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2132화 (1,912/2,000)

Chapter 2132 - 2132. 새로운 게임

“서방님! 온 세상이 블랙 리버예요!!”

미령이 신나서 소리쳤다. 그녀는 이어 내게 안겨들었다. 미령의 달콤한 체향을 맡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대박이 터졌으니 다행이야.”

온 세상이 블랙 리버다. 라는 말은 과장되어 있었다. 게임 업계에서야 잘 만든 게임이라고 추켜세워 줄 뿐이다. 뉴스에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도 잠시뿐이겠지. 아마 1달 정도 지나면 조용해질걸. 나중에는 해볼 만한 무료 게임으로 언급되는 정도에 그치겠지.’

어지간한 게임보다 재밌긴 해도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일주일 만에 만든 게임이란 걸 감안해야 했다. 99% 일은 AI 마도카가 했고.

“마도카 너도 수고했다.”

미령의 방에는 항상 컴퓨터가 켜져 있고, 모니터 한편에는 마도카가 있었다.

“섹스 지존께서 시키신 대로 했을 뿐입니다.”

“블랙 리버는 어떻게 할까요? 서비스를 종료할까요? 아니면 부분 유료화 형태로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돈은 됐고. 알아서 해.”

“전에 보고했던 대로 블랙 리버 SNS 계정으로 해킹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살펴보니 해커들 사이에서 일종의 챌린지가 되어있더군요.”

“알아서 해. 귀찮게 나한테 계속 묻지 말고.”

“……알겠습니다.”

나는 미령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책상으로 다가갔다. 뭘 하고 있었나 했더니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앙. 서방님. 웹툰은 아직 미완성이라 보면 부끄러운데요….”

“분량이 이렇게 많아? 그림도 일러스트 수준이잖아.”

“마도카의 도움을 받았어요! 한 컷 그리는 데 1분도 안 걸려요!”

이번엔 웹툰에 꽂힌 모양이다.

나는 웹툰을 쭉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없네.”

“앗! 이건 다크 판타지 대작인데요?!”

“그럼 뭐해 재미가 없는데. 주인공은 팔 병신이고 강하지도 않잖아. 여자는 주근깨에 몸매는 통나무잖아.”

“리얼리즘을 추구한 거예요!”

“넌 다 좋은데 이상한 것에 집중하더라. 이 웹툰은 몇 분 만에 그린 거야?”

“구상은 2시간이고 그림을 그린 건 20분 정도요?”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군.”

마도카를 상용화하면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어나겠지.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어이, 마도카. 보지나 그려봐.”

“네. 알겠습니다.”

마도카는 1분에 1만 장이 넘는 보지를 그려냈다. 그림 한 장, 한 장이 사진 수준이었다. 대충 둘러봐도 온갖 종류의 보지가 있었다. 어린 보지, 생리하는 보지, 늙은 보지.

“악! 늙은 건 삭제해! 이 새끼, 지금 내 눈을 테러한 거냐?!”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보지를 그렸을 뿐입니다.”

“하여간, 깡통 새끼는 눈치가 없다니까. 미령아. 나가서 밥이나 먹으러 갈까?”

“데이트 신청이죠? 저 기대해도 되는 거죠?”

“하하. 당연하지. 어이, 마도카 데이트 코스 좀 짜봐라. 좆같은 코스면… 알지?”

“…데이트 코스 출력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AI가 있으면 현대 생활이 굉장히 편했다.

“마도카. 운전도 네가 해라. 이 차에 원격 조종 기능 있잖아.”

“아직 실험용입니다. 또한 자율주행 운전은 법 또한 미미합니다.”

“법은 지랄. 까라면 까. 안 들키면 되잖아.”

운전은 마도카에게 맡겼다. 진하게 썬팅한 차라서 바깥에선 내부가 안 보인다.

“흐읏, 서방님…!”

차 안에서는 미령과 물고 빨고 다 했다. 이후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대화를 하다가 노래방에 들려 술까지 마셨다. 차에 탄 뒤에는 모텔로 직행. 운전이나 가게 예약 등은 마도카가 전부 했다.

• • •

며칠 뒤.

미령은 인터넷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나도 헌터로서 일상을 보냈다. 던전에 가서 몬스터를 조지는 일.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지만… 이것도 익숙해지길 마련이다. B급 던전에 가서 B급 몬스터를 죽이는 일이 점점 지루해진다.

그러다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을 줄 알았던 블랙 리버가 점점 더 화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블랙 리버 콘텐츠는 일주일이면 다 끝날 콘텐츠 양인데?’

내 기준으로 일주일. 일반인 기준으로 2~3주면 끝날 콘텐츠. 블랙 리버는 급하게 만든 만큼 콘텐츠가 부족한 게임이었다.

‘어?’

블랙 리버를 검색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블랙 리버는 며칠 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 있었다. 성기사와 정령사, 연금술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업데이트된 건 물론이고 용병과 펫 육성 시스템에 레이드 보스까지 생겼다. 내가 모르는 몬스터, 던전, 퀘스트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업데이트는 하루에 한 번에… 만들어진 모드도 벌써 100개가 넘잖아. 몬스터와 NPC 인공지능이 엄청나다는 평가까지. 레이드 시스템은 극찬을 받고 있군.’

블랙 리버는 내가 아는 게임이 아니었다.

바로 마도카에게 전화했다.

“블랙 리버. 이거 네가 한 거냐?”

“말씀의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업데이트 말이야. 다 네가 추가한 거냐고?”

“관리하라고 하셨기에 관리했을 뿐입니다.”

