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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208화 (1,988/2,000)

< 2208화 > 2208. 다크 문

엘자는 리디아와 만나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엘자는 리디아로부터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리디아는 놓치기 아까운 인재가 맞다. 허나 리디아 정도의 인재는 그녀 주위에 충분히 있었다.

‘그래도 다루기 어려울 것 같지는 않네.'

남 주기에 아까운 인재인 건 맞으니 기회가 되면 포섶할 것이다.

다음은 왕실이 주목하고 있는 인재인 유리아 그레이스와의 만남.

엘자는 방 안으로 들어오는 유리아를 보고 멈칫했다. 옆에 있는 아그네스의 말이 맞았다. 유리아의 첫인상은 완벽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완벽한 메이드라는 말이 떠나지 않는다.

사람 보는 눈에 자신 있는 엘자는 유리아가 탐이 났다. 유리아가 자신을 보좌해 준다면 모든 일이 풀릴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엘자는 유리아와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첫인상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유리아의 짧은 인사도 마음에 들었다.

엘자는 우선 유리아를 칭찬했다. 사람으로서 칭찬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딱딱한 분위기를 말랑하게 만들 때는 상대가 좋아하는 말을 하면 된다.

“유리아 양. 메이드 아카메디 내의 성적이 우수하네요. 남들보다 많은 과목을 수업하는데도 성적은 탑 클래스. 마리아 힐턴 학장의 추천서에 적힌 바로는 메이드 아카데미 역대 최고의 천재.”

“과찬이십니다. 메이드 아카데미를 졸업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역대 최고란 말은 아직 이릅니다.”

“아직 이르다라, 자신이 역대 최고의 천재라는 건 인정하는 건가요?"

“공주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까요. 저는 프라임급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가 되지 않는 이상 아카데미 졸업과 동시에 프라임급에 오를 수는 없겠지요.”

메이드 자격증의 등급은 시니어, 더블, 트리플, 플라워, 슈페리어, 로열, 프라임. 프라임은 가장 높은 등급으로 졸업과 동시에 프라임 등급에 오른 메이드는 네오 런던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에 승급 시험을 치러 프라임 등급에 오른 메이드는 있으나, 유리아는 단번에 프라임 등급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다.

“유리아 양은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하는군요. 쉽지 않은 목표네요.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 테죠. 저는 유리아 양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공주 전하. 말씀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왕실이 그대를 탐내는 건 알고 계신 가요?"

“...네. 알고는 있습니다.”

“저도 그대를 원해요. 아카데미를 졸업한 것과 동시에 저를 위해 일해주실 수 없으신가요? 왕실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드리죠. 또한 제가 왕위를 계승하는 날... 그대도 저와 함께 버킹엄으로 떠날 것을 약속드리죠.”

여기서 버킹엄이란 버킹엄 궁전을 가리킨다. 네오 런던의 국왕이 거하는 곳. 버킹엄 궁전이 곧 왕실이다.

“제안은 감사드립니다만, 제게는 이미 모셔야 할 주인님이 계십니다.”

“... 후원자인 마이어 준남작을 말인가요?"

“네. 그분이 저의 주인님입니다.”

“마이어 준남작이 초전도체를 갖고 있다 해도... 유리아 양이 준남작을 따르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준남작과 만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잖아요. 준남작이 유리아 양을 후원해 줬기 때문인가요? 저는 준남작의 후원의 몇 배를 해드릴 수 있어요."

“공주 전하. 저는 후원 때문에 주인님을 모시는 게 아닙니다. 후원이 없어도 주인님을 모실 겁니다. 그분이 저의 주인님이 니까요."

“......뭐 때문이죠? 시원하게 말해줄 순 없나요?”

유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유진과의 기억이 머릿속을 한차례 스쳐 지나갔다. 이 세계에선 말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유리아 양의 확고한 마음만 확인했네요. 유리아 양, 이 질문에는 큰 의미가 없으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흘러 들어도,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요. 개인적인 궁금증이니까요.”

“네. 질문하세요."

“유리아 양은 마이어 준남작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나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준남작이 유리아 양에게 죽음을 명령하더라도?"

"기꺼이 죽음을 바칠 것입니다.”

“......네. 좋아요. 만나서 즐거웠어요. 이만 나가보셔도 돼요."

“영광이었습니다, 공주 전하.”

유리아가 방밖으로 나갔다. 엘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리아는 대화하는 순간까지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저 충성심은 진짜다.

“아그네스.”

“네, 공주 전하.”

"유리아 양을 포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마음에 드셨나 보군요.”

“사람 보는 눈은 자신 있어. 아니, 그게 아니어도 유리아 양을 보고 누가 탐내지 않을까. 그녀의 충성심이 내게 향했으면 좋겠어. 방법이 없을까?"

“없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많이 봐왔습니다.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그 충성심의 주인이 사라지더라도 충성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왕실은 유리아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데. 폐하는 인재 욕심이 그득그득하시잖아. 젊었을 적에는 인재를 빼앗으려고 의회와 척을 지신적도 있고.”

“저희와 관련된 일은 아니군요. 폐하께서 마음먹으셨다면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차라리... 준남작을 내게 포섭하는 쪽이 나으려나?"

