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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2217화 (1,997/2,000)

< 2217화 > 2217. 경성 2033

여자 꼬맹이가 던진 하회탈은 무거웠다. 표면은 나무가 아닌 금속으로 되어있고 두께는 3cm가 넘었다. 진카66에 적응한 강화 인간이 아니면 쓰기 힘들었다.

“가면을 꼭 써야 하나? 쓰면 답답할 것 같은데.”

내 말에 여자 꼬맹이가 피식 웃는다.

“병신아. 얼굴 팔리면 일상생활도 못 해. 바로 현상금이 억 단위로 걸어버리거든. 가면이 무겁다고 일상을 포기할 거냐?"

“신상이 드러나면 잠임 임무도 하기 힘들어져.”

위도우가 덧붙이듯 말했다.

“그 가면에 방독 기능도 있으니까 그냥 써. 강화 인간이라고 해서 독가스에 면역인 건 아니니까.”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하. 신입이 디자인까지 찾아? 이번 신입은 꽤 뻔뻔하잖아.”

“다른 가면은 없나?"

내가 알기로 가면은 여러 개 있는 걸로 안다. 당장 I컵 여캐, 위도우는 검은색 바탕에 눈이 여러 개 달린 거미 가면을 쓰고, 저 꼬맹이는 아무 장식 없는 무면 가면을 쓴다. 나로서는 가면을 쓸 거면 광대 가면이 편하다. 익숙하니까.

“당장은 그 가면 말곤 없어. 아니면 내 가면이라도 빌려줄까?"

위도우가 거미 가면을 흔들며 물었다.

“됐어. 이거 쓰지 뭐.”

익숙하지 않은 가면을 쓰더라도 내가 적광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원작 주인공도 이 하회탈을 쓰고 활동했다. 어떻게 보면 의미 깊은 물건이었다.

가면을 쓴다. 금속이라 차가운 가면이었다. 좀 답답하지만 버틸 만했다.

“오올. 제법 잘 어울리는데?”

“그러게. 어쩐지 느낌이 있어.”

두 사람의 칭찬.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건가?

“신입. 네 가명은 사냥개야. 알지?"

"하회탈을 썼는데 사냥개라고? 마음에 안 든다만. 그냥 적광이라 불러라.”

“적광은 지랄. 상부는 널 사냥개라 이름 지었어. 목줄을 찼으니 사냥개. 다른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잖아.”

“넌 싸가지가 없으니 이름이 싸가지냐?"

"하, 이 좆만한 새끼 보게? 내가 너보다 5년은 더 활동한 선배야, 이 새끼야. 내 목에 걸린 현상금만 9억 엔이야. 알아?"

꼬맹이가 기관단총을 쥐더니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나는 조용히 지켜봤다. 이 꼬맹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외형과 달리 실제로는 25살인 엄연한 성인 여자다.

"센서."

위도우가 꼬맹이의 가명을 불렀다. 꼬맹이는 혀를 차며 기관단총을 내렸다.

"미안해. 전전 팀원이 죽고 센서가 많이 예민해진 상태야."

“예민해지긴 개뿔. 어차피 이놈도 어중이떠중이 같은데? 유말선 씨가 말하기를. 이 녀석은 독립운동가 가문의 후계자였다며? 말만 독립을 외치는 놈들 말이야.”

“센서. 말만이라도 독립을 외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잖아. 우리는 음지에서 활동하고 그들은 양지에서 활동하는 것뿐이 야. 궁극적인 목표는 같아. 아무리 너라도 독립운동가 욕하는 건 용서 할 수 없어.”

“아, 예. 내가 잘못했네.”

센서가 고개를 획 돌렸다. 위도우는 쓴웃음을 짓는다.

보기에는 위도우가 마치 자애로운 언니처럼 행동하지만.... 나는 원작을 통해 위도우가 더 미친년이란 걸 알고 있다.

위도우. 그건 과부가 아니라 과부 거미를 뜻한다. 의화단 상부에서 그녀에게 이유 없이 위도우라는 이름을 붙여줬겠는가. 과부 거미만큼 악랄하기에 그리 불리는 것이다. 현상금도 센서의 3배 이상인 30억 엔이다.

“우린 네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신입의 첫 임무 생환율은 50%도 되지 않거든. 임무 성공률은 더 아래야. 고작 조폭 두목 하나 처리하는 임무인데 말이야.”

"전전 팀원도 조폭 두목 처치 임무로 죽었나 보군.'

“......아니. 그는 일본제국의 특수부대와 싸우다 죽었어. 전 팀원은 첫임무에서 망설이다가 죽었고, 충고를 해주자면 절 대로 망설이지마. 강화 인간이라도 심장과 머리에 총을 맞으면 죽어.”

