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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22화 (1,902/2,000)

Chapter 2122 - 2122. 광명승천도

“사마령. 넌 뭘 얻었어? 알고 싶은 건 알았고?”

“네. 승천에는 생각 이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더군요. 궁금하시다면 조용한 곳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해영선사?”

사마령의 눈동자가 커졌다.

“대협께서도 저와 똑같은 걸 보신 모양이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더라고. 그 외에는?”

“영술안(靈術眼)을 얻었습니다.”

사마령의 두 눈에 있는 동공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무슨 효과가 있는데?”

“술법 같은 이적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이지요. 영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타고나는 눈입니다. 저와 같은 술법사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음. 좋은 걸 얻었다니 다행이네.”

“대협께서는 손에 쥔 금속패를 얻으신 모양이군. 신비한 힘이 느껴지네요. 특별한 법보로군요.”

“정확히 어떤 힘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영술안이 도움이 되겠네요.”

사마령이 내 손에 들린 법보를 빤히 쳐다봤다. 곧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상당히 뛰어난 법보네요. 법보의 효과는 구름을 다스리는 것. 법보의 힘으로 기상을 조정할 수 있어요. 다만… 규모가 크다 보니 많은 기운이 필요하겠군요.”

“구름을 다루는 법보…!”

딱 내가 원하는 능력이 아닌가. 구름을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먹구름을 통해 강력한 번개를 부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건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내가 찾던 능력이다.

나는 하늘을 향해 법보를 내밀었다. 여기가 도명산이었다면 주변에 구름이 있었겠지만, 도명산은 사라지고 평범한 산으로 돌아왔기에 고도가 낮았다.

법보에 내공을 밀어 넣는다. 법보가 밝게 빛난다. 나는 새로운 감각이 연결된 것을 느꼈다.

저 하늘의 구름이 내 뜻대로 빙글빙글 돌 듯이 움직인다.

‘구름이 좀 부족하군.’

구름을 만들어 낸다. 푸른 하늘에 새하얀 구름으로 가득 찼다. 구름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먹구름이 되었다. 콰르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진다.

사마령은 술법을 펼쳐 쏟아지는 비를 막았다.

나는 구름을 부리는 힘이 신기하여 집중해서 사용했다. 먹구름에서 눈이 내리고 우박이 떨어졌다. 구름을 흩어지게 만들고 뭉치게 만들기도 했다. 벼락을 내리치는 것도 당연히 가능했다.

‘재밌긴 한데 사마령의 말대로 내공 소모가 심하네. 벌써 내공의 절반 이상을 썼어.’

구름을 가지고 놀던 나는 문득 서유기의 손오공을 떠올렸다. 손오공은 근두운이란 구름을 타고 다니지 않던가.

‘근두운도 술법이랬던가? 그럼 나도 근두운처럼 구름을 탈 수 있지 않나?’

먹구름을 없애고 새하얀 구름을 만들었다. 구름을 움직여 내 앞으로 옮긴다. 가까이서 본 구름은 안개와 똑같았다. 이대로는 구름에 타기 힘들었다.

나는 법보에 내기를 불어넣어 구름의 솜사탕처럼 만들었다. 촉감도 최대한 푹신하게 만든다. 일종의 특성 부여라고 할까. 뇌전을 다룰 때와 비슷한 감각으로 해봤는데 성공했다.

구름 위로 올라갔다. 극상의 푹신함이 느껴졌다. 여기서 섹스하면 기분이 아주 좋겠지. 말 그대로 운우지락이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구름은 바람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는 구름은 물의 기운이지요. 대협께서는 물의 기운이 다루는 재능이 있으시군요.”

“그건 아니야. 이 법보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을 뿐이야. 보조 시스템 같다고 할까. AI가 도와준다고 해야 하나.”

“…시스템? 에아이? 잘은 모르겠지만 법보가 도와준다는 뜻이로군요. 보아하니 그 법보에는 아직 이름이 없는 듯하니, 대협께서 지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우스를 떠올리며 근엄하게 구름 위에 앉아 있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수준의 법보에 이름이 없는 건 더 이상했다.

“구름을 다스리는 법보이니… 제운령(制雲令)으로 해야겠다.”

“좋은 이름이군요.”

“옆에 타. 모처럼이니 하늘 구경이나 하자고.”

“…네. 그럼.”

그녀가 구름 위로 올라탔다. 처음이라 불안한 듯 조심히 무릎 꿇고 앉는다.

제운령을 이용해 구름을 조종했다. 나와 그녀를 태운 구름이 하늘 위로 날아갔다. 내공의 소모가 커질수록 구름의 속도가 빨라진다.

‘비뢰신 수준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군. 비뢰신보다 더 내공소모가 많긴 하지만… 옆에 누군가를 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아.’

육체적으로 비뢰신보다 덜 피곤했다. 비뢰신은 결국 하늘을 달리는 것이니까.

구름을 타고 한동안 하늘을 드라이빙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내려왔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사마령을 바라봤다.

“사마령. 네 도움이 필요해.”

“네. 약속은 잊지 않았습니다. 선술을 사용할 수 있는 법보이자, 가보인 혼원신보(混元神寶)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분에게 저를 데려다주십시오.”

나는 품에서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내기 전에 성지곤을 바라봤다.

“지곤이. 넌 어쩔래?”

“응? 하양시로 돌아가야지. 네가 준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니 알아서 귀혼흑수랑 돌아갈게.”

“나중에 보자.”

성지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사마령에 공간 이동 주문서를 건넸다.

“그걸 찢어. 낙월산으로 이동할 거야.”

“…전이술을 사용한다는 말인가요? 부적은 아닌 듯한데… 흥미롭군요.”

그녀와 나는 동시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우리 둘은 낙월산으로 이동했다. 그녀를 이끌고 저택으로 향한다.

