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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199화 (1,979/2,000)

< 2199화 > 2199. 다크 문

천사가 되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났다.

그것은 이룰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진정한 자유를 맛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허나 감각을 집중하면 육체의 감각이 느껴진다. 지금 내 상태는 육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모순적인 상태였다.

벨리악은 움직임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한 움직임이다.

"하, 한남?"

또 한남 타령인가. 어처구니없는 놈이다. 나는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오르시아에게 말했다.

“오르시아 씨. 전투의 여파로부터 인비저블 블레이드를 지켜주십시오."

오르시아도 내상을 입긴 했으나 전투 여파를 막는 정도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르시아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혹시 원래부터 천사이셨습니까?"

10급 마법 앱솔루트 폴리모프를 알아보지 못했나? 이해는 한다. 워낙 고등급의 마법이고 상식적으로 그런 마법을 쉽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닙니다. 설명은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파지지직.

벼락 줄기로 이루어진 푸른 날개를 펼친다. 내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는 이 날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하늘을 날기 위한 기관이라기보다는 힘의 형성체에 가까웠다.

힘을 사용해 벨리악을 향해 쇄도한다.

“기분 나쁜 놈...!”

벨리악이 기겁하며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 또한 주먹으로 맞받아친다. 지금의 나는 천사니까. 천사의 힘이라면 정상이 아닌 벨리악의 주먹 정도는 어렵지 않게 받아치는 게 가능하리라 판단했다.

콰드득!

오판이었다. 내 주먹이 박살 났다. 벨리악의 주먹 또한 상처를 입었으나, 완전히 부러진 내 주먹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처참하게 부러진 주먹에서 은은한 빛이 피처럼 흘러나왔다. 천사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신성 마나다.

그것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상위 존재라 할 수 있는 천사가 되며 고양되었던 감각이 한순간에 가라앉는다.

'천사가 되었다 하더라도 내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다.’

“흐흐흐.”

벨리악이 실실 웃으며 입을 쩌억 벌린다. 날 먹어 치우겠다는 의도가 가득했다.

파지지직!

날개가 빛나며 에너지를 터트린다. 순식간에 놈을 떨쳐내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역겨운 놈...."

벨리악에 대한 혐오감이 차오른다. 본능에 가까운 감정. 아마도 그건 지금 내가 천사이기 때문이리라.

힐끗. 부러진 손을 바라봤다. 신성 마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신성마나.

신앙으로 가공된 마나. 신성 마나는 신앙을 가지거나, 특별한 혈통을 타고나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마나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양쪽 모두에 가깝다. 천사가 특별한 건 두말할 것도 없고,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하고 있으니까.

“힐."

3급 신성 마법을 사용한다. 부러진 팔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마어마하게 좋아 보이는 마법이지만... 힐의 경우 중상인 대상에게 통하지 않고, 회복 대상의 체력을 소모하는 단점이 있었다.

'제대로 된 술식을 짜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술식 없이 사용한 신성 마법. 이걸 마법이라 할 수 있나?'

천사는 원래 이런가? 그게 아니면 내가 특별하나? 어느 쪽이든 이 힘은 내게 큰 도움이 된다.

“너, 기분 나쁘다.”

벨리악이 무릎에 힘을 주더니 하늘에 날고 있는 내게 뛰어오른다. 나는 날개를 파닥이며 옆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직후, 반격을 위해 신성 마나를 손아귀에 모아 마법으로 발현하려는 순간이었다.

'...마나가 부족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천사로 폴리모프 하기 전부터 내 마나를 바닥을 기고 있었다. 천사가 되고 빠른 속도로 마나가 회 복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부족했다.

'벨리악은 생물을 잡아먹고 힘과 체력을 회복한다. 천사인 나는 불가능한가?'

잡아먹을 수 있는 생물은... 오르시아와 인비저블 블레이드. 아무리 급하더라도 내가 그녀들을 잡아먹을 리가.

'잡아먹을 대상이 꼭 생명이어야 하나?'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등에서 줄기차게 뻗어 나오는 번개 날개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올렸다. 부서진 벽 속에 있는 전 선이 보인다. [썬더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이용했던 세빛둥둥섬의 전력이다.

'에너지로 쓸 수 있을 것 같군.'

흐르는 전기를 지배한다.

전선에서 전류를 끄집어내어, 날개로 흡수한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진 이능 중 하나를 깨달았다.

정기 흡수.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해 자신의 생명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능력.

'벨리악이 인간을 잡아먹는 것과 비슷한 능력이라 할 수 있지.'

