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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70화 (1,850/2,000)

< 2070화 > 2070. 아카데미의 구원자

“원래라면 20초 만에 저걸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았지.”

안다.

유리아는 일부러 사마엘을 죽이지 않고 있다. 그게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사마엘은 네가 죽여야 한다.”

그래야 내가 성장할 수 있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강함은 내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줄 것이다.

“우리가 도와주마. 그러기로 했으니.”

엘레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녀의 몸은 바닥에 닿기 전에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푸른 나비는 사라지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돌았다.

“어둠은 나를 죽이지 못하리…! 나는 살아남아 사랑에 기뻐할 것이니라!”

촤르르르륵.

그림자 사슬이 사마엘의 몸을 여기저기 꿰뚫는다.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주인님.”

유리아가 내 앞에 나타났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보였다. 오른팔은 사라졌고, 왼 다리는 피투성이에 뼈가 비틀렸다.

놀랍다. 설마 유리아를 이렇게나 몰아붙일 줄이야. 군단장에 대한 평가를 높인다. 생각해 보면 군단장이란 것들은 무수한 세월을 살아온 괴물 놈들이다.

“못난 꼴을 보였군요. 시간이 얼마 없었던지라… 방어에 신경 쓸 수 없었습니다.”

“못 나기는. 날 위해 싸웠잖아. 네겐 언제나 고마울 뿐이야.”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저택에서 뵙겠습니다. 홍차를 준비해 둘게요.”

평소처럼 미소 지은 유리아가 사라졌다.

1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끝났다.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지고 사마엘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사마엘의 상태는 당연히 멀쩡하지 않았다. 8장의 날개는 1장 빼고 전부 잘려 있었다. 남은 1장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왼손은 손가락의 절반이 없었고 오른쪽 어깨는 잘리고 그을렸다. 몸 곳곳에서 베이고 찔려 피가 흘러내린다.

“괴물 같은 여자들이었노라….”

사마엘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어마어마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움직인다. 사마엘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악마 사냥꾼이여. 그 여자들은 소멸하였구나. 대가 없이 그만한 힘을 쓸 수 없는 법…. 홀로 남은 너의 외로움이 느껴지는구나.”

사마엘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다 죽어가는 놈이 입만은 살아있군.”

화련비도를 손에 쥐고 놈을 향해 다가갔다.

원래는 『성자의 피』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군단장을 상대하기 위해 유리아가 구해온 물건이니까.

사마엘의 상태를 보니 굳이 성자의 피를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만용이 아니다. 사마엘은 빈사 상태다.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파지직.

붉은 뇌전이 화련비도의 칼날을 통해 흐르고, 푸른 뇌전은 내 주위를 맴돌았다.

사마엘의 걸음이 멈췄다.

“……오래전 악마 사냥꾼이 있었느니라. 그 남자는 우리에게 증오를 불태우며 악마를 죽였지. 비록 군단장에겐 닿지 못하였으나 사랑이 넘치는 남자였노라.”

“흥미 없는 이야기다. 아니면 뭐, 옛날 추억을 팔아서 목숨 구걸이라도 하려는 거냐?”

“나는 포기하지 않았느니라. 허나 만에 하나, 네가 나를 죽인다면 모든 악마가 너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니라.”

“원하는 바다.”

온 힘을 담아 사마엘을 향해 화련비도를 휘둘렀다. 사마엘은 화련비도의 칼날을 노려보며 권능을 사용했다.

공기가 순식간에 부패하며 썩은 내를 풍긴다.

『악마 사냥꾼(SS)이 악마의 권능에 저항합니다.』

부패의 권능이 칼날과 뇌전을 뒤덮는다. 뇌전이 부패해 사라졌다. 옷도 부패하여 녹아내린다. 전신의 세포가 하나씩 썩어갔다. 화련비도는 조금도 썩지 않았다.

갑자기 몸이 뒤로 밀려났다. 사마엘이 마력으로 날 밀쳐낸 것이다.

그것뿐이었다.

고작 나를 세 걸음 뒤로 밀쳐내는 것이 전부.

군단장의 마지막 발악은 하찮았다.

