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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33화 (1,913/2,000)

Chapter 2133 - 2133. 이터널 에덴

“죽은 자를 되살린다니…. 그게 무슨 괴이한 말입니까?”

손태형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진지한 물음에 청소꾼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여들었다. 항상 죽은 눈을 하고 묵묵히 일하던 손태형이 먼저 입을 열어서 놀란 것이다.

“손 씨도 말할 줄 아는구먼. 뭐, 소문일 뿐일세. 죽은 사람이 되살아 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부분의 청소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D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며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초능력을 각성한 자들이 나타났지만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는 건 상식이었다.

좀비? 저걸 보고 누가 되살아났다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좀비는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이었다. 적어도 심장은 뛰고 있으니까.

“내가 저번에 봤는데 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 구할 때 있지 않나? 그때 여자가 좀비에게 공격당해 목이 뜯겨나갔는데 성 대표가 치료하자 말끔히 낫는 걸 내 눈으로 봤다.”

“그건 죽은 이를 되살린 게 아니라 치료한 거지 않나.”

“목이 반쯤 뜯겼다니까? 그 상처는 즉사지. 즉사한 인간이 다시 일어나 멀쩡하게 움직였으니 되살린 거지! 게다가 그 여자는 감염도 되지 않았어!”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애초에 죽을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던 거지. 감염도 뭐… 운이 좋았나 보지.”

“운은 무슨. 백신이 없어서 각성자도 감염되면 끝장인데. 성 대표는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게 틀림없다!”

“알았으니 조용히 좀 하게!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관리자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수감되고 말 것이야. 수감동이 얼마나 좆같은 곳인지 자네도 알지 않나!”

“수감동… 그래. 거기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말을 조심해야지. 수감동의 죄수들은 밥이 아닌 짐승 사료를 먹는다지.”

“우리 일이 좆같긴 해도 수감동 죄수들보다는 훨 낫지 않나. 적어도 사료로 배를 채우진 않으니.”

청소꾼들의 대화 주제는 수감동으로 넘어갔다. 수감실에 갇힌 죄수들을 씹으면서 자신들이 더 낫다고 위안 삼았다.

손태형은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확실한 건 없었다.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는 건 소문일 뿐이지만.

하지만 그 소문이 진짜라면? 좀비가 생기고 초능력자가 나타난 세계다. 죽은 자를 살리는 초능력도 있을만 하지 않은가.

‘…만약, 성 대표가 그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날 위해 그 능력을 써줄 리 없다.’

현 성악초등학교의 질서를 만든 이가 성유진이다. 민주주의 따윈 진창에 처박아 버린 독재자 성유진. 이곳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은 의미 없었다. 성유진의 의지가 곧 법이었다.

‘성 대표는 상벌이 확실한 자다. 능력을 증명하고 공을 세운다면…. 어쩌면 성 대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태형의 눈앞에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건 언어도단이다. 진리를 거스르는 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가족들을 보고 싶었다.

‘…애초에. 신이 존재한다면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선 안 됐다. 지옥이란 곳도 존재하긴 하나?’

전직 목사는 마지막 남아있던 신앙심을 버렸다.

청소꾼인 그가 공을 세우는 방법. 청소 업무에 집중한다? 어림도 없는 소리. 백날 깨끗하게 청소해봤자 신분을 탈피할 수 없었다.

손태형이 떠올린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밀고. 불순분자를 찾아내 밀고 하는 것이다. 물론 밀고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 사회적인 평판은 떨어질 수 있었다.

다른 주기적으로 실행되는 좀비 토벌에 지원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좀비와 싸우는 만큼 위험하지만 공을 세우기 딱 좋았다. 운이 좋으면 토벌 한 번에 보안팀에 들어갈 수 있다.

손태형은 둘 다 하기로 했다.

그는 같은 청소꾼을 밀고했다. 쓰레기 청소를 하다 보면 간혹 멀쩡한 물건이 나온다. 원래 이런 물건은 관리자에게 주도록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청소꾼들은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멀쩡한 쓰레기를 챙겼다. 손태형은 관리자에게 그 청소꾼을 밀고한 것이다. 보상으로 돈을 받았다.

“이, 이 더러운 새끼! 네놈이 그러고도 목사였냐!! 그깟 푼돈 때문에 동료를 팔아?! 이 동료 팔아먹은 놈! 네놈이 그러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청소꾼이 수감동으로 끌려가며 증오를 쏟아냈다. 원래 밀고자는 숨기는 게 맞지만, 워낙 폐쇄된 곳이라 밀고자가 누군지 소문이 났다. 손태형은 개의치 않았다.

그날부로 손태형은 청소꾼이 아닌 건설 노동자가 되었다. 땅을 파고 집을 세우는 일을 주로 한다. 대우는 청소꾼보다 훨씬 낫다. 허나 밀고를 통해 노동자가 되었기에 동료들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손태형은 이 또한 개의치 않았다.

공동 게시판에 기다리던 공지 사항이 붙여졌다. 안전과 확장을 위한 토벌대 모집 공고였다. 손태형은 주체하지 않고 토벌대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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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악초등학교 내에서 내 능력에 관한 정보가 돌고 있었다. 뇌전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회복 능력이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저번에 회복 능력을 너무 대놓고 사용했었나.’

