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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89화 (1,969/2,000)

< 2189화 > 2189. 다크 문

우리는 강릉 군도 중에서도 큰 섬에 속하는 태백섬으로 공간 이동했다.

그레이트 코리아의 강릉 고대 유적에 입장하기 위해선 이곳의 퍼즐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홍 박사가 말한 해적 세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지. 이 섬의 주인이 우희라는 여자라고 했던가?'

원작 게임에서는 죄다 디자인이 비슷해서 구분할 수 없었다. 딱히 네임드라 할만한 몬스터도 없었고. 즉, 나는 우희라는 여자에 관해 전혀 모른다.

‘오늘 내로 15개 이상의 섬을 돌아다니며 퍼즐을 풀어야 해. 웬만하면 전투는 피하고 싶군.’

우리 일행은 밤에 푹 쉬지 못했다.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다. 인비저블 블레이드도 졸린 듯이 하품 중이고, 오르시아도 눈을 깜빡이는 게 졸음을 느끼는 표정이다.

“섬의 꼭대기로 향하는 게 아니군요.”

“네. 이번 섬의 비밀은 꼭대기가 아닌 중간 부분에 있습니다. 저기 바위 무리가 보이십니까?"

“보이네요.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 거죠?”

“별거 아닙니다. 저 바위를 올바른 장소로 옮겨야 합니다.”

“유진 씨에겐 별거 아니겠죠. 알고 있으니 말이죠. 전혀 모르는 상태에선 트레저 헌터도 알 수 없을 겁니다.”

게임에선 이런저런 표시로 힌트를 주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힌트도 뭣도 없다. 오르시아의 말대로 유능한 트레저 헌터도 퍼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고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나는 끝까지 발뺌하며 바위 지대로 향했다.

해적들이 몰려왔다. 홍천섬의 주민들과 달리 완전히 무장한 상태였다. 평범한 해적이라 하기엔 무장 수준이 뛰어났다. 총은 물론이고 방어구까지 갖춰 입었다. 옷만 깔끔했다면 정규군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그들 중심에는 안대를 끼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으나, 온몸이 근육질이라 남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얼굴은 각진 얼굴이다. 여러모로 남자 같은 여자였다.

“우리 마법사님들. 남의 영역에 다짜고짜 공간 이동하면 곤란하다. 국가법에도 허락없이 함부로 공간 이동을 하지 말라는 법도 있지않나."

해적이 법을 운운하는 건 제법 우스웠다. 뭐, 실제로 존재하는 법이긴 한데 그건 도시 한정이다. 그 외의 지역에서 제한은 없었다. 강릉 군도는 그 자체가 불법에 가까운 지역. 법 따윈 의미 없었다.

“너희 해적이랑 놀 시간은 없다. 비켜라.”

내가 말했다.

아스트랄을 개방하고 마나를 일으킨다. 그에 해적들이 긴장하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마법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원인은 그들이 갖춘 무기에 있었다.

‘고등급의 적을 상대로 승리해 본 경험이 있는 거다.'

고등급이라 해도 저등급을 상대로 절대적으로 승리하는 건 아니다. 특히 저등급이 우수한 무기로 무장하고 전술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면… 오히려 고등급이 불리해진다.

‘내가 이놈들을 너무 얕봤나?'

머릿속으로 술식을 생각하며 찰나를 발동할 타이밍을 잰다. 찰나를 이용해 대규모 마법을 연달아 때려 박은 뒤 주변 환경의 주도권을 손에 쥐고 체인 라이트닝으로 쓸어버릴 생각이다.

“으아. 고위 마법사의 적대에 온몸이 떨려오는구만. 이 주변의 마나가 영향을 받는 건가. 이봐, 진정해. 아직 난 댁이랑 싸우겠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무장한 놈들을 데리고 와서는 싸우지 않겠다고? 날 물로 보는 거냐.”

“그야, 나 혼자 오거나 우리 수준이 낮았다면 대화조차 성립되지 않았겠지. 댁이 아만의 부하들을 다짜고짜 죽인 걸 보면 알아. 수준 이하의 놈들과는 대화할 생각도 없잖아.”

"……."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진실이었기에 약해 빠진 놈들과 대화를 한다? 내가 왜? 그 시간에 쓸어버리는 게 시간상으로 더 이득이다.

“싸우지 않겠다면 뭐 하러 온 거냐.”

“제안하러 왔어. 우리가 여기서 싸우고 패배해서 전부 쓰러지더라도 댁들이 얻는 이득은 없어. 기껏해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을 노획하는 게 전부지. 근데 우리가 가진 무기들엔 별로 관심 없잖아.”

최신 무기들이다. 노획해서 판매하면 제법 짭짤할 것이다. 장물인지라 수수료가 제법 들겠지만.

하지만 지금 우리 목적은 해적들을 터는 게 아니었다. 고대 유적에 잠들어 있는 유산은 이것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대로 싸우다 죽고 싶지 않다고. 다른 놈들 좋으라고 소모품 노릇을 해라? 개소리. 그렇게 희생정신이 철철 넘쳤다면 강릉 군도로 오지도 않았어.”

“용건을 말해라.”

“그레이트 코리아의 고대 유적을 찾고 있지? 우리가 그쪽에 협력하겠어. 대신 우리에게 그 정보를 알려줘."

“무슨 소리를 하냐 했더니… 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군요.”

오르시아의 차가운 목소리는 얼음송곳처럼 날카로웠다. 당연했다. 고대 유적에 관한 확실한 정보는 그 자체만으로 천금과 같은 가치를 가졌다.

