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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74화 (1,954/2,000)

< 2174화 > 2174. 이터널 에덴

응접실에서 노인과 마주했다.

강해운.

해운 그룹의 회장. 해운 자동차를 일으켜 세운 입지적인 인물.

한국 재벌 순위에서 10위 밑으로 내려온 적 없는 인물이었다.

다만, 겉모습은 추레한 늙은이였다. 올해 90세인 그는 등이 굽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피어있었다. 손에는 나무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허나 주변을 압도하는 형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허허. 반갑소. 성유진 의원. 해운 그룹의 강해운이오.”

“반갑습니다. 성악초등학교를 후원해 주신다 들었습니다.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후원은 기술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 식량이나 다른 것도 받고 있긴 합니다.”

나는 뻔뻔하게 나섰다. 90살 먹은 노인이랑 하하호호 노닥거릴 시간 따윈 없었다.

“듣던 대로 성급하구먼.”

“제 성격이 좀 급합니다.”

“아, 비난하는 건 아니오. 나도 젊었을 적에는 그랬지. 자네가 빠른 대화를 원하니 그렇게 하겠소. 대신 내 몸을 치료해 주시게. 기술? 식량? 원하는 걸 주겠소.”

“해운자동차가 쌓은 기술을 이렇게 쉽게 내주신다고요?”

"해운자동차는 망했소. 고속도로는 변이체와 변종에 의해 시도 때도 없이 점령당하고 있지. 그나마 치안이 안정화된 도시 내에서는 자동차를 굴릴 만한데.... 괴물쥐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광주를 보면 도시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게 아니오.”

변이체는 주로 도시 밖에서 활동한다. 도시 내의 수많은 인간과 맞닥뜨려봤자 좋을 것 없다는 걸 변이체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

도시 밖의 식량이 부족해지거나, 인간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변이체는 도시로 들어와 인간을 사냥할 것이다.

“해운자동차가 망했다는 소식은 못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군수물자를 생산하고 있소. 정부 덕분에 숨만 쉬고 있는 상태지. 그리고 다른 계열사가 잘 버텨주고 있지. 해운자 동차가 망할지언정 해운 그룹이 망할 일은 없소.”

“미리 준비해 둔 것도 있고 말이죠?"

강해운은 말없이 미소 지었다.

세상이 이 꼴이 나기 전에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플레이어들의 세상이 망할 거라는 정보를 각국의 권력자들에게 알렸다. 정보는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대기업 회장이 정보를 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자동차 기술과 식량을 지원해 주십시오. 비교적 최신 기술로 부탁드립니다. 식량은… 알아서 챙겨주십시오."

"알아서 챙겨달라는 말이 장사치에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시오?”

“전 장사치가 아니라서요.”

“하하. 섭섭하지 않게 챙겨드리겠소.”

나는 강해운의 어깨에 손을 얹고 회복을 사용했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보기 좋아진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더니 굽었던 등을 꼿꼿이 세웠다.

“...대단하군. 온몸이 아팠는데 지금은 멀쩡하오. 요통은 사라지고 시력도 좋아졌네. 귀도 잘 들리고.... 무릎도 괜찮아졌군. 이거 30년은 회춘한 기분일세.”

실제로 적당히 회춘시켰다. 하지만 그리 말하면 일이 귀찮아질 테니 적당히 둘러댔다.

"전신을 회복했으니 말이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명도 늘어났을 겁니다.”

“고맙소! 자네의 능력은 소문 이상이었군! 자네는 대한민국의 보물이오!”

날 보는 두 눈에 탐욕이 일었다. 나는 턱을 치켜들며 그 시선을 즐겼다. 물론 개수작을 부린다면 해운 그룹은 일우 그룹 꼴이 날 것이다.

“아주 특별한 정보가 있는데... 자네에게만 특별히 알려주겠소.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기업, 경제인들이 기업 도시를 만들기로 했소.”

“...기업 도시라니.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도시입니까?”

“맞소. 정부의 허락은 받았소. 위치는 세종. 도시를 처음부터 짓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니 세종에 투자해서 기업 도시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오."

"……."

기업 도시의 존재가 내게 이득이 되나?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기업 도시가 있다면 좋나? 말을 잘 들으면 상관없지만, 기업인들이 힘을 합쳤다. 후에 반란을 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느낌이 안 좋다고 강해운이나 다른 기업인들을 죽일 순 없어.'

당장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했다.

"성유진 의원.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소? 자네를 위한 동네를 마련해주겠소. 원한다면 세종시의 시장 자리도 줄 수 있소.”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전 서울이 좋습니다.”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헌데 서울은 좀 위험할 것이오. 서울은 인구수가 너무 많소. 그에 숨어 있는 변종이 너무 많지. 변종은 인간을 먹으면 빠르게 진화하는데... 한국 정부는 서울을 감당하지 못할 거요.”

“뭐, 그때는 저도 달리 생각해 봐야겠지요.”

일단 기업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로 했다. 저들이 주는 후원금들은 앞으로 잘해보자는 뜻이었으니까.

이후에 권력자들 사이에서 소문이라도 났는지, 나를 찾는 권력자들이 많아졌다. 성악초등학교는 날로 풍족해지고 있었다.

