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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96화 (1,976/2,000)

< 2196화 > 2196. 다크 문

초능생물 연구소.

그곳은 그들이 상상했던 곳과 많이 달랐다. 연구소라하면 청결하고 깨끗하며 최신 설비 가득한 곳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허나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건 최신 기술 대신 오컬트가 가득한 곳이었다.

피로 그린 듯한 마법진, 말라비틀어진 도롱뇽인지 개구리인지 모를 생물의 시체, 알 수 없는 방울, 썩은 나뭇가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책과 사악함이 느껴지는 옷과 장식품.

“이 미개한 것들은 뭐야. 현직 마법사들도 보면 기겁할 정도의 공방이로군.”

아만이 투덜거렸다.

홍 박사는 그의 말에 공감하는 대신 연구소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연구소 안쪽에 있는 문을 발견했다. 노란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피비린내 나는 문.

이 문 안에 무언가가 있다.

“홍 박사! 여기 책상 위에 있는 종이들 해석할 수 있나? 내가 봤을 때 이게 자료인 것 같군.”

홀린 듯이 멍하니 문을 바라보고 있던 홍 박사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 주십시오.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이건."

“내용이 뭐야? 못해도 1억 크레딧의 가치는 있겠지?”

“악마! 초능생물이란 악마와 천사와 같은 존재들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레이트 코리아는 악마와 천사를 연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뭐,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 다른 나라도 악마와 천사를 몰래 연구하잖아."

“이건 연구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자기 손으로 악마를 만들려 했단 말입니다! 미친놈들! 역사 적으로 악마로 인해 멸망한 국가가 몇 개나 있는데…! 핫, 설마 그레이트 코리아의 멸망의 원인에도 악마가…?!”

“시발! 개쩌는 연구 자료라는 거잖아! 샘플! 샘플은 혹시 저 방에 있나?!”

느닷없이 흥분한 아만이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홍 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아는 아만은 거칠어도 냉철한 인물이었다. 해적 두목인 만큼 나름의 카리스마도 갖춘 인물. 그의 반응은 뭔가 이상했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인생에도 빛이 들어오는구만!"

“머, 멈추십시오! 이 방에 들어가선 안 됩니다!”

“닥쳐, 홍 박사!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여기라고! 이 안에 있는 샘플은 내 거다!”

아만이 앞을 막은 홍 박사의 어깨를 잡고 내쳤다.

“악! 다, 당신은 지금 악마에 홀렸습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악마가 아니라 찬란한 미래에 홀린 거지."

콰직.

아만이 문을 박살 내듯 열었다.

안에는 검은 것이 있었다. 어린아이 크기의 검은 것. 뿔이 달린 그것의 두 눈은 피처럼 붉었다.

“오, 씨발. 이게 악마? 이상하게 생기긴 했….”

팟.

그의 머리가 허공에 떠올랐다. 길쭉한 악마의 꼬리가 아만의 목을 베어낸 것이다. 악마는 자기 얼굴보다 크게 얼굴을 쩍 벌리더니 떨어지는 아만의 머리를 씹어 먹었다.

“존맛탱."

악마의 시선이 홍 박사에게 향했다. 홍 박사는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저,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진정해."

악마는 거리를 무시하듯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한국인이 되고 싶지? 내가 이뤄줄 수 있어. 내가 널 그레이트 코리아의 후손으로 만들어 줄게.”

홍 박사는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다.

“계, 계약을 원하십니까?"

"응."

“대, 대가는…?”

"없어.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왜 저를….”

“변덕이야. 그리고 어차피 나는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게 되어 있거든. 그럴 바에 마지막으로 네게 자비를 베푸는 게 낫지.”

“여기서 죽는단 말입니까? 당신 같은 존재가?”

“그레이트 코리아는 만만한 인간들이 아니야."

“……계약을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널 먹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 계약자를 찾겠지?”

“선택지가 없는 거군요. 저를 어떻게 한국인으로 만들어 주실 겁니까?"

“나는 생물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네 유전자를 K-DNA로 바꿔줄게. 인공지능도 널 토종한국인으로 볼 거야. 뭐, 아무리 그래도 K-DNA가 90%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 특급 한남은 한국인 중에서도 매우 드물거든.”

“조, 좋습니다. 계약하겠습니다!”

악마가 손을 내밀었다. 홍 박사는 조심스레 악마의 손을 잡았다. 선택지가 없었다. 계약하지 않으면 죽을 테니.

손을 잡는 순간 악마의 존재가 그의 안으로 들어간다.

악마가 웃으며 그의 머릿속에 속삭였다.

-속았네?

"어?"

홍 박사의 몸이 변한다. 그의 피부가 검게 물들고 크기가 커진다. 눈동자가 갈라지더니 4개가 되었고, 머리에는 검은색 뿔이 자랐다. 커진 손과 발톱에는 힘이 넘쳤다. 자라난 꼬리는 빙글빙글 자랐다.

“나는… 한국인이 될 거다.”

괴물이 된 홍 박사가 중얼거렸다. 이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억 일부가 변하긴 했으나, 문제 될 건 없었다.

“한국인이 되려면… 한국인을 먹어야지. 킁킁. 한국인의 냄새가 난다."

악마가 된 홍 박사는 어딘가로 향했다.

천장에서 무장한 기업 직원이 쏟아진다.

내가 마법을 캐스팅하기 전에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위로 뛰어 병사들을 상대한다. 그녀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물로 이루어진 칼날이 채찍처럼 허공을 어지럽혔다.

“유진 씨. 서쪽 방면에서 대규모 병력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오르시아가 말했다. 안경은 벗은 그녀의 눈은 은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일렉트릭 디텍션]

마법으로 전자기파를 사방에 뿌리며 탐지를 시작했다.

