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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204화 (1,984/2,000)

< 2204화 > 2204. 다크 문

암브락이 멈칫했다.

발전기 분야는 레이썬 학파의 주요 먹거리였다. 레이썬 학파가 운영하는 발전소가 레이썬 학파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외의 분야에도 발을 뻗치고 있긴 하다.

“LK사는 단순히 초전도체만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군요. 소형 발전기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입니까?"

“네 개인적으로 발전기에 관심이 있어서 말입니다. 이참에 판매도 하고 싶습니다.”

“...이해합니다. 전격계 마법사라면 발전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요. 초전도체를 활용한 발전기라면 후발주자로 출발 하더라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테지요.”

나는 물끄러미 암브락을 바라봤다. 결국 결정을 내리는 건 학파의 후계자인 그였다. 암브락은 입술을 몇 번 달싹거리다가 내게 질문했다.

"...대형 발전기와 발전소에 관심 없는 건 확실합니까?"

“레이썬 학파와 발전기 분야에서 경쟁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레이썬 학파와 손을 잡기 위해 찾아온 겁니다. 초전도체의 가치는 말하지 않으셔도 알 겁니다. 앞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초전도체가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대형 발전기와 발전소에 관한 관심은 접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신 초전도체의 물량을 받았으면 합니다. 생산량이 어떻게 됩니까?"

“지금 당장은 하루 5톤이 한계입니다. 그중 2할인 1톤을 레이썬 학파에 우선적으로 판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계약하지요."

“시원하시군요.”

“초전도체가 눈앞에 있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요. 아, 제가 충고 좀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경청하겠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마도 협회와 의회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레이썬과 하이텔만으로는 LK사를 보호하기 힘들 것 같군요.”

“안 그래도 이후에 마도 협회랑 네오 원탁 의회랑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런 주제넘은 참견이었군요."

나는 이후에 마도 협회와 네오 원탁 의회를 만나 계약을 체결했다. 그들에게도 각각 10%의 지분을 판매했다. 의회는 회사의 지분을 더 원했지만, 마도 협회가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계약을 체결했다.

'마도 협회와 네오 원탁 의회. 둘이 같이 만나기를 잘했군.'

아마 하에틸 학파와 레이썬 학파와 미리 계약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지분을 뜯겼을 것이다. 내가 고위 마법사라는 것도 도움이 됐다.

LK사의 창립을 알리기 위한 기자 회견 일정도 잡혔다.

대리인을 세워도 상관없지만, 직접 나가서 발표하기로 했다. 인지도를 얻기 위해선 대중 앞에 나서야 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선 나라는 존재를 알려야 한다.

준비된 회견 장소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기자들은 당연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원들도 나타났다. 초전도체의 존재에 몸이 달아 조금이라도 빨리 나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LK의 대표 유진 마이어입니다. LK사가 판매할 LK-99는 상온상압초전도체입니다. 초전도체의 검증은 레이썬 학파가 진행했습니다. 검증 결과는 상온상압초전도체로 인증되었습니다.”

레이썬 학파의 이름값 덕분에 초전도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도 조용했다. 이름 있는 기업에는 이미 샘플이 들어간 상태다. 저들도 초전도체가 진짜배기란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복제하려했겠지만 실패했을테지.

“울티멧의 헤이즐 기자입니다. LK-99를 대표님께서 직접 개발하신 겁니까?"

동그란 안경을 쓴 갈색 머리의 여자가 첫 질문을 던졌다.

“아닙니다. LK-99는 그레이트 코리아의 유산입니다. 고대 유적에서 그 흔적을 찾았고, 저는 레시피를 복구했을 뿐입니다.”

“LK-99의 레시피를 공개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특허도 등록하지 않았던데요.”

“레시피는 저만의 것입니다. 특허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다른 기자분들도 궁금하신 게 많은 모양이군요. 질문권은 공평하게 드리겠습니다.”

나는 다른 기자를 가리켰다.

"초전도체의 생산량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기업과 손을 잡고 생산량을 극대화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조금 더 길게 답변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생산과 관련된 질문에는 회사 기밀이 관련되기에 상세히 답변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기세를 뿜으며 딱 잘라서 말했다.

기자들은 대부분 일반인이었다. 고위 마법사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는 핍박이라 할 수 있지만... 그걸 증명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기세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LK-99를 원하는 기업이 줄은 선다고 들었습니다. LK사의 판매 젼락과 LK-99의 판매가는 어떻게 됩니까?”

“LK사는 무작정 LK-99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내부 기준에 충족하는 기업에 한해 판매할 것입니다.”

내부 기준은 당연히 나와 투자자들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나 마도 협회와 의회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건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장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LK-99의 판매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협상을 통해 판매가가 정해질 것입니다.”

그 후에도 기자들에게 성실히 답변하며 성공적으로 회견을 끝마쳤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게 대부분이지만... 원래 기자 회견이란 건 이런 법이다.