나는 성악초등학교 앞에서 미대통령 마이클을 만났다. 마이클 주위로 완전무장한 경호원들이 늘어서 있었다. 나는 이들을 성악초등학교에 들이는 대신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와 저들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일이다. 저들이 나를 믿지 못하 듯, 나 또한 저들을 믿지 않았다.

뭐, 당연히 주변은 통제됐다. 허락받은 기자들만 취재할 수 있었으며, 성악초등학교 주위에는 국군과 미군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내가 이놈들을 성악초등학교 내부로 들이지 않은 이유였다.

나는 마이클의 아들인 마크를 치료했다. 루게릭병으로 좌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물론 내 능력에 의해 말끔히 회복됐다. 마이클은 내 양손을 맞잡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고맙습니다! 땡큐! 미스터 성!"

"하하. 여기까지 오셨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나는 능숙한 영어로 대응했다. 그에 마이클의 두 눈이 빛난다.

“미국식 영어 발음이 완벽하군요. 혹시 미국에서 자라셨습니까?"

"아뇨. 토종 한국인입니다. 영어는 제가 똑똑해서 잘하는 겁니다.”

“오. 유머러스하기까지. 미국이 원하는 인재가 여기 있었군요."

내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던 건 마이클이 한국에 방문해 준 덕분에 한국 정부가 압박은 받은 탓이 크다. 그 외에도 내 가 치가 크게 올랐다. 근데 내가 여기서 영어까지 잘한다? 한국은 불안함을 느끼겠지. 내가 미국으로 떠나는 게 아닌가 하고.

'한국. 있을 때 잘해라.'

한국에 날리는 경고는 아주 잘 먹혔다.

마이클은 나와 둘만 남았을 때 목소리를 진지하게 바꾸며 말했다.

“미스터 성. 미국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최상의 대우를 약속해 드리겠습니다. 미국인은 미스터 성을 원하고 있습니다. 본래 미국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스터 성이 미국인이 된다면 상원 의원의 자리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아직까지 한국이 좋아서 말이죠."

“아직까지... 그렇군요. 가능성은 남아 있군요. 아, CIA의 일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CIA 일은 이미 잊었습니다.”

잊지 않았다.

감히 나와 내 여자를 정신계 능력으로 지배하려고 했던 데이비드 김은 지금도 심심할 때마다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놈을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 CIA 지부장이었던 케일 먼슨도 마찬가지인 신세고.

“이번에 북한과의 정상회담 자리에 미스터 성이 참석한다 들었습니다.”

“북한의 김재지가 절 콕 집어서 참석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부탁도 있었기에 받아들였습니다.”

“정상 회담 장소가 평양 아닙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괜찮습니다. 전 자신 있습니다.”

“미국으로선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참석하지 않으면 전쟁이 터집니다. 막말로 미국이 도와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으음...."

미국은 현재 자국 내의 상황만으로 벅찼다. 그리고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국가와의 마찰로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 3년 내로 남미 국가와 전쟁이 터진다는 말이 나돌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 우려하는 건 북한의 핵 때문이겠죠.”

현재 전 세계의 핵 보유랑은 바닥을 기었다. 21세기에 들어 떨어진 128개의 운석을 격추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죄다 쏴버린 것이다. 숨겨 둔 핵미사일이 있겠지만 많은 수는 결코 아니었다.

반면 북한은? 다른 국가들이 세계를 위해 핵을 쏴댈 때도 북한은 핵을 쏘지 않았다. 결과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는 북한뿐이었다.

'중국도 미국도 핵을 일부 숨겨뒀겠지. 그리고 지금도 최대한 생상하려 노력 중 일 테고. 뭐,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정상 회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입니다. 제가 김재지를 잘 구슬려 볼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국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동맹국인 한국을 적극적으로 도와드렸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군요. 미스터 성. 북한. 그리고 중국을 조심하십시오.”

“충고 감사드립니다.”

마이클과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마이클은 한국 대통령과 만나러 갔다.

정상 회담이 가까워진다.

나는 개인 경호원과 함께 평양으로 갈 생각이었다. 평양에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

'신성친위대와 최혜진, 이리나. 그리고 나채영을 데려가자.’

나채영을 데려가는 건 북한의 핵기술을 빼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는 건 핑계다. 애초에 그런 기술을 아무리 북한이라도 허술하게 관리할 리 없다.

'채영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었잖아. 이번 기회에 기분 전환은 해야지.'

신성친위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내 명령을 수행할 것이다. 최혜진은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하긴 해도 내 말을 잘 듣는다. 게다가 성악초등학교에서 두 번째로 강했다.

이리나? 전투 능력은 최혜진 다음이었다. 그녀 또한 각성자다.

「개체명: 이리나

잠재력: ★★★★

각성 능력: 신궁

특성: 은신, 초집중」

잠재력은 별 4개. 조금 아쉽긴 해도 흔한 인재는 아니었다.

각성 능력인 신궁은 활과 관련된 행동에 보정이 붙는 능력이다. 초능력이긴 해도 패시브 느낌이 강하다.

특성인 은신은 존재감이 옅어지는 능력이다. 이리나가 본격적으로 숨으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저번에 최혜진에게 도망치는 이리나를 본 적 있는데, 최혜진이 작정하고 숨은 이리나를 아예 찾지 못했다. 나도 전자기파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초집중은 순간 집중력이 높아지는 대신 피로도가 많이 쌓인다.

'인선은 정했으니... 일단 여기까지 할까.'

[유희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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