오르시아의 말대로 대규모 병력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300 이상. 느껴지는 기운은 크지 않다. 수가 많은 만큼 질이 떨어진다.

대규모 마법 한 방이면 쓸어버릴 수 있는 놈들.

하지만 저들이 신식 무기와 방어구를 갖추고 있다면? 그것도 대마 무기로? 알아차린 이상 바로 쓸어버려야 한다.

“저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저는 공간 마법으로 빠르게 행동할 수 있으니 그편이 더 효율적입니다.”

“오르시아 씨는 탈출에 집중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괜찮습니다. 그 정도의 여력은 남길 테니. 유진 씨는 저 여자를 도와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무리하지 마십시오."

오르시아가 텔레포트를 사용해 사라졌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병사들은 닌자에게 썰리느라 내게 시선을 주지 못했다. 그들이 흘린 피와 내장, 고깃덩어리가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다. 인간이었던 그것들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더니 저주 술식이 되어 내게 달려들었다.

[라이트닝 그랩]

파지직! 마법 전류가 흐르는 손으로 저주를 쳐냈다.

“숨어 있는 거 알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라, 흑마법사."

“감이 좋군. 공간계 마법사도 알아차리지 못한 내 은신술을 꿰뚫어 볼 줄이야."

두 눈 아래에 짙은 다크 서클이 있는 남자였다. 입고 있는 하얀 정장은 흑마법사답지 않게 깔끔했다.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게 아니라 무시한 거다. 그녀에게 있어 너 같은 놈은 눈에 차지도 않는 쓰레기니까.”

“하하. 생리라도 오셨나? 예민하게 구는군. 그게 아니면 내가 두렵나?"

“무서워 죽을 것 같으니 눈앞에서 치워야겠군.”

[라이트닝 스피어]

무영창으로 시전된 번개의 창이 흑마법사에게 날아간다. 흑마법사는 시커먼 연기 같은 손으로 번개의 창을 받았다. 번개의 창의 크기가 작아지더니 사라진다.

'…흡수?'

“좋은 거 알려줄까? 이미 여기에 좌표가 찍혔다. 곧 있으면 기업의 전투 병력이 투입된다. 7급 공간계 마법사를 믿고 있다면 포기해라. 아무리 하이텔 학파의 후계자라도 대마 장비에 억제되면 도망칠 수 없다. 포기해라. 목줄이 잡히더라도 이승에 붙어 있는 게 더 낫지 않나.”

흑마법사의 목에 무언가가 있는 걸 확인한다. 평범한 넥타이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금속의 목걸이다.

“어쩌다 기업에 저당 잡혔지?”

“평소처럼 의뢰를 받았지. 근데 알고 보니 중개업자가 날 팔아넘겼더군. 살기 위해 이걸 차야 했지. 내가 불쌍하나?”

“얼마나 병신이면 중개업자에게 당하는 거냐. 웃음도 안 나오는군.”

“너무 맞는 말이라 반박도 못 하겠군.”

놈이 검은 손을 흔들었다.

파지직.

검은색의 전류가 튀었다.

‘흡수한 라이트닝 스피어인가?'

대응하려는 순간, 시야가 암전됐다. 새까맣다. 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저주다. 시야를 빼앗겼다. 검은 번개는 페이크였군.'

아주 짧은 한순간 내 신경을 빼앗은 틈에 저주를 걸었다. 대단한 놈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굳이 시야에 집착하지 않았다.

탐지 마법은 아까부터 계속 발동 중이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진다.

소리 없이 흑마법사가 다가온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저주에 반응하기 힘들다곤 하나 이렇게 대놓고 거리를 좁힐 줄이야.

날 얕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주머니에서 쇠구슬 1개를 꺼내 던졌다.

[플라즈마 배터리]

쇠구슬이 파란빛을 내며 방전했다. 압축된 전류를 통제해 방향을 흑마법사에게 설정한다. 수백 개의 번개 줄기가 놈에게 쇄도했다.

"이런."

흑마법사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오른손으로 눈가를 매만졌다. 파지직. 뇌전이 튀며 시야를 빼앗은 저주를 태운다.

“블라인드가 하급의 저주이긴 하나… 그렇게 손쉽게 해주 할 수는 없을 텐데."

“조잡한 저주라 고생할 것도 없군.”

“너무하는군. 혹시 흑마법을 연구한 적 있나?”

지금도 연구 중이다. 라고 대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까딱였다. 주변에 남아 있던 전류가 내 의지에 따라 모여 망치의 형태를 취하더니 흑마법사를 후려쳤다. 흑마법사는 주춤거린 게 전부. 아예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 옷. 재료가 뭐지? 조금 탐나는군.”

“글쎄, 특수 합금을 연금술을 이용해 섬유의 형태로 만들었다고 하더군. 항복하면 너도 입을 수 있다.”

전격은 잘 안 통하는 것 같다.

한 번 얼려볼까. 빙결계 마법을 떠올릴 때였다. 감각에 거대한 존재가 걸렸다. 위치는 천장. 서둘러 고개를 들어 올린다.

쾅!

폭음과 함께 인비저블 블레이드가 지상에 처박혔다. 사이버 슈트 일부는 박살 났고, 가면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천장에는 꼬리와 뿔이 달린 괴물이 한 손으로 매달려 있었다. 다른 손에는 인간을 붙잡고 뜯어먹고 있다.

흑마법사가 갑자기 나타난 괴물을 보며 당황했다.

“아, 악마?!"

으적으적. 꿀꺽.

괴물은 나를 보며 말했다.

“찾았다. 한남!”

겉모습은 알고 있는 것과 달라도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인공 악마

건들지도 않은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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