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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85화 (1,965/2,000)

< 2185화 > 2185. 다크 문

수상 열차가 목적지인 강릉역에 정차했다.

“현재 위치는 강릉역입니다. 수상 열차는 10분 동안 정차한 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곳이니 휴식을 취할 때 역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차장의 목소리가 수상 열차 내부에 울렸다.

우리는 짐을 들고 열차에서 내렸다.

강릉역 또한 마찬가지로 바다 위에 있는 역이었다. 오직 수상 열차만이 도착할 수 있는 역.

하지만 조금 시선을 멀리 던지면 바닷속에서 치솟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군도가 보였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강릉 군도를 본 오르시아가 놀란 듯 말했다. 그럴만 하다. 여긴 세계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곳이니까. 원작에서도 몇몇 장소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 물론 플레이어의 편의 기능 중 하나인 맵에서는 표시된다.

‘오픈 월드의 숨겨진 장소랍시고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곳이 있지. 그 외에도 일반인이 알아서 곤란한 무언가가 있는 곳일 경우 정보를 통제하지.’

나는 바위섬들을 쳐다봤다. 기억에 있는 모양과 위치다. 즉, 원작 지식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

“강릉 군도. 저 바위섬에는 범죄자들이 집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륙에서 쫓겨나 처벌이 두려워 이곳으로 도망쳐 자리 잡은 거죠."

굳이 수상 열차가 아니어도 강릉 군도로 오는 방법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배를 타고 오는 것. 해적을 만날 가능성이 높지만, 강릉 군도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배를 타면 이야기를 달라진다. 강릉 군도에 있는 놈들은 반쯤 해적이니까.

“방심하지 말라는 뜻이군요. 당신의 경고는 새겨듣겠습니다.”

“저곳에선 어린아이도 믿지 마십시오. 범죄자의 자식으로 범죄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어쩌다 들어오는 외지인을 범죄를 저지르는 건 기본입니다. 적의가 느껴지면 죽여버리십시오."

“……어린아이도 말인가요."

오르시아의 낮아진 목소리에서 반감이 느껴졌다. 아이를 죽이는 걸 본능적으로 꺼리는 모양이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법은 없어. 당장 나만 해도 7살 때부터 사람을 죽였는걸? 꽤 쉬웠지. 대부분 아이라는 이유로 방심부터 하니까.”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말했다. 어느새 그녀는 가면을 쓰고 사이버 닌자 슈트를 입었다. 유방의 형태나 엉덩이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변태적인 복장이라 자꾸만 시선이 그녀 쪽으로 향하려 한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일을 망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저 군도가 고대 유적 같지는 않군요. 바위섬 중 하나에 고대 유적이 숨어 있습니까?"

“그랬다면 저 범죄자들이 고대 유적을 이미 들쑤시고 보물을 손에 넣었겠지요. 보통 고대 유적이 숨겨져 있듯, 이 고대 유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진 씨는 고대 유적을 찾을 거라 확신하시는군요. 군도에 사는 저 사람들도 모르는 정보를… 유진 씨는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고대 유적과 관련된 서적이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원작 게임 지식을 통해 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오르시아는 깊게 추궁하지 않았다.

나는 강릉 군도의 퍼즐을 떠올랐다. 그 퍼즐을 풀어야만 고대 유적이 드러나고 입장할 수 있다. 조금 귀찮은 일이 될 테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저 바위섬으로는 어떻게 갈 거야? 설마 헤엄쳐 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바다를 얼려서 길을 만들거나, 하늘을 날아가거나, 배를 타고 가거나.

강릉 군도의 가장 큰 단점은 이동 수단이다. 퍼즐 공략에 오래 걸리는 이유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빌어먹을 동선 탓이다.

나는 괜히 분통 터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르시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르시아 씨. 가능하겠습니까?”

“네. 그리 먼 거리는 아니군요. 다만 매스 텔레포르를 남발할 수는 없습니다.”

7급 공간 이동 마법. 동료와 함께 텔레포트를 하는 마법이다. 거리와 인원에 따라 소모 되는 마나가 많아진다.

내가 괜히 7급 공간 마법사인 그녀를 데려온 게 아니다. 뛰어난 공간 마법사가 있으면 탐사 난이도가 확 줄어든다.

“저기 오른편에 있는 바위섬이 보이십니까? 우선 저곳으로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매스 텔레포트의 경우 정신 집중이 필요하니, 가만히 있어 주십시오. 그리고 제 마나를 거부하지 마십시오."

오르시아가 아스트랄을 개방하며 술식을 짜기 시작했다.

나 또한 정신을 집중했다. 술식을 온전히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나도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힘들군.’

술식 자체의 보안이 상당히 높다. 또한 공간이란 건 지금의 내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다. 나는 아직 기초도 다 떼지 못한 상태니까. 자전거의 구조도 모르는데 자동차를 만들려는 격이다.

'전격계 마법은 보기만 해도 감이 온다만…. 그 외의 다른 마법은 어느 정도 연구가 필요해.’

오르시아의 술식과 마나가 나와 인비저블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술식은 점점 절정으로 치달았다. 주변의 마나가 격렬히 떨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그녀가 마침표를 찍듯이 영창했다.

“매스 텔레포트.”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느낀 순간, 우리는 이미 바위섬으로 이동했다.

낯선 감각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나와 달리 오르시아는 차분하게 서 있었다.

“공간 이동은 처음이신가요?”