고대 시절. 아주 찬란했던 인류 문명. 그 위대한 시절의 편린이 고대 유적에 잠들어 있으니까.

특히나 상온상압초전도체인 LK-99는 정제된 인류 문명을 새로운 경지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도 모를 물질이었다.

그 귀한 정보를 남들과 나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오르시아와 조금 달랐다.

“오르시아 씨. 이번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설마. 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십니까?”

나는 오르시아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오르시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코가 살짝 벌렁거리더니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 이번 일의 중심은 당신이니, 당신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너무 쉽게 물러나는 거 아닌가. 아무래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너희에게만 특별히 고대 유적의 정보를 알려주지.”

"정말이냐?"

우희가 놀란 듯 되물었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짐작한 모양이다.

'고대 유적의 정보를 전부 알려줄 생각은 당연히 없다. 설령 니들 따위가 고대 유적에 입장한다 하더라도… 고대 유적의 보물을 손에 넣는 것과는 별개지.'

고대 유적의 위험도는 상상 이상이다.

모르면 죽어야지. 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악랄한 함정이 기본인 곳.

'이 버러지들을 미끼로 사용하면 내 일이 편해지겠어.'

강릉 군도를 지배하는 3개의 세력. 태백섬, 평창섬, 동해섬. 홍 박사에게 들은 말에 의하면 이놈들은 겉보기와 달리 서로 친하지 않았다.

'서로 싸우게 만들면 우린 힘을 아낄 수 있다. 이게 어부지리라는 거지.'

나는 우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고대 유적의 입구를 여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작업을 위해 섬을 돌아다니고 있지.”

“……거침없이 행동하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만. 입구를 여는 방법은?”

“그거까지 자세히 알려줄 생각은 없다. 꼬우면 덤비던가."

우우웅.

마나가 흔들린다. 나를 중심으로 냉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따뜻한 날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서늘한 냉기에 해적들이 몸을 떨었다.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우희가 양손을 들었다.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좋아. 그렇게 해. 우린 댁들과 싸울 생각이 없어. 고대 유적의 입구를 연다는 정보. 그건 확실하지?”

“속이 뻔히 보이는 정보구만, 강릉 군도가 개판이 되겠어.”

“모른 척한다는 선택지도 있다만."

"농담이지?"

우희가 피식 웃었다. 그녀 주변에 있는 수백 명의 부하들. 과연 여기에 첩자가 없을까. 이들 앞에서 말한 순간부터 상황을 덮는 건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모른 척해도 결국 전쟁은 터질 테지. 그 빌어먹을 트레저 헌터부터 시작된 일이 전쟁으로 끝나겠구만."

우희의 눈빛이 변한다. 나는 그녀에게서 군인의 분위기를 느꼈다. 우희는 군인 출신일 것이다. 그것도 꽤나 높은 계급의 장교 출신.

“트레저 헌터?”

미간을 찌푸린다. 크고 작은 섬에 있는 보물과 뛰어난 물건들을 가져간 그놈.

“아. 그놈의 정보로 찾아온 게 아니었나? 뭐,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니 말해주지. 몇 년 전에 강릉 군도를 들쑤셨던 트레저 헌터가 그레이트 고대 유적의 정보를 중소기업에 팔았거든. 꽤 신빙성이 있는 정보라 판단했는지 여러 기업들이 강릉 군도에 끼어들며 개판이 된 상태지."

그 기업들이 강릉 군도의 해적들을 지원해 주고 있다.

뭐, 아무래도 좋았다.

결국 고대 유적의 보물은 내 손에 들어올 테니까.

우리는 우희를 지나쳐 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희가 부하 몇 명과 뒤를 따라왔다. 무시했다. 오히려 보여줘서 확신을 심어 주는 게 더 낫다.

[염력]

염력 마법으로 바윗덩어리를 움직였다. 쓸모없는 바위는 갖다 버리고, 바위 아래에 숨겨져 있는 작은 상처 표식에 따라 바위들을 배치한다. 9개의 바위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 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릉.

강릉 군도의 아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였다.

“이런 미친. 이딴 조건이 있었다니…. 모르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종류잖아. 이건.”

경악하는 우희와 그 부하들을 무시하고 다음 섬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르시아 씨. 저 섬으로 텔레포트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텔레포트로 그다음 섬으로 이동했다. 이번 섬의 퍼즐은 동서남북 끝에 홀로 떨어져 있는 나무를 불태우는 것.

“굳이 저 여해적의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습니까?”

“고대 유적에는 온갖 위험이 있습니다. 해적들을 미끼로 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쓸데없는 충돌을 피해 힘을 아낄 수 있습니다. 오르시아 씨가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고대 유적의 정보를 알고 있는 우리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니까요."

“과연, 믿겠습니다.”

나무를 불태우니 섬 중앙에 숨겨져 있던 보물 상자가 툭 튀어나왔다.

“보물상자?! 두근거리는걸. 나 이런 거 정말 좋아해!”

숨어 있던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보물상자에 성큼 다가가 검지로 상자의 자물쇠를 가리켰다.

검지 앞에 생성된 물이 열쇠 구멍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철컥.

자물쇠가 열린다.

보물상자 안에는 빛나는 물약이 하나 있었다. 유리병 안의 액체가 별처럼 빛나는 것이다.

“이 영악은 제가 가지겠습니다.”

단호함을 담아 말했다. 이 영약은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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