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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91화 (1,871/2,000)

< 2091화 > 2091. 몰락한 제국

레이엘은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았다.

“씻자.”

성유진이 물을 들고 왔다. 그가 들고 있는 건 커다란 양동이와 바가지였다. 양동이 안에는 차가운 물이 찰랑거렸다.

“…….”

욕조와 뜨거운 물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차갑기 그지없어 보이는 물을 보니 약간 긴장된다. 그나마 날씨가 차갑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성유진은 바가지로 양동이의 물을 퍼서 레이엘에게 뿌렸다.

철썩!

레이엘은 묵묵히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으라면 이 물이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어지간한 강물이나 우물물보다 더. 물의 정체가 지구에서 가져온 생수였으니 당연했다.

“……,”

레이엘은 무반응이었다. 물을 때리듯이 뿌려도 피하지 않았다. 덕분에 성유진이 먼저 흥미를 잃었다.

‘잠깐. 이렇게 씻기면 내 손해 아니야?’

곧 레이엘을 따먹어야 했다. 레이엘이 제대로 씻지 않으면 찝찝해지는 건 그였다.

‘어쩔 수 없지. 짐승 주인도 짐승은 잘 씻기는 편이잖아.’

레이엘은 성유진이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때리려고? 씻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으니 마음에 안 들었나?’

폭력을 쓰려고? 레이엘은 몸을 긴장시켰다. 각오를 했어도 그것과는 별개로 무의식적으로 몸을 긴장하고 만다. 맞는 취미는 없었다.

눈앞의 남자는 폭력을 쓰더라도 비열하게 사용한다. 그리고 고문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벌을 주기 위한 체벌의 목적이 더 강했다. 그러니 남자가 손을 들어 올리면 무심코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잘못? 잘못이라고? 자신은 어떠한 잘못도 한 적 없었다. 그저 약해서 잡혀있을 뿐이다.

‘놈은 자신이 만든 규칙을 강요하고 있다. 내가 그 규칙을 따를 이유는 없다…!’

레이엘은 입을 꾹 다물고 성유진을 노려봤다.

성유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샴푸와 바디워시, 칫솔과 치약 등을 가져왔다. 이 세계에는 베로프린이 있는 덕분에 현대 물건을 쓰더라도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또 이 세상은 그리 문명이 뒤처지지 않았다. 비누 같은 건 박수호가 있기 전부터 유통되고 있었다. 이 세계의 문명이 개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리 와라.”

“…….”

“어쭈? 되지도 않는 반항은 하지 말라고. 어차피 결과가 어떻게 될진 너도 알고 있잖아?”

벌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은 결국 놈의 명령에 따르게 될 것이다. 레이엘은 저항심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놈은 자신에게 정보를 캐내려는 게 아니다. 그저 가지고 놀 목적밖에 없다. 적당히 어울려 주면 만족할 것이다.

레이엘은 네발로 기어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일어서려고 하면 지랄할게 분명 했으니까.

“이제야 좀 말을 잘 듣네.”

“…닥쳐라. 난 굴복하지 않았다. 너랑 실랑이를 벌이기 귀찮아졌을 뿐이다.”

“아, 네. 네. 그러시겠지. 저기 가서 오줌이나 싸라. 저것도 갈아야 하니까.”

성유진이 배변 패드를 가리켰다. 레이엘의 저항심이 다시 피어올랐다.

허나 놈에게 저항하면? 저항하면 뭐가 달라지지? 결국 자신은 저기서 소변을 보게 될 것이다.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될 테니까. 억지로 참는다? 어제 그랬다가 범해지면서 실금해 버리지 않았던가.

그렇게 해서 돌아온 건 뭐지? 창피함과 놈의 조롱뿐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저곳에 소변을 처리하는 게 낫다. 놈이 없을 때 하고 싶지만, 그건 놈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엘은 천천히 배변 패드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미 범해진 몸이다. 네놈은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나가주마!’

그녀는 보라면 보란 듯이 배변 패드 위에 당당히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 들어가 있는 액체들을 쏟아낸다. 입을 꾹 다물고 무표정하게. 허나 뺨이 붉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잘했다.”

“…머리에서 손 치워라. 네놈에게서 칭찬받고자 한 짓이 아니다!”

“이건 칭찬해 줘도 지랄이네.”

물론 성유진은 고작 그 정도에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 행위 자체가 내가 너보다 더 위에 있다는 뜻을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다.

“다 쌌으면 나와서 씻자.”

“…….”

레이엘은 치욕에 몸을 떨었다. 모든 게 치욕적이었다. 가장 큰 치욕은 칭찬받을 때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는 거였다. 아주 살짝. 깨닫자마자 바로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레이엘은 놈이 다시 자신에게 물을 뿌릴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세제를 써서 꼼꼼히 자신의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거품이 묻은 커다란 손이 자신의 몸의 구석구석을 유린한다. 차가운 물과 달리 그의 손은 따뜻했다. 공주였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남의 손길에 강제로 씻겨지는 건 첨이었다. 범해지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으읏….”

손가락이 가슴을 주무른다. 가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려 그 아랫부위를 문지른다. 유두 또한 마찬가지다. 남자의 손길은 어느 곳 빠짐없이 전신을 누볐다.

손은 이어 허벅지 사이로 들어와 은밀한 곳을 덮었다. 레이엘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떨었다.

“허벅지에 힘 풀어. 씻겨주는 거잖아.”

“…….”

