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9화 > 2089. 몰락한 제국
“……말하겠다.”
레이엘이 협박에 굴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목숨보다 타인의 목숨이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비샤라를 죽이지 마라.”
“네가 얼마나 내 질문에 잘 답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
꽈악.
자국이 남을 정도로 그녀의 엉덩이 힘껏 움켜쥐었다.
공주 기사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덕분에 보지의 조임이 강해졌다.
“첫 번째 질문에 답해라. 너희는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거냐.”
“황위에 오르실 분을 찾고 있다. 그분을 찾아 모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황위에 오를 분? 황제를 찾고 있다고? 현 황제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어처구니없어서 되물었다.
“현 황제는 제국을 이끌 능력이 없다. 제국에는 진정한 황제가 필요하다.”
“황족을 찾아서 새로운 허수아비를 내세워 권력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겠다는 건가. 코르디 후작처럼.”
“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덜컥!
레이엘이 양팔에 힘을 줬다. 사슬이 쇳소리를 냈으나 그녀는 풀려날 수 없었다. 오히려 내 쪽에 달라붙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를 쥐며 싱싱한 처녀의 여체를 즐겼다. 입으로는 여전히 도발하듯 말한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새로운 황제를 찾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멋대로 지껄이지 마라!”
“모르니까 네가 설명해 줘야지.”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내 자지가 그녀의 자궁구를 찐득하게 비비적거렸다.
“끄윽….”
처녀는 입술을 깨물며 날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위대한 대마녀 칼리사께서 죽기 전에 내린 마지막 예언이 있었다. 그랑 엘룬을 가진 여인이 황위에 오른다면, 제국은 천년의 번영을 약속받으리라.”
“진짜인지 모를 예언을 믿고 움직였다고? 진짜로?”
“칼리사께선 가장 위대한 대마녀시다. 마녀회의 마녀들이 하이레시온에 협력하는 이유가 이 예언 때문이다. 칼리사 님의 예언에 따르면 여황께서 황위에 오르면 여인도 제국의 주축이 될 수 있고, 마녀도 어둠 속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된다하셨다.”
“아주 대단한 예언이시군. 황족이 아닌 여인을 겉으로 내세우면 제국인들이 반발할 텐데?”
“예언의 대상은 그랑 엘룬을 가진 여인이다.”
“그랑 엘룬이 뭔데.”
“…너희 기사들이 말하는 비기가 엘룬이다. 엘룬은 그랑 엘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기사인 너도 엘룬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딴 거 없다만.”
“헛소리를. 몸 어딘가에 엘룬이….”
레이엘이 말을 하다 멈칫했다. 내 몸을 잠깐 훑어본다.
“진짜 엘룬이 없다고? 엘룬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힘을….”
“비기가 엘룬을 말하는 거라면… 너도 가지고 있겠네?”
나는 살짝 떨어졌다. 자지가 그녀의 보지에서 빠져나가려다가 멈췄다. 귀두만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보지에 들어가 있는 채다.
“흐으읏….”
파르르 떠는 레이엘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본다. 앞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허나 지금껏 보지 못했던 등에 그 흔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등. 왼쪽 날개뼈 부위에 5개의 검이 교차된 문신이 있었다.
나는 다시 접근해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등을 쓰다듬었다.
“이게 엘룬이냐?”
“…그렇다. 내 엘룬의 경우 필리우스 경이 가졌던 엘룬과 같은 거다.”
“영웅 필리우스 경? 어떻게 엘룬을 얻은 거지?”
“얻은 게 아니라 각성했을 뿐이다. 필리우스 경은 나의 조상이기도 하니까.”
호기심이 계속 일었기에 엘룬에 대해 캐물었다.
엘룬은 특별하고 신비한 힘이다. 유전되기도 하며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전수되기도 한다. 엘룬은 각성해야 가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 각성 방법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꾸준한 훈련과 마나 각성, 정신 충격 등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드물게 아무 조건 없이 각성하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엘룬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비기는 제국의 기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비슷한 힘도 없잖아.”
“엘룬은 제국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용사들로부터 비롯된 힘이다.”
“용사들로부터 비롯돼? 아까는 그랑 엘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잖아. …아니, 똑같은 말인가. 그랑 엘룬이 용사들의 힘인 거군.”
“…그렇다.”
“그랑 엘룬을 가진 여인이란 건… 용사를 말하는 것일 테고. 제국의 시초는 용사이니 여자 용사라면 여자라도 황위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겠어. 제국인들은 전부 환영할 테니까.”
엘룬은 신비한 힘을 가진 문신이다. 그랑 엘룬 또한 그에 비슷하겠지.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박수호였다. 전신이 무신으로 빼곡한 놈. 셀 교단으로부터 용사로 인정받은 놈이니 그 문신이 곧 그랑 엘룬이겠지.
“베로프린 시장도 황위에 오를 자격이 있겠군.”
“…그래. 교단이 인정한 용사이니. 제국인들은 아닌 척해도 그를 반기겠지. 정작 그는 제국에 별 관심 없는 듯하지만. 귀족들은 그를 반기지도 않을 테고.”
“알겠다. 너희는 박수호를 만나러 베로프린으로 향하고 있었군. 박수호는 여자가 아니니 너희가 찾는 여황이 아니지만, 너희가 찾는 여황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말대로다. 베로프린은 모르크 백작령과 전쟁을 한다고 들었기에 우리는 근처 마을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국 출신인 우리가 지금 베로프린에 접촉하면 안 좋은 오해를 살수도 있으니.”