미령은 괜찮을 것이다. 위유가 말한 1년의 여유에서 반년도 안 지났으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위유를 마주쳤다. 돌핀팬츠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유의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다. 금방 샤워를 했던 모양이다.

“손님이 오셨군. 나는 위유다. 그쪽은?”

“…낙월신녀를 뵙습니다. 사마가의 가주인 사마령이라 합니다.”

“사마가주? 확실히 전문가를 데려오셨군요.”

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가 깊은 가문이라 바로 납득한 것이다.

“스승님. 미령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당연히 점점 나빠지고 있다. 기운이 계속해서 빠지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늦지 않게 잘 왔다. 따라와라.”

그녀를 따라 미령의 방에 들어갔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미령은 가벼운 차림새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땀을 잔뜩 흘리고 있었다. 그에 비해 옷이나 침대보가 깨끗한 것으로 보아 위유가 잘 간병해 준 모양이다.

“어때?”

사마령에게 물었다. 그녀는 영술안으로 미령을 확인했다.

“심상에 갇혀 있는 게 확실하군요. 선술을 이용해 대협을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저, 근데 낙월신녀께서 하시는 게 더 좋지 않으실지?”

옳은 말이다. 나보다 위유가 더 강하니까. 하지만 위유는 고개를 저었다.

“나로선 안 된다. 미령은 나보다 이 녀석을 더 소중하게 여길 테니… 미령의 심상에서는 이 녀석이 더 나을 것이다.”

“확실히. 이럴 경우엔 가족이나 연인이 나은 법이지요.”

사마령이 공간함에서 구슬을 꺼냈다. 은은한 옥빛과 신비한 기운을 흘리는 구슬이었다. 나는 저게 사마가의 가보인 혼원신보임을 알았다.

“대협. 저분에게 다가가 몸에 손을 올리십시오.”

미령에게 다가갔다. 몸에 손을 올리나는 것은 직접 접촉하라는 뜻이겠지. 미령의 옷을 살짝 파헤치고 배꼽 아래 하복부에 손을 얹었다.

사마령은 살짝 당황한 듯했으나, 곧바로 목을 가다듬고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선술을 사용하겠습니다. 두 눈을 감고 선술에 저항하지 마시고 오직 저분을 생각하십시오.”

눈을 감았다. 혼원신보에서 신묘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이어 나와 미령의 몸을 감싸듯이 포갰다.

“몽상진인(夢想晉人).”

사마령의 영창을 끝으로 내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 • •

그곳은 산속이었다.

영기를 품은 나무들이 자라는 산. 한쪽에는 깨끗한 계곡이 흘렀다.

경치가 끝내주게 좋은 곳이었다. 높이 솟은 언덕과 절벽에서는 폭포수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공기도 좋았다. 숨을 쉴 때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공기에 영기가 미약하게 섞여 있는 기분이랄까.

나는 이곳이 미령의 고향인 구유곡(九喩谷)임을 알았다. 그녀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미령과 같은 호인족(狐人族)들이 모여 사는 곳.

진 제국이 아닌 다른 대륙에 있는 곳.

미령은 나를 만나기 위해 이 아름답고 안전한 곳에서 뛰쳐나왔다고 했던가.

심상의 풍경이 이런 것을 보면 구유곡은 그녀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리라. 미령은 단 한 번도 내게 고향이 그립다고 말한 적 없지만, 내심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서방님.”

뒤에서 미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위 위에 알몸인 그녀가 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거추장스럽다며 숨기고 다니던 여우 귀와 하얀 여우 꼬리 5개를 드러냈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은 하얀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미령?”

“네. 미령이랍니다. 서방님이 알고 계시는 미령.”

정말로 내가 알고 있는 미령이 맞나?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오랜만이라 어색함을 느끼는 거겠죠.”

“…내 마음속을 느낄 수 있나?”

“여긴 제 심상 속 세상이니까요. 느낌적으로 아는 거죠. 느낌적으로.”

나는 미령을 따먹는 상상을 했다.

“아, 지금 야한 상상했죠?! 안 돼, 멈춰!”

미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그녀의 하얀 다리 사이, 촉촉한 분홍색 보지를 확인했다.

“젖었다고?”

“서방님 때문이에요. 서방님의 생각과 감정이 제게 영향을 끼치고 있거든요. 원래라면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서방님의 정신이 워낙 강인하니까요. 제 심상이 서방님게 역으로 침략당하고 있는 거죠.”

“침략할 생각은 없어. 위험한 건 아니지?”

“서방님이 마음먹기에 달렸죠. 전 서방님을 믿어요.”

당연히 미령을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가자. 혼자서 못 나가는 걸 알고 널 구하러 왔어.”

미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전 서방님이 오실 거라 믿고 있었어요. 그야 서방님이 사랑하는 절 포기할 리 없잖아요.”

미령이 웃으며 바위에서 내려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녀의 몸매를 훑어봤다. 커다란 젖가슴이 탐스러웠다. 미령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날 고생 시킨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또, 또 야한 생각 하신다.”

“네가 야한 거야. 그리고 호인족은 원래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다며?”

“서방님은 예쁜 여자만 보면 홀리잖아요. …응? 왜 안 나가세요?”

“기왕 여기에 온 건 네 마음속 좀 둘러보자. 두 번 다시 들어오지 못할 것 같고… 딱히 급할 건 없잖아?”

“그, 그냥 나가죠? 네? 나가서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서방님도 그걸 원하시잖아요.”

“내가 누구지?”

“……한남 유진?”

“한다면 하는 남자가 나야. 여길 좀 둘러봐야겠어.”

“으으, 죽어, 한남!”

미령이 본색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그냥 끌어안아서 제압했다. 자기 심상에서 너무 약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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