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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094화 (1,874/2,000)

Chapter 2094 - 2094. 광명승천도

문신 세계에서 깽판 치고 지구로 돌아온 나는 박수호를 만났다. 홍대 포장마차에 앉아 생소주를 까먹었다. 박수호의 하소연은 대충 흘러들었다.

‘만나보니 확실히 알겠어. 박수호는 약해졌어.’

A급이라 느껴졌던 힘과 기세는 B급 수준으로 떨어졌다. A급과 B급. 그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아마 박수호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며 베로프린의 성장에 집중할 것이다.

“형…. 나 너무 힘들어요.”

“이해해. 영지전에 졌으니 그렇겠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형의 도움을 받는 건데…. 형이 있었으면 영지전에서 안 졌겠죠.”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그나저나 술에 취했다고 달라붙지 마라.”

고주망태가 된 박수호는 내게 달라붙으려고 했다. 문신충 남자 새끼가 비틀거리며 내 몸을 잡으려 하는 건 짜증 나는 일이었다. 마음속으로 박수호를 12번 정도 죽였다.

취한 박수호를 집에 데려다주기에는 귀찮았기에 근처 모텔에 대충 넣어두고 떠났다.

박가인.

박수호의 여동생. 오랜만에 그녀가 있는 병상을 찾아갔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깊이 잠들어 있었다. 박수호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된 덕분에 편하게 지낸다고 하는데… 백택의 저주는 여전했다.

긴 검은 머리카락,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하얗다.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해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깊이 잠들어 있는 박가인의 환자복을 벗겼다. 작은 체격에 봉긋한 가슴. 그 끝에는 분홍색 유두가 수줍은 듯 걸려 있었다. 팬티도 벗긴다. 1자로 꽉 다물린 보지. 나는 그녀의 몸을 여기저기 만지며 살펴봤다.

‘문신 같은 건 없네. 레이엘이 말한 예언 속의 여황이 맞나?’

확신할 수 없었다. 예언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박가인이 아닌 다른 여자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었고.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음.’

여기서 그냥 떠나기엔 아쉬웠다. 나는 박가인의 몸을 여기저기 만졌다.

부드럽고 말랑하다. 베이비 파우더 향이라고 할까. 특유의 냄새도 났다.

어느새 내 검지는 그녀의 보지를 건드리고 있었다. 보지 표면을 문지르다가 그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처녀막이 찢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며 손가락 한 마디를 겨우겨우 찔러 넣었다.

“으응….”

꾹 조여오는 질벽과 따뜻한 체온. 자면서도 느끼는 것인지 조금씩 흘러나오는 신음.

그럼에도 눈을 뜨지 않는다. 백택의 저주에 걸린 그녀는 어지간한 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듣기로는 뺨이 빨갛게 부어오르도록 때려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지금 처녀막을 찢어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그냥 따먹을까? 아니면 말까?’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인다. 검지. 그것도 한 마디밖에 넣지 않았지만, 박가인의 육체는 일어나 있는 것처럼 반응한다. 움찔거리는 다리와 점점 젖어가는 보지.

“흐으, 으으으으응…!”

박가인의 허리가 요란스레 들썩이다가 떨어진다. 나는 그녀의 보지에서 검지를 뺐다. 투명한 액체가 검지 끝에 묻어 있었다.

“하아, 흐으….”

달뜬 숨을 내쉬는 그녀의 뺨을 콕콕 찔러봤다. 깨어있는가 싶었는데 잠들어 있었다.

‘깨어있었으면 따먹었을지도 모르겠네.’

잠들어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박가인의 옷을 다시 입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에 봤을 때보다 박가인의 몸이 좀 더 민감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응?’

그녀의 새하얀 등에 희마헤가 나타난 문신을 발견했다.

얼핏 보면 날개처럼 보이는 문신이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피로트의 나무와 비슷하다.

‘비슷할 뿐이지 똑같지는 않군. 다르게 북유럽신화의 위그드라실처럼도 보이고….’

잠깐 눈을 깜빡이자, 문신은 사라졌다. 박가인의 등에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했다. 그래도 내가 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건 아마 각성의 전조가 아닐까 싶다.

‘박수호랑은 아예 다른 문신이네. 용사마다 문신이 다른가? 그럼 능력도 다르겠지?’

확실한 건 머지않아 각성하리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미 각성한 상태일지도 모르고.

• • •

[광명승천도를 선택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광명승천도 세상에 왔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뭐, 실제로 내가 30년을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보낸 건 아니다. 자동 진행이 있었으니까.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자동 진행을 시작했는데 그게 30년이 되었을 뿐이다. 세계가 세계다 보니 30년이 지났어도 변한 건 딱히 없었다.

이 세계는 시간과는 별개로 사건이 느리게 발생했다. 기본 베이스가 되는 세계가 선협이기 때문일 것이다.

천마신교와 무림맹의 전쟁? 끝나지 않았다.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격렬하지 않을 뿐이었다.

‘원래부터 천마신교와 무림맹은 전쟁 중이었어. 시간으로 치자면 천년이 넘지.’

이것도 선협 세계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정식으로 천마신교의 후계자, 소천마가 된 나는 공식적으로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자동 진행을 할 때마다 수련실에 처박혀 있었으니까.

‘자동진행을 통해 얻은 수련의 효과는 거의 없지만.’

자동 진행을 끝내고 낙월산에 올라갔다.

