈成家) 일족은 정령사로서 타고난다. 허나 가진 특성은 제각각 달랐다. 당장 진령성가에서 정령안을 가진 건 나뿐이었다.

‘…내 유전자가 강해서 발현된 건가?’

남매가 각성했다면 상태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름: 최민우

근력: E 체력: E- 민첩: E+ 내구: E- 마나: E+

특성: 정령안(B)

스킬: -

신뢰도: 57』

『이름: 최민하

근력: E- 체력: E- 민첩: E- 내구: E- 마나: D-

특성: 정령안(B)

스킬: -

호감도: 65』

정령안의 랭크는 B. 완전히 나랑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정령안(B)을 가진 것만으로도 정령사로서 자질이 있는 건 확실했다.

‘랭크가 떨어진다고 해도 정령안은 정령안. 정령사로서의 자질과 재능은 진령성가의 방계들 보다 낫겠지.’

나는 남매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의 각성 사실. 누가 알고 있어?”

“엄마랑 친구들?”

친구들? 뭐, 그럴 수 있었다. 각성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니까. 친구들에게 자랑했겠지.

“너희 아빠는?”

“모를걸? 우리랑 대화도 잘 안 하니까. 그리고 엄마가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랬어.”

남매의 각성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엄마와 친구들이고 남매는 아카데미 입학을 노리고 있다.

‘안 좋은데.’

각성한 것 자체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역시 정령안이다. 나와 같은 특성. 지금은 의문을 못 느끼는 모양이지만 머리가 굵어지면 나와의 관계를 의심하겠지.

‘배다른 형제 같은 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숨겨진 사촌이라거나.’

설마 내가 친아빠라고 생각하겠는가.

‘문제는 얘들이 아니라 진령성가와 성하리야. 성하리는 좀 충격 먹을 것 같고. 진령성가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군. 협상하면 잘 이끌 수 있으려나?’

일이 귀찮아질 것 같았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의 아카데미랑은 상관없는 이야기고.’

남매의 진로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하고 싶은 걸 하라지.

“형. 이거 형이랑 비슷한 능력이잖아? 이 능력이면 우리도 정령사가 될 수 있는 거지?”

“오빠. 나 정령이랑 계약하고 싶어. 오빠가 좀 도와주라.”

남매가 내 양옆으로 다가와 치근거리기 시작했다.

도와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나도 일단 정령사의 기초를 익혔으니까. 하지만 나는 남을 가르치는 데 영 소질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내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학원을 보낼 수도 없군.’

아카데미가 있는 세계다 보니 아카데미 입학을 위한 학원도 존재한다. 무술과 마법 등의 전투 기술을 가르치는 학원. 여기서 정령술을 가르치는 학원은 아주 희귀했다.

‘진령성가 방계의 적당한 놈을 골라서 과외 시켜야겠다.’

“전문가를 붙여 줄 테니 걱정하지 마.”

***

남매와 헤어진 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해 일본의 아라시 아카데미로 이동했다. 오전에는 잤고, 오후에는 문화제 준비가 있었으나 째고 여자들이랑 노닥거렸다.

저녁을 먹은 뒤인 밤에는 적광으로서 한국, 일본, 중국에서 활동했다. 빌런을 죽이고, 빌런의 것을 약탈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상태창.’

『이름: 성유진

근력: A 체력: A 민첩: A- 내구: B+ 마나: A+

특성: 정령안(S) 악마 사냥꾼(S) 폭풍의 신(A)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A) 역장(C+) 검술(B+)

카르마: 선(善) 26』

체력, 민첩, 내구의 능력치와 카르마를 올릴 수 있었다. 카르마도 올랐다. 중간에 실수하는 바람에 카르마가 낮아지긴 했어도.

‘카르마를 올리는 것보다 어째 유지하는 게 더 어렵나.’

죽인 빌런이 알고 보니 착한 놈이었다. 라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했다. 그때는 얄짤 없이 카르마가 떨어진다. 비합리적인 시스템이었다.

“스톰브레이커. 마키나.”

스톰브레이커와 마키나는 내 슈트가 되었다.

[오늘도 적광이야?]

“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나는 하늘을 날아 북쪽의 남포로 날아갔다. 이 세계의 한국은 통일 한국이라 북쪽도 상당히 발달했다.

[오늘도 조폭 죽이기? 요즘 인터넷에 적광의 이름이 자주 떠오르더라.]

‘대놓고 빌런을 쳐죽이고 다니는데 안 떠오를 수도 없지.’

마키나는 HUD에 적광과 관련된 게시글과 기사를 올려줬다.

-도시의 무법자 적광 또 나타나다! 빌런에 일을 뺏기는 무능한 히어로들!

-한국, 중국, 일본에서 활동 중인 적광은 공간계 능력자?!

-저는 적광을 지지합니다.

-적광이 빌런새끼들 다 죽여줬으면.

-히어로 100명보다 적광 1명이 더 믿음직한 이유.

[기자들은 대부분 까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인기가 좋은 편이야. 기자들은 해킹할까?]

‘무시해. 대한민국 기자들 신뢰도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적광의 인기가 좋든, 좋지 않든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은 중요한 새끼들을 죽여야 하니까 집중하고.’

[응. 정령옥 주는 거 잊지 말라구.]

하늘을 날아가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순식간. 나는 남포시 외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건물 아래로 천천히 내려섰다.

[어.]

‘왜? 함정이야?’

[아니. SNS와 커뮤니티를 살피고 있었는데 A급 히어로들이 다수 움직이기 시작했어. 서울에서 위로. 그러니까 남포시로 향하는 모양이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히어로 협회가 알아차렸다?’

내 계획을 알고 있는 건 나와 마키나 뿐이다. 마키나가 날 배신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애초에 계약에 묶여 있기에 배신할 수도 없다.

‘히어로 협회의 예언형 능력자가 한 건 했군.’

예언과 관련된 능력자. 10번 중 8번은 틀려도 나머지 2번은 적중하기에 대우받는 능력자들.

[오늘은 그냥 포기할래?]

‘내일 마도정의 간부를 죽여야 하는데 포기는 무슨.’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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