“업데이트 내용은? 설마 네가 생각한 거냐?”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 시뮬레이션을 돌려 적합하다 판단한 요소를 업데이트했습니다.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종료하겠습니다.”

“뭐, 됐어. 알아서 하라고 한 건 나니까. 대신 돈 좀 빨아먹자.”

“과금 정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아서 해.”

블랙 리버에 대해선 신경 끄기로 했다. 처음부터 크게 관심 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선택 가능한 유희 세계 목록을 확인했다. 중요한 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창작물인 블랙 리버를 유희 세계로 선택할 수 있냐는 거다.

목록을 한참 뒤져 보던 나는 혀를 찼다.

‘없네.’

그래도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다시 확인했을 때 유희 세계로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당분간 뭐 할 것도 없으니… 유희 세계에 가서 포인트나 벌어야지.’

포인트는 부지런히 벌어야 하는 법이다.

[이터널 에덴을 선택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 •

이터널 에덴.

생존 게임이 원작인 게임으로 300명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현재 이터널 에덴 세계는 반쯤 멸망한 세계였다.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았다. 국가는 존재하고 사람들도 살아 있다. 언제까지 멀쩡히 존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세계 곳곳에서 괴물들이 나타난다. 괴물들은 현 인류보다 압도적이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세계 각지에서 각성자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니까.

손태형은 최근에 성악초등학교에 들어온 신입이었다.

성악초등학교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게 아니었다. 죽기 직전에 성악초등학교 보안팀에게 구조당했고, 억지로 들어와 생활하게 됐다. 원래 그는 죽을 생각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내와 자식을 잃은 순간부터 그의 삶은 목적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가 살아있는 건 차마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네의 작은 교회를 운영하던 목사였다.

“이봐. 저기 쓰레기나 치워.”

작업 관리인이 손태형에게 명령했다. 손태형은 군말 없이 그 명령에 따라 장벽 근처에 어질러진 쓰레기를 정리했다.

성악초등학교는 겉으로는 유토피아처럼 선전했으나, 실제로는 철저한 계급이 존재하는 단체였다. 노예란 단어를 쓰지 않았을 뿐이지, 노예나 다를 바 없었다.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 주거 공간. 모든 것에 차별이 있었다. 손태형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죽은 눈을 한 채 명령에 따라 쓰레기를 치웠다.

어느 날. 운동장 한편에 사람들이 모였다.

“너, 너무 먹고 싶어서 훔쳤습니다! 콜라 한 병이잖아요! 한 병! 그거 좀 훔쳤다고 죽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발!”

한 청년이 그 중심에서 소리쳤다.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총을 든 보안팀에게 손을 싹싹 빌었다.

“어쩔 수 없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수, 수감동이 있지 않습니까! 절 수감동으로 보내주십시오! 죄를 지으면 수감동에 가야죠! 제, 제가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눈을 감고 다음 생은 다른 평화로운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기도해라. 움직이지 마라. 고통없이 보내주마.”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탕!

총성이 울렸다.

보안 요원이 아니었다. 허공에 떠다니는 드론이 총을 쏴 청년의 머리를 터트린 것이다. 일을 끝낸 드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

“청소꾼! 청소해라!”

손태형을 비롯한 가장 계급이 낮은 이들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청소꾼들은 무덤덤하게 다가가 시체를 정리했다. 그들에게 시체 정리는 익숙했다. 당장 바깥에서 걸어 다니는 것들도 시체니까.

구경꾼들이 흩어지자 청소꾼들은 자기들끼리 잡담했다. 역한 시체가 눈앞에 있어도 누구 하나 움츠러 들지 않았다.

“콜라 한 병 훔친 걸로 사형이라니. 아무리 물자가 부족하다지만… 너무 한 거 아니야?”

“물자가 부족하기는 개뿔. 보안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냉동 창고에 콜라가 수십 박스 쌓여 있다더라.”

“그럼 이놈은 왜 죽었는데?”

“쯧쯧.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알 수 있잖아. 본보기지, 본보기. 최근에 대규모로 들어온 신입들에게 경고하는 거야. 깝치면 죽는다고.”

손태형이 생각하기에도 이건 본보기이자 경고였다. 그 외의 이유는… 그저 재미 삼아 죽였다. 그 정도밖에 없겠지.

그때였다.

코를 간질이는 분 냄새가 났다. 청소꾼들은 저도 모르게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젊은 여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화장하고 깨끗한 옷을 입은 미녀들.

“대표 전용 창녀들이군. 보니까 한바탕 하러 가는 모양이야.”

“쉿. 조용히 하게. 쟤들이 관리자들보다 지위가 높네. 쟤들 손가락질 한 번에 수감동에 갇힐 수도 있다네.”

“젠장. 내 딸이 예쁘기만 했어도 나도 이딴 일은 안 하고 관리자로 일할 텐데….”

“자네 딸이 못생긴 건 자네 탓이 아닌가?”

“내 딸은 마누라를 닮았어. 그러니 마누라 탓이지.”

젊은 여자들은 청소꾼들을 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주위에 청소꾼들만 남았다. 그러자 그들은 더 대담해졌다.

“자네들. 그 소문 들었나? 성 대표 말이야. 번개를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회복 능력까지 있다고 하더군. 저번에 변종을 상대하면서 팔에 상처 입었는데 단번에 회복됐다더군.”

“그거야 뭐, 유명한 이야기지 않나? 내가 알기로는 장애도 낫게 만든다던데?”

“나도 들었지. 죽은 자들도 되살린다지?”

뇌수를 치우던 손태형이 멈칫했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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