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0화 > 2210. 다크 문
“잘 보십시오. 제가 얻은 힘의 일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쏴아아아아.
아이작의 몸 주위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그의 힘이 순식간에 공간을 장악했다.
유리아는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육체가 덜덜 떨린다.
'이건… 공포?'
아이러니하게도 육체와 달리 정신은 멀쩡했다. 유리아는 공포를 느끼는 육체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직접 본능에 간섭하고 있군요. 여기선 본능을 느껴야 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처럼 공포를 주입하는 느낌이네요.'
떨쳐낼 수 있었다.
그녀의 육체는 그녀의 통제하에 있었다. 육체가 통제 불능이 되는 건 주인님이 코앞에 있을 때뿐이었다.
'공포를 떨쳐내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힘에 취해 웃고 있는 집사장 아이작과 자신만만하게 지켜보고 있는 윌리엄이 보였다.
그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연기만 약간 해낸다면 윌리엄 왕자를 암살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을 수습할 수 없다는 거지만. 그리고 아직 윌리엄이 적이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마력이군요. 악마와 계약하셨습니까?”
아이작이 놀란 듯 유리아를 바라봤다.
“천재라고 하더니... 바로 알아차릴 줄이야. 맞습니다. 왕자님의 중개로 악마와 계약했습니다.”
아이작이 시원하게 밝혔다. 그래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네오 런던에서 악마와의 계약은 불법이 아니니까.
“...그런 능력을 제게 보여줘도 되나요?"
윌리엄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제 능력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습니다.”
"……."
유리아의 시선이 아이작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그의 등 뒤로. 보이지 않는 어떠한 존재가 아이작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런 벌써 10분이 다 됐군요. 공주 전하께서 기다리실 테니 그레이스 양은 먼저 나가보십시오. 저는 이 와인을 모두 마시고 연회에 참석하겠습니다.”
유리아가 인사하며 떠났다. 방에 남은 윌리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신사답던 분위기가 일변한다. 일그러진 표정에는 짜증이 담겼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면전에서 거절당할 줄이야. 내 체면이 말이 아니군.”
아이작은 마력을 갈무리하며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소매를 정리했다.
“저로서는 그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인지 모르겠군요. 제 마력을 느끼자마자 애처로울 정도로 벌벌 떠는 걸 보시지 않았습니까.”
“유리아 그레이스가 왕실의 주목받는 이유는 재능. 즉, 잠재력에 있지. 내가 듣기로는 지금도 플라워급 자격증은 무난히 취득할 수 있다더군. 왕실이 바보도 아니고 평범한 천재에게 시선을 줄 리 없지.”
“프라임급의 인재라. 지금의 저라면 프라임급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가?"
“저는 계약으로 벽을 넘었습니다. 슈페리어급에 머물 인재가 아니지요. 다음 승급 시험에 힘을 보일 생각입니다.”
“네가? 로열급 정도는 어떻게든 딸 수 있겠지. 하지만 프라임급은 힘만으로 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야. 무력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문가 이상의 수준을 보여야 하지.”
“아, 그렇습니까.”
“뭐냐, 그 까칠한 반응은. 난 네 주인이다만?”
“꼬우십니까? 해고하십시오. 기꺼이 떠나드리겠습니다.”
“......됐다. 넌 일은 잘하니 봐주는 줄 알아."
“그래서 유리아 그레이스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손에 넣어야지. 미모를 봤잖아. 솔직히 메이드복이 아니라 드레스를 입었으면 공주보다 더 공주 같았을걸. 거기에 왕실이. 폐하가 주목할 정도의 재능? 내 옆에서 나를 빛내줘야지.”
“그 단호한 모습을 보셨지 않습니까. 저건 막대한 재물이나 힘을 준다고 해도 회유가 통하지 않는 쪽입니다.”
“다른 방법을 써야지. 세뇌라던가. 베키. 가능하겠어?”
“네. 다만 단기간에 세뇌하는 건 역시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여자, 공포에 떨면서도 정신은 냉정했습니다.”
“정신력이 뛰어나다라. 예상했던 바야. 그렇지 않았다면 왕실이 이목을 이렇게까지 끌지 못했겠지. 카싱.”
“네. 전하."
멀대같이 큰 흑인 집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네가 나서줘야겠어. 베키와 함께 유리아 그레이스를 가져와.”
"최악의 경우, 세뇌도 먹히지 않을 경우 정신이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몸뚱이라도 가져와. 재능은 빼먹어야지.”
지켜보던 아이작이 기가차다는 듯 윌리엄을 쳐다봤다.
“존경하는 윌리엄 왕자 전하. 메이드 아카데미 사태를 잊었습니까? 세뇌도 만능이 아닙니다. 심어 뒀던 첩자가 폭주를 일으켜 괜히 일이 틀어지지 않았습니까.”
“유리아의 정보를 가져오랬더니 유리아를 공격한 거 말이지? 급하게 준비하느라 어쩔 수 없잖아. 베키가 공들여서 세뇌하면 완벽해질거야."
“메이드 아카데미나 왕실이 냄새라도 맡았다간... 왕자님이 지금껏 일군 기반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공주 전하께서 벼르고 계시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아이작. 난 유리아 그레이스를 가져야겠어.”
