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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59화 (1,939/2,000)

< 2159화 > 2159. 이터널 에덴

서걱!

맨 앞에서 달려드는 기생충 하나의 머리를 반으로 가른다. 머릿속, 뇌를 대신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던 기생충의 촉수덩어리 본체가 꿈틀거리며 피를 뿜다가 축 늘어진다.

탕탕탕!

뒤에있던 기생충이 총을 쏜다. 나는 죽은 시체를 들어 올려 총알을 막았다. 문제는 양옆에서 달려드는 놈들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일반인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놈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없었다.

일단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퍽퍽퍽!

뒤에서 이리나가 쏜 화살이 날아와 기생충들을 견제해 준다. 내가 말한대로 기생충들의 팔다리 관절에 화살을 한발씩 박아넣었다. 전투 중임에도 살짝 감탄이 나왔다. 정말이지 귀신같은 활 솜씨였으니까.

갈치검을 휘두른다. 추가로 2마리의 기생충의 머리가 허공을 떠오른다.

순식간에 기생충 3마리가 죽었다. 보통이라면 압도당해 기가 죽는다. 뒤에 있는 놈들이 주춤거리기 마련이다. 자기는 죽기 싫으니까.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느낀다. 하지만 이 기생충 새끼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성유진을 죽여야 우리 모두가 산다."

"모든 것을 동족을 위해."

기생충도 생명이다.

인간에 버금가는 지성을 가진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그 공포를 억눌렀다. 동족을 위해서라는. 마치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기분 나쁜 새끼들.'

눈코입에서 튀어나온 촉수를 꿈틀거리며 인간처럼 행세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새끼들은 아무리 인간인 척해도 기생충에 불과했다. 이놈들이 번식해서 내 여자가 될 미녀에게까지 감염시킨다? 상상만 해도 역겨웠다. 이 새끼들은 반드시 박멸해야 한다.

뇌천류(雷天流) 뇌강(雷光).

살의를 듬뿍 담아 칼을 휘두른다. 대상은 난간을 타고 달려 오는 놈. 목을 베고 그 몸을 아래로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서걱!

놈의 머리통이 날아간다. 명령체계를 잃은 몸통은 힘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다. 그래야 하는데 돌연 난간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

'뭐지?'

의아함을 느낄 새도 잠시. 몸통이 내 쪽으로 달려들더니, 내 몸을 끌어안듯이 잡았다.

"이런 씨발."

목의 단면을 보고 깨달았다. 목 단면을 통해 꿈틀거리는 촉수가 보인다. 날려버린 머리통 말고도 다른 기생충이 척추에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몸 하나를 두고 기생충 두 마리가 공존한 상태다.

'몸 하나에 기생충 한 마리만 있으리란 법은 없긴 한데… 하필 지금 이 순간에? 보통 기생충 한 마리가 사람 하나를 지배하는 거잖아. 이 새끼들…. 이 순간을 위해 작전을 짠 거다.'

내가 놈들의 머리를 최우선으로 노릴 것을 전제로 한 희생 작전.

'이젠 놈들의 머리만이 아니라 몸통도 갈라야 해.'

하지만 그전에 날 붙잡은 놈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근데 쉽지가 않았다. 기생충은 평범한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좋았다. 간단히 말해 근련이 강했다.

'뇌전!'

파지지지지직!

온몸에서 전기를 뿜어 기생충을 감전시키려 해도 쉽지 않았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는 감전 내성도 뛰어난 것이다. 게다가 이놈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감전되더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날 죽일 생각이다.

"씨발."

앞에 놈들은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는데 몸이 붙잡혀서 칼을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었다.

푹.

몸에 칼이 박혔다. 이래선 진짜 안 된다. 온몸이 난도질당하기 전에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몸을 난간 쪽으로 기댔다.

"잡아라!"

“죽여야 한다."

“반드시 성유진을 죽여야 한다!!"

기생충 놈들의 기세가 더 막장스러워졌다. 내가 난간을 통해 도망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놈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잡아 죽이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난간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지금 내 몸을 잡고 있는 기생충 놈들은 6마리가 넘었다. 평범하게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시 시작한다.'

난간에 떨어지기 직전, 경악하는 이리나와 최혜진이 보였다.

"유진 님!"

“미친놈아. 뭐 하는 거야?!"

이리나는 사색이 되었지만, 최혜진은 얼굴을 찌푸리는 수준으로 끝났다. 최혜진은 내 능력을 알고 있다. 내가 이 높이에 서 떨어져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것이란 걸 안다.

나는 기생충들을 끌고 떨어질 것이다. 기생충 2~3마리가 남겠지만... 여기엔 이리나와 최혜진이 있다. 2~3마리 정도야 알아서 처리하겠지.

“방어에 집중하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이예빈을 죽여.”

기생충들과 함께 떨어진다.

추락하는 느낌은 영 좋지 않았다. 중력이란 놈에게 잡아당겨지는 느낌이니까. 게다가 내 몸을 붙잡고 있는 것들은 남자 새끼들이었다. 기생들은 신체 능력이 뛰어난 인간 남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점점 땅과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잡생각을 지운다.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건 하나다. 회복. 내가 죽은 뒤에 회복이 자동으로 발동해야 내가 다시 살아난다.

퍽!

머리가 터지는 감각과 함께 의식이 통째로 날아갔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관자놀이를 파고드는 고통에 정신이 팔린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관자놀이에 파고드는 그것을 낚아채 잡아당겼다. 확인해 보니 촉수 뭉치였다.

