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2178화 (1,958/2,000)

< 2178화 > 2178. 다크 문

레이썬 발전소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들어섰다.

레이썬 발전소의 크기는 예상 이상이었다. 대학교 2개 부지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였으니까.

대학교에 비교한 건 우연이 아니다. 말만 발전소지 실제로는 레이썬 학파의 본거지로 대학교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니까.

나는 발전소 중심에 있는 거대 건물을 바라봤다. 건물 위에 푸른 구체가 허공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게 레이썬 학파의 정수이자, 레이썬 발전소의 중심인 그레이트 코일인가.'

원작 게임을 플레이하며 본 적 있다. 허나 직접 보는 건 느낌 자체가 달랐다. 특히 나처럼 원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마법사에겐 그레이트 코일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실전된 마도 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위대한 유산이라던가.'

분해해서 작은 부품 하나까지 모조리 살펴보고 싶었다. 대체 어떤 마법이 들었가기에 이만한 원소의 힘이 느껴지는지 알고 싶었다.

‘그랬다간 네오 런던의 공적이 되겠지.'

흥분을 가라앉히며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도록 노력했다.

‘그레이트 코일이 회전하며 전기를 만들어 내고 증폭시키며 다시 코일 안으로 들어가서….'

"윽."

나도 모르게 머리를 붙잡았다. 생소한 지식이 한 번에 떠오르며 두통을 느낀 것이다. 떠오른 지식은 마법이 아니었다. 뇌천류라는 무술에 가까운 개념. 그중에서도 특히 의식을 끄는 건 만뢰(卍雷)라는 기술이다.

안내하던 직원이 당황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마이어 준남작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레이트 코일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뿐입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레이트 코일을 처음 봤을 때 머리가 얼얼해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레이트 코일은 레이썬 학파의 핵심이자, 보물입니다. 마음 같아선 그레이트 코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싶으나… 마도 협회에서 나오신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분들을 기다리게 할 순 없지요. 전 괜찮으니 안내 부탁드립니다.”

안내받아 도착한 곳은 회의실이었다. 안내는 문을 열고 허리를 숙였다. 나는 문안으로 담담히 걸어갔다. 11명의 남녀가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원에게서 마나가 느껴진다. 절반 이상은 7급이고, 나머지 절반은 나와 같은 6급이었다. 등급으로만 따졌을 때 나보다 못한 마법사는 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대부분이 내게 흥미를 보였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계신 무소속 마법사께서 오셨군. 환영하네. 유진 마이어 준남작. 나는 마도 협회의 부협회장인 앤싱이라 하네.”

형형한 눈빛의 중년 남자가 말했다. 그 명성은 나도 들었다. 마도 협회에 부협회장은 총 3명이 있고, 그중 앤싱은 화염계 마법사로 가장 사납다고 한다.

소문은 소문이란 걸까. 직접 본 앤싱의 첫인상은 사납다기보다는 냉철해 보였다. 다른 10명의 마법사들은 자기 소개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지켜본다.

“유진 마이어 준남작입니다. 네오 런던에서 사업체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6급 마법사. 별명은 썬콜. 사용하는 속성 마법은 전격과 빙결. 흔하지 않은 배틀 메이지."

옆에 있던 여자가 나에 대한 정보를 사무적으로 말했다. 깊숙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썬콜은 농담 삼아 여기저기 내뱉었던 말인데… 어느새 내 별명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마이어 준남작. 마도 협회는 자네 같은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마법사를 원하네. 마도 협회의 일원이 되겠나? 마도 협회는 비학파 마법사도 환영하네. 아니면 자네가 직접 학파를 신설할 수도 있지. 그 외에도 여러 혜택도 주어질 것이네. 마법사는 희귀한 만큼 온갖 일에 타깃이 되곤 하지. 우리 마법사끼리 뭉쳐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어딘가에 소속되는 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마도 협회라는 울타리는 내게 필요하다. 단호히 거절할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초청에 응하지도 않았다.

“저도 마도 협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마도 협회의 일원이 될 수 있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참입니다. 마침 마도 협회 측에서 제안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음. 이야기가 쉽게 풀려서 다행이군.”

앤싱이 흡족하게 웃었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으나, 우리 마도 협회는 자네의 실력과 재능을 확인해 두고 싶네. 자네의 대우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고 싶군.”

“제 실력을 보여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다행이군. 혹시 흥미 있는 학파가 있나? 비학파 마법사로서 계속 지내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네. 학파에 들어가면 학파가 쌓아둔 연구 자료를 열람할 수 있네. 마법사로서 탐납니다.”

“개인적으로 레이썬 학파에 관심 있습니다만, 레이썬 학파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정장을 입은 푸른 머리의 미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희 레이썬 학파는 유진 마이어 씨를 환영합니다! 아, 저는 레이썬 학파의 암브락 레이썬입니다!"

암브락 레이썬. 성씨를 보면 알겠지만 레이썬 학파의 정식 후계자다. 레이썬의 성씨를 쓸 수 있는 건 학파장과 그 수제자 뿐이니까.

