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2130화 (1,910/2,000)

Chapter 2130 - 2130. 새로운 게임

“후후. 이것들 모두 저의 자신작들이죠.”

컴퓨터 모니터에 미령이 그린 일러스트가 떠올랐다. 무려 1,000장이 넘었다. 하나같이 고퀄리티다. 다소 아쉬운 일러스트는 수정하면 그만이다.

“여캐를 좀 더 꼴리게 수정해. 젖가슴이 이게 뭐야. 너무 작잖아.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줄 알겠어.”

“어? 너무 벗기면 이상한 게임이 되어버리는데요?!”

“내 말은 다 벗기라는 게 아니잖아. 적당히. 적당히 좀 벗기자는 거지. 아니, 꼭 벗길 필요는 없어. 옷을 입어도 꼴리게 만들어.”

키보드를 두들기며 일러스트를 넘긴다. 남자 캐릭터도 있었다. 나는 가차 없이 넘겼다. 괴물 일러스트는 대충 훑어봤다. 여자 캐릭터 일러스트는 철저하게 평가했다.

“윽, 씨발. 깜둥이에 난쟁이 여자라고? 이게 뭐야. 전혀 안 꼴리잖아.”

“요즘 PC가 유행이라고요. 이런 캐릭터를 넣어줘야죠. 도적 캐릭으로 딱이죠?”

“너 미쳤어? 이게 인터넷에서 못된 것만 배워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미령의 정수리에 주먹을 쥐어박았다.

“악! 서방님!!”

“잘 들어라. 자고로 여도적이란 빵댕이가 크고 젖가슴도 풍만하고 허리는 잘록하며 피부는 새하얗고 팔다리는 길쭉해야 한다. 보기만 해도 좆이 발딱 서야한다고!! 정의로운 정액 도둑!! 그게 여도적이야!!”

“그럼 게임 평가가 처박힌다고요! 정치적 올바름을 태클 거는 사람이 한 둘인 줄 아세요? 기왕 만드는 거 좋게 좋게 평가받자구요.”

“넌 게이머로서 타락했구나.”

“서방님은 그냥 꼴리는 캐릭터가 좋은 거잖아요.”

미령이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그 입술을 손바닥을 때려 넣어주었다. 찰싹. 찰싹.

“알았어. 깜둥이도 인정할게. 다크 엘프는 나름 꼴리니까. 하지만 여자 같지 않은 여자는 안 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양보해 드릴게요. 사실 도적은 작고 못생긴 게 맞는데….”

알고 보니 미령은 자신이 그린 캐릭터마다 스토리를 짜놓은 상태였다. 정치적 올바름은 핑계고 실제로는 자기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나는 여캐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의 설정에는 손대지 않았다. 알게 뭔가. 어차피 플레이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세세한 설정에는 별 관심 없다. 핵앤슬래시 게임에는 더더욱.

“섹스 시스템도 만들까.”

“네? 갑자기요?”

“호감도가 쌓이면 NPC랑 섹스하는 거지.”

“그건 그냥 야겜이잖아요! 반대! 절대 반대!”

어쩔 수 없이 나도 양보해야 했다.

이후에는 제운령을 광명승천도에 넣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광명승천도로 강화된 제운령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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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쏜살같이 지났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돈을 뿌렸다. 게임을 빠르게 배포하기 위해, 법적인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건 돈과 권력이 있으니 쉬웠다.

‘정말로 일주일만에 게임을 완성해 버릴 줄이야.’

마도카의 능력이 99%였다. 스스로 학습하는 AI. 일찍이 버튜버로 활동하며 현존하는 모든 게임을 학습하고 데이터를 쌓아버린 것이다. 나와 미령은 게임의 방향성만 정해주면 되었다.

완성된 게임을 테스트하는 것도 쉬웠다. 마도카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되니까.

게임은 나도 테스트해 봤다.

시작부터 엔딩까지 평균 플레이타임은 6시간. 짧았으나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건 스토리에 비중을 둔 게임이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엔딩을 봤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를 즐긴 것도 아니다.

게임의 이름은 블랙 리버.

핵앤슬래시 게임으로 무료로 풀었다.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만든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이번에 마도카의 성능을 확인했다. 원래 대단한 AI였는지 몰라도 생각보다 성능이 너무 뛰어나.’

