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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82화 (1,962/2,000)

< 2182화 > 2182. 다크 문

수상 열차.

물 위를 달리는 고대 유물 열차다. 물 위라 하면 당연히 바다 위도 포함된다.

속도도 일반 열차보다 훨씬 빨라서 열흘이면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수상 열차 탑승권도 상당히 비싸다. 서민의 경우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

나는 이 탑승권을 오르시아와 인비저블 블레이드에게 건넸다. 그녀들은 신기하다는 듯 탑승권을 확인했다.

'이렇게 보니 멤버가 신기하군.'

오르시아와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감췄다. 오르시아의 경우 옷에 새겨진 하이텔의 문장을 가렸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정체를 감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이텔 학파의 후계자인 그녀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놀라운 건 인비저블 블레이드다. 그녀는 가면을 벗고 사이버 슈트가 아닌 네오 런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빅토리아식 드레스를 입었다. 가릴 부분은 가렸는데 워낙 몸매가 좋고 얼굴도 예쁘다 보니 시선을 끌었다.

'닌자 복장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뭔가 아쉽네.’

사이버 닌자 슈트는 쫄쫄이에 가까워서 다소 민망하긴 해도 보는 맛이 있었다.

오르시아와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이후에 서로를 바라봤다.

“인사가 늦었군요. 오르시아 하이텔이라 합니다. 공간 마법사입니다."

“희귀한 마법사를 또 보네. 하가 시즈카야. 말투가 이런 건… 네가 이해해 줘. 용병이라서 그러니까. 미리 말해두지만, 나에 대한 정보는 다른 곳에 발설하지 마.”

“네. 저도 부탁드리지요."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하이텔이란 이름을 듣고도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 네오 런던의 시민이 하이텔 학파를 모를 리가 없을 테니…. 여러모로 강단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이 탑승권을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야? 여긴 바닷가도, 하다못해 강가도 아니잖아.”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붉은색 탑승권을 흔들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내 저택의 집무실이었다. 수상 열차를 타기엔 알맞지 않은 장소.

내가 대답하기 전에 오르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탑승권 자체가 뛰어난 아티팩트로군요. 고차원의 공간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얼핏 보이는 술식이 낡긴 했지만 대단한 물건인 건 맞군요.”

"과연 오르시아 씨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탑승권은 수상 열차의 특수한 마도구가 생성한다고 합니다. 수상 열차의 주인인 발리에르 가문이 그 수익을 모두 가져가지요. 어쨌든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탑승권을 찢으면 공간 이동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되어 저희를 가까운 역으로 이동시켜 줄 겁니다.”

“지금 찢으면 돼?”

“수상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 전에 준비물은 확인해야지.”

나는 인비저블 블레이드를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녀의 손에는 가벼운 가방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하, 이거 공간 확장 마법 걸린 명품 가방이거든? 챙길 건 다 챙겼으니 걱정 마. 아니면 여자 가방을 강제로라도 확인해 보게?"

고개를 젓는다. 믿음직스럽지 못해도 실력 있는 용병이니 필요한 물품은 알아서 챙겼을 것이다.

오르시아? 7급 공간계 마법사다. 직접 다루는 아공간도 한두 개가 아닌데 뭘 걱정하나. 아공간 중 하나에 온갖 물건을 넣고 다니겠지.

우리는 차를 마시며 고대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탑승권을 찢었다.

찢어진 탑승권에서 술식이 새어 나와 우리의 몸을 감싼다. 나는 술식을 빤히 쳐다봤다. 뭔가가 이질적이다. 웬만한 술식은 보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건 좀 달랐다.

“전통적인 텔레포트 마법이군요. 중계기를 두고 술식을 비틀어 발동하는 공간 이동 마법. 개인적으로 비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만,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하군요.”

“이거 술식 전개가 너무 느린데? 게다가 술식도 툭 건들면 부러질 정도로 약하잖아. 마나만 살짝 일으켜도 방해할 수 있겠네.”

나도 인비저블 블레이드처럼 전투용으로 생각해 봤다. 결과는 부정적이다. 이건 전투용으로 쓰기엔 너무 약하고 오래 걸린다.

‘캐스팅까지 대략 3분. 너무 오래 걸려.’

3분뒤, 우리는 수상 열차역으로 공간 이동했다.

바다 특유의 쌉싸름한 냄새가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는 바다 한복판에 있는 열차역에 있었다. 철도 없이 그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역이었다. 작은 역 밖에는 파도가 쳤고, 햇빛은 눈부셨다.

'결계가 역 안으로 들어오려는 파도를 막고 있군.’

덕분에 바다 한복판에 있음에도 열차역 내부는 나름 쾌적했다. 승객은 우리 셋밖에 없었기에 편하게 벤치에 앉아 대기했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오니 나쁘지 않군요.”

오르시아는 벤치에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오히려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서슴지 않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얘는 나를 더 꺼려 해야 하지 않나? 내게 강제로 범해진 적이 있으니까. 근데 그날 있었던 일들은 없었던 것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다.

쐐애애애애애액.

저 멀리서 열차가 달려온다. 해수면 위에 살짝 떠 있는 수상 열차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열차역에 가까워지자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정차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열차 안에는 제복을 입은 깡통 골렘이 우리를 반겼다.