푸른 나비가 번뜩이다 사라졌다. 군단장의 마지막 저항도 의미 없이 사라졌다.

나는 성큼 다가가 사마엘의 심장에 칼을 박았다.

“…이것이 사랑인가.”

“끝까지 의미 모를 개소리만 지껄이는군.”

『성공적으로 악마를 사냥했습니다. 악마 사냥꾼(SS)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두 번째 군단장을 죽였습니다! 악마 사냥꾼(SS)이 환희합니다!』

『악마 사냥꾼(SS)이 새로운 능력을 각성합니다. 흡수한 악마의 권능들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악마 사냥꾼(SS)이 죽인 악마의 권능 일부를 흡수합니다.』

『현재 흡수한 권능: 괴력의 권능(A-). 미혹의 안개(B), 규율의 저주(A). 진실의 권능(S+), 반사(A), 부패(SS)』

『카르마: 선(善)이 95 상승합니다.』

‘악마 사냥꾼의 랭크는 안 올랐나. 아쉽군.’

그래도 사마엘의 권능과 권능 합성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부패

랭크: SS

모든 것이 썩는다.

영혼을 소모할수록 강해진다.』

‘…영혼을 소모할수록?’

군단장의 권능은 다른 권능과 좀 달랐다. 하지만 이걸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군단장급의 강력한 힘을 쓰기 위해선 무언가 대가가 필요하다는걸.

파멸의 악마왕이라 불리는 메킨도 권능을 완전히 쓰기 위해선 파괴라는 대가가 필요했다.

‘사마엘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사용하지 않았겠지. 인간이나 다른 악마의 영혼을 썼나.’

영혼을 소모하는 방식은 어떻지? 미리 영혼을 충전해 둘 수 있나? 쓸 때마다 영혼을 소모하는 방식인가?

‘확실한 건 원래 권능보다 열화판이라는 거지.’

만약, 다른 사람의 영혼을 소모한다고 하자. 그럼 카르마가 멀쩡할까? 남의 영혼을 소모하는 거니 카르마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잠깐 생각이 잠긴 사이에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세계가 무너지고 원래 던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던전을 지탱하고 있던 마력도 거의 사라져서 불안하게 흔들린다.

던전 밖으로 나갔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던전은 붕괴해 사라졌다.

‘이번에 얻은 합성 능력이나 쓰자.’

『악마의 권능을 합성합니다. 최소 2개 이상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현재 흡수한 권능: 괴력의 권능(A-). 미혹의 안개(B), 규율의 저주(A). 진실의 권능(S+), 반사(A), 부패(SS)』

권능들을 훑어봤다.

괴력의 권능은 강력한 힘이 필요할 때 쓸만했다. 미혹의 안개도 적광 상태일 때 잘 쓰고 있다.

규율의 저주는 A급 히어로인 명지아에게 사용 중이라 포기할 수 없다. 거짓말 탐지기인 진실의 권능은 유용했다.

‘애매한 건 반사(A)와 부패(SS)군.’

『반사(A)와 부패(SS)의 권능을 합성합니다.』

권능 합성은 빠르게 끝났다.

『절대 반사(SS) 권능을 획득합니다.』

“오?!”

이름만 보고 흥분한 나는 빠르게 권능을 확인했다.

『절대 반사

랭크: SS

무엇이든 반사한다.

반사한 것에 따라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없다.』

‘좋은 거… 맞지?’

무엇이든 반사한다. 듣기만 하면 굉장히 좋은 능력이다. 그 뒤에 있는 설명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한 번 실험해 봐야지.’

화련비도를 머리 위로 던졌다. 떨어지는 화련비도를 향해 절대 반사를 사용한다.

떨어지던 화련비도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절대 반사를 사용했습니다.』

『3시간 동안 절대 반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3시간? 겨우 떨어지는 칼을 튕겨낸 게 전부인데? 효율이 똥망이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지옥계 어딘가, 다섯 번째 군단장이자, 파멸의 악마왕이라 불리는 메킨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유쾌한 기분을 숨기지 않고 자신들의 부하에게 말했다.