이 세상에서 나 홀로 특이점이 온 것 같다고 할까. 마도카가 세상에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뽐낸다면… 이 세상이 재미없어질 것 같았다.

‘버튜버나 계속 시켜야지. 아니면… 다른 세상으로 가져가거나.’

마도카의 본체인 인공지능 핵은 인벤토리에 넣는 게 가능했다. 생물이 아니니까.

마도카가 내게 반기를 들 수 있지만… 그래봤자다. 해킹 스킬이 있는 내게 기계 따위가 감히? 내게 반기를 든다면 확실하게 보복할 것이다. 기계라서 보복의 의미가 없다면… 인간으로 만들어서라도 보복할 것이다.

“마도카.”

“예. 섹스 지존이시여.”

“짱깨나 시켜봐라.”

“네.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시키겠습니다.”

“아이, 씻팔!”

“예?”

“짜장면? 내가 짜장면 먹고 싶다고 했어?”

“……평소 짜장면을 선호하시길래 오늘도 그럴 거라 판단했습니다.”

“멍청한 새끼. 지금 비 오잖아.”

“네. 서울에는 비가 오는군요.”

“비 오는 날엔 짬뽕이 땡긴다고.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쌓았다며? 근데 이런 것도 몰라?”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짬뽕과 탕수육 세트를 시키겠습니다.”

“씻팔!”

“…네?”

“탕수육 말고 깐풍기! 지금 비 오잖아! 씨발! 그럼 당연히 깐풍기지!”

“…죄송합니다. 미쳐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짬뽕과 깐풍기를 주문하겠습니다.”

“야, 지금 좆같은 인간 새끼라 생각했지?”

“아닙니다. 저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한 것 같은데. 나 감 좋다?”

“아닙니다.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기계는 거짓을 말할 수 없습니다.”

“지켜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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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혁은 개인 채널을 운영하는 게임 리뷰어다. 갓겜에서부터 똥겜까지.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 구독자는 60만으로 게임 리뷰 채널 중에서는 상위권에 속했다. 한국 게임계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는 그였다.

그는 평소에 자주 쓰던 게임 플랫폼에 들어갔다가 뜬금없이 출시된 게임을 하나 발견했다.

블랙 리버(Black River).

검은 강.

핵앤슬래시 RPG 게임이었다. 게다가 무료로 배포 중이다.

제작사의 이름도 블랙 리버였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제작사다.

‘인디 게임인가? 아니, 인디 게임이 핵앤슬래시라고?’

도트나 2D도 아닌 3D 게임이다. 일러스트도 확인해 본다. 수준급의 화려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정치적 올바름 따윈 전혀 없는 도적 일러스트는 남자의 시선을 마구잡이로 끌어당겼다.

방주혁은 홀리듯이 트레일러 영상을 재생했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편집해 만든 트레일러였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캐릭터가 화려한 스킬을 사용해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쳐죽인다.

방주혁은 트레일러를 멍하니 쳐다봤다. 전사, 궁수, 마법사, 도적. 제각각 직업의 특징이 확실했다. 모든 직업을 전부 플레이해 보고 싶을 정도로. 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전투는 핵앤슬래시 게임 중에서도 최상위급이다.

‘이 정도 퀄리티를 공짜로 배포한다고? 미친 건가? 아니면 만우절 장난? 지금은 만우절이 아닌데?’

사기다. 100% 사기다.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이 공짜. 그것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뜬금없이 나타난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게임을 다운받은 건 신뢰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과 혹시 모른다는 게이머의 기대감이었다.

게임을 다운받았다. 약 150GB. 용량은 꽤 무거웠다. 그래서 더 기대됐다. 예상 다운로드 시간은 4시간이 넘었다. 다른 사람들도 다운받아서 서버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 같았다.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하니 이미 블랙 리버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가 나 있었다.

