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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19화 (1,899/2,000)

Chapter 2119 - 2119. 광명승천도

삼정경에 오른 존재 셋이 싸운다.

초인들의 싸움. 누군가는 화려하고 고상한 전투를 예상했을지도 모르나…, 실제는 달랐다. 때리고, 막고, 휘두르고, 피하고. 초인들의 전투는 시정잡배의 싸움 규모만 키운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기회를 봐야 한다. 확실히 죽일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반오를 공격했다. 반오가 내 공격을 막았다. 내게 틈이 생기자, 산왕이 거침없이 노리고 들어왔다. 산왕의 주먹이 내 머리를 노린다. 나는 뒤로 물러나며 산왕의 주먹을 칼로 대응했다.

깡!

주먹과 칼이 부딪치는데 칼이 튕겨 나간다. 놈의 주먹에도 강기가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산왕이 걸치고 있는 짐승 가죽옷은 그 자체만으로 특수한 법기였다. 기운의 침투를 거의 완벽하게 막고 있다.

“방해하지 마라! 명도산은 내 것이다!!”

산왕이 일갈하며 주먹을 휘두른다. 주먹이 수십 개로 늘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환각처럼 보여도 환각이 아니다. 저것 하나, 하나가 모두 진짜 주먹이었다.

‘이건 안 되겠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1]

천마군림보와 찰나를 쓰며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산왕의 주먹이 애꿎은 허공만 두들겼다. 펑펑펑펑! 그것만으로도 파공성이 터졌다.

“등이 비었군.”

반오의 뼈칼이 산왕의 등을 베었다. 유감스럽게도 핏방울이 조금 튀었을 뿐, 유의미한 상처를 입히진 못했다.

물고 무는 싸움. 빈틈이 생기면 가차 없이 찔려 들어온다.

한 명의 적을 두고 다른 두 명이 손을 잡는다? 결국엔 모두 죽여야 할 적이다.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니 잠깐 손을 잡는 것도 불가능했다. 손을 잡는 척 뒤통수를 후려칠 게 분명하니까.

이 팽배한 전투도 결국에는 끝이 날 것이다. 초인이라 하여 체력이 무한한 건 아니니까.

‘체력이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끝장을 보려 하겠지. 숨겨 놓은 한 수를 사용해서라도. 반오. 저 새낀 밑천이 없을 것 같고… 산왕을 조심해야겠지.’

내겐 완전 회복이 있었다.

화련비도의 권역도 쓸 수 있고, 천마신공의 파천황도 있었다.

천강성의 빛도 있다. 다른 별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천강성의 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건 천살성과 지암성. 천살성은 무력이 말도 안 되게 강해지는 종류의 능력이 아니다. 질량을 조절할 수 있는 지암성은 숙련도가 거의 없어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변수만 없으면 된다. 그리고 그 변수는….’

눈동자만 굴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산왕의 형제들. 그들이 다른 이들과 뒤섞여 싸우고 있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사마령도 술법으로 산왕의 형제들을 견제하고 있다. 성지곤은 사마령과 귀혼흑수를 뒤에 두고 철저하게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저것들이 위험한 변수가 될 것 같진 않군. 산왕과 반오를 쳐 죽이고 정리하면 그만이야.’

변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정말로 변수가 일어났다. 도명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던 오색구름이 눈에 띄게 옅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꼴을 보아하니 앞으로 10분 이내에 길이 열릴 것 같다.

‘빌어먹을 땡중 새끼. 두 시진이란 말은 역시 구라였군.’

상황이 변했다. 10분 내로 길이 열린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갑자기 1분 뒤에 열릴 수도 있다. 그걸 알기에 나를 포함한 모두가 초조함을 느꼈다.

“…잠깐. 여기서 가장 강한 우리 셋이 반드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건 셋이다. 즉, 우리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랄 마라, 요괴! 도명산 정상에 오르는 건 나와 형제들이다!!”