죽은 자까지 되살릴 수 있다는 소문이 은근히 돌고 있었다. 물론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숨겨야지. 앞으로는 좀 조심해서 능력을 써야겠군.’

이참에 회복 능력을 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더도 말고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만 알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회복 능력을 아무에게나 써줄 순 없지. 내 노예가 되겠다는 놈들에게만 혜택을 줘야지.’

차별은 필수였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계급 사회가 더 견고해질 테니까.

나는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성악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그려진 지도.

‘슬슬 성악초등학교는 포화상태야.’

일단 덩치부터 키우자는 생각에 근처에 있는 사람을 되는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일차적인 선별 과정은 거치고.

‘비축된 식량은 괜찮아. 문제가 되는 건 사람이 머물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지.’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다 못해 판자로 집을 짓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다. 몰려든 사람이 너무 많았다.

‘성악 초등학교를 확장해야 해.’

기존의 담벼락을 부술 생각은 없었다. 성악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새로운 담벼락을 세워 외부 마을을 만들 생각이다.

‘노예는 노예끼리 지내게 해야지.’

서울 전체를 먹고 지배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 그럴 역량이 내겐 없었다. 정부는 살아 있다. 적어도 국가 체계를 유지할 수준은 됐다.

‘나중에 한국 정부와 싸울 수도 있으니… 지금은 병력을 육성하고 무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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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당일.

교문 입구에서 뒤를 돌아봤다. 약 120명의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절반은 보안팀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번 토벌대에 지원한 자들이었다. 의외로 여성들도 제법 지원했다.

이들 중에서 총을 쥐고 있는 건 보안팀뿐이었다. 나머지는 창이나 방망이, 칼 같은 냉병기 무장했다. 뭐, 칼을 든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성악초등학교에는 날이 갈수록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을 보면 성악초등학교가 안전하고 물자가 많다는 말이 공연히 떠돌고 있다. 그걸 보고 가족단위로 성악초등학교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 7할 이상은 오는 중에 죽지만.

“그러나 성악초등학교의 공간은 한정적이다. 땅을 확장할 때가 온 것이지. 하지만 무작정 확장할 수는 없다. 건축 자재 등 물자가 부족하니까. 우리는 2km 떨어진 곳에 있는 가구점과 마트, 철물점 등에서 물자를 차출할 것이다.”

어차피 버려진 것들이다. 대대적으로 가져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주인이 있더라도 그 주인을 죽이고 빼앗으면 된다.

“공을 세우는 자에겐 합당한 상을 줄 것이고, 질서를 어그러뜨리는 자에겐 벌을 내릴 것이다. 가자.”

병력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100명이 넘는 놈들이 내 말에 설설 기는 것을 보니 기분이 꽤 좋아졌다. 하늘에는 드론이 천천히 날며서 뒤를 따라왔다.

드론의 역할은 정찰이었다. 나채영이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면 내게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앞에 좀비 다섯.

이어폰을 통해 나채영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할때의 나채영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긴장한 상태였는데.

‘좀비 다섯은 별거 아니지.’

근처에 있는 보안팀에게 손짓했다.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보안팀은 좀비 다섯을 소음기를 단 권총으로 순식간에 처리했다.

일반인 출신의 지원자들이 죽은 좀비를 수레에 태웠다. 좀비나 생물도 분해기에 넣으면 자원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좀비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내가 직접 나설 필요 없이 병사들이 좀비를 처리했다.

내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좀비가 지나치게 많거나, 변종이 튀어나오는 경우다.

변종은 위험하다. 각성자도 상대하기 어려운 놈이다. 진짜 강력한 변종들은 지금의 나라도 상대하기 어렵다.

‘다행히 서울에는 그만큼 강력한 변종은 없는 것 같지만.’

대형 마트에 도착했다. 먼저 드론을 보내 내부를 정찰하게 했다.

-털렸어. 생존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장난감 같은 게 남아 있긴 한데… 이건 자원으로도 별 가치가 없을 거야.

“철이나 목재, 페인트 같은 자재도 없어?”

-없어. 생존자 무리가 다 털어간 것 같아.

생존자 무리.

세상이 이 꼬라지가 났다보니 사람들은 뭉치기 시작했다. 가족끼리 뭉치는 건 당연했고 아파트 단지끼리 뭉치는 경우도 흔했다.

“내부에 좀비는?”

-좀비 시체는 있어. 부패하고 있네. 상처를 보니 골프채 같은 거에 맞아 죽은 것 같아. …꽤 심하네.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힘들 텐데.

“각성자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각성자가 나오고 있었다. 성악초등학교에도 각성자가 몇몇 있었다. 썩 도움이 안 되는 1성(★)짜리 각성자였지만.

‘적어도 테크놀로지스트나 바이오닉스는 없겠군. 그들은 분해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시체도 남기지 않고 싹 가져갔겠지.’

마트에서 시선을 뗀 내가 병사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쉬고 있을 시간은 없다. 계속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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