벨리악은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탱탱볼처럼 바닥과 벽, 천장을 밟아대며 내게 달려들었다.

전류를 흡수하는 게 최우선으로 두고 놈의 공격을 피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방어막을 펼쳐 공격을 막아냈다.

“홀리 배리어."

신성 마나로 펼쳐진 배리어는 벨리악의 공격을 막아냈다.

“삐빅! 전기 도둑! 도둑질을 당장 멈추십시오!"

“닥쳐라. 나는 특급 한남이다. 내겐 세빛둥둥섬의 전기를 쓸 권리가 있다.”

“삐빅! 당신은 한남이 아니라 천사입니다! 천사 유지니우스! 전기 도둑질을 멈추십시오!”

인공지능의 말을 무시하고 전기를 계속 흡수했다. 세빛둥둥섬 어딘가에서 발전기가 계속 돌아갈 테니 전기가 없어 세빛 둥둥섬이 바다에 가라앉을 일은 없다.

"크으으으…."

벨리악은 내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자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그러다 돌연 놈의 시선이 내게서 떨어져 오르시아 쪽으로 향한다. 벨리악이 입맛을 다셨다.

‘그녀들을 노린다? 안 되지.'

전력을 흡수하는 걸 관두고 벨리악을 삿대질했다.

“홀리 썬더."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온 황금빛 번개가 벨리악에게 작렬한다. 순수 위력만 따지면 썬더 볼트만도 못하다. 허나 이 번개는 신성 마나로 우리어진 번개였다.

“크아아아아!”

벨리악이 고통을 토하며 바닥을 빙글빙글 뒹굴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놈에게 날아갔다. 신성 마나로 온몸을 감싸며 놈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신성 마나로 강화한 몸이다. 아까처럼 쉽게 부러질 일은 없었다.

“홀리 썬더! 홀리 펀치! 홀리 킥!"

신성한 공격을 악마에게 퍼부었다.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그 강력하던 벨리악은 신성 마나에 쥐약처럼 굴었다.

가끔 벨리악의 마력이 튕겨 나와 나를 공격했으나, 그 빈도는 적었다.

'악마에게 신성 마나가 상극이듯, 천사에게도 마력은 위험한 힘이군.’

그래도 유리한 건 나였다. 벨리악은 자신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지성이 뛰어나지 않으니까.

퍽! 퍼억! 퍽!

일방적으로 구타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슬슬 끝장내볼까.'

파직, 파지지직.

황금빛 뇌전이 내 손아귀에 모이며 창의 형태를 취한다. 신성 마나를 잔뜩 사용해 만들어 낸 번개의 창. 이 성스러운 번개 창이면 벨리악을 죽이는 데 충분하리라.

완성된 창을 움켜쥐고 놈의 심장에 꽂아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쾅! 놈의 몸에서 마력이 폭발하듯 터지며 나를 밀어냈다. 날개로 공중에서 균형을 잡은 나는 번개창을 휘둘렀으나, 놈은 위로 점프해 천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저돌적으로 덤벼들던 놈이 튀었다고?”

죽음이 가까워지니 갑자기 이성이라도 생긴 건가. 의문을 뒤로하고 놈을 쫓아 위로 솟구쳤다. 오르시아와 인비저블 블레 이드는 여기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이다.

위로 나온 나는 엉망이 된 세빛둥둥섬을 확인했다.

무너진 빌딩, 잔해로 가득한 도로와 그을린 잿빛 공원.

멸망한 도시 풍경이 이곳에 있었다.

'놈은 어디 갔지?'

파지직.

번개 날개가 한차례 파닥인다. 전자기파가 사방으로 뻗어가며 세빛둥둥섬을 스캔한다.

벨리악을 감지했다. 그리고 감지된 건 놈 혼자만이 아니었다.

세빛둥둥섬의 외곽 쪽, 이쪽으로 몰려오는 수천 명의 인기척이 감지되었다.

'흑마법사가 말한 기업의 병력이군.’

벨리악은 도망친 게 아니었다. 인간을 잡아먹어 체력을 회복하고 힘을 얻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나는 벨리악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세빛둥둥섬으로 출동한 기업들의 병력은 총 1,783명이었다. 기업 하나에서 파견된 병사가 아니다. 그레이트 코리아의 고 대 유적을 얻기 위해 일시적인 동맹을 맺었다. 그들의 목적은 적들을 섬멸하고 세빛둥둥섬의 권리를 얻는 것.

식별 번호를 지운 5대의 비행선이 세빛둥둥섬 외곽에 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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