“...하. 그러십니까. 슬슬 나가지요. 너무 오래 여기에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초전도체를 생산하는 남자와 만난다는 목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놈. 멀쩡하게 생겨서는 사람 막 죽이는 미친놈이라던데?”
“왕자 전하만 하겠습니까. 그는 유리아 그레이스의 후원자이기도 합니다. 둘이 어떠한 관계인지는 자세히 모르나, 함부로 자극하지 마십시오. LK사는 폐하께서도 지켜보고 계시는 회사입니다.”
“알아. 알아. 오늘은 눈도장만 찍고 돌아가자고.”
밤늦게까지 계속된 연회는 자정이 넘어서 그 열기가 점점 식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을 이룬 손님들이 연회장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리아 양. 오늘은 수고했어요. 내일부터 비서실에서 일하게 될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
유리아는 린다의 작은 배려로 다른 메이드들보다 먼저 연회장을 나설 수 있었다. 심지어 공주 전하보다 먼저 말이다.
원래라면 끝까지 거부했을 것이다. 사회생활의 평판은 이런 작은 거 하나, 하나가 쌓여서 완성되니까. 하지만 오늘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저택의 뒤편, 사용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구역으로 향했다. 나무와 저택의 벽이 빛을 가려줘서 유독 어두컴컴한 곳. 다른 사용인들은 연회장에서 바쁘게 일하느라 다른 곳보다 훨씬 조용하고 은밀한 곳이었다.
저벅.
인기척이 느껴졌다. 밤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던 유리아가 뒤로 몸을 돌렸다.
두근.
유리아의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꿈속에서도 그리워하던 주인님이 그곳에 있었다.
“유리아."
“주인님."
서로를 부르던 그들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다가오는 유진을 보며 유리아는 해야 할 말을 골랐다.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을 것이다. 아마 1시간도 되지 않겠지. 그러니 지금 해야 할 말은....
"주인님. 윌리엄 왕자보다는 엘자 공주 쪽이 더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주인님의 뜻에 따르겠지만, 감히 제가 조언하자 면 엘자 공주는 정치 기반 부너.”
와락.
성큼성큼 다가온 유진이 유리아의 몸을 끌어안았다. 유리아가 숨을 삼켰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가 간신히 돌아왔다.
“유리아. 그런 건 나중에 알려줘도 돼.”
“보고 싶었어."
“...네. 저도요."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었다. 유리아는 유진을 마주 끌어안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님은 사랑스럽고 귀엽다. 허나 오늘따라 자신의 모든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했다. 그래서 말하려고 했다.
"……."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절대로 반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 그녀의 입을 막는다.
그래서 다른 말을 했다.
“사랑합니다, 주인님. 언제, 어디서나 애모하고 있습니다.”
유진은 품에 안은 유리아를 살짝 떼어내고 눈을 마주쳤다.
“나도야. 사랑해."
“아.”
사랑해.
너무도 간단한 세글자는 유리아의 이성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다시 이성을 찾았을 때는 유진의 목을 양팔로 휘감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감히 그 숨결과 타액을 탐냈다. 잠시 멈칫거리자, 유진의 혀가 역공을 시작했다.
“우웅...."
유진의 손이 유리아의 허리와 등을 꽉 끌어안았다. 유리아는 유진의 단단한 몸과 체온을 느꼈다. 유진의 손이 허리를 슬며시 쓰다듬는다.
찌릿.
쾌락의 전류가 그녀의 몸을 한 차례 급습했다. 그녀는 치마 속의 팬티가 축축해지는 걸 감지했다.
고작 이걸로? 라고 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인님 앞에서 항상 허접 메이드가 되어버리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건 모두 주인님 때문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주인님에게 길들어졌으니까요. 주인님의 손길 한 번에 아랫도리가 젖어버리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잠시 방심한 사이, 유진이 자신의 혀를 빨아당겼다. 혀가 유진의 입술에 갇혀서 쪽쪽 빨렸다.
'아, 안 돼...!'
이미 늦었다.
쾌락이 그녀의 머리를 때렸다. 그녀는 전신을 떨며 유진의 어깨를 잡았다. 유진이 허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뚝. 뚜욱, 뚝.
그녀의 하반신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쪼옥, 쪽, 유진은 유리아의 입가에 묻은 타액까지 탐욕스럽게 빨아들이고는 입을 뗐다.
“아읏.... 주인님...."
“유리아는 여전하네. 키스에 너무 약하잖아."
“어쩔 수 없어요. 이것도 다 주인님 때문인걸요."
키스만으로 가버리게 된 것도, 허리가 만져졌을 뿐인데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도 모두 유진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조교 되었으니까.
뚝. 뚜욱.
“이게 무슨 소리야?"
“...글쎄요. 네오 런던에선 비가 자주 오니... 나뭇잎에 맺힌 이슬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닐까요?"
“명백히 네 치마 속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치마 올려."
“네.”
절대복종. 거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잡고 들어 올렸다. 하얀 가터벨트 스타킹 사이의 하얀 팬티가 흠뻑 젖다 못해 지금도 물방울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주인님의 키스만으로 가버린 허접 보지 메이드라 죄송해요.”
젖은 팬티는 살갗에 달라붙어 보지 윤곽을 선명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