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12 - 2112. 광명승천도
다음 날 아침.
해가 떴다. 나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사마령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팔괘가 그려진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술법적인 무언가 인듯한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사마가주.”
“네. 대협.”
“몹시 민망한 요청입니다만….”
“지금 대협의 상황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손발이 되어드릴 테니 개의치 말고 말씀하시지요.”
“소변이 마렵소. 기껏 사마가주가 옷을 갈아입혀 줬는데 더럽힐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렇군요. 요강을 구해오겠습니다.”
사마령은 조용히 수긍하며 동굴 밖으로 나갔다.
요강 대신 입으로 빼줘도 되는데.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하반신을 확인했다. 자지가 발기해 높이 솟아 있었다. 아침 발기였다.
‘사실 지금 완전 회복을 쓸 수 있긴 한데… 최대한 지금 상황을 즐겨야지.’
사마령에게 간호받는 이벤트를 놓칠 순 없었다.
3분 정도 지나자 사마령이 돌아왔다. 손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요강이 들려 있었다. 구해온 게 아니라 만들어 온 모양이다.
“대협. 바깥에서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어제 들은 비명의 주인인 모양이군요.”
“네. 갈기갈기 찢겨 죽었습니다. 적어도 인간의 짓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감이 어느 정도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엉망이긴 합니다만… 어젯밤에 비하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나도 기감을 펼쳐봤다. 동굴 바깥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사마령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요강을 앞에 두고 내 몸을 일으킨다. 내 바지춤을 만지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술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으십니까?”
“대협은 현재 기혈이 약해져 있습니다. 제 술법이 대협께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습니다.”
하긴. 망가진 기혈은 평소보다 훨씬 민감하긴 하다. 기혈이 망가졌을 땐 요양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녀가 내 발기 자지를 한 손으로 잡았다.
“죄송합니다. 이게… 발기가 제 마음대로 조절되는 게 아닌지라. 제 수양이 부족해서 이렇습니다.”
“…이해합니다. 마공이 익히신 분들은 욕망을 주체하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뭐,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마령의 도움을 받아 시원하게 오줌을 쌌다. 사마령은 요강의 오물은 멀리 갖다 버리는 대신에 동굴 내에서 술법으로 정화해 없애버렸다.
“밖에 버리면 되는데 굳이 품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대협.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전투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이 경지에 오르기까지 전장에 나선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제가 이 경지에까지 오른 것은 가문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가문과 황궁의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확실히 사마령은 냉철한 것과 별개로 어벙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나는 사마령의 예전 직책을 떠올렸다.
무려 황궁 제사장.
황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금 이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황궁이다. 황궁 제사장인 그녀가 적과 싸워야 할 일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마가주가 된 지금은 다를까? 그럴 리가. 사마세가의 술법사들은 황궁에서 일한다. 즉, 사마세가는 황제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니 누가 감히 사마세가를 적대할까.
“반오와 귀혼흑수를 보며 확신했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는 절대 도명산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걸. 아마 대협들이 없었다면 전 반오와 귀혼흑수에 의해 죽었겠지요. 제겐 대협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니 대협이 회복할 때까지 절대적인 안전이 필요합니다.”
“……절대적인 안전?”
“대협이 회복될 때까지 이 동굴에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동굴의 입구를 흙과 바위, 나무로 가릴 것입니다.”
“그건 너무 극단적인 게 아닌지.”
“아니요. 도명산의 정상에 오르려면 최후의 결전을 치러야 합니다. 피할 수도, 패배할 수도 없는 결전. 그를 위한 일입니다.”
동굴은 깊이가 있긴 해도 넓다곤 할 수 없었다. 대략 3평. 혼자서 지내기엔 괜찮아도 둘이서 지내기엔 좁았다.
‘으음. 내 입장에서 나쁘지 않나…?’
사마령과 딱 붙어 있게 됐으니까.
사마령은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했다. 동굴의 입구를 콱 틀어막은 것이다. 바람 한 줌 들어오지 못하는데 산소는 어떻게 해결했냐고? 만능에 가까운 술법사가 바로 옆에 있었다. 이어서 그녀는 동굴 천장에 빛을 달아놓았다.
