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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43화 (1,923/2,000)

< 2143화 > 2143. 이터널 에덴

염력.

성가신 능력이다. 보이지 않는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하지만 아예 반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뇌천류(雷天流) 전자기파(電磁氣波).

전자기파를 계속 발동 중인 지금, 보이지 않는 물리력이 발동되는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의 시선을 보며 염동력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유진. 나는 너도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전기를 활용하는 능력은 일반 각성자라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뛰어났지. 하지만 직접 보니 알겠군. 넌 플레이어가 아니다. 플레이어 특유의 느낌이 없다.”

"대단하신 추측이군.”

놈의 말을 비아냥으로 대답하면서 어디로 행동할지 고민했다.

놈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

그것은 경험이다. 염동력을 각성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다룬 기간은 반년도 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평범한 인간이었다.

‘염력의 출력은 날 한 번에 죽일 정도는 아니야. 그랬다면 이렇게 대치하는 게 아닌 보자마자 날 죽이려 했겠지.'

움직였다.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니까.

놈이 두 눈에 힘을 줬다.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이어서 전자기가 밀려나는 감각이 느껴졌다.

'오른쪽 다리.'

재빨리 빙글 몸을 돌렸다. 오른쪽 다리가 있던 공간에 염동력이 조였다. 보이지 않는 힘이 가해지면서 한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은 왼쪽 어깨.'

놈의 시선을 통해 염력의 방향을 짐작하고 전자기파에 의한 전자기 감각에 이상함을 느끼자마자 회피한다. 판단은 1초내외로 이루어졌다. 그 이상으로 느려지면 알면서도 당할 테니까. 무수한 전투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좁혔다.'

갈치검을 휘두른다. 붉게 칠해놓아서 그런지 은색 대신에 선홍색으로 칼날이 빛났다.

붉은 칼날은 보이지 않는 검에 막혔다.

'염력?'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공격을 이어가려 할 때, 보이지 않는 주먹이 날아와 내 얼굴을 때렸다.

퍽.

머리가 30도가량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입술이 터졌는지 피가 주르륵 흘렀다.

“이건 반응하지 못한다라…. 하긴. 염력으로 붙잡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염력을 날리는 쪽이 더 편하고 빠르긴 하지.”

다시 한번 공격한다.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다. 그래도 칼날은 아까보다 더 나아간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벽에도 한계가 존재했다.

퍽퍽퍽!

날아오는 염력 주먹을 맞으면서 칼을 휘둘렀다. 누가 먼저 쓰러지는가. 치킨 게임을 끝낸 것은 놈이었다.

염력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며 전자기파를 밀어냈다. 순간적으로 감각이 사라진 틈을 타서 놈이 내 몸을 붙잡았다.

“아까부터 왜 능력인 전기를 사용하지 않나 했었지만…. 이제보니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용하고 있었던 거군. 미세전기를 퍼뜨려 내 염력을 피한 거다. 그렇지?”

“날 염력으로 붙잡아서 뭘 할 수 있지? 터트릴 수도 없잖아.”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넌 지금 붙잡힌 거다. 움직이지도 못하지 않나. 터트리지 못한다? 그래. 지금의 내 힘은 사람을 염력만으로 터트릴 수준까지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꼭 염력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놈이 주머니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냈다.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자 칼날이 진동했다.

“초진동 나이프, 영화 같은 곳에서 자주 나오는 물건이니 설명은 필요 없겠지.”

“…그거 꽤 멋진데. 어디서 얻은 거냐?"

“그딴 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당연히 일우 그룹에서 제공 받았다. 일우 그룹의 기술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나다. 내가 국가가 아닌 기업을 선택한 이유지."

“기업은 개뿔. 일우 그룹 뒤에 일본이 있다는 건 개나 소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아니. 넌 아무것도 모른다.”

놈은 나를 비웃고는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곧 그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얼마나 놀란 건지 뒷걸음질까지 쳤다.

아마 놈의 눈에는 이런 상태창이 떴겠지.

「개체명: 성유진

잠재력: ★★★★★

각성 능력: 절대정신, 뇌전, 회복.

특성: 둔재, 색정광, 순수성, 민첩함.」

"오성! 설마 여기서 오성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 아니지, 오성이니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 능력까지 세 개나 갖췄군. 절대정신. 뇌전. 회복…? 회복이라고?”

놈이 호들갑을 떨었다. 같은 플레이어인 나채영의 말로는 치료계열 능력은 정말 희귀하다고 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채영은 치료계열 중에서도 회복이란 능력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성유진. 일우 그룹에서 일할 생각은 없나? 원래는 이런 테러 행위를 벌이고도 무사할 수 없겠지만…. 일우 그룹도 이해하고 너를 요직에 앉힐 거다."

"부회장을 죽인지 10분도 안 됐어, 이 새끼야.”

“회장은 납득할 것이다.”

“내가 납득 못 해."

“…그게 네 선택이라면 어쩔 수 없군. 나는 후환이 남지 않도록 널 확실히 죽이겠다. 일우 그룹은 널 생포하라고 했다만, 아군이 아닌 오성을 살려두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니.”

결심을 굳힌 놈은 진지한 표정으로 초진동 나이프를 휘둘렀다.

파지지지지직!

