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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35화 (1,915/2,000)

Chapter 2135 - 2135. 이터널 에덴

탕! 탕! 탕!

공장에서 단발로 된 총성이 울렸다.

보안팀이 공장에 숨어 있는 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총성은 오래 울리지 않았다. 적들은 자기들에게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나는 공장을 확인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평범한 공장처럼 보였다. 이곳에 오기 전에 정찰 드론을 통해 정찰했을 때도 사람의 흔적이 많이 보이지 않던 곳이다.

‘드론으로 공장 내부까지 철저하게 정찰하진 않았지만… 설마 이 정도 인원이 공장 내부에 있었을 줄이야.’

가장 놀란 건 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마트에서 총을 파는 미국과 달리 대한민국에서 총을 구하는 건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야 했다.

‘공장 외부에는 쓸만한 트럭이나 승용차가 보이는군. 트럭은 우리가 사용하면 되겠고… 승용차는 분해기에 넣어 자원으로 뽑아내야겠지.’

테크놀로지스트인 나채영의 솜씨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그녀 또한 성장하고 있다. 그녀의 역량은 늘어가고 있으나, 문제가 되는 건 기술이다. 테크놀로지스트나 바이오닉스나 무작정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연구를 통해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

‘지금 연구 속도는 너무 느려. 남의 기술을 빼앗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거지.’

토벌대 일부에게 공장 주위를 정리하라 명령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목재 내장재 공장. 당연히 목재가 쌓여 있고 톱밥이나 먼지로 더러울 거라 생각했다. 직접 본 공장 내부는 전혀 달랐다. 목재는 아예 없었다. 기계 또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굉장히 복잡해 보였다.

“대표님. 안쪽에 총과 총알이 쌓여 있었습니다. 작업자들의 말로는 2주 전부터 총과 총알을 이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우 그릅. 이 또라이 새끼들. 한국에서 대놓고 공장을 개조해서 총이랑 총알을 만들어?”

나는 낄낄 웃었다.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 터졌다. 안 그래도 총이랑 총알을 만드는 기계가 필요했다. 지금 성악초등학교의 총기는 나채영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으니까.

생산 공정 라인은 각각 하나밖에 없었다. 아쉽긴 해도 이게 어디나 싶다.

‘이 기계는 우리가 써야 하니 조심히 가져가야 한다. 성악초등학교에 있는 작업자들을 데려와야겠군.’

공장 한편에는 손발이 묶인 채 무릎 꿇고 있는 포로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훑어보다가 혀를 찼다.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는 최소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었다. 젊은 여자도 있긴 했으나 못생겼다.

그때였다. 보안팀이 공장 구석에서 누군가를 잡아끌고 왔다. 깨끗한 작업복을 입은 중년 남자였다. 중년 남자는 기죽는 대신 두 눈에 힘을 팍 주며 허세를 부렸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나올 수 있다는 말을 맹신하는 모양이다. 실제로는 호랑이의 기분에 따라 죽거나, 살거나 하겠지만.

“이놈은 뭐냐?”

“공장장이라 합니다. 아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 데려왔습니다.”

“잘했다. 마침 어떻게 기계를 옮길지 고민하고 있었거든. 이 자식이 협조해 주면 일이 쉬워지겠지.”

“내가 너희 같은 약탈자들에게 협조할 것 같으냐?!”

공장장이 소리친다.

짝!

내 손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고, 입술이 터졌다.

“아. 시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싸대기를 날렸잖아. 말할 거면 좀 조용히 말하자. 어?”

짝!

“컥! 이, 이번엔 왜…?”

“뺨이 두 개니 싸대기도 두 대지. 우리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그래. 그 의견을 존중해서 선택권을 주마. 동그랗게 뒤질래? 네모나게 뒤질래?”

공장장이 헉하고 숨을 삼켰다. 눈을 치뜨던 그의 기세가 팍 죽었다.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믿고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상대하기 귀찮은데 팔다리나 잘라 놓을까.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공장장이 다급히 말했다.

“여, 여긴 일우 그룹이다! 여길 건들이고도 일우 그룹이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일우 그룹이 직접 나서서 너희를 보복할 거다!”

“오. 이 상황에서도 역으로 우릴 협박해? 그 기개는 칭찬해 주마. 일단 대가는 치르고.”

칼은 가볍게 휘둘러졌다. 공장장의 왼팔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시끄럽다. 다음은 오른팔… 아니, 눈으로 할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목숨을 빌었다.

“처음부터 개기지 말고 무릎 꿇고 빌었으면 쉽게 쉽게 갔을 거 아니야. 멍청하긴.”

“저, 저는 본사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입니다! 개, 개길 생각 따윈 없었습니다!”

“본사에서? 일우 그룹이랑 연락하고 있었나. 뭐, 통신사가 완전히 망한 것도 아니니 전화는 할 수 있겠지. 스마트폰 줘봐.”