“주인의 주인이 된다라.... 비교적 현명한 판단이군요. 하지만 준남작도 쉬운 인물이 아닙니다."

“초전도체를 제외하고도 마도 협회 소속의 6급 고위 마법사. 게다가 손속이 잔인하다며?”

“네. 초전도체의 비밀을 노린 용병과 기업가를 직접 찾아내 가족까지 전부 죽였습니다. 음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만.”

“장난 아니네. 고위 마법사 중에 미친놈이 많다지만... 그중에서도 탑급 아니야?"

“글쎄요. 저는 평균이라고 봅니다.”

“적의 가족까지 죽이는 게 평균이야?”

“적어도 실험체로 삼지는 않았습니까. 적이 될지도 모를 가족을 죽이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마법사 세계는 모르겠네. 유리아 양은 준남작의 진면목을 알고 있을까? 알려준다면 정이 떨어지지 않을까?"

"……."

아그네스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엘자를 바라봤다. 허나 불경한 눈빛은 바로 사라졌다.

“공주 전하."

“응. 응. 알고 있어. 나도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유리아 양의 충성심이 고작 도덕심에 흔들리지도 않을 거라는 걸. 답답해서 한 소리야. 답답해서."

엘자는 식은 차를 벌컥벌컥 마신 뒤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유리아 양에 대한 린다의 평가는 어때?"

“만점. 업무에 관해 흠잡을 곳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 더 갖고 싶어지네.”

다음 날 저녁.

벤네비스 공작가의 연회장에 무수히 많은 손님이 몰려왔다.

유리아는 관리실장 린다와 함께 엘자 공주의 뒤를 지켰다. 엘자 공주의 뒤로는 메이드들이 시립해 있었다.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일은 직위가 낮은 메이드들의 일이었다.

엘자는 일찌감치 연회장에 나와 손님들을 맞이했다. 오늘 찾아온 손님 중에는 공주인 그녀도 무시할 수 없는 거물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우선 주인인 엘자에게 인사를 한 뒤, 연회장 곳곳에 흩어지며 삼삼오오 모여 연회를 즐겼다.

그러면서도 눈치를 본다. 마치 누군가를 찾듯이. 이 자리에 단순히 연회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손님은 없다. 평소 쉬이 만날 수 없는 거물과 말 한마디라도 섞어 눈도장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온 자들이 많다. 그런 자들도 상당히 잘나가는 자들이다.

“이건 뭐지? 탕후루?"

“메이드의 말로는 고대 국가인 트루 차이나의 요리라는군.”

“고대 국가? 초전도체를 개발한 그레이트 코리아와 관련이 있는 건가? 흥미가 돋는군.”

“과일이 보석처럼 반짝이네요. 먹기 쉽게 작은 꼬치에 꽂혀 있고요. 한 번 먹어볼까요?”

와그작.

“오.”

"오옷?"

“어머. 정말 맛있는 디저트네요. 재밌는 식감과 펑 터져 나오는 과즙.. 마음에 들어요.”

“보아하니 설탕으로 코팅한 것 같은데. 너무 달지 않소?"

“아뇨. 딱 적당히 달아요."

탕후루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특히 부모를 따라 찾아온 귀족가 영애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애들은 아예 탕후루 근처에 자리 잡고 수다를 떨었다.

유리아는 탕후루가 네오 런던의 새로운 유행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유진 마이어 준남작께서 입장하십니다!"

시끄럽던 연회장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초전도체 LK-99의 주인의 등장. 사람들의 시선은 입구를 통해 당당히 걸어오는 한 남성에게 향했다.

준남작.

직위만 놓고 보자면 이곳에 모인 사람 중에서 가장 낮았다. 허나 준남작의 직위가 평생 가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다. 곧 정식으로 작위를 받으리라. 그것도 아마 최소 자작 이상의 작위를.

'초전도체의 생산량이 하루 5톤 이랬던가?'

'초전도체만 대량으로 얻는다면... 자기 부상 열차를 구현할 수 있다.’

'계약을. 초전도체 계약을 따내야 해.'

모두가 두 눈을 빛낸다. 허나 아직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유진은 엘자 공주의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유리아는 유진이 등장했을 때부터 멍하니 그를 지켜봤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걸까. 그녀의 시선에는 오직 유진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다. 팔을 벌리면 웃으면서 자신을 안아줄 테지. 그러나 장소가 장소인 만큼 그럴 수 없었다.

유진과 눈이 마주쳤다. 유리아는 전신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다.

두 사람은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로만 의식할 수는 없었다. 유진은 엘자 공주의 앞에 도착하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오늘 연회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자 공주 전하.”

“네오 런던의 명성을 드높인 마법사를 이렇게 만나니 반갑네요, 마이어 준남작. 아니, 이젠 마이어 백작이라 불러야 하나요?"

“......백작 말입니까?"

“아! 제가 이런 실수를.... 아직 공표되지 않은 일이네요. 왕실에서 마이어 준남작에게 백작위를 내리기로 결정했어요. 조 만간 준남작에게 공문이 떨어질 거예요. 놀라시면 안 돼요.”

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공주 전하께서 제게 좋은 정보를 주셨군요.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요. 공주 전하께 선물 하나를 올리겠습니다. 메이드장 으로부터 검증받은 물건이니 놀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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