나는 그 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받은 투자금으로 B 구역에 작은 빌딩을 구매하고 직원들도 구했다.

급하게 구한 직원인지라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하고 최대한 높은 스펙만 확인했다. 아마 대부분 산업 스파이일 것이다. 이 후에 솎아낼 예정이다. 급할 일은 없다. 핵심인 LK-특수 물질은 내가 직접 관리하고 있으니까.

네오 런던의 귀족과 기업가들을 만나고 다니며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돈만 쫓지는 않았다. 돈 이외의 것도 충분히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

마도 협회와 네오 원탁 의회의 방패는 뛰어나서 대놓고 공격을 받는 일은 없었다. 고용된 용병이 공장에 숨어들거나 나를 협박하는 일은 제법 발생했지만.... 나는 날 노리는 놈을 내버려 둘 정도로 착하지 않았다.

역으로 붙잡아서 고문해 정보를 캐낸 뒤 흉수와 그 가족들을 모조리 죽였다.

2개월 정도 지나자 회사가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LK-99의 등장으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 유독 조용한 곳이 있었다.

네오 런던의 메이드 아카데미였다. 메이드 아카데미는 초전도체의 등장에도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허나 LK-99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메이드 아카데미의 메이드는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다. 사회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메이드의 일 중 하나였다. 메이드들은 조용히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했다.

"주식 시장이 요동칠 거야. 초전도체가 쓰인 전자제품의 가치가 확 오를 테지.”

“LK사의 지분을 네오 런던 의회가 가지고 있다면서요? 의회는 군대에 관심이 많으니... 군수 회사의 주식이 오르겠어요.”

“다 틀렸습니다. LK사와 계약한 회사만이 성장할 겁니다. 그 외의 회사의 가치는 결국 곤두박질칠 겁니다. LK사의 행보 를 집중해야 합니다.”

“LK사는 소형 발전기 시장에 진출을 예고했고... 그 외의 분야는 조용하군요.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대표인 유진 마이어는 유리아 양의 후원인이 아닌가요? 유리아 양. 혹시 LK사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들으신 게 있으신가요?"

조용히 앉아 오늘자 신문을 읽고 있던 유리아에게 시선이 쏠렸다. 유리아는 신문을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그 단순한 행동에도 우아함이 느껴져 일부 메이드가 탄성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회사와 관련된 정보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리아는 LK 사의 내부 정보를 샅샅이 알고 있었다. 유진이 그녀에게 자문을 자주 구하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런. 저희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기밀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마음이 들뜨는 바람에 실수를 저질렀어요. 죄송합니다, 유리아 양."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마음인지 저도 잘 아니까요.”

유리아가 고개를 들어 올려 천장의 전등을 바라봤다.

"조만간 전등을 교체하는 일이 유행할지도 모르겠네요.”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 그렇군요. 전등이라. 교체할 때가 되긴 했죠."

“유행이 될 정도라면.... 음....”

“고마워요, 유리아 양. 아무튼 고마워요.”

유리아는 조용히 웃었다. 이 정도 정보는 알려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곧 대중에 알려질 테니까. 이런 작은 정보들로 그녀들의 환심을 사면 더 이득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메이드들은 오전 9시 정각이 되자마자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입을 다물었다. 강의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이윽고 강의실 문이 열리고 교관 메이드가 나타났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네. 좋은 아침입니다, 교관님.”

“오늘은 여러분에게 알릴 일이 있어요. 열흘 후, 여러분은 각각 현장 실습에 임합니다. 일주일 동안 귀족가에 메이드로서 일하게 됩니다. 실습이라도 노동은 노동. 급료가 주어질 것입니다. 아카데미의 메이드로서 부끄럼 없이 행동하십시오.”

메이드들은 한마음 한뜻이었다. 올 것이 왔다. 마음속으로는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냉정과 품위를 유지했다.

“질문 있으신가요?"

교관의 말에 메이드들이 우후죽순 손을 들었다.

“네. 줄리엣 양.”

“어느 귀족가에서 일하는지 미리 알 수 있나요?"

“공평함을 위해 당일에 알려드립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유서 깊은 가문들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실례가 되지 않도록 용서하세요. 에밀리 양, 질문하세요."

“현장 실습에 평가가 있다고 들었어요. 평가 기준은 어떤가요?"

“평가 기준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웠던 것을 활용하면 평가 점수는 낮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임하세요. 리네 양. 질문하세요.”

“현장 실습 기간 중 다크 문이 떠오르는데... 설마 몬스터 사냥도 메이드의 일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메이드의 일은 귀족가에 따라 다르니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귀족가에는 여러분의 정보가 이미 전해졌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맡기진 않을 겁니다. 다음 질문은 없는 듯하군요. 오늘은 디바인 프랑스의 역사를 강의하겠습니다. 바게트의 역사는 조잡하고 지루합니다만, 알아두면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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