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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73화 (1,953/2,000)

< 2173화 > 2173. 이터널 에덴

성진교는 계급이 존재했다.

일반 신도와 사제 계급.

사제가 되기 위해선 모든 것을 성진교와 성유진에게 바쳐야 한다. 자신의 재산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가족까지 바치는 자들. 그들은 기본적으로 광신을 품고 있었다.

원래 사제는 성유진 친위대를 목적으로 한 자들이었으나, 육체적인 재능이 없어 탈락한 자들이었다. 성유진 친위대는 정예 중의 정예다. 신앙으로 정신을 무장해도 재능이 없다면 친위대가 될 수 없었다.

허나 친위대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버리기는 너무 아까운 일. 따라서 그들은 사제가 되었다. 주로 하는 일은 선교 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성진교를 알리는 것.

대놓고 포교 활동을 하진 않았다. 광신도라고 해서 멍청하지는 않다. 성진교를 믿으라고 강요해봤자 사이비 취급만 받을 테니까.

선교사 사제들은 우선 취약 계층을 찾아갔다. 세상이 개판이 나도 빈곤 계층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들에게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을 제공하며 꼬드겼다.

처음에는 생필품을 얻기 위해 성진교를 믿는 척했다.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 누가 봐도 사이비니까. 하지만 지속적 인 세뇌와 성진교의 호의는 점차 성진교에 빠지게 만들었다.

어려움을 가진 자들을 돕고, 소외된 자들을 끌어당긴다. 미인계도 서슴지 않았다. 진짜 감탄이 나오는 미인은 성유진에게 바쳐졌지만... 어중간한 미인은 포교 활동에 집중했다. 평범한 여자도 화장을 통해 미모를 커버할 수 있었다.

전문가의 풀 메이크업으로 무장하고 남자를 꼬신다.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도, 사이비란 걸 알고 있는 남자도 끌릴 수밖에 없다. 남자는 슬픈 생물이었다.

이렇게 성진교는 지속적인 포교 활동으로 신도의 수를 늘리고 활동 영역도 넓혔다. 그래봤자 한국에 불과했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해외로 나가는 게 막혀 있었다. 배는 화물선만 움직였고, 항공기는 국가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했다. 해외여행? 좀비가 판치는 시대에 가능할 리가. 다른 나라가 외국인을 받아줄 리도 없었다.

경찰은 사이비 종교를 단속하지 않느냐?

종교라고 해서 무조건 사이비가 아니다. 한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신앙의 종교가 꼭 기독교나 불교, 천주교일 필요는 없으니까. 성진교는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사이비 종교로 낙인찍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상이 개판이 되면서 사이비 종교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성진교 정도면 중소 종교 중에서도 온건한 편이었다.

신도들이 종교에 바치는 것들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니까. 딱히 협박하지는 않았다. 기부를 하지 않으면 다른 신도들에게 무시당하긴 해도. 어쨌든 성진교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그 교세를 늘리고 있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성유진이 자신의 회복 능력 일부를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대중들은 성유진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열광했다. 성진교는 차분했다. 그들의 신께서 우매한 자들에게 능력을 선보이신 것뿐이다.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었다.

다만, 표교 활동이 엄청나게 쉬워졌다. 아니, 이걸 포교 활동이라 할 수 있을까?

포교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신도가 되고 싶다고 찾아왔다.

사흘 전에는 50명이었던 신도가 이틀 전에는 80명이었고, 어제는 110명이었으며, 오늘은 150명이 되었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본인 혹은 가족이 병을 앓고 있거나, 불구였다. 성유진을 신으로 모시는 성진교에 입교하면 성유진을 만나 치료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성진교의 문을 두들긴 것이다.

성진교 사제들은 당연히 가능하다 말했다.

“그분을 직접 만나, 그분의 은혜를 받기 위해선 신도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사제는 150명의 신도를 앞에 두고 말했다. 그의 뒤에는 성유진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었다. 신도들은 초상화를 앞에 두고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경건히 양손을 맞잡고 사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민합승 씨.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예. 김 사제님.”

중년인 민합승이 교단 위로 올라갔다. 사제는 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민합승 씨는 전 재산의 80%를 헌금하고, 포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 60명에게 진정한 구원자가 누구인지 알렸습니다. 또한 딸들을 서울 성악초등학교로 올려보내 봉사를 장려했습니다. 성님께서 민합승씨의 정성에 감탄하여 직접 성은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분을 직접 만나 성은을 내려받았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저를 아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저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였습니다. 휠체어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아니면 가까운 편의점에도 가지 못하는 신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두 발로 땅에 서 있습니다. 성님이 내려주신 성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성님은 저의 구원자이며, 이 세상의 구세주 입니다!"

신도들이 민합승을 지켜봤다. 그들의 눈에 열기가 서린다.

성유진의 봉사 시간은 짧다. 하루에 1시간도 되지 않고, 그 혜택을 보는 환자는 5명도 되지 않는다. 무작정 서울에 간다해서 성유진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찾았고 그게 성진교였다. 성진교에 돈을 기부하고 포교 활동을 하다 보면 성유진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더 현실적으로.