“처음은 아닙니다만, 매스 텔레포트는 또 다른 느낌이군요."

인비저블 블레이드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일렉트릭 디텍션.]

전자기파를 뿌리며 탐색해 보니 근처에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 닌자답다고 해야 할까. 숨는 솜씨가 귀신 같다.

'전위 역을 맡아 달라니까 대뜸 숨어 버리네.'

뭐, 그래도 전투가 일어나면 나서서 싸울 테지.

나는 섬의 중심으로 움직이려다가 멈췄다.

"환영 인파가 몰려드는군요.”

우리의 침입을 알아차린 범죄자들이 이쪽으로 몰려온다. 원작 게임에서는 경험치와 돈을 주는 몬스터 취급인 놈들.

“텔레포트의 단점은 마나 유동이 커서 은밀한 행동에는 맞지 않다는 점입니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자들은 대부분 그 낌새를 알아차립니다.”

텔레포트만의 단점은 아니다.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는 마법의 경우 마나가 요동치며 전조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썬더 볼트같은 공격이 말이다.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량의 마나가 한 번에 움직이는 데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투를 준비해야겠군요.”

“…대화부터 시도하지 않고요? 쓸데없이 힘을 빼는 건 좋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렇긴 하다. 고대 유적을 탐사하려면 힘을 비축해 둬야 한다.

“탐사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놈들을 초반에 찍어 눌러 기선 제압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더 편해질 겁니다.”

“용병으로서의 경험입니까? 탐사대의 리더는 당신이니, 당신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오르시아는 깔끔하게 물러났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래야 한 번이라도 더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저 멀리서 범죄자들이 몰려온다. 총과 칼로 무장한 자들이었다. 남녀노소. 구성원도 여럿이다. 그들의 거침없는 발걸음만으로도 전투에 임하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스트랄을 개방한다. 감각이 확장되며 마나 로드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내 안의 마나는 완벽한 통제하에 마나 로드로 움직이며 술식과 원소로 가공된다.

파직, 파지지직.

스파크가 튀긴다.

탐색 마법을 통해 이 섬의 인구수는 파악했다. 총 207명. 그중 이쪽으로 모여드는 범죄자들은 175명.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놈은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자, 어떤 마법을 쓸까.'

애용하는 썬더 볼트? 강력하지만 범위는 넓은 편이 아니다.

7급 전격계 대규모 마법인 썬더 브레이크는… 과하다. 무엇보다 이제 시작인데 대규모 마법으로 힘을 빼고 싶지 않다. 그리고 썬더 브레이크의 여파로 이 바위섬에 있는 퍼즐이 박살이라도 나면? 최악의 경우 고대 유적 입구에도 못 갈 수 있었다.

'6급 마법, 체인 라이트닝으로 간다.'

체인 라이트닝은 지형지물을 박살 내는 마법은 아니었으며, 밀집한 생명체를 대상으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마법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효율적이다.

파즈즈즛.

오른손에 푸른 뇌전이 모여든다. 뇌전은 사라지지 않고 내 손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뇌전에 옷을 입히듯 술식을 부여했다. 약간의 위력 개조와 특성의 부여. 평범한 체인 라이트닝과는 궤를 달리할 것이다.

범죄자 놈들이 다가왔다. 원작에서는 플레이어를 보면 냅다 총부터 갈기는 놈들이 양손을 번쩍 들고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법사님! 저희는 마법사님과 싸울 의도가 없습니다!”

"……."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원작과 달랐으니까.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게임 속의 몬스터로 분류되는 놈들은 프로그램대로 공격할 뿐이지만, 현실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가 봐도 강력한 마법사를 상대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아, 그래. 이놈들은 몬스터 NPC가 아니라 인간이지. 지능이 있는 놈들.’

힘의 논리가 통한다는 뜻이었다.

‘귀찮은데 그냥 죽일까? 어차피 범죄자 새끼들이잖아.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은 도망자 놈들.’

학살하더라도 뒤탈은 없다.

“저희는 마법사님을 해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 증거로 무기를 버리겠습니다!”

선두에 있는 누렇게 변한 백의를 걸친 중년 남자가 외치자, 다른 이들까지 전부 무기를 바닥에 버렸다.

나는 장전된 체인 라이트닝을 해제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넌 누구지?”

“여기 홍천섬의 섬주인 홍배적이라 합니다. 저희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여리 홍천섬의 주민들은 조난 당했거나, 어찌어찌 흘려들어 온 이들입니다. 저희는 해적질을 하지 않고 무역을 합니다. 믿어주십시오."

원작에 이런 놈이 있었나? 머리를 굴러봐도 이런 특색 있는 놈은 없었다.

나는 그가 입고 있는 누렇게 변한 백의를 보며 물었다.

"의사인가?"

“간단한 의술을 알고 있습니다. 본업은 역사학자입니다. 태왕국 출신이고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학자가 왜 여기에 있지?"

“3년 전에 그레이트 코리아의 고대 유적이 이 근처에 잠들어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가… 해적에게 붙잡혀 끌려왔습니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이들과 저항했고… 홍천섬의 전대 섬주를 죽이고 홍천섬의 섬주가 됐습니다.”

요약해서 자신의 삶을 설명한 그는 돌연 바닥에 무릎 꿇었다.

“마법사님! 도와주십시오! 이대로 있다가는 저와 홍천섬의 주민들은 모두 죽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다른 사람들까지 그를 따라 바닥에 무릎 꿇었다.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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