위유를 만났다. 그녀는 빨간색의 낡은 츄리닝을 입고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발에는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미녀 백수였다.

‘여자니까 백조인가?’

위유가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차분했다.

“오랜만에 보는 제자로군. 안 그래도 라면이 떨어지던 참이었다. 잘 왔다. 아, 보일러도 고장 난 것 같더구나. 고쳐 다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뭐랄까. 못 본 사이에 현대적으로 변하셨군요.”

“지내다 보니 편한 게 최고더구나.”

위유가 뻔뻔하게 말했다. 분명 나와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항상 정갈하게 차려입고 지냈었던 것 같은데….

‘아니지. 이건 내 탓이 아니라 미령이 탓이야.’

현대 문물에 미친 미령이 위유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준 탓이다.

“미령은요? 아직 수련 중입니까?”

“그래. 동굴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벌써 20년째군.”

미령은 20년 전에 폐관 수련에 집중했다. 본인의 말로는 술법을 연구하다가 조화경(造化境)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20년이나 됐는데 나오지 않는다니…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가끔 찾아가 봤다. 수련에 집중하고 있더군. 녀석에겐 중요한 순간이니 괜히 찾아가서 방해하지 말거라.”

가끔 미령의 보지가 그립긴 해도 그것 때문에 찾아가서 수련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설이는요? 설이의 기척도 안 느껴지는군요. 원래라면 절 맞이해야 할 텐데.”

“아, 설이는 두 달 전쯤에 제 언니와 함께 남궁세가로 돌아갔다. 몇 년 내로 돌아오겠지.”

“즉, 지금 이 집에는 저와 스승님뿐이라는 거군요.”

“그래.”

위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날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그녀를 덮쳐버리고 싶지만… 그러다 죽는 건 나겠지.

후루루룹.

그녀는 TV를 보며 라면을 먹었다. 김치와 함께 면발을 흡입하며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걸 보면 한국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스승님은 밖에 나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다.”

“…예전에는 몇 번 나가지 않았습니까?”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건 힘들다. 식량은 어찌어찌 구하더라도 옷이나 소금 같은 건 구하기 힘들더구나. 지금은 네가 있으니 나갈 필요가 아예 없지. 창고나 채워두거라. 특히 맥주가 다 떨어져서 곤란하던 참이었다.”

“저번에 10박스 넘게 채워 놓지 않았습니까. 벌써 다 떨어졌습니까?”

“10박스는 너무 적었지. 요즘 내 유일한 낙은 드라마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거다.”

“…….”

위유는 글러 먹은 인간으로 타락한 것 같았다. 이게 잘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창고에 식량을 채워 넣는다. 보니까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없었기에 추가로 넣었다. 여긴 미령이 술법으로 만들어 놓은 창고인지라 어지간해서는 음식이 상할 일이 없었다.

그 외에도 고장 난 보일러를 확인했다. 뭐가 고장 난 건지 몰라서 똑같은 걸로 교체했다. 단순 교체는 어렵지 않았다.

“스승님. 옷도 바꿔드리겠습니다. 방에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위유의 방은 단순했다. 침대와 옷장, 화장대가 전부였다. 화장대의 화장품들은 모두 사용기한이 지나 있었다. 사용한 듯한 흔적은 있었다.

‘가구부터 싹 다 바꿔야겠네.’

옷장의 문은 덜컥거렸고, 침대는 탄력을 잃었다. 30년이나 썼으니 부서지지 않은 게 용하다. 겉으로 봤을 때 깨끗했으니 나름대로 청소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구도 싹 다 바꾸고 옷도 확인한다.

가구도 낡는데 옷이라고 안 낡을까. 속옷은 이미 몇 개 찢어진 걸 기워서 사용하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들고 빤히 쳐다봤다. H컵. 여전히 크다. 팬티도 보여서 무심코 냄새를 맡았다. 향긋한 세재 냄새밖에 안 났다.

옷과 속옷을 전부 새 걸로 바꿔 넣어놨다. 사이즈는 한하린과 비슷했다. 둘 다 H컵이기도 했으니까.

그 외의 집안 곳곳을 보수했다. 원래는 미령이 하는 일이었지만, 그 미령은 동굴 속에 처박혀서 수련 중이었다.

“수고했다. 그동안 실력은 늘었느냐?”

“저도 이제 삼정에 이른 고수입니다.”

“겨우 거기서 만족하지 말거라. 너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 삼정은 그 시작점이지.”

“…그 시작점에서 전혀 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위유는 낮게 웃었다. 비웃는 기색은 아니었다. 대화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찾아온 것이냐? 성장의 실마리를 찾고자?”

“네. 폐관 수련에 집중해 봤지만… 얻은 소득은 없었습니다. 설마 제가 여기서 막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직접 수련을 한 건 아니고 자동 진행이었지만.

“내부에 답이 없다면, 외부에서 답을 찾거라.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삼정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게 무슨 뜻입니까?”

“삼정이란 심상을 인식하는 경지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자아를 마주하는 경지라 할 수 있지. 이럴 때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보는 게 좋다.”

“스승님도 삼정의 경지 때 많은 것을 경험해 보셨습니까?”

“그래. 내가 강호에 나간 것도 그때였지. 많은 것을 경험해 보려 했다. 잠시 검을 내려놓기도 했다. 허나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더구나. 뭐,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는 이미 속세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으니… 내 조언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스승님은 과거를 후회하십니까?”

“……글쎄.”

위유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선 의뭉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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