“본사와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군용 통신장비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왜?”

“본사의 지시였습니다. 도청의 위험이 있으니 군용 통신장비를 쓰라고….”

“아주 본격적이구만. 그래서 총은 누구에게 팔았지?”

“저, 저도 모릅니다. 총과 총알은 일주일에 한 번 본사에서 운송팀이 와서 돈과 식량을 주고 가져갑니다.”

돈.

지금 이 세상에서 돈은 의미가 아주 없지 않았다. 나라가 완전히 망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식량만큼 중요한 건 아니다.

“일우 그룹의 본사가 어디에 있지?”

“부산에 있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와 총과 총알을 가져간다? 지금 이 사태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재 뉴스를 보면 고속도로는 엉망진창이다. 고속 도로에서 멈춘 차들이 쓰레기처럼 널려 있고 감염자들이 돌아다닌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로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여기서 생산된 총들은 서울에서 소모된다는 건데…. 일반인에게 파는 건가? 그게 아니면….’

군납이 아닌 건 확실하다.

보안팀이 군용 통신장비를 가져왔다.

“대표님. 일우 그룹 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일우 그룹은 지금 상황을 알고 대표님과의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일이 발생했으니 공장장이 바로 본사에 보고한 것이다. 나는 보안팀이 건네는 수화기를 받았다.

“나다.”

-…인상적인 인사말이군. 성악초등학교의 대표 성유진 맞나?

“넌 누구냐?”

-일우 그룹의 이사인 진충현이다. 공장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라. 그럼 이번 일은 잊어주마.

“아. 그렇구나. 잊어주시는구나. 알겠습니다. 공장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겠습니다. 이거 참 대기업 무서워서 어쩔 수 없네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비아냥이었다.

-우리를 적으로 돌리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마라. 대한민국은 총기 규제의 나라다.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지. 하물며 총기를 만드는 기계? 경찰과 군대가 널 죽일 거다.

“너희는 대한민국에 없는 거냐?”

수화기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부산이다.

무슨 의미지.

대한민국의 힘이 부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니면 부산이 군벌화하기라도 했나? 정보가 없었다.

TV에 방송되는 뉴스만으로 서울 외의 지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우 그룹이 부산을 먹었나? 기업 국가라도 선포하려고?’

세상이 이 지경이 됐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한국은 내외부적으로 굉장히 바쁘다. 당장 북한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감염과 변종 등으로 인해 한국 내부에서도 문제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일우 그룹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대놓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끼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거지. 그리고 아마도 고위 권력자와 이어진 끈이 있겠지.’

그래서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상대는 나보다 더 강하니까?

‘개소리. 이 새끼는 나보다 더 강하지 않아. 일우 그룹의 덩치가 더 큰 것뿐이지.’

부산에 있다? 가서 죽여버리면 된다. 나채영에게 다른 건 다 제껴두고 이동 수단부터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부산. 고작해야 300km. 걸어서 가도 며칠이면 도착한다.

“그리고 여긴 서울이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경고할 때 손 떼라.”

-역으로 협박한다고? 어처구니가 없군. 언론에서 밀어주는 각성자라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너 따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 마지막 경고다. 공장에서 물러나라. 그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그냥 물러난다? 장담할 수 있다. 이 새끼들은 분명 조만간 날 처리하러 올 것이다. 이런 놈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다.

“여긴 내 거다. 공장도 내 거고, 붙잡은 사람도 내 거지. 기계는 내가 잘 쓰마. 그리고 새끼야. 넌 내 눈에 띄지 마라. 눈에 띄는 순간 지옥이 뭔지 알려주마. 아, 가족 관리도 잘하고. 네 가족도 보이는 순간 죽는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감히!!

갑작스러운 급발진. 가족이 역린이었나?

“아, 가족만이 아니라 친척도 다 죽여주마.”

-네놈은 오늘의 선택을 반드시 후.

툭.

수화기를 내렸다. 더 들을 필요 따윈 없었다.

나는 보안팀에게 통신장비를 가리켰다.

“연락은 무시하고 장비는 챙겨. 장비 자체가 좋은 자원이니까.”

통신장비는 해체해서 살펴보는 것만으로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체는 다 똑같은 자원만 주는 게 아니다. 장비는 고급일수록, 생물은 강할수록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다.

“공장장은 어떻게 합니까? 처형합니까?”

보안팀이 공장장을 보며 총을 만지작거렸다. 사람을 처형하는 일은 보안팀의 일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손을 덜덜 떨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일단 살려두도록. 기계의 사용법과 옮기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 포로들로 공장을 청소시켜라. 나머지 장비도 알아보고.”

명령을 내린 뒤에 사무실로 들어가 공장장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싸구려였다. 나는 이어 스마트폰을 들어 안기부의 4차장인 이연희에게 연락했다.

일우 그룹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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