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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36화 (1,816/2,000)

< 2036화 > 2036. 아카데미의 구원자

한국 히어로 협회는 A급 히어로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적광의 위치를 파악했다. A급 이상의 히어로들은 이하의 위치로 가서 적광을 막을 것. 적광은 향후 S급 빌런이 가능성이 높으니 생사를 불문한다.

메시지를 본 A급 히어로들은 대부분 무시했다.

적광은 강했다. A급 히어로도 함부로 볼 수 없을 만큼. 협회가 S급 빌런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A급 히어로라도 위험 부담을 지기 싫은 자들은 많았다. 대부분은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자들이었다.

반면 돈과 명성을 원하는 A급 히어로들은 남포시로 향했다. 요즘 유명한 다크 히어로인 적광이다. 쓰러뜨리기만 해도 돈과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다른 A급 히어로와 연계하면 쉽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속셈도 있었다.

드물게 정의심을 갖고 행동하는 히어로도 있었다. 적광의 행동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들.

아이언 스톰이라 불리는 명지아가 그랬다.

‘사람들은 적광을 다크 히어로라고 하지만… 그는 다크 히어로인 척하는 빌런이야.’

적광의 행보가 그랬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어도 평범한 다크 히어로와는 본질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적광은 빌런을. 범죄자를 죽인다. 범죄자가 각성자든 비각성자든 개의치 않는다. 범죄자로 보이면 그냥 죽인다. 죄의 경중을 나누지 않는다. 그저 죽임으로써 심판한다.

‘살인자와 도둑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적광은 살인자와 도둑을 구분하지 않아.’

그녀에게 그건 정의가 아니었다.

‘적광은 그 이름대로 미쳤어.’

그냥 미친 것도 아니라 힘을 가진 미친놈이었다. 적광이 더 미쳐버리기 전에, 그 창끝이 무고한 자들에게 향하기 전에 제압해야 한다.

그녀는 바이크를 타고 남포시를 향해 질주했다.

***

원작에서 아카데미는 사건사고가 많았다.

온갖 재능 넘치는 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별별 이유로 아카데미를 습격한다.

단순히 미래의 히어로를 죽인다는 이유로.

신기한 재능을 가졌다는 이유로.

히어로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빛나는 재능을 악마에게 바쳐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악마 숭배자들의 거점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악마 숭배자 거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

건물 안으로 냄새가 났다. 역겹기 짝이 없는 악마의 냄새가.

『악마 사냥꾼(S)이 악마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악마에 대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악마 사냥꾼(S)은 악마의 죽음을 원합니다!』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악마도, 악마 숭배자도 아닌 시체였다. 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찢겨 있는 시체. 벽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으엑. 기분 나쁜 곳이네. 근데 꼭 건물 옆으로 들어가야 했어? 그냥 정면으로 들어가거나 위에서 급습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아?]

‘확보해야 할 게 있다. 광학미채는 제대로 작동 중이지?’

[격렬하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몇 시간이고 유지할 수 있어.]

‘레이더는?’

[안 돼. 결계라도 있는 것 같아. 건물 내부를 확인할 수 없어.]

내가 알기로 이 거점은 10년 넘게 악마 숭배자들에게 이용되어 왔다. 그런 만큼 거점을 보호하는 모종의 수단이 있을 것이다. 레이더가 통하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원작을 통해 여기 구조 정도는 대충 알고 있으니 상관없어.’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에는 감옥이 있었다. 납치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대부분 아이였다. 악마들은 비각성자 중에선 아이를 최고의 제물로 쳤다. 아이들은 감옥 바닥에 앉아 멍하니 바닥을 내려봤다. 나는 감옥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했다.

[어? 구해주지 않는 거야?]

‘내가 왜?’

[그래야 카르마라는 걸 얻을 수 있으니까?]

‘히어로들이 날 잡으려고 오잖아. 걔들이 알아서 구할 거야. 이렇게 되면 간접적으로 오르게 되니 카르마도 오를 거야. 아마도.’

안 올라도 상관없었다. 카르마를 얻을 기회가 지금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악마 사냥꾼(S)이 모든 마를 죽이길 원합니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심장이 치솟고 증오심이 느껴진다. 허나 내겐 절대 정신이 있었다. 악마 사냥꾼(S)의 악마를 향한 증오는 내게 닿지 못한다.

‘조용히 해라.’

강제로 증오심을 억누르니 악마 사냥꾼도 어느 정도 얌전해졌다.

감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힉.’

13명의 아이들이 천장에 걸려서 신음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피를 조금씩 흘리며 고통에 허우적거린다. 아이들이 흘리는 피는 복잡한 마법진이 되어 악마와의 연결을 잇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연결된 악마들은 아이들의 고통을 커피 마시듯 즐기고 있었다.

-낄낄낄.

-역시 부모에게 팔린 아이의 고통은 각별하군.

-아니지. 부유한 환경에서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의 고통이 더 맛있다.

-글쎄. 난 평범한 아이의 고통이 가장 맛있는 것 같은데.

악마들의 목소리가 낯게 깔리듯 울린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를 죽이길 원합니다!!』

유감스럽게 죽일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실체화되지도 않은 악마를 죽일 순 없다. 내 시선은 방의 중심으로 향했다.

