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2170화 (1,950/2,000)

< 2170화 > 2170. 이터널 에덴

진성화는 성유진이 공개한 영상을 확인했다.

성유진의 전투 영상은 꽤 대단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방안에 설치된 폭탄까지 미리 알아차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대단했다. 이 정도쯤 되니 본사를 테러하고 큰오빠와 조카를 죽여버릴 수도 있구나. 하고 납득하기도 했다.

붙잡힌 청부 업자의 입에서 일우 그룹의 회장이자, 그녀의 아버지인 진수결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

“일우 그룹의 이름만 언급한 수준이 아니잖아! 아버지의 이름까지 대놓고 불렀어!”

진성화가 비명 같은 분노를 토해냈다.

그녀의 가문에서 진수결의 위상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았다. 진수결의 한 마디에 가문 내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청부 업자들은 우리의 정체를 모릅니다. 저건 성유진의 조작입니다. 영상을 보시면 편집한 흔적도 있습니다.”

“오 비서!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아버지는? 아버지의 반응은 어때?!"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한 건 진성화였다. 불똥이 튀다 못해 불호령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회장님께서 공식적으로 반응하진 않으셨습니다. 다만, 그룹에 우호적인 기자들과 댓글 부대가 움직였습니다. 회장님도 성유진에겐 분노하고 계십니다. 따로 성유진을 조사한 것 같고... 이참에 성유진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것 같습니다.”

진성화는 그제야 좀 진정했다.

“하긴. 아버지가 내 계획에 아무런 간섭하지 않으신 걸 보면... 성유진을 죽이는 일에 암묵적으로 동의하신 거나 다를 바 없지. 하필이면 그 빌어먹을 CCTV 영상이 나오는 바람에 일이 꼬여버렸지만.”

오하백은 입을 꾹 다물었다. 병원 CCTV 영상은 좀 억울했다. CCTV 영상을 삭제했다는 부하의 보고를 확실히 받았으니 까. 그는 허위 보고를 올린 부하놈을 찾아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임을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캐서린과 괴물쥐의 폐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폐기반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내일 낮에 폐기반이 군대와 접촉. 군대와 함께 캐서린과 폐기할 것입니다. 다만, 그 공적은 군대가 가져갈 것입니다.”

“이번 일로 군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경찰은?"

“광주 경찰과 광주 시장은 마녀입니다. 마녀가 아니더라도 마녀여야 합니다. 확실한 범인이 있어야 일이 쉽게 끝나니까요.”

“그건 잘하리라 믿을게. 성유진은.. 역시 못 죽이겠지?"

“예.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성유진을 죽이려면 더 확실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좋아. 손을 떼자. 아버지가 직접 나선 이상 성유진의 명성이 곤두박질칠 건 분명하니 지켜보자.”

나는 인터넷을 보며 혀를 찼다. 나에 대한 비난이 어마어마하게 쇄도하고 있었다. 그중에 일우 그룹의 미담도 조금씩 풀 려나고 있다.

몇몇 똑똑한 놈들은 이게 일우 그룹의 수작임을 알아차렸지만... 대중들은 이미 날 물어뜯고 있었다.

-성악초등학교의 비밀. '우리는 성유진의 노예다.' 성악초등학교는 과연 안전한 대피소인가?

성악초등학교의 일을 자세히 다루는 기자가 있었다.

저건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라, 당장에 반박하기 힘들었다.

'성악초등학교를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 봤는데... 말이 밖으로 빠져나갔나. 아니, 그것보다는 성악초등학교에 스파이가 있다 봐야겠지.'

성악초등학교는 아무나 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면접은 물론이고 뒷조사까지 진행한다. 하지만 사람의 속마음까지 떠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작정하고 사람을 심으면 어쩔 수 없다.

-성유진. 사람 좋은 모습과 반대되는 잔혹한 이면. 성악초등학교에서 실종된 자들. 정말로 실종일까?

당연히 실종이 아니라 처형이지.

성악초등학교는 내 왕국이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죽어 마땅하고, 반란을 일으킨 놈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확실한 증거가 없어. 성악초등학교 내부에서 카메라 같은 건 철저하게 통제하니까.'

-샛별 아파트 출신 주민이 말하는 성유진의 민낯. 샛별 아파트 참사의 원흉은 기생충이 아니라 성유진이었다? 처형 투표 의 시작은 성유진.

'샛별 아파트 주민들이 입을 털었군. 보통 이 새끼들의 말은 죄다 무시할 텐데....'

일우 그룹이 날 매장하려고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

부르르르.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나채영의 연락이었다.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알지?

“일우 그룹이 작정했더라. 정부 쪽은 어때?"

-정부는 조용해. 일단 지켜볼 예정인 것 같아.

"우리가 지금까지 해준 게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부산 요새화로 일우 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을 테고. 아니, 이참에 일 우 그룹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게 정부 입장에서도 좋지 않나?"

-난 정치 쪽에 잘 모르지만... 그건 힘들걸. 일우 그룹이 한국에서 해온 것들은 어마어마하니까. 정부나 군대 쪽에도 상당 한 끈이 있는 것 같고. 지금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야. 아직 사람들은 뉴스를 온전히 믿지 않고 있어. 확실한 증 거가 없으니까. 동시에 넌 영웅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인 거 알지? 네가 침묵하고 어정쩡하게 대응하면 여론은 악화 될 거야.

