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0화 > 2040. 아카데미의 구원자
“일단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저주인지 직접 봐야겠어.”
“……직접 본다는 말은?”
“벗어.”
“엇?!”
“의사가 환부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비뇨기과라고 생각해. 나도 썩 기분은 좋지 않아. 같은 여자의 거기를 봐야 하는 건 좀 그러니까.”
명지아는 부끄러워져 도망치고 싶었다.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야.”
“꼭 직접 눈으로 봐야 해?”
“신체 부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저주잖아. 직접 보는 편이 확실해.”
“자,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와도 될까?”
“갔다 와.”
명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명지아는 5분 만에 돌아왔다.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강철 코트를 벗고 쫄쫄이 히어로 슈트를 벗기 시작했다.
“히어로 슈트. 그거 잘도 입고 다니네? 보통 히어로들은 잘 안 입는 거잖아.”
“협회에서 협찬받은 거라 입어야 해.”
“현실적인 이유네. 하긴 넌 인기가 좋았지.”
“그리고 의외로 방어력이 뛰어나서 도움이 돼. 벗을 때나 입을 때가 좀 많이 귀찮긴 하지만.”
등의 지퍼를 내리며 히어로 슈트를 벗었다. 물론 슈트 아래에는 속옷을 입고 있었다. 지영지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몸이 아카데미때 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 가슴도 더 커진 것 같고.”
“응? 기분 탓이야.”
“팬티도 젖어 있고.”
“그, 그건 저주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흠뻑 젖어 있는 팬티에 비해 냄새는 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씻고 온 게 분명했다. 지영지는 확신했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팬티도 벗어.”
“꼭 그래야 해?”
“직접 봐야 한다고 말했잖아. 나는 지금 의사야. 그리고 알몸을 보는 것도 처음은 아니잖아.”
아카데미 시절. 놀러 다니면서 함께 목욕했던 적이 있었다. 찜질방이나 워터 파크에 갈 때가 그랬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잖아.”
“그때나 지금이나.”
명지아가 팬티를 벗었다. 지영지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명지아의 음부는 단 한 가닥의 음모도 없이 만질만질했다.
“내 친구에게 왁싱하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는걸.”
“저번에 여성 히어로 음모 노출이 있었잖아.”
“아. 전투 중에 옷이 찢어지며 일어난 사고? 유명해지긴 했지. 그 히어로는 바로 은퇴했다던가.”
“만일을 대비해서 밀어버렸어. 물론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제일 좋겠지만….”
“편해?”
“편하긴 해….”
지영지는 그녀의 보지를 빤히 바라봤다. 털이 없어서 아주 잘 보였다. 분홍색 음순은 꽉 다물어져 있고, 그 아래의 항문도 닫혀 있었다. 다만 클리토리스가 딱딱하게 발기해 있었으며 보지 아래쪽으로 액체의 흔적이 보였다. 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끈적해 보이는 액체.
“무슨 저주인지 알겠어?”
“저주의 기운이 안 느껴져. 저주가 발동하는 걸 봐야겠어. 그 적광이라 했던가? 적광을 생각해 봐.”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은 괜찮아.”
“흐음. 그렇다면 직접 건드려 보는 수밖에. 잠깐 실례할게.”
지영지의 손이 음부로 향했다. 그 손끝이 음부에 닿는 순간 불길한 스파크가 튀었다. 지영지가 서둘러 손을 뺐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네. 지아야. 직접 만지는 건 괜찮았어?”
“어, 응. 아무 문제 없었어.”
“타인의 접촉을 거부하는 저주라….”
“어떤 저주인지 알겠어?”
“일단 추가로 몇 번 시험해 보자.”
지영지는 약과 물건들을 가져왔다. 약을 뿌리고 아이템을 사용해 어떤 종류의 저주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허나 제대로 반응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저주야. 저주가 맞아. 하지만 어떤 종류의 저주인지 모르겠어.”
“저주가 맞다면 해주 할 수 있는 거지?”
“약이나 아이템으로 해주 할 수 없어. 아예 반응부터 안 하니까.”
“저주 정화 스킬은?”
“아까 사용했어. 반응이 없었다는 건 아예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야.”
“바, 방법은 있는 거지?”
“있어.”
그렇게 말하는 지영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해주 하는 방식은 아니야. 내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했다는 건 다른 해주술사들에게도 답이 없다는 뜻이니까.”
“방법이 있다며?”
“저주의 시전자가 저주를 풀면 돼. 그게 아니면 저주의 시전자를 죽이던가. 적광이라고 했지? 빌런이니까 죽이면 돼.”
명지아의 얼굴도 굳어졌다. 적광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죽이니, 뭐니 하기 전에 싸워서 이기는 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저주를 해제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담판을 지어야했다.
“흐윽.”
“왜 그래?”
“저, 저주가 발동되고 있어.”
지영지가 깜짝 놀라 명지아의 보지를 관찰했다.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 클리토리스는 한계까지 발기했고, 음순 사이가 벌어지며 구멍이 드러난다. 아직 처녀막이 남아 있는 구멍에서는 애액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지영지는 사적인 감정 하나 없이 보지를 관찰했다. 정확하게는 보지에 적용 중인 저주를.