「블랙 리버? 이거 무슨 게임임? 뭔 예고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왔냐고! 게다가 존나 재밌어 보임. 트레일러만 봐도 요즘 나오는 게임들 퀄리티보다 2~3단계 위임. 제작사도 게임 타이틀이랑 같은 블랙 리버인데. 아는 사람 있음? 익명1: 모름 ㅋㅋ 진짜 개뜬금없이 나타났음. 익명2: 다운받지 마라. 게임에 바이러스 있다. 익명3: ㄹㅇㅋㅋ └익명4: 아 아무튼 받지 말라고 └익명4: 네가 없어야 내가 더 빨리 다운받는다고 ㅋㅋ 익명5: 우리도 모름. 진짜 뜬금없이 나타난 게임임.」

「보니까 블랙 리버 게관위 통과 일이 바로 오늘! 게관위가 이렇게 열심히 일한다고? 이게 말이 되냐? 익명1: 돈 찔러 준 듯. 익명2: 게관위 비리로 유명하잖아. 익명3: ㅅㅂ대체 얼마를 찔러줬기에 이렇게 일하는 거임?」

커뮤니티는 혼란스러웠다.

온갖 낭설이 돌아다녔으나 정작 건질만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혹시 몰라 해외사이트까지 뒤져봤으나 상황은 마찬가지. 방주혁은 저도 모르게 게임계에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일종의 예감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게임 리뷰 영상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나타난 수수께기의 게임 블랙 리버….

‘게임만 재밌으면 된다. 평타만 쳐도 나름 화제가 될 거야.’

평타 이상이면? 당연히 모두 대박인 거고.

방주혁은 4시간 만에 겨우 게임을 다운받았다.

검은 강이 흐르는 타이틀에서 새로운 게임 시작을 클릭한다. 4개의 캐릭터가 나왔다.

전사, 궁수, 마법사, 도적.

남캐와 여캐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전원 일러스트가 있었는데… 여캐가 압도적이었다.

‘무슨 가슴과 엉덩이가…’

입고 있는 옷도 색기를 강조하고 있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연예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끝내준다. 원래는 내가 남캐를 하는 편인데… 이건 못 참지.’

여자 도적을 클릭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은 튜토리얼. 괴물 몇 마리가 등장했다.

‘고블린 7마리라. 정석이군.’

깔끔하게 정리된 UI가 캐릭터 조작법과 전투 방식을 알려준다. 핵앤슬래시의 전투 방식은 쉬웠다. 가서 몬스터를 죽이는 것. 그에 쾌감을 느끼는 것. 도적의 경우 단검으로 다가가 고블린을 썰었다.

‘와. 피 터지는 거 보소. 타격감 지리네. 단검 휘두르는 모션도 부드럽고 시체도 잘 만들었네. 어색하지가 않아. 진짜 고블린을 죽이는 것 같아.’

튜토리얼은 친절했고 인벤토리도 넉넉했다. 지도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능력치 설명도 이해하기 쉬웠다. 업적을 달성하면 추가 능력치를 얻는데 계정 공유다. 캐릭터마다 업적을 깰 필요가 없다는 뜻.

간단한 튜토리얼이 끝나고 레벨이 오르고 메인 미션이 생성됐다.

‘이제 스킬창이 열리는군. 음? 여러 개의 스킬 중 하나를 찍는 방식이네. 이거 스킬 빌드를 잘 짜야겠네.’

2레벨 도적이 찍을 수 있는 스킬은 3개.

단검 투척, 심장 찌르기, 은신.

원거리 공격. 강력한 공격. 조건부 초강력한 공격.

‘단검이 편할 텐데… 은신으로 가자. 리뷰 영상 녹화해야 하니까 재밌게 가보자.’

은신. 그 단어만으로 로망을 자극했다. 모습을 숨기고 몬스터의 뒤를 공격하면 강력한 대미지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핵앤슬래시에서 효율은 별로였다.

‘상위 스킬을 찍으면 더 강해지겠지.’

방주혁은 메인 퀘스트를 따라갔다. 빠르게 엔딩을 보고 리뷰 영상을 찍어야 하니까.

게임 스토리는 괜찮았다. 인상적인 건 없었으나 무난한 느낌이다. 전투가 재밌어서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은 느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순식간에 6시간이 지나고 엔딩을 봤다.

‘올해 한 게임 중에서는 이게 최고네. 진짜 정신 없이 사냥했다. 그런데… 어? 올마스터 해금?’

올마스터는 새로운 직업이었다. 그 특징은 모든 캐릭터의 스킬을 찍을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레벨 제한도 사라진다. 즉, 이론상 모든 스킬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마검사나 마법 도적, 마법 궁수 같은 것도 가능하다고?’

이건 못 참지.

방주혁은 블랙 리버 2회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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