산왕이 발작하듯 외쳤다.

나 또한 반오를 대놓고 비웃었다.

“내가 네놈 같은 놈인 줄 아나? 나는 내 동료를 배신하지 않는다.”

“…쉽게 갈 길을 두고 어렵게 가겠더라. 네놈들의 선택이 그러하다면 존중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 선택대로 여기서 죽어라!”

반오의 몸에서 뼛가루가 튀어나온다. 압축되어 있던 뼛가루는 반오와 함께 거대한 용의 형상을 취했다. 뼈로 이루어진 용. 골룡(骨龍)이 날아서 산왕에게 쇄도한다.

“흐아아아아아아아!”

산왕이 기합을 내뱉었다. 그의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솟구친다. 산왕의 몸이 황금빛을 내며 3m 넘게 커졌다. 거인이 된 그는 골룡의 머리로 주먹을 내질렀다.

“신장의 일권이다! 죽어라!!”

그의 주먹은 황금색 섬광과 함께 충격파를 사방에 퍼트렸다. 지상의 땅이 뒤집어지고 근처에 있던 무인들이 휘말려 온몸이 터진다. 단순히 충격파가 이 정도다. 일격필살의 기술이 확실했다.

콰직.

골룡의 머리에 금이 간다. 금 간 곳에서 피가 터져 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허나 버텼다. 골룡은 입을 벌려 산왕의 오른팔을 물었다.

‘지금이군.’

화련비도의 권역 개방.

화련비도의 칼날에서 별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나의 영역으로 만든다.

반오와 산왕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는 히죽 웃으며 놈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파지지직. 칼날에서 생성된 작은 붉은 번개가 참격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갈수록 그 크기는 거대해져 반오와 산왕을 공격했다.

반오의 뼈는 한 번 당한 공격에 내성을 쌓는다고 한다. 근데? 내성이 생긴다 해서 무적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산왕의 몸도 마찬가지다. 참격을 한 번 버텨냈다고 앞으로도 계속 버텨낼 수 있을까?

나는 놈들을 향해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참격을 쏘아냈다. 번개의 참격을 맞으면서 버티는 놈들의 표정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하고… 저놈들이 버티는 게 더 신기하군.’

놈들이 내게 달려들려 한다. 나는 바로 다음 수를 사용했다.

유성검.

하늘에서 거대한 검 수십 자루가 놈들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졌다.

현실에서라면 이 정도의 폭거는 불가능하다. ‘광명승천도’의 나이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힘.

콰콰콰콰콰콰콰쾅!

놈들에게 떨어진 유성검은 폭발을 일으킨다. 권역의 힘은 유성검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 위력은 산 몇 개는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다. 도명산이 평범한 산이었다면 이미 평지가 되고도 남았겠지.

“크아아아아아아악!”

반오가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 공격을 맞고도 비명을 지를 힘이 남아 있어?’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니 골룡의 밑에 산왕이 들어가 있었다. 이제보니 산왕이 반오의 몸을 방패 삼은 것이다.

‘유성검.’

직경 10m가 넘는 유성검 한 자루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산왕이 거대한 힘으로 골룡의 몸을 유성검에 내던졌다. 유성검이 반오의 몸을 꿰뚫으며 폭발했다. 시퍼런 뇌전과 함께 반오의 피와 살점, 뼈들이 지상 곳곳에 떨어졌다.

하나는 끝났고, 남은 건 하나. 산왕은 상처 입은 상태다. 누가 보더라도 내가 더 유리하다.

산왕이 허공을 박차고 내게 날아온다. 미사일과도 같은 속도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이곳은 내 영역. 천마군림보를 이용한 공간이동이 가능했다. 한 걸음을 내딛자 시야가 획 바뀌었다.

“축지? 소용없다! 내 감각을 속이고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산왕은 바로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나는 곁에 있던 놈을 잡아 날아오는 산왕에게 던졌다. 산왕의 둘째 동생인 백팔철을.