이게 박수호와 엮일 줄이야.
그리고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레이엘의 말에 따르면 엘룬은 유전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만약, 박수호가 용사의 후예라면… 박수호의 동생인 박가인 또한 용사의 후에라는 뜻이니까.
레이엘이 찾는 여황은 박가인이 아닐까? 병원에 누워 있는 박가인이 아니라, 박수호처럼 각성한 박가인.
‘잠깐. 내가 영지전에 끼어들어 우물에 독을 풀지 않았다면 얘들은 이미 박수호를 만났겠지? 얘를 보니 공짜로 박수호에게 요구할 일은 없을 테고… 어떻게든 박수호의 베로프린을 도왔겠지. 저래 보여도 공주니….’
베로프린이 내 개입 없이 모르크를 이겼다면… 베로프린은 내 예상보다 더 발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수호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얘들이 찾는 게 자신의 여동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만나게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레이엘이 내 손에 들어왔으니 그건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음. 왠지 박수호가 괘씸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방해해야겠다. 오랜만에 적광으로 돌아가 깽판이나 쳐볼까.’
그 이전에 여기사를 더 능욕해야지.
“좋아. 다음 질문이다. 내 자지, 기분 좋지?”
“기분 좋아? 웃기는 소리.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겨울 뿐이다. 나의 사명만 아니었어도 혀를 깨물고 자살했을 것이다.”
“아니, 넌 자살 안 해. 고작 이 정도의 일이잖아. 그리고 사실 기분도 좋잖아. 그 증거로….”
허리를 튕기듯 움직인다.
찌걱.
아래로 뚝뚝 떨어지는 처녀혈과는 다른 젖은 소리가 울린다.
“이렇게 젖어 있잖아.”
“…….”
“크크. 불리하니 입을 다문 건가. 솔직하군.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 볼까.”
레이엘의 골반을 잡고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인다. 내 자지가 허벅지를 지나 보지를 일정한 리듬으로 쑤시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서로의 성기가 마찰하며 발생하는 추잡한 소리가 울린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추잡한 소리가 레이엘의 자존심을 더 뭉개고 있으니까.
“큿…. 큭.”
어떻게든 신음을 참는다. 아래에서부터 느껴지는 쾌락을 부정하며 어떻게든 참으려고 한다.
고고한 여기사 다운 태도다. 허나 그 고귀한 여기사도 육체를 완벽히 제어할 수 없다.
파르르르.
몸이 떨리고 애액이 터져 나온다. 레이엘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머릿속을 때리는 쾌락에 몸에 힘이 빠질 것이다. 허나 그 자존심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보지를 계속 쑤셨다. 여기사의 질벽은 푹 젖은 상태로 내 자지에 달라붙는다. 자지가 빠져나가면 아쉬워하듯 딸려 나오며, 자지가 들어가면 전체를 끈적하게 감싼다.
“아, 쌀 것 같다. 내 아이를 임신할 준비는 됐나?”
“…….”
레이엘이 입술을 짓씹었다.
“내 성노예가 되겠다고 선언한다면 밖에 싸줄 수도 있어.”
“…닥쳐라. 네놈 따위의 말을 믿을 것 같냐.”
“크크. 날 잘 아는군.”
뭐, 실제로는 임신시킬 생각 자체가 없었다. 레이엘은 성장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뛰어난 여자가 될 수 있다. 내게 강간당하더라도 다시 일어나겠지.
‘지구로 돌아가야 하니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어.’
대충 일주일 정도 조교 한 뒤에 놓아줄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 강간한다. 그때를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싼다!”
내 안의 것들을 모조리 쏟아냈다.
“……!!!”
새하얀 것들이 그녀의 안쪽을 강제로 범하며 자리 잡는다. 이윽고 사타구니에서 하얀 액체가 바닥으로 줄줄 떨어진다. 레이엘은 이를 악물며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보답으로 화려한 금발을 쓰다듬어 줬다.
“마음에 들어, 이 암캐년아. 크크.”
“…이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잊을 수 없을 거다.”
자지를 천천히 빼낸다. 보지는 만족하지 못했다는 듯이 들러붙는다.
뽀옥.
벌어진 보지에서 새하얀 정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
짧은 갈색 머리의 작은 체구의 여인이 달빛을 받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반바지에 배꼽티를 입은 그녀는 항상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녀를 반기는 것은 하얀 마녀 모자와 하얀 H라인 원피스를 입은 검은 머리 엘프였다. 치마의 옆이 쭉 찢어져 새하얀 다리가 노출되고 있으나 마녀의 눈동자는 차갑기만 하다.
엘프 마녀가 암살자 출신의 작은 여인에게 물었다.
“메르. 찾았어?”
“찾았어, 케이린. 산적을 정리하러 갔다는 말은 사실이야. 레이엘과 비샤라가 죽인 산적들을 발견했어. 그리고 산적들에게 끌려간 흔적도.”
케이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암살자 출신의 작은 여자를 쳐다봤다.
“그 둘이 산적 따위에게 졌다고?”
“믿을 수 없게도 그런 것 같아. 독 같은 비열한 수단을 쓴 것도 아니야.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 누군가가 걔들과 싸워서 제압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