남자가 귓가에 속삭인다. 레이엘이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을 풀었다. 허벅지가 벌어지고 남자의 손이 보지를 문지른다. 거품 때문인지 남자의 손가락은 미끌했다. 보지가 남자의 손에 강제로 씻겨진다.

찌걱찌걱.

씻겨지는 게 맞는 건가? 그런 것 치곤 너무 추잡한 소리가 났다. 레이엘은 차마 그 광경을 볼 수 없어서 두 눈을 감았다. 실수였다. 그의 손길이 더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쾌락을 감지하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왔다.

“아윽….”

남자의 성기에 비하면 손가락은 작았다. 그러나 남자의 성기에 비해 더 섬세하게 자신의 그곳을 만지고 쑤신다.

“거, 거기를 씻을 필요는…!”

“뭔 소리야. 안에 정액이 남아 있잖아. 안쪽까지 제대로 씻어야지.”

남자가 히죽 웃으며 말한다. 정말로 씻는 게 목적이었다면 바로 손을 뗐어야 정상인다. 그러나 남자의 손은 1분이 지나고, 3분이 지나도 보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음부를 덮는 커다란 손바닥, 은밀한 곳을 섬세하게 쑤시는 손가락, 오므려져야 할 허벅지는 외려 벌어지기만 하고 허리가 붕 뜨기 시작한다.

“흐윽, 하아아아악!”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쾌락은 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순식간에 차오르더니 그녀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찌걱.

손가락은 그제야 만족한 듯 빠져나갔다. 레이엘은 눈을 뜨며 자신의 그곳을 쳐다봤다. 위로 올라간 손가락에는 투명한 액체가 묻어있다. 액체는 자신의 그곳과 이어져 있었다.

“똥구멍도 씻겨 주마.”

“…….”

레이엘은 남자의 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안과 은밀한 곳까지 전부 씻겨졌다. 그녀는 벽에 기대어 앉아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남자는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물에 젖은 바닥을 청소하고 배변 패드를 새것으로 갈았다.

귀찮다는 듯이 자신의 더러운 흔적을 치우는 그를 보니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음. 드디어 끝났군. 조용히 씻었으니 특별히 상을 주마. 나는 상벌이 확실한 주인이다. 기뻐해라.”

“…네놈은 내 주인이 아니다.”

“상을 받기 싫다는 거냐? 그럼 뭐, 비샤라에게 주도록 할까. 비샤라는 기뻐하겠지?”

“…….”

그러던가. 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것을 비샤라에게 준다? 비샤라는 이미 편하게 대우받고 있지 않나? 비샤라에게 상이 필요할까? 상이 필요한 건 자신이 아닌가?

“받을래? 안 받을래?”

성유진이 대답을 재촉했다.

필요 없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 나왔던 말이 목구멍에서 콱 막힌 듯했다.

“대답 안 하면 안 받는 걸로.”

“바, 받겠다. 네가 주는 상은 십중팔구 이상하겠지. 그런 이상한 걸 비샤라에게 넘길 순 없다! 차라리 내가 받겠다…!”

“아, 그러셔?”

성유진이 상으로 가져온 것은 푹신한 이불과 최고급 와인이었다.

“특별히 수갑도 풀어줄게. 비샤라와 달리 족쇄만으로 도망 못 가겠지.”

비샤라는 완력이 타고났기에 마나 억제 족쇄를 맨손으로 부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레이엘은 비샤라 수준은 아니었기에 수갑 정도는 풀어줄 수 있었다.

“…….”

레이엘은 멍하니 자신의 양손을 바라봤다. 상이란 명목으로 두 손에 자유를 찾은 것이다.

이불은 또 어떤가. 굉장히 부드럽고 포근했다. 그 위에 걸터앉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다.

성유진은 잔에 담긴 와인을 레이엘에게 건넸다. 레이엘은 그윽한 향기를 맡으며 와인잔을 받았다.

“마셔. 기분 좋을 테니까.”

레이엘은 와인을 마셨다.

맛있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성에 있었을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뭐 하나 부족함이 없던 삶. 이런 최고급 와인도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었다. 와인을 단숨에 마신 탓일까. 취기가 오르며 몸이 뜨거워진다.

그녀는 성유진의 눈치를 보다가 이불에 누웠다. 푹신한 이불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술과 좋은 잠자리. 그것만으로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성유진이 히죽 웃으며 레이엘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포갰다.

“상을 준다고 했지 않나?! 이젠 자기가 내뱉은 말도 안 지키는 거냐?!”

“그것과 이건 별개지. 지금 넌 내 성노예란 걸 잊지 마라. 그나저나… 역시 비샤라보다 훨씬 예쁘군.”

“큭….”

성유진이 레이엘의 뺨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이엘은 이를 악물었다. 술기운 탓일까. 아니면 놈에게 익숙해져 버린 탓일까.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도리어 아랫배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성유진은 레이엘의 목덜미를 빨고 가슴을 주무르며 애무를 시작했다. 레이엘은 저항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호흡으로 손길을 받아들였다. 저항해봤자 결국엔 자신이 범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는 족쇄를 찬 새하얀 양다리를 잡아 위로 젖혔다. 탐스러운 엉덩이와 함께 보지가 부각된다. 성유진은 보지 꽃잎 사이로 자신의 자지를 찍어 누르듯 삽입했다.

찔꺽.

보지는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레이엘의 엉덩이와 성유진의 허벅지가 철퍽철퍽 부딪쳤다.

“윽, 흣, 흐윽….”

레이엘은 신음을 흘리며 멍한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봤다.

점점 뜨거워지는 몸을 느끼면서 직감했다. 아마 자신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동료들이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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