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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37화 (1,817/2,000)

< 2037화 > 2037. 아카데미의 구원자

“동지들이여. 위대한 악마의 씨앗을 지켜야 합니다. 악마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었습니까?”

선지자라 불리는 여자가 악마 숭배자들에게 물었다. 악마 숭배자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악마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당연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종말에서 악마의 힘으로 저희 영혼은 보호받을 테죠.”

“위대한 악마를 위해 기꺼이 이 몸과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악마 숭배자들이 말했다.

나로서는 저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선지자에게 완벽히 세뇌되었다는 거다.

‘보통 악마 숭배자나 마인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마를 숭배하고 계약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놈들은 돌아버린 거지.’

놀라운 점은 이들이 특별한 능력을 통해 세뇌된 게 아니란 거다.

선지자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선 몸을 돌려 어딘가로 향했다. 악마 숭배자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는 신음을 흘리는 인질을 들고 움직였다.

도착한 곳은 제단이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다 못해 썩어 있는 곳.

“본래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선 정당한 때에 옳은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막무가내로 제물을 바치는 건 좋지 못합니다.”

제단 앞에서 선지자가 입을 털기 시작했다. 다른 악마 숭배자들이 아닌 내게 하는 말이었다. 대충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뜻인 듯했다.

“7분 나았군.”

인질의 목을 손으로 휘감는다. 목은 가늘고 연약했다.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지겠지.

그러고 보니 이 아이의 이름도 민우였다.

내 아들과 같은 이름.

이렇게 보니 내 아들과 비슷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 감흥이 없었다. 최민우가 죽는다면 기분 나쁘고 약간은 슬퍼하겠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면 복수해 줄 용의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슬픔은 아마 이틀은 가지 않을 것이고, 복수도 밋밋하게 끝날 테지.

선지자는 이를 악물었다.

“…동지들이여. 악마들은 당신들의 봉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최후의 종말이 찾아왔을 때, 그대들은 악마들로부터 보호받으며 끝에 구원받을 것입니다!”

“진정한 구원을 위해!”

선지자가 사이비처럼 지껄였다. 악마 숭배자들은 의심 없이 동조했다.

“위대한 악마를 위한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최소 D급 히어로 이상의 힘을 가진 악마 숭배자들이 엄숙하게 움직였다. 이미 제물의 순서를 정해 놓은 것마냥 한 명씩 제단 위로 올라간다.

고개를 숙이고 어떠한 유언도 없이 특수한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른다.

『악마 사냥꾼(S)이 사악한 의식을 저지하기를 원합니다.』

나는 이 사악한 의식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으윽. 가끔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다니까.]

마키나의 말에는 동의한다.

‘근데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지.’

푹.

또 하나의 악마 숭배자가 제단에 목숨을 바쳤다. 제단에서 악마의 힘이 느껴진다. 선지자는 제단 옆에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악마들을 위한 일종의 주문이겠지.

‘악마 소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악마 사냥꾼 특성은 억눌러야겠지. 마키나. 히어로들은?’

[남포시로 집결 중이야. 언제 들이닥칠지는 나도 몰라. 히어로들의 능력에 달렸겠지?]

‘아마 오래는 안 걸리겠지. 그쪽도, 이쪽도.’

선지자와 악마 숭배자.

선지자는 자기가 지껄였던 개소리를 믿지 않는다. 선지자가 악마를 숭배하는 이유는 오직 불치병에 걸린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다. 선지자는 불치병을 치료해 줄 권능을 가진 악마를 찾고 있다.

원작에서는 결국 그 악마를 찾아낸다. 문제는 그 악마가 입맛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그 악마는 특수한 힘을 가진 제물을 원했다. 그 대상은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다. 그에 선지자와 악마 숭배자들이 아카데미에 습격한다.

‘자살 테러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놈들.’

그놈들이 지금 스스로 제단 위로 올라가 악마에게 자기 생명을 바치고 있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악마 숭배자 중 하나가 죽을 때마다 랜덤하게 카르마가 올랐다.

‘이렇게 쉽게 오른다고?’

조폭 수십 명이 죽어서야 오르는 게 악마 숭배자 3~4명이 죽을 때마다 카르마가 오르고 있다.

‘카르마 시스템이 좀 이상하긴 해. 아까 애새끼들을 한 번에 죽였을 때도 카르마가 떨어지지 않았지.’

카르마는 내 행동에 가차 없이 반영된다. 선량한 아이가 죽으면 카르마가 떨어져야 한다. 그게 맞다.

‘그 아이들이 무고하지 않다거나, 아이들을 죽이는 게 틀리지 않았다거나.’

고민 끝에 내린 답은 후자였다. 그 아이들은 악마들에게 고통받고 있던 제물들. 그 아이들에겐 죽음 자체가 구원이 될 수 있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또 한 명의 악마 숭배자가 죽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갑자기 악마 숭배자가 한 명씩 죽을 때마다 카르마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3~4명 당 하나씩 오르는 게 아니었나. 이렇게 잘 오른다고?’

이유가 뭘까.

‘…앞서 죽은 놈들보다 지위가 높아서? 아니,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 끝에 내린 답은 원작. 즉, 아카데미와 관련 있다는거였다. 하지만 이 세상은 원작 게임이 아니다. 아카데미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끼이이이이이이이익.