기생충의 본체.

내가 잠깐 무방비해진 틈을 타서 내 머리에 자리 잡으려 했다.

기생충을 내던진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끼에엑 거리며 꿈틀댔다. 다가가서 발로 밟아 죽였다.

탕! 탕탕탕!

총성이 울린다. 피투성이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쓸어 넘기며 주위를 둘러본다. 시체 덩어리가 널려 있다.

'몇 분이 지났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파트 최상층을 향해 소리쳤다.

"최혜진! 이리나!!"

그녀들을 부른다. 최혜진과 이리나가 최상층 난간 위에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그녀들은 무사했다.

“이제 일어났냐? 이예빈, 그 샹년은 도망갔어!”

“내가 떨어지고 몇 분이 지났어?”

“3분!”

최혜진의 목소리가 아파트 내에 쩌렁쩌렁 울린다.

3분.

죽고 나서 회복하기까지 걸린 시간.

‘머리가 완전히 터진 감각이었어. 그걸 3분 만에 회복했다라.'

나는 바닥을 내려봤다. 주위에 부서진 두개골과 뇌 조각이 보인다. 두개골은 몰라도 뇌 조각은 내 것일 거다. 기생충은 뇌를 파먹고 인간의 몸을 조종하니까.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기생충의 습격은 실패했다. 이제 샛별 아파트에 숨어 있는 기생충은 한 줌도 되지 않을 터. 그놈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꼭꼭 숨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위험한 건 이예빈이다.

‘페로몬 조작 능력과 선동으로 사람들을 제 마음대로 다뤄서 날 죽이려 하겠지. 날 죽이지 못하면 자기가 죽을 테니까.'

나는 최혜진에게 소리쳤다.

"최혜진! 나 박사에게 지원 요청해!”

“알았어! 5분 내로 전투 드론이 날아 올 거야!"

5분.

5분만 버티면 된다.

이 확 트인 아파트 중앙 광장에서, 이예빈이 이끄는 수백 명의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버티면 될 일이다.

“아파트 주민 여러분! 싸움을 멈추고 1층 광장을 보세요!”

아파트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이예빈의 목소리가 울린다.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아파트 3층. 마이크를 쥔 그녀가 당당 히 서서 날 지켜보고 있다. 그녀의 주위에는 페로몬에 정신 못 차리는 남자들이 나를 적대한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성유진, 저 남자예요!! 성유진이 오고 나서 샛별 아파트는 지옥으로 바뀌었어요. 우리의 식량을 가로채서 자기 멋대로 분배한 것도 저 남자였고, 투표라는 끔찍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죽인 것도 자 남자였어요! 우리끼리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저 남자를 죽여야 해요!"

"옳습니다!"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성유진은 사탄이다! 성유진이 오고 나서 샛별 아파트는 지옥으로 변했다!!"

나를 향해 비난한다. 자기들끼리 싸우던 그들의 증오가 내게 집중된다.

다시 공포로 휘어 잡기엔 사람들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이건 걷잡을 수 없다. 내가 저지른 업보가 돌아온 것 이다.

'그래서.'

갈치검을 어깨 위에 올리며 거들먹거리는 자세를 취했다.

'개돼지들이 주기적으로 발작하는 건 당연하잖아.'

다른 세계에서 반란만 수백, 수천 번 겪어 본 나다. 고작 이 정도에 쫄 것 같은가. 샛별 아파트를 향해 중지를 세워줬다.

“저, 저, 저 새끼가!"

“두려워 사과하지 못할망정!"

"성유진을 죽입시다!"

이예빈의 102동은 사기충천하여 무기를 쥔 사람들이 1층으로 내려온다.

“이예빈의 말이 맞다! 저 새끼가 오고 나서 다 이상해졌다! 저 새끼부터 죽이자!"

103동 강상기가 외쳤고, 그 주민들이 동의했다.

“놈은 우리에게서 이리나 씨를 데려갔습니다! 놈을 죽이고 이리나 씨를 데려갑시다! 이리나 씨도 그걸 원할 겁니다!"

101동 우태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분노와 광기는 전염되어 101동 주민들을 끌어당겼다.

'저 새끼는 아직 이리나를 포기 못 했나?'

이리나가 존나 예쁘긴 하지만, 내 여자였다. 내 여자를 노리는 우태현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100번만 죽이려고 했 는데 1,000번은 죽여야겠다.

"죽여라!"

“와아아아아아아아!”

수백 명이 악을 쓰듯 함성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든다. 아파트 3개 동에서 달려드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오늘 2~3번은 죽을 것 같았다.

저들과의 거리가 30m도 남지 않았을 때였다.

"캬오오오오오옹!”

거대 고양이가 아파트 담벼락을 뛰어넘어 왔다. 아파트 주변을 감싸고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던 변종. 아파트 주민이 괴물 이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존재의 갑작스러운 등장이다.

"……."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눈에 새로운 공포가 각인된다.

“캬오오오오옹!”

왼쪽 눈에 화살이 박힌 고양이가 날뛰었다.

일이 어떻게 됐는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리나가 거 괴물 고양이의 눈을 쏴서 분노를 유발해 아파트로 유인한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담벼락이 부서지고 거인형 변종까지 아파트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거인은 사람이 아닌 괴물 고양이를 노려봤다. 마치 협정을 위반한 배신자를 보는 듯한 눈이다.

'개판이군. 아니, 고양이판이라 해야 하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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