“아, 괜찮아. 방법이 있으니까.”

-목소리가 여유로운 걸 보니 확실히 방법이 있나 보네. 근데 지금 너 어디에 있는 거야?

“나? 선월 병원."

-뭐? 거긴 왜?

"캐서린을 죽여야지. 그래야 괴물쥐들이 광주시 전체로 퍼질 거 아니야. 아, 연락 끊는다.”

캐서린의 위치는 대충 짐작하고 있다.

'캐서린은 도망칠 때 위로 향했지. 그러니까 위층. 그것도 CCTV가 없는 곳.... 즉, 옥상.'

옥상에 도착하니 캐서린이 그늘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기척을 느낀 것일까. 캐서린이 고개를 들어 올려 나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손에 갈치검을 쥐고 캐서린에게 달려들었다.

뇌천류(流질풍신뢰(疾風迅雷).

초격필살. 캐서린이 반응하기 전에 대뜸 달려들어 목을 베었다. 육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느끼며 툭 떨어지는 캐서린의 시 체를 확인했다.

'회복을 사용하면 변종도 인간으로 돌릴 수 있겠지?'

그럴 이유가 없었다. 캐서린이 인간처럼 생기긴 했으나... 예쁘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니. 그리고 인간으로 돌려도 변종이 됐을 때의 기억은 없을 것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좀 신경 쓰였는데 명찰은 왜 목에 걸고 다니는 거야?'

가까이서 명찰을 보다가 멈칫했다. 명찰이 좀 많이 굵었다. 명찰을 손에 쥐어 봤다. 딱딱하다. 명찰 안에서 묘한 진동이 느껴진다.

‘명찰 속에 기계를 숨겼다? 아, 이게 캐서린의 통제 수단이었나?'

찍찍찍찍찍!

쥐소리가 들린다. 괴물쥐들이 병원 밖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무리 행동을 하지 않고 제각각 흩어진다. 병원을 포위하고 있던 경찰과 군대가 당황하며 괴물쥐에게 총을 발포한다.

나는 자리를 떠나려다가 멈칫했다. 캐서린. 어쩌면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나채영에게 전화했다.

“나 박사. 재밌는 걸 발견했어. 캐서린의 명찰 안에 기계가 있더라. 내 생각엔 이게 캐서린을 통제하는 수단 같은데? 이거 역으로 내가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계 구조를 사진 찍어서 보내줘.

찰칵!

-…음. 이건 단순히 신호기에 가까워. 캐서린을 통제하는 방식은 아마 세뇌 쪽이겠지.

“그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건가?”

-못 해. 세뇌는 아마 각성자의 힘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니까. 대신 세뇌를 없앨 순 있어.

“어떻게?"

-회복 능력. 하드 디스크를 되돌려 데이터를 복구했다며? 그것과 같아. 캐서린의 머리를 세뇌 전으로 되돌리는 거야.

“크크. 캐서린을 살려두는 편이 낫겠네.”

캐서린을 살린다. 물론 뇌를 회복시켜 세뇌 전으로 돌린다. 솔직히 어디까지 회복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여긴 감각 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공한 것 같았다.

깨어난 캐서린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팔다리가 부서진 상태지만 조금씩 움직였다. 나는 캐서린의 목을 겨눈 칼을 치우지 않고 말했다.

“살려주는 건 이번뿐이다.”

캐서린을 내버려 두고 병원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제 캐서린이 광주에서 날뛸 것이다. 이후에 군대에게 토벌당하겠지. 확실한 건 그 비난이 향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일우 그룹이 될 것이다.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선월 병원이 아니다. 그보다 조금 작은 병원. 병원에는 당연히 환자들이 넘쳐났다. 나는 일부러 기자들을 불렀다. 사람을 고용해 생방송 카메라도 맡겼다.

“여러분. 저는 지금 광주 해동 병원에 와있습니다.”

악화된 여론에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다.

대신 확실하게 보여준다.

나, 성유진이라는 남자의 가치를.

“이 병원에는 불쌍한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불치병에 걸려 희망이 없는 아이들이 있지요. 저는 이들을 치료할 것입니다.”

그간 숨겨 왔던 능력인 회복을 공개한다. 물론 죽은 자를 되살리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생각은 없다. 부활의 여파는 나도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

“이게 제가 각성한 두 번째 능력입니다.”

불치병으로 인해 죽음을 목전에 둔 아이를 치료했다.

나는 일부러 그 앞에서 피를 토했다. 각혈함으로써 이 능력에는 대가가 있음을 알린다.

보고 있던 기자와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이 능력에는 보시다시피 사용하는 대가로 제게 무리가 옵니다. 하지만 저는 국민 여러분을 위해 이 능력을 마냥 감추 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 성자가 나타났다.

나였다.

날 욕하던 여론은 순식간에 뒤바뀌어 찬양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기세를 타서 일우 그룹을 욕했다.

“일우 그룹은 온갖 더러운 일을 일삼는 기업입니다. 이번 광주 시장의 뒤에도 일우 그룹이 있습니다. 저를 죽이려고 했던 테러리스트들! 그놈들은 일우 그룹의 회장인 진수결의 의뢰를 받고 저를 죽이려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또한 일우 그룹은 일본 기업입니다! 일우의 일은 일본의 일입니다! 일본은 일우 기업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침탈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바람 앞의 촛불과도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일어서기 위해선 일우 그룹을 몰아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일우 그 룹을 믿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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