산왕이 방향을 틀기엔 늦었다. 아무리 절대 고수라도 물리 법칙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질 순 없다. 산왕의 3m가 넘는 황금빛 육체가 백팔철과 부딪혔다.

“혀, 형님! 끄어어억!”

“팔철아!!!!”

백팔철은 몸이 박살 나서 죽었다. 산왕은 그 시체를 잡고 오열하듯 소리쳤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산왕의 뒤로 공간 이동해 화련비도를 휘두른다. 참격을 맞는 것과 직접 칼날에 당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산왕이 뒤늦게 반응하며 동생의 시체를 버리고 몸을 피한다.

서걱.

산왕의 오른쪽 어깨가 잘려 나간다.

“쯧. 동생이랑 같이 죽지 그랬냐?”

발치에 있는 백팔철의 머리를 발로 찼다. 백팔철의 머리통을 산왕이 한 손으로 잡으려 했으나, 내 내공이 들어가 있었기에 그대로 폭발했다. 산왕의 손에는 동생의 뇌수만이 남아 흘러내렸다.

“잘 좀 받지 그랬냐. 네가 잘 받았으면 안 터졌을 텐데.”

“이, 이 마두 새끼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

“산적 새끼가 뭐래.”

왼손 검지와 중지를 붙인 검결지로 한쪽을 가리켰다. 산왕의 또 다른 동생이자 주술사인 백구철. 그를 향해 하늘에서 유성검이 떨어진다.

“구철아!!!”

산왕이 하나 남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지금 백구철은 부상을 입어 움직일 수 없었다. 멀쩡하더라도 떨어지는 유성검의 속도를 무인도 아닌 그로선 감당하기 힘들었다.

‘크크. 틈은 이렇게 만드는 거지. 동생을 구하는 순간에 천마군림보로 이동해 뒤를 썰어주마.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본다.’

산왕이 백구철의 코앞까지 다가간 순간에 맞춰서 천마군림보로 공간 이동.

산왕의 등 뒤에 나타나 그 거대한 등에 칼을 내려친다. 그때였다. 산왕이 획 하고 몸을 돌렸다. 허공에서 떨어진 유성검이 백구철의 머리에 떨어지는데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내게 주먹을 날린다.

‘이 새끼….’

동생을 버리기로 한 거다.

산왕이 씩 웃는다. 그의 왼 주먹이 정확히 내 복부를 노리고 들어온다.

[시간 가속을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네가 동생을 포기했다면… 나는 나를 포기한다. 어차피 이 일격으로 안 죽어.’

이건 놈이 반오를 치명상을 입힐 때 사용했던 일권이 아니었다. 강력한 일권인 건 인정하지만, 육체 스펙으로만 따지면 나도 만만치 않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충격이 온몸으로 퍼진다. 온몸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내상은 당연하다는 듯이 딸려 온다.

‘죽어라.’

나는 그 고통을 전부 참아내며 산왕의 가슴팍에 칼을 쑤셔 박았다. 산왕의 무릎이 바닥에 떨어진다. 3m 커졌던 놈의 황금빛 육체도 원래 인간의 것으로 돌아왔다.

“이 미친놈이… 뒤는 안 보는 거냐…!”

“뒤를 볼 필요가 없지. 네 주먹 정도는 견딜 만했다. 그리고 넌 오른손잡이잖아.”

“씨발…. 동생만 없었어도…. 오른손만 멀쩡했어도 이기는 건 나였을 터다…!”

“크크. 그건 아니지.”

화련비도에 힘을 줘 아래로 내려 베었다. 산왕의 몸통이 반으로 갈라진다. 산왕과 그 형제들이 죽었다.

“형제들과 같이 한 날, 한 시에 같이 뒈졌으니 호상이군.”

유비도 못 한 업적을 이놈들이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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