암브락이 저리 흥분해서 소리치는 건 내가 6급이자, 배틀 메이지라 그렇다. 둘 다 희귀한 인재니까.

“암브락 레이썬. 일단 진정하게.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네오 런던의 신성의 실력과 재능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서가 아닌가. 우리 모두 바쁜 몸이지 않나. 본인도 동의했으니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마도 협회의 마법사들은 훈련장에 선 유진 마이어를 바라봤다. 그들은 훈련장 밖의 안전한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유진 마이어. 출신이 불분명합니다. 네오 런던에서 활동하기 이전의 기록이 전무합니다. 아무래도 망명자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나. 이 도시의 15%는 망명자네."

“맞습니다. 망명자라는 출신은 딱히 중요하지 않죠. 이 도시에서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중요한 건 그의 실력과 재능이지요. 뭐, 소속된 학파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6급에 올랐으니 천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만 말이죠.”

“자네는 아까부터 너무 들떠 있군. 레이썬 학파에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거니 이해는 하겠네만… 다시 말하지. 진정하게.”

앤싱이 강하게 말하자, 암브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입을 꾹 다물 필요는 없네. 여긴 레이썬 학파의 훈련장이니 자네의 설명이 필요하네. 유진 마이어의 앞에 있는 저 깡통은 뭔가?"

“저건 볼트 측정기입니다. 볼트게이저라고 부릅니다. 저희 레이썬 학파에서는 전격 마법의 볼트로 우열을 가렸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고작 그것만으로 마법사의 실력과 재능을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죠. 한때의 유행 같은 겁니다. 전격 마법사들은 심심풀이 삼아 사용하지만요.”

“전격 마법사들은 재밌게들 노는군.”

“…불법들은 건물을 태우면서 논다고 들었습니다만."

“하하. 그건 노는 게 아니라 훈련하는 거네. 자네는 6급이지 않나. 자네의 최고 기록은 어떻게 되나?”

“저 말입니까? 2,250억 볼트입니다. 레이썬 학파 6급 마법사 중에선 최고 기록이지요.”

"호오."

그들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으나, 곧 분위기가 일변했다.

뛰어난 마법사인 그들은 마나의 농도가 변한 걸 알아차렸다. 마나는 곧 번개 원소가 되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전격 전문의 레이썬 학파의 훈련장답게 하늘은 뻥 뚫려 있었다.

하늘 위에 푸른 마법진이 그려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법진이나,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은 마법진을 단숨에 꿰뚫어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널리 알려진 공용 마법 중 하나니까.

“5급 마법인 썬더 볼트인가. 5급이라 하더라도 썬더 볼트는 대형 마법. 그걸 이렇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캐스팅하다니. 재능을 의심할 여지는 없군.”

“잠깐만요. 썬더 볼트의 마법진이 조금 다릅니다. 일부 개조해서 변형을 준 것 같군요. 본인 스스로가 썬더 볼트 마법을 개조한 것이라면… 마법 이론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마법진이 완성되고 그 중심에 번개가 모여든다. 모여든 번개는 압축되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원래 썬더 볼트는 압축 후 내려찍는다. 그런데 눈앞의 번개는 뭉쳐서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회전하면서 번개를 빨아들이는 것처럼도 보였다. 중심으로 모여드는 만(卍)의 형태인 것이다.

마법사들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건 그들이 알고 있는 기존 상식의 썬더 볼트가 아니다. 한 단계 진화했다. 단순히 마법진 일부를 개조했다고 저렇게 변하지 않는다. 마법진만으로 추가적인 공정과 마법사만의 특수한 의지가 스며들어 비튼 결과물이다.

마법사들은 그런 특수하고 특별한 마법을 대개 이렇게 부른다. 비전 마법이라고.

“만뢰(卍雷).”

유진 마이어의 담담한 영창이 끝난 직후,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볼트게이저에 내려쳤다.

뇌광이 한순간 태양광을 압도했다. 마법사들은 저도 모르게 그 여파를 걱정하여 배리어 마법을 펼쳤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유진은 여파까지 완벽하게 계산하여 마법을 시전했으니까.

번개가 한순간 빛나고 사라졌음에도 훈련장 주위는 번개 원소가 가득했다. 괜히 마법사의 훈련장이 아닌 듯, 훈련장의 땅과 볼트 게이저는 멀쩡했다.

마법사들은 무언가를 재촉하듯 암브락을 바라봤다. 부협회장 앤싱 또한 마찬가지다.

“암브락. 결과가 어떻게 나왔나? 몇 볼트지?”

멍하니 훈련장을 바라보고 있던 암브락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지금 확인할 테니 잠시….”

암브락이 돌연 입을 다물었다. 반대로 그의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다. 곧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3,751억 볼트….”

그가 간신히 단말기에 찍힌 숫자를 읽었다. 10억 볼트가 벼락의 전압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벼락의 370배.

“호오. 새로운 신기록이 등장했군. 다음 테스트는 취소하고 곧바로 마지막 테스트인 마법 전투로 넘어가지. 이미 유진 마이어의 역량은 확인된 것 같으니 말일세. 반대하는 사람 있는가?”

금발의 안경 낀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앤싱의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그를 상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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