내 몸에서 뇌전이 뿜어져 나오며 육체를 구속한 염력을 떨쳐낸다. 깜짝 놀란 놈은 물러나는 대신 이를 악물고 끝장을 보려는 듯 초진동 나이프를 휘둘렀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푸른 빛의 선이 놈의 오른팔을 베었다. 초진동 나이프를 쥐고 있는 손이었다.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놈의 무릎이 바닥에 떨어진다.

“고작 팔 하나 떨어졌다고 비명이라니. 한심하군.”

다시 휘둘러지는 칼. 이번에는 놈의 머리를 노렸다. 놈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뒤로 쭉 빠지며 내 공격을 피한다. 염력으로 스스로의 몸을 뒤로 당긴 것이다.

"이 자식이...!!!"

놈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염력을 사용했다. 뒤편에 숨겨져 있던 나이프 수십 자루가 나타나 내게 쇄도한다.

‘병신 같은 놈. 나라면 그냥 염력 주먹이나 염력 칼날을 날렸겠다.’

염력의 최대 장점인 보이지 않는 힘이란 걸 포기한 것이다. 물론 수십 자루의 나이프를 동시에 날리는 것도 성가신 일이긴 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고 속도도 느려졌다. 겉만 화려해지고 실속은 없는 느낌이다.

‘보이는 건 피하면 그만.'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벽과 천장을 달리며 뒤로 물러나는 놈에게 접근한다. 파파파팍! 날아오는 나이프는 바닥과 벽에 박혔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칼로 쳐냈다.

“꺼져라!”

쿵!

염력의 벽이 나를 밀어낸다.

뒤로 날아가는 나를 향해 나이프 수십 자루가 사방을 포위하며 다가왔다.

파지지지직.

뇌전을 이용해 자기장을 형성했다. 내게 쇄도하던 나이프들이 자기력에 의해 일제히 바닥으로 처박힌다. 승패를 직감한 놈의 얼굴이 굳어진다.

놈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하나 남은 왼손으로 나를 겨눈다. 염력이 사용하기전에 칼을 던졌다. 갈치검은 정확히 놈의 이마에 푹 파고들었다.

전투가 끝났다. 나는 놈의 시체를 보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이프를 확인했다.

‘초진동 나이프는 아니고 평범한 나이프네.'

초진동 나이프는 하나밖에 없었다. 일단 챙겼다. 이것도 기술이다. 나채영에게 전해주면 알아서 연구해서 초진동 소드 같은 걸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시체를 지나서 진충현은 사무실로 향했다.

쾅!

사무실 문을 걷어차며 안으로 들어갔다.

진충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날 죽일 듯이 노려본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

"그게 네 유언이냐? 인상 깊은 유언이었다. 이제 모가지를 내밀어라. 내가 널 지옥으로 데려가 주마.”

“나를 죽이더라도 일우 그룹은 무너지지 않는다. 일우 그룹은 오늘을 기억할 것이며, 반드시 보복할 것이다. 나의 조부와 형제, 자매들이 너를 벌할 거다.”

“희망 사항이 좀 많군. 뭐, 도망치지 않은 건 칭찬해 주마. 도망갔다면 일이 더 귀찮아질 뻔했어.”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진충현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피부가 붉었다. 온몸의 근육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며 최고급 양복이 찢어지기 시작한다.

허벅지에 주사기 3개가 박혀 있었다.

약물.

정확히 어떤 약물인지 몰라도 진충현은 약물의 힘을 써서라도 나와 저항할 생각이다.

"죽어라!!"

진충현이 인간을 초월한 육체 능력을 뽐내며 내게 달려든다. 그 앞에 있던 책상이 진충현의 몸과 부딪혀 산산이 조각났다.

뇌천류(雷天流) 벽계(碧溪).

사나운 기세의 진충현의 양손은 애꿎은 허공만 움켜쥐었다. 나는 그의 옆을 지나치며 진충현의 목을 베었다. 떨어지는 놈의 목을 잡고 준비해 온 비닐로 포장했다. 다음에는 배낭에 조심히 넣었다.

'목적은 달성했다.'

일우 그룹 전체를 망하게 하고 싶으나, 지금으로선 불가능했다. 일우 그룹의 오너 일가는 현재 뿔뿔이 흩어져 있으니까.

‘아래를 보니 경찰이 빌딩을 포위했군. 여기에 오래 있을수록 위험해진다. 돌아가자.'

와장창!

유리 창문을 박살 내고 호버 보드를 타고 위로 솟구쳤다.

탕탕탕탕탕탕탕!

뇌천류(雷天流) 전자기막(電磁氣幕).

아래에서 올라오는 총알은 전자기막으로 휘어지게 만들며 성공적으로 부산을 벗어났다. 헬리콥터도 박살 냈으니 나를 쫓을 수도 없다. 내 정체를 짐작하더라도 현재 나는 복면을 쓰고 있었다. 얼굴이 안 나왔으니 발뺌하면 그만이다.

앞으로 부산은 어떻게 될까.

부산은 일우 그룹은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일우 그룹의 본사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니까.

‘부산도 나중에 내가 지배할 곳이긴 한데…. 지금은 서울부터 신경써야지.'

성악초등학교에 도착한 나는 바로 수감동으로 향했다.

특별 수감실에서 챙겨온 진충현의 머리를 꺼내 든다. 그리고 능력을 사용했다. 머리만 있기에 몸통을 전체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체력적인 문제로 이틀에 걸쳐 진충현을 부활시켰다.

"으으으….”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는 놈의 머리를 걷어차며 씩 웃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아쎄이!”

진충현은 일우 그룹의 모든 것을 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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