사제는 민합승을 돌려보내고 어린아이를 교단 위에 불렀다.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는 긴장한 듯 서 있었다. 사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아이의 어미는 그 옆에 무릎 꿇고 앉아 성유진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1달 전까지만 해도 좀비였습니다. 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사탄의 기술을 빼돌려 바치고, 사탄의 부하들을 밀고했습니다.”

성진교에서 사탄이란 성유진의 적인 일우 그룹의 회장 김수결을 말한다. 더 넓게는 일우 그룹 그 자체를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일우 그룹의 연구자였다. 일우 그룹의 기술을 빼돌려 성유진에게 바쳤고, 그 대가로 좀비였던 아이를 평범한 사람으로 살렸다. 다음주 부터는 아이와 함께 성악초등학교로 올라가 연구자로서 일한다.

“그 정성이 성님을 감동시켰지요. 여러분. 사탄과 악마들의 정보를 가져오십시오. 사탄을 직접 처벌해도 됩니다. 악마를 죽이는 건 죄가 아닙니다. 비록 무지한 경찰들이 여러분을 체포하겠지만. 여러분의 가족은 저희 성진교와 성님께서 보살 피실 겁니다. 사탄은 죽어 마땅합니다.”

신도들의 두 눈이 빛난다. 특히 젊은 신도들이 그러했다. 그들에겐 자식이 있었다. 좀비가 된 어린아이. 차마 죽일 수 없어 가둬 놓은 아이. 그 아이가 다시 빛을 볼 수 있다. 일우 그룹 직장인 한 명을 죽이는 것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인죄는 7년 이상의 징역. 성진교에서 유능한 변호사를 붙여줄 테니 대충 10년 정도만 교도소에서 살다 오면 된다.

아이를 위해 악마를 죽이는 것도 못 할까.

전국 곳곳에서 일우 그룹 직원들이 죽어 나갔다. 일우 그룹의 협력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도들은 일부러 다가가서 시비를 틀거나, 사고를 위장해 죽였다. 그리고 우발적인 범죄였다며 경찰서로 가서 자수했다. 당연히 성진교의 성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우발적으로 죽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검사, 판사는 의심쩍은 눈빛이었으나 쉬쉬 넘어갔다. 그들 중 일부는 성진교의 일원이었다.

인터넷에선 성진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슬금슬금 새어 나왔으나, 그뿐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북한과 미국 쪽에 향해 있었으니까.

그리고 성유진은 특별법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었다.

국회의원 배지를 장착한 나는 다음 목표를 떠올렸다.

대통령.

근데 이게 쉽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실권이 거의 없는 국회의원과 달리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권력이 막강했다. 전시 체제에 가까우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위협과 한국 내의 크고 작은 문제들.

‘대통령을 죽이면 1년 내로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음. 그건 좀 힘든가.’

지지 기반이 필요했다. 다행히 성진교가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덤으로 일우 그룹 버러지들도 죽이고 있다. 최근에 는 일우 그룹 기술자들이 성악초등학교로 몰려왔다. 안 그래도 기술자가 필요했기에 대부분 받아줬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놈은 가차 없이 죽이고 분해기에 넣어 자원으로 삼았다.

'성진교에도 문제가 있다던데.'

거짓으로 입교하는 자들.

입교한 뒤에 혜택만 받고 배신하는 놈들.

'어디서 먹튀를 하려고. 절대 안 되지. 따로 이단심문관을 뽑아서 조져야겠어.'

쿠구구구구궁.

땅이 흔들린다. 갑작스레 지진이 일어났다. 진도 1~2 정도의 지진.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식탁 위에 놓아둔 물건이 흔들리다가 떨어지는 정도.

'요즘 지진이 잦군. 대부분 일본 쪽에서 발생했다고 하던가.'

일본은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느껴지는 지진은 일종의 여진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더 개판이 될 거다. 지금 최대한 기술과 자원을 모아야 해.'

이 세상은 비단 D 바이러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 떨어진 128개의 운석은 지구의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다. D 바이러스는 그 영향 중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자연재해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다. 원작 게임에서도 자연재해로 게임에 변수를 주는 역할이었으니까. 말하자면 운적인 요소.

'일단 지진이 계속 터지는 일본은 좆된 것 같군. 후지산이 폭발할 수도 있고... 해일이 일어나 쓸어버릴 수도 있지.'

더 최악의 경우엔 지각 변동이었다. 일본 열도가 움직여 한국 바로 옆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지낼까? 절대 아니지. 안 그래도 조용히 침공을 준비하고 있던 일본은 좋다고 선전포고를 갈길 것이다.

‘아니. 선전포고는 안 하려나? 진주만 때처럼.'

그리고 변종과 변이체는 진화 중이다. 당장은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려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글쎄. 바다에는 거대 포식자가 나타나 배를 덮칠 것이고, 하늘은 새로운 지배자의 영역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고립될 테지. 바닷길이 막힌 한국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대한민국은 무역의존도 80%에 가까운 나라였다. 무역이 막히면 끝이다. 지금도 경제가 나락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지진이 멈췄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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