‘저주지만 마법이나 주술은 아니야. 굳이 꼽자면 특수한 스킬이나 특성 쪽인 게 맞겠지. 아무리 그래도 내 스킬인 저주 정화가 통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저주의 격이 너무 높았다. 악명으로 자자한 저주술사의 저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읏, 아, 아아….”
보지가 꿈틀거리더니 애액을 물총처럼 쏘아냈다. 깜짝 놀란 지영지는 명지아로부터 저도 모르게 거리를 벌렸다.
명지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지영지는 그녀를 이해했다.
“으음. 저주가 심각하네. 미안해. 나로선 네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사과할 필요 없어. 네 탓이 아니니까. 모든 원흉은 그 개자식이야.”
지영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명지아가 어떤 인물인가. 착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다. 아카데미 시절에도 욕을 내뱉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명지아가 누군가를 욕하다니….
‘많이 화났구나. 하긴 그럴 만해. 이런 괴상한 저주를 받았으니까.’
명지아는 주섬주섬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영지야. 오늘은 고마웠어. 나중에 같이 밥이라도 먹자.”
“…지아야.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그 저주를 없애는 게 좋을 거야.”
“응?”
“적광을 생각하면 저주가 발동한다고 했지? 그건 안 좋아. 육체의 자극은 마음에도 영향을 끼치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하지만 괜찮아. 겨우 이런 저주 따위에 굴복할 내가 아니니까.”
“…….”
음부에서 애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런 말을 하니 설득력이 없었다.
***
아라시 아카데미.
도쿄의 맛집으로 유명한 라멘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돌아온 나는 심각한 얼굴의 성하리를 발견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누군가와 통화했나 보다.
“엄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안색이 안 좋은데.”
“응? 한국 히어로 협회랑 통화했어. 한국에 적광이라는 빌런이 날뛰고 있는 것 같아. 협회가 내게 직접 나서달라고 말하더라.”
“……직접 나서게?”
“내가? 에이. 이런 일은 후배 히어로들이 나서야지. 퇴물인 내가 나서는 건 보기 안 좋아. 정 안 되면 내가 나서야겠지만….”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차라리 다른 S급 히어로를 상대하는 게 낫지. 성하리는 좀….’
성하리와 싸워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정체를 들킬 가능성도 있었다. 내가 적광이란 걸 안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감금당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내 정신을 개조하겠다면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겠지.
‘당분간 한국에서 적광으로 활동하는 건 자제해야겠어.’
일본이나 중국에서 활동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었다.
“곧 있으면 마지막 교류전인 건 알지? 이번엔 빠지면 안 돼. 엄마는 우리 유진이 믿어.”
“내가 질 리 없잖아. 눈감고 싸워도 이겨.”
“진짜 눈 감고 싸우면 안 돼.”
“역시 안 되겠어. 최근에 훈련은 안 하고 놀기만 했잖아. 오후에는 엄마랑 훈련하자.”
“…….”
도망치고 싶은데 적당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
마도정의 간부를 죽이기 위해 산속에 있는 절로 향했다.
미사이즈 카게마사. 이 절의 주지 스님이자 마도정의 간부다.
다소 어이없는 일이었다. 절의 주지 스님이 악마와 계약한 마인이니까.
절에 도착한 나는 염불을 외고 있는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놈은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2m가 넘는 큰 키에 강철처럼 단단한 몸을 가졌다.
“자네는 관천의 아들이로군. 그런가. 최근에 있었던 소동의 당사자가 그대인가.”
관천의 아들이란 건 내가 성하리의 아들이란 걸 꿰뚫어 봤다는 뜻이다.
좀 놀랐다.
지금 나는 적광 상태다. 스톰브레이커 슈트를 입고 얼굴을 가린 상태라는 거다.
“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숨겨도 내 눈을 피할 수 없네. 불존께서는 모든 걸 알고 계시네.”
“네가 그 불존이라는 거냐?”
“그럴 리가 있겠나. 나는 하찮은 잡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네.”
“악마와 손잡은 마인이 스님 놀이나 하고 있다니. 말세로군.”
“악마와 손을 잡다라…. 뭔가 오해하고 있군. 내겐 이것 또한 수련일 뿐이라네.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지.”
“멍멍멍. 개소리는 나도 좀 하는데 알아듣겠냐?”
“자네가 날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네만… 조금 서글프군.”
카케마사에게서 마기가 느껴진다. 농도 짙은 마기. 남작급 악마 이상의 마기가 놈으로부터 느껴졌다.
『악마 사냥꾼(S)이 마인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마인에 대한 공격력이 상승합니다.』
악마 사냥꾼(S)이 전투를 준비했다. 나는 차오르는 힘을 느끼며 대검을 만들어 손에 쥐었다.
“모든 준비는 거의 끝났네. 이제 남은 건 의식을 시작하는 것뿐이지. 자네는 신이 궁금하지 않나?”
“갑자기 뭐냐. 시간 끌기냐?”
“자네가 스사노오의 힘을 가진 걸 알고 있네. 자네에게서 폭풍의 기운이 느껴지니 모를 수가 없지. 그 신의 힘을 온전히 갖고 싶지 않나? 우리가 자네를 도와주겠네.”
“내 손에 죽어주는 게 네가 날 도와주는 거다.”
붉은 번개와 폭풍을 몸에 휘감고 놈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