“세 분 이시군요. 들어오십시오. 열차는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우리는 열차 안에 올라탔다. 공기부터 쾌적했다. 공간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넓었고.

“저는 수상 열차의 차장인 모르입니다. 여러분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내리시면 됩니다. 식사는 하루 3끼 제공되고, 맥주와 과자, 과일 등의 간식거리도 열차 내의 매점에서 판매합니다.”

“만나서 반갑군, 모르. 열차에 빈 객실이 있나? 편하게 여행하고 싶다만."

“빈 객실은 많습니다. 다만, 객실 이용 시 요금이 청구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편하게 갈 수 있다면 돈이 아까울까.”

카드를 꺼내 건넸다. 모르는 자기 오른팔에 붙어 있는 기계에 카드를 시원하게 긁었다.

“결제되었습니다. 여기 객실 열쇠입니다. 206호, 207호, 208호입니다. 객실칸은 앞에 있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그럼, 이만.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시기를.”

모르가 떠나고 우리는 바로 객실로 이동했다. 나는 208호,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207호, 오르시아가 206호였다.

객실은 제법 커서 만족스러웠다. 화장실이 딸려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열차가 출발했다.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는 생각보다 더 신기했다.

열차 생활은 지루했다.

다른 손님들도 있긴 했으나 많지 않았다. 우리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개인 객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 나와 오르시아는 오전에는 내 방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녀가 선생이 되어 내게 공간 마법의 기초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다른 학파들은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이라 하여 함께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하이텔 학파의 경우 시간과 공간을 분리해서 봅니다. 공간은 공간일 뿐입니다. 물론 시간과 공간을 함께 연구하는 하이텔 학파 마법사들의 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 시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깊이 생가해 적은 없어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 의견으로는 시간은 단지 인식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아공간 마법. 아공간의 내부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멈춰있습니다. 아공간에 시계를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멈춥니까?”

“아니요. 움직입니다. 시계는 단지 숫자가 변하도록 설정된 물건이니까요. 시간이 멈춰도 기계는 멈추지 않으니까요.”

“…시간이 멈춘다는 건 공간이 멈춘다는 뜻 아닙니까?”

“예.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아공간 내에서 시계는 움직입니다. 허나 음식을 넣었을 경우 부패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음식을 넣으면 차가웠던 상태로 유지됩니다. 따뜻한 음식도 마찬가지지요. 따라서 우리는 아공간 내부의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고 정의했습니다. 안에 넣은 물건이 변하지 않는 건 아공간의 특성이라 판단했지요. 그럼 아공간에 생물이나, 정령 같은 정신체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기본적으로 아공간에 생물을 넣을 수 없다. 하지만 마법사란 족속들이 안 된다고 그냥 넘어가는 족속들인가? 아공간 마법을 일부 비틀어 생물을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이것도 비전 마법에 속하는지라 평범한 아공간 마법과는 조금 궤를 달리한다.

“설마 아공간 내의 시간이 움직인 겁니까?"

“네. 음식의 온도가 변화했고 썩기 시작했습니다. 즉, 시간이란 인식을 통해 존재한다. 라는 게 결과입니다만…. 아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건 오직 신뿐이겠지요. 이건 어디까지 나 하이텔 학파의 가설일 뿐입니다.”

“마법사에게 그 가설만큼 중요한 건 없지요. 가설을 토대로 물리 법칙을 비트는 게 마법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역시 당신은 뛰어나시군요. 공간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인식하는 범위가 곧 당신의 공간이니까요."

오르시아가 떠났다. 나는 저번에 그녀가 내게 주었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9시.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내 방으로 스며든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 영역에 들어왔다. 아스트랄을 개방하려는 찰나, 누군가는 엄청난 속도로 내 배 위에 올라탔다.

파지직.

스파크가 튀며 어두운 객실 내부를 밝혔다. 내 위에 올라탄 건 인비저블 블레이드였다.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짧은 단도로 내 목을 겨누었다.

‘로즈의 호언장담도 있었기에 믿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이틀 만에 배신할 줄이야.'

방심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내 감각을 한 순간이나마 속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연, 닌자는 닌자라고 해야 할까. 예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던 것 같다.“

”…나를 죽일 건가? 좀 의외군. 고대 유적 탐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움직일 줄이야. 고대 유적의 보물이 탐나지 않는 거냐?"

"죽여? 무슨 헛소리야. 난 널 죽이러 온 게 아니야. 그때의 복수를 하러 온 거야. 후, 후후후.“

복수?

나는 인비저블 블레이드의 뺨이 붉고 호흡이 거칠다는 걸 깨달았다. 꼭 머리끝까지 발정 난 인간 같지 않은가.

‘이 미친년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그녀는 단검으로 내 목을 겨누고, 한 손으로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출렁.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저항을 포기했다. 목에 단검을 겨누고 있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반항하려는 순간 단검이 내 목을 찌를 테니까.

10초도 되지 않아 알몸이 된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내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리더니 강제로 입을 맞췄다. 복숭아 향기가 느껴지는 혀가 내 입안에서 종횡무진 날뛰었다. 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빨아들인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떨어졌다.

"으으응…. 푸하앗…. 후후후.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아니, 모르겠지.“

"아니, 일단 진정…."

그녀의 엉덩이가 내 얼굴 위에 안착했다.

”됐고, 내 보지나 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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