스으윽, 스윽.
사마령은 천옥을 일부러 부숴서 바닥에 진을 그렸다.
“이건 무슨 진입니까?”
“회복진입니다. 대협의 회복을 도와줄 겁니다. 어제는 이곳의 영기를 파악하느라 바로 그리지 못했습니다.”
갈려나가는 천옥이 아까웠다. 회복진에만 무려 5개의 천옥이 소모됐다.
차라리 천옥을 내게 줘.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저 고맙다고 할 수밖에.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사마령은 딱 잘라 말했다.
확실히 회복진이 가동되니 몸이 편해지긴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바로 효과가 입증됐다. 부러진 오른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리의 주독도 점점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는 너무 빨리 회복되겠는데? 안 되지.’
나는 사마령의 간호를 더 받고 싶었다. 일부러 천마신공을 무리하게 운용했다. 마기가 기혈을 찢는다. 내상이 더 심각해졌다.
쿨럭!
나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대협!”
곁에 있던 사마령이 깜짝 놀랐다. 손을 머뭇거린다. 함부로 내 몸을 만지지 못했다. 내가 천마신공을 운용 중인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천마신공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실수했습니다. 내상을 다스려 보려다가 도리어 내상이 더 커졌군요. 면목 없습니다.”
“마공이 사납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회복에 전념하시지요.”
그녀가 내 입에 묻은 피를 닦아 주었다. 나를 배려하는 그 세심한 손길을 느끼니 자지에 힘이 들어간다.
‘혹시 사마령은 이미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생각은 곧바로 부정당했다. 스님의 옷을 입은 내가 나타나 조용히 나를 타일렀다.
‘……아니. 아니 진정해라, 유진아. 급해지지 마라. 아직 확실한 건 없다. 순간의 욕심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거라. 확실할 때. 확실할 때를 알아야 사마령을 따먹을 수 있느니라.’
스님 성유진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마가주. 가혈이 뒤틀린 탓인지 가슴 쪽이 너무 가렵습니다. 버티기 힘듭니다. 무례한 부탁인 건 압니다만… 긁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마기는 여러 곳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군요.”
“마공이 괜히 마공이겠습니까. 그래도 천마신공은 얌전한 측에 속합니다. 마공 중에는 갓난아기를 먹거나, 자해를 해야만 수련할 수 있는 마공도 있으니까요.”
“기괴한 마공들이 많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사마령이 섬섬옥수로 내 가슴을 긁어줬다. 원래 가렵지도 않았기에 시원함도 뭣도 없었지만, 최대한 시원한 척 연기했다.
“오, 거기! 거기입니다. 굉장히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마가주!”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사마령의 수발을 받았다. 사마령은 밥도 직접 먹여주고 소변까지 받아줬다. 나는 천마신공을 이용해 일부러 땀을 잔뜩 흘려 사마령에게 씻겨지기까지 했다. 이건 뭐, 남편 수발을 드는 아내가 아닌가.
‘사정을 안 해서 너무 답답해. 대딸을 해달라고 하면 해줄까?’
아까부터 발기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게 다 지극정성인 사마령 때문이다.
시간이 지났다. 밤이 될 시간에 갑자기 감각에 이상이 생겼다.
푸학!
나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이번에 고의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내 몸을 옥죄고 있었다. 기혈이 손상되며 마기를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이건 안 좋군.’
평범한 상태였다면 마기 따윈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절대 정신이 도움이 되니까. 근데 이번에 기혈이 뒤틀리며 마기가 날뛴다. 소프트웨어는 멀쩡한데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는 두 눈을 감고 필사적으로 마기를 억눌렀다. 괜찮다. 천마신공은 온전히 내 지배하에 있다. 나는 감각의 이상을 주의하면서 성공적으로 마기를 억눌렀다.
“…대협, 괜찮으십니까?”
“네. 위험한 고비는 넘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건…?”
“이 공간이 내리는 법칙… 같은 거라 생각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았습니까.”
“금제.”
“네. 아마 밤이 되면 금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금제는 어제보다 심하군요. 아마 내일 밤이 되면 더 심해지겠지요.”
