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2172화 (1,952/2,000)

< 2172화 > 2172. 이터널 에덴

성유진의 영상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제일 강한 각성자. 어쩌면 세계 제일 수준의 각성자라는 말이 나오는 게 성유진이었으니까. 혼자서 변종을 싸우고 이기는 영상은 전 세계의 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미 그를 슈퍼 히어로 취급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영상을 통해 파란이 일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란이 일었다.

일본 총리 야마하타 마쯔다는 영상을 보자마자 욕했다.

“칙쇼. 최초의 치료 능력자가 한국인이라니...!”

세상이 뒤집어지며 온갖 괴물과 질병이 판치는 세상에서 치료 능력자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재였다. 자신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옆에 치료 능력자가 있다면? 아무 걱정 없이 천수를 누릴 수 있다.

일본에도 불치병에 걸린 자들, 불구자들, 식물인간… 등등 환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성유진을 반드시 원할 것이다. 아니, 국민 전체가 성유진을 원하겠지. 성유진만 일본으로 데려온다면 지지율이 떡상할 것이 분명했다.

'영입의 가능성은 있다. 반일처럼 보이지만... 정말 반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는 일본이 아니라 일우 그룹을 적대 하는 듯하니. 일우 그룹을 내주고 성유진을 데려오는 건... 이득이군.’

거기다 성유진은 연설 마지막에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친놈처럼 국민을 상대로 협박한 것이다.

'국회 의원 자리에 집착하는 건가? 일본의 법을 바꿔서라도 성유진을 의원 자리에 앉힌다면.... 음. 이득이군.’

의원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른 의원들이 성유진을 견제한다. 다만 감투만 씌워줄 뿐이라면... 충분히 일본의 이득이었다.

총리는 비서들에게 명령했다.

"성유진을 일본으로 정중히 데려와라! 돈과 의원직을 내주겠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일본만이 아니었다. 중국, 미국, 러시아. 심지어 거리가 있는 유럽에서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이연희는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발 바쁘게 행동한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곤란하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란 데 더 바빠진다니....'

성유진에게 치료 능력이 있음을 예측하고 있었다. 성악초등학교 내에서 은근히 말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 말이 퍼지지 않도록 애를 썼던게 안기부였다.

그런데 설마 본인이 당당하게 밝힐 줄 몰랐다. 그것도 불치병과 불구를 치료하면서. 덕분에 안 그래도 높던 성유진의 가치가 더 높아져 버렸다.

성유진에게 당해 반쯤 손 놓고 있던 미국이 이번 기회를 타서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성유진이 미국에게 여지를 줬으니까. 의원 자리? 성유진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깟 자리는 얼마든지 제공할 것이다.

의원 자리 하나만으로 국가 전체를 좌지우지할 순 없으니까.

'유진 씨는 법을 수정해서 국회 의원직을 주지 않으면 미국으로 갈 거야.'

지금까지 보인 성유진의 태도를 보면 확실했다.

국회의원 자리.

사실 지금 상황에서 국회의원 자리는 유명무실했다. 감염 사태로 인해 100석 이상이 비었고, 북한과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감염체와 변이체 문제 등등.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유진 씨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주는 건 어렵지 않아. 다만, 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발의하는 건 성가시네.’

성유진의 마지막 발언이 문제였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박한 것이니까.

'인터넷 여론을 보면... 성유진이 건방지다는 말이 떠돌고 있어. 이건 다른 국가의 공작이네.'

일우 그룹은 죽은 척하고 있다. 지금 나대면 진짜로 죽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용히 숨만 쉬고 있다. 당장 일우 그룹을 신경쓸 필요는 없다.

'유진 씨가 얼마나 뛰어난 자산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어.’

다행히도 그녀는 취미로 한국 관련 영상을 올려 국격을 드높이는 여자였다. 그것도 채널만 3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확인했다.

'미국, 일본, 중국 할 것 없이 전 세계에서 유진 씨를 원하네. 이것만으로 영상 10개는 뽑을 수 있겠어.'

특히 미국 SNS는 난리였다.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이 성유진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난리였다.

이연희는 기쁜 마음으로 국뽕 영상을 편집했다. 이젠 전 세계에서 성유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성유진은 두유 노 우 클럽에 입성할 자격이 차고 넘쳤다.

-대한민국은 성유진 보유국!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러브콜!

-우리도 성유진 혜택을 받고 싶다!

-한국에서 성유진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영상의 조회수가 순식간에 치솟는다. 지금 트렌드는 성유진이었다. 성유진과 관련된 동영상은 조회수가 아주 잘 나왔다.

그때였다. 그녀의 부하로부터 연락이 왔다.

-차장님. 백악관이 미대통령의 방한 계획을 청와대에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미대통령이 한국에 온다고요? 목적은 유진 씨겠군요. 설마 직접 움직일 줄이야.”

-아무래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아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이 더 복잡해지겠군요."