“흐흐. 사마엘이 죽었다. 방금 놈의 존재가 소멸한 걸 똑똑히 느꼈다!”

“…사마엘의 소멸이라니. 큰일입니다! 대체 누가 두 번째 군단장을 죽인 것입니까?”

“사마엘은 느닷없이 사라졌다. 어떤 죽음이었는지 나도 모른다. 별 관심도 없다. 어차피 약해서 죽은 놈이니. 짐작 가는 건 악마 사냥꾼의 짓이라는 건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메킨 님. 군단장이 죽은 사건은 유례없는 대사건입니다.”

“멍청한 놈!!”

메킨은 부하의 머리를 후려쳤다. 악마 공작이 맥없이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지금 중요한 건 2군단의 군단장이 죽었다는 거다!”

“크억…. 그, 그렇군요. 2군단을 지배하실 계획을… 과연 메킨 님이십니다!”

“틀렸다. 2군단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파괴한다. 2군단의 악마들을 모조리 파괴하면… 나는 더 강해지겠지. 흐흐흐흐.”

“…8군단의 바알이 4군단과 싸우고 있는 지금, 2군단을 공격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정말로 군단들이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바알은 4군단을 먹어 치우고 강해질 거다. 어쩌면 이 몸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겠지. 허나 내가 2군단을 파괴한다면… 흐흐, 내가 바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

메킨은 강해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었다. 그 밑의 부하 악마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4군단과 8군단의 전쟁에 이어 2군단과 5군단의 전쟁.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어 있던 마계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전쟁을 준비해라.”

흥분한 메킨이 옥좌에서 일어났다.

“까마귀들을 잡아먹을 시간이다.”

***

“흐으으으윽!”

A급 히어로 아이언 스톰을 활동하는 명지아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현관문 앞에서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얼굴을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몸이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아, 안 돼. 또, 또… 흐으으으응!“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새어 나오려는 신음을 참았다. 엉덩이가 움찔거리기를 몇 차례, 명지아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정신을 차렸다.

’아, 아홉 번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총 아홉 번의 절정이 있었다. 그중 한 번은 전투 상황일 때 일어났다. 덕분에 빌런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다른 히어로가 그 빌런을 잡아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명지아는 슬슬 일상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3번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지가 발작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1시간에 1번씩 발정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적광을 잡아서 이 저주를 해결해야 해.‘

결의를 다지던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어떻게든 외면하려고 했던 적광을 떠올리고 말았다.

찌리잇.

아랫배에서 짜릿함이 몰려온다. 자궁이 쿵쿵거리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방금 막 가버린 보지가 반응한다.

”아, 아아앗….“

바닥에 엎드린 상태의 명지아는 양손을 사타구니에 끼우고 문질렀다.

근질거리는 보지가 외부의 자극에 기뻐하고 있었다.

’적광, 적광, 적광…!‘

적광을 떠올릴 때마다 보지가 반응했고, 직접 옷을 벗고 보지를 만진 것도 아닌데 1분도 지나지 않아 절정했다.

”하아아아….“

명지아는 오르가즘에 의한 기분 좋음을 느끼는 동시에 기분 나쁨을 느꼈다. 이 쾌락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주에 의한 것이니까.

”안 돼…. 머릿속이 엉망이야…. 어떻게든. 어떻게든 해야 해. 적광을 잡아서 저주를 없애야 해.“

명지아가 일어났다. 방금 자위하고 보지가 만족해서 그런지 적광을 떠올렸음에도 발정하지 않았다. 이때 적광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몸도 씻어야 해. 히어로 슈트 안쪽은 어제처럼 엄청난 상태겠지…? 슈트 벗기가 두려워.‘

명지아는 히어로 슈트를 벗기 전 자신의 사타구니를 바라봤다. 음부 쪽이 볼록 부풀어 있다. 보나 마나 그곳에 애액이 고여있을 것이다.

떨리는 손으로 히어로 슈트를 벗었다. 그곳의 상태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못 본 척하며 샤워를 시작했다.

그날 밤, 명지아는 잠들기 전에 적광을 잡을 방법을 모색하며 3번이나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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