“…….”
상황이 좋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우리는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나는 현실의 어떤 게임을 떠올렸다. 살인마가 생존자를 추적해 죽이는 게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금제라는 디버프가 걸리는군. 동굴 밖의 괴물이 더 유리해진다. 괴물을 죽여야 하나? …괴물을 죽일 수 있긴 하나? 괴물이 어느 정도 강하지?’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후, 밤사이에 3명의 비명이 추가로 울렸다. 최소 4명이 죽었다.
아침이 되니 금제가 사라졌다.
셋째 날도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는 어제처럼 그녀의 수발을 받았다. 동굴안은 조금 후끈해져 있었다. 내 몸에서 나는 열기 때문이었다. 정상이 아닌 상태로 천마신공을 운용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물이 필요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만… 빠져나가는 물이 워낙 많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갈증을 너무 참기 힘듭니다.”
땀으로 배출되는 것도 있지만, 오줌으로 배출되는 것도 많았다. 덕분에 그녀는 거의 한 시간에 한 번꼴로 내 자지를 만져야 했다.
물론 생리현상을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그녀 또한 요강을 사용했다. 치렁치렁한 옷으로 가리는지라 두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천안을 사용할까 하다가 관뒀다. 굳이 선물 보따리의 내용물을 훔쳐볼 필요는 없으니까.
셋째 날 밤.
금제가 더 심해졌다. 대비하고 있던 나는 눈살을 확 찌푸렸다.
“사마가주. 결계는 버틸 수 있습니까?”
“결계에는 금제의 영향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모르겠군요. 이 금제가 어디까지 갈지가 핵심이겠지요.”
2명의 비명을 들었다.
넷째 날 아침.
사마령과 나는 땀투성이였다. 내부는 찜통이 된 것처럼 후끈했기 때문이다. 술법으로 열기를 낮춰도 그때뿐이었다. 이 열기는 내가 제어하지 못한 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으니까.
그 덕분이라고 할까. 나는 아예 알몸으로 드러누웠고. 사마령은 면사와 옷을 벗었다. 완전히 벗은 건 아니다. 두께가 얇은 옷 한 벌을 걸쳤다.
“사마가주. 잠깐 밖에 나가서 열기라도 식히는 게 어떻습니까?”
“더우십니까? 술법으로 식혀드리겠습니다.”
사마령은 밖에 나가는 걸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다.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괴물이 밤에만 활동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고작 바람 쐬러 나갔다가 괴물이랑 맞닥뜨리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괴물이 아니더라도 이 근처에는 다른 인간들도 있었다. 그들 또한 우리의 경쟁자다.
나는 내상을 다스리면서 옆에 앉은 사마령의 몸을 힐끔거렸다. 땀에 젖어 얇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몸매가 드러났다. 가슴은 C컵이고 복숭아 같은 엉덩이는 탐스러웠다. 유감스럽게도 속옷을 입고 있어 중요 부위는 안 보였다.
그녀는 시간이 되면 내 몸의 땀을 닦고, 물을 마시게 해주고, 배출까지 처리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사마가주.”
“아닙니다.”
“오늘따라 지쳐 보이시는군요. 더우시면 옷을 벗어도 괜찮습니다. 제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벗고 있으니 꽤 시원합니다.”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사마령이 대답하기까지 약간의 간격이 있었다. 옷을 벗는 걸 고민했다는 뜻이었다. 이건 좋은 징조였다.
사마령은 시간이 날 때마다 팔괘가 그려진 나무 목패를 들여다봤다. 그를 통해 뭐를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질문을 던져도 술법적인 대답이 돌아왔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어김없이 팔괘를 들여다보던 그녀의 상체가 비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뒤로 그녀가 잠자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사마가주. 한숨 주무십시오.”
“그럴 순 없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잠들면 결계가 약해지고 위치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급조한 결계의 단점이지요.”
“지금은 낮이니 긴장을 풀어도 됩니다.”
재차 사마가주에게 말했다. 허나 사마가주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넷째 날 밤.
쾅쾅쾅쾅쾅!!
괴물이 결계를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