방한을 거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니까.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과 사이가 나빠지는 건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현재 극동아시아는 굉장히 불안하니까. 무엇보다 북한과의 전쟁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그리고 3시간 뒤.

부하로부터 새로운 보고가 왔다.

-북의 돼지가 정상 회담을 요청했습니다. 그 조건은 성유진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정상 회담의 장소는 평양입니다.

김재지.

북한의 최고지도자이자 대한민국의 주적.

정상 회담에 성유진을 동행하라? 심지어 정상 회담의 장소는 평양? 누가 보더라도 성유진을 납치하려는 계획이 아닌가.

“돼지가 미쳤군요. 아니, 돼지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첩보가 사실이었군요. 청와대의 반응은 어떻죠?”

-긍정적입니다. 아무래도 전쟁은 부담스러우니까요.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 대가가 성유진이라고? 성유진이 북한에 넘어가면 미래를 감당할 수 있나? 북한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인 건 누구나가 알고 있는데? 미국이 허락할까? 미국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유진을 원할 것이다.

“일이 골치 아프게 됐군요.”

그래도 마냥 절망적이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유진의 의지일 테니까.

광주는 망했다.

캐서린과 괴물쥐가 활보하며 치안이 개판이 됐다. 군대와 경찰이 나서서 괴물쥐를 사냥하지만... 매일 10명 이상의 실종 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

광주 시장? 자택에서 목매달았다. 누군가는 일우 그룹의 손에 자살 당했다고 말한다. 그 누군가는 나였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일우 그룹을 엿먹이려고 노력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욕했다. 효과는 뛰어났다. 일우 그룹은 역적이 되어 있었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숨만 쉬고 있었다.

'너희의 실수는 내게 깝쳤다는 거다.'

나는 조용히 승리감을 만끽했다. 물론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일우 그룹의 회장과 그 가족을 모조리 죽일 거다.

광주에서의 작전은 취소됐으니, 각성자들은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엉엉! 성유진 님! 당신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광주에 남아주세요!

-우린 유진 님을 잃을 수 없습니다!

극성 대깨성들이 숙소 앞에 진을 치고 지랄을 떨었다. 나는 개돼지의 말을 무시했다. 내 기반이 서울에 있으니 광주에 자리 잡을 이유가 없었다.

떠나기 전, 한두호가 나를 찾아왔다.

"성유진 씨. 당신은 우리 대한민국 각성자들의 희망입니다."

“각성자 연맹에는 가입하지 않았습니다만.”

“연맹과는 상관없이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난다는 뜻이지요. 저는 성유진 씨의 연설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성유진 씨는 저 무능력자들을 통치하려는 진정한 신인류임을! 광주의 경찰들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락으로 보내버리겠습니다. 그 무능력자들이 우리를 죽이려 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요."

한두호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나는 비로소 한두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놈은 선민사상에 찌들어 있었다. 각성자는 선택 받은 신인류이고, 구인류를 신인류가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확실했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사정이 있어 각성자 연맹에 가입할 수 없지만... 저도 각성자입니다. 각성자 연맹을 지지하겠습니다.”

“그 말씀만으로 충분합니다. 아, 일우 그룹도 우리 각성자 연맹의 적입니다. 광주 시장의 뒤에 일우 그룹이 있다는 건 누 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놈들은 우리 각성자를 죽이려 했으니...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하하. 믿음직하군요.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서울로 돌아갔다.

성악초등학교 앞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부분 내 능력이 간절한 환자이거나, 환자의 가족들이었다.

"성유진 님! 살려주십시오! 간암 말기입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제발!”

“우리 엄마가 아파요! 살려주세요!"

“제 아이가 D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가 됐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보안팀이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내게 달려들어 참사가 발생했을 것이다. 나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도 여러분을 구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몸은 말이 아닙니다. 쿨럭!”

바론 듯이 각혈했다. 진짜 피가 아니라 물감이었지만.

“제가 죽으면 여러분을 누가 구해드립니까! 제 몸 상태가 나아지면 여러분을 구해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피를 토하면서 말했다. 이런데도 억지를 부리는 놈이 있다? 그놈은 공공의 적이 되는 거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으나, 간 절함을 버리지 못하고 나를 바라봤다.

성악초등학교에 돌아온 나는 일단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좀비가 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냐는 주제였다.

“가능합니다."

나는 답했다.

뇌사한 식물인간을 치료했으니 발뺌할 수 없었다. 좀비는 움직이는 식물인간이라 봐도 무방하니까. 다만 조건을 달았다.

“좀비를 치료하기 위해선 막대한 체력 소모가 있습니다. 좀비 1명을 치료하면 저는 사흘은 꼬박 앓아누워야 합니다.”

봉사 좀 해주니까 진짜 내가 자원봉사자가 된 줄 아나? 웃기는 소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 능력의 효과를 보고 싶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도 봉사는 주기적으로 해줄 생각이다. 그래야 민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전국적으로 소문이 돌았다. 성진교를 믿고 열심히 활동하면 성유진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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