누워있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비쩍 마른 아이. 다른 아이들이 고통에 신음할 때 그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아이. 그 아이의 근처에는 의료기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쟤는 뭐야? 제물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당연히 제물은 아니지. 굳이 말하자면 보상을 받는 놈이야.’

이곳의 악마 숭배자 리더는 불치병에 걸린 자기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악마에 바치는 놈이다. 내가 확보하려는 것도 저 아이다. 아이의 이름은 모른다. 관심도 없다. 다가가서 아이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으, 으으…. 죽여주세요….”

아이가 내게 요구했다. 무시하고 다른 한 손에 칼을 쥐었다.

-헉?! 뭐냐 네놈은?!

-감히 우리의 미식을 방해하다니!

-숭배자 놈들은 뭐 하는 거냐?

악마들이 떠들었다. 떠드는 것밖에 할 수 없었으나, 그 음성에는 저주가 실려 있었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의 저주를 흩트립니다.』

칼을 휘둘렀다.

나를 중심으로 원형의 검기가 뻗어나가 천장에 매달린 아이들의 숨통을 끊는다. 시끄러운 의식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의식을 망치다니…!

-안 돼. 몇 개월만 더 있었으면 더 강해질 수 있었단 말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발아래 마법진이 빛을 낸다.

제물로서 매달려 있던 아이들의 영혼이 육체에서 튀어나왔다. 영혼들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법진을 향해 빨려 들어간다.

악마들이 욕심을 부렸다.

“멍청한 새끼들이군.”

설마 자기들이 직접 연결할 줄이야.

나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바닥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은 진흙 속에 빠지는 것처럼 푹 들어갔다. 무언가가 잡힌다. 나는 그것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끼아아아아아악?!

내 손에 붙잡혀 끌려온 것은 1m도 되지 않는 작은 악마였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를 간파합니다.』

『노비스 데몬. 되다 만 것들.』

직위도 권능도 없는 악마.

악마 중에서도 가장 밑에 있는 놈들이었다.

“그래도 마인 보다는 쓸만하겠지. 죽어라.”

콰직.

악마의 머리통을 터트려 죽였다.

-히이이이이이익! 악마 사냥꾼이다!!

-도망쳐! 우리가 상대할 수 없다!

-귀족님들! 귀족님들에게 알려야 한다!

“도망? 어림도 없지. 악마 사냥꾼. 일해라.”

『악마 사냥꾼(S)이 노비스 데몬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내 몸에서 흘러나온 힘이 바닥의 마법진으로 스며들어 노비스 데몬들을 속박한다. 나는 바닥 속에 손을 뻗어 노비스 데몬을 무 뽑듯이 뽑아내 죽였다. 머리를 터트리거나, 찢어버리거나, 손바닥으로 지긋하게 눌러죽이거나.

『악마 사냥꾼(S)의 힘이 약간 강해집니다.』

‘그래. 무럭무럭 성장해라. 기왕이면 빨리.’

악마를 죽인 나는 아이를 한 손에 쥐고 천장을 향해 뛰었다. 천장을 박살 내고 윗층으로 향한다.

“네이노오오오오오오오옴!!!!”

분노한 악마 숭배자가 소리 질렀다. 악마 숭배자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 수만 50명이 넘는다. 아무리 나라도 이놈들을 혼자서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그랬기에 인질을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악마 숭배자들에게 아이를 내민다.

“움직이지 마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애새끼를 죽여버린다.”

“이, 이 불경한 놈이!! 위대한 악마의 씨앗을…!!”

악마의 씨앗?

악마 숭배자들은 리더에게 속고 있었다. 아이는 악마의 씨앗 같은 게 아니다. 악마 사냥꾼(S)이 아이에게 반응하지 않는 게 그 증거다.

“너희 리더는 어디에 있지?”

“네게 자비를 약속해 주마. 그분을 내려놓아라!”

“내 말을 씹어?”

뿌득.

아이의 오른팔을 분질렀다.

“끄으으으으….”

아이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악마 숭배자들이 기겁했다.

“아, 알겠다! 선지자님을 데려오겠다! 그분을 해하지 마라!”

“1분 준다. 데려와라.”

『악마 사냥꾼(S)이 악마 숭배자를 죽이길 원합니다!』

악마 사냥꾼(S)의 알림창은 무시했다.

놈들의 리더는 30초 만에 헐레벌떡 뛰어왔다.

푸석푸석한 검은 머리,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주름, 쩍쩍 갈라진 입술. 중년의 여자는 숭배자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민우야! 민우를… 민우의 팔을… 이놈!!!!”

“닥쳐라.”

아이의 눈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발작하던 여자의 움직임이 뚝 멈춘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그 무엇보다 두려워했다.

“…무엇을.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거냐?”

“악마를 보고 싶다. 악마를 소환해라.”

“……악마 계약인가. 악마를 정당히 소환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게 제물이고. 여기엔 악마를 소환할 정도의 뛰어난 제물이 없다.”

“너희가 있잖아.”

“…동지들을 제물로 쓰라고?”

“싫어?”

푹.

민우의 왼쪽 눈을 검지로 찔렀다.

“아아아아아악!”

검지는 민우의 오른쪽으로 향했다.

“민우야!! 알겠다! 알겠으니 민우를 괴롭히지 마라!!”

“그래. 네 자식이 뒈지는 꼴을 보기 싫으면 지금 당장 악마를 소환해라. 10분 내로 소환하지 않으면 그냥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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