제단에서 불쾌한 소리가 울린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또 악마 사냥꾼(S)이 발작하듯 나대기 시작한다. 나는 이번에도 악마 사냥꾼(S)의 힘을 억눌렀다. 아직 때가 아니다. 적어도 악마 숭배자들이 죄다 죽은 뒤에 나서야 한다.

‘어떤 악마인지는 궁금하군.’

『악마 사냥꾼(S)이 악마를 간파합니다.』

『타니엘. 악마 자작. 2군단 소속.』

『타이넬의 권능은 미혹의 안개. 안개 속에서 진실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작급이라. 예상 이상이네.’

남작급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악마 소환을 제대로 준비한 것도 아니라 급하게 진행한 것이었으니까.

동시에 안도했다. 백작급 이상이 나왔으면 골치 아파졌을 것이다. 백작급을 상대하기엔 여러모로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

악마의 힘이 꿈틀대며 제단 위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완전히 소환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선지자가 내게 버럭 소리쳤다.

“약속대로 악마를 소환했다! 내 아들을 이리로 넘겨라!”

그녀 주위에 있는 악마 숭배자는 7명 정도 남아 있었다.

“나머지 7명도 악마에게 바쳐라. 그럼 풀어주지.”

“이, 이 무도한 자가…!!”

“누가 누굴 보고…. 네년이 그딴 말을 내뱉으니 기가 차서 웃기지도 않는군.”

목을 움켜쥔 인질을 내밀었다.

선지자는 분노에 차 피눈물을 흘렸으나, 감히 나서지 못했다.

‘진짜로 피눈물을 흘리는 거냐.’

이건 좀 놀라웠다.

“선지자님. 저희는 악마께 몸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악마의 씨앗을 위하여!”

“아아… 악마여. 이 비루한 육체를 받아주소서.”

악마 숭배자들은 거침없이 자기 가슴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카르마: 선(善)이 2 상승합니다.』

『카르마: 선(善)이 1 상승합니다.』

『카르마: 선(善)이 2 상승합니다.』

카르마가 오르고, 제단으로부터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 새로운 악마가 나타나려 한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를 간파합니다.』

『푸르탐. 악마 남작. 7군단 소속.』

『푸르탐의 권능. 규율의 저주. 규율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7군단? 악마 숭배자의 수를 줄이려다가 좆된 줄 알았는데 7군단이면 할만하지.’

지금 내게 가장 만만한 건 7군단이었다. 마음을 편히 먹었다.

악마 숭배자는 전부 죽었고 선지자는 한 마리만 남았다.

“흐음.”

피눈물을 줄줄 흘리는 선지자 옆으로 악마 자작 타니엘이 나타났다. 등에 한 쌍의 검은 날개를 가지고 인간의 몸과 개의 머리를 한 악마였다.

“재밌는 상황이군. 나를 불러낸 건 네년인가. 나뿐만이 아니라 7군단의 깡통까지 불러낼 줄이야…. 욕심이 많구나.”

털썩!

선지자는 악마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망설임 없이 그 머리를 조아리며 악마의 발에 입을 맞춘다.

“타락의 종기시여, 검은 날개의 인도자시여, 2군단의 안개시여. 부디 저의 아들을 구해주시옵소서. 바라고 바라옵니다.”

“저놈의 손아귀에 걸려 있는 놈 말이냐? 하늘의 저주를 받았군. 이미 죽어야 할 놈을 우리의 힘으로 억지로 살려 놓았는가. 하하. 사랑만큼 파멸적이고 두려운 것 없으리라. 내 오늘 그분의 말씀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는구나.”

“…그저 바라올 뿐입니다.”

“나는 네 아들을 살릴 힘이 없다. 대신 네 아들을 잡은 저놈을 죽일 힘은 있지.”

“그렇다면 놈을 죽여주시옵소서!”

“오냐.”

보고 있던 나는 검은 날개의 악마를 향해 인질을 내던졌다. 악마가 소환된 이상 인질은 딱히 필요 없었다. 악마는 손날을 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아이를 반으로 갈라 죽였다.

“아, 아아아아악! 민우야! 민우야! 민우야!”

선지자가 반으로 갈라진 아들의 시체를 붙잡으며 오열했다.

“시끄럽다.”

악마가 선지자의 머리를 발로 찼다. 선지자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다. 악마를 신처럼 믿고 떠들던 여자의 최후였다.

『카르마: 선(善)이 5 상승합니다.』

‘오. 내가 직접 죽인 것도 아닌데 카르마가 5나 오르다니…. 선지자가 어느 정도의 샹년이었는지 알겠군.’

카르마가 올랐다. 딱히 신체 스펙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

[악마들은 다 저런 거야?]

‘99%가 다 저렇지.’

억누르고 있던 악마 사냥꾼(S)의 힘을 풀었다.

『악마 사냥꾼(S)이 악마의 죽음을 원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악마에 대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역겨운 힘이 느껴지는군. 악마 사냥꾼. 그래. 감히 주제도 모르고 우리를 사냥한다는 것의 힘. 몇몇 동족들은 천적이라 하여 그 힘을 두려워하는 모양이다만… 결국 인간의 힘.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타니엘의 몸에서 안개가 뻗어 나온다. 짙은 안개는 순식간에 시야를 가리고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으으…. 어지러워….]

안개의 영향인지 시야에 표시되던 HUD가 맛이 갔다.

‘정령의 정신에도 영향을 끼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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