위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눈에 힘을 팍 줘야 했다. 안 그러면 눈이 아래로 내려가 I컵 가슴을 보고 있는 걸 들킬 테니까.

“못 하겠다면 못 하겠다고 말해. 훈련장으로 돌아가 다시 훈련을 받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임무 자체는 쉬워 보이는데.”

“그 전 신입도 허세 부리다가 확 갔지."

센서가 이죽거렸다. 나는 그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까 고민했다.

'얘도 주인공 일행이라 얼굴은 제법 괜찮은데.... 위도우 다음으로 따먹을까.'

참고로 센서도 원작 중반쯤에 배신당해 죽는다.

달리던 차가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슬쩍 커튼을 열어 바깥을 확인한다. 종로라고 해도 구석진 자리인지라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려는데 위도우가 손으로 막았다.

“잠깐만. 아무리 이게 첫 임무라고 해도 대책 없이 홀로 보내진 않아. 센서.”

센서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한 손에 볼펜을 쥐고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획획 그린다. 30초도 안 지나서 건물 이 그려졌다.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까지.

이게 센서의 능력. 센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사방 50m를 감지할 수 있다.

"딱 한 번만 말해 줄 테니, 잘 들어 신입. 입구는 하나뿐인 3층짜리 건물이야. 1층 입구에 경비 서는 놈 셋이 있고, 5명은 다른 방에서 대기 중. 2층에 8명. 3층에 11명. 총 29명. 두목은 3층 사무실에 있어. 네 임무는 이 두목을 죽이고 내빼는 거. 두목만 죽이면 나머지는 알아서 사라질 거야. 별거 없는 놈들이니까.”

“그래. 이제 시작하면 되나?"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이 자식 왜 이렇게 급해? 똥이라도 마려워?"

“조폭 두목 하나 죽이는데 거창하게 브리핑까지 해야 하나?"

“어휴, 이 신입 새끼가.... 평범한 조폭 두목이었으면 우리에게 임무가 내려왔겠어? 구일파의 두목 고구일은 일본제국 내각의 끄나풀이야. 야쿠자랑도 엮여 있지. 마약을 유통해 번 돈으로 일본 제국에 보내는 게 저놈의 일이야. 아마 높은 확률로 진카66을 맞은 강화 인간일 거야.”

"……."

센서의 말이 귀에 잘 들려오지 않았다. 곁눈질로 I컵 가슴을 훔쳐보느라 바빴다. 브리핑인지 뭔지 대충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3층 화장실 창문. 이쪽 부근은 경계가 느슨하니까 이쪽으로 들어가. 훈련도 받았으니 3층 정도는 쉽게 기어 올라갈 수 있지?"

“그래.”

“가면 꼭 써라. 거기에 카메라랑 마이크, 스피커 기능도 있으니까.”

많이 무겁더니 있는 건 방독 기능만이 아니었다.

날 막아섰던 위도우가 옆으로 물러났다.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가슴이 출렁인다.

'이 음탕한 년. 온몸으로 따먹어 달라 말하고 있군.'

입맛을 다시며 차 밖으로 나간다. 주위를 둘러본다. 3층짜리 건물. 어딘가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건물로 다가갔다.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힐끔거린다. 금속 하회탈 가면을 쓰고 검은색 일색의 방탄복을 입고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저거 진짜 칼이야?”

“아니, 코스프레 같은데?"

"허벅지에 총도 있잖아. 무슨 캐릭터야?"

-암살자란 놈이 대놓고 걸어? 몸 숨기는 법 안 배웠냐?!

가면 통신기에서 센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일절 무시했다. 봐라. 무장한 채로 대놓고 걸어도 사람들은 신고하지 않고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날 찍긴 하는데... 가면을 쓰고 있으니 상관없었다.

'여긴 한국인데 주변에 들리는 말은 죄다 일본어군. 음. 경성이니 당연한가.'

-3층 화장실로 몰래 들어가라니까. 지금 뭐 하는 거야?!

“난 쥐새끼가 아니다.”

-뭐?

건물 정면으로 당당히 걸어간다.

문지기 세 명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가면? 이놈 혹."

탕탕탕.

3명의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건물 내부와 외부 할 것 없이 소란스러워진다.

"꺄아아아아악!"

“테러다!!”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신고받은 경찰이 여기까지 출동하기까지 빨라도 5분은 걸릴 거다. 설령 출동한다고 해도 일개 경찰서 수준으로는 날 막지 못한다.

총성을 들은 적들이 뛰쳐나온다.

탕탕탕탕탕!

그들 대가리에 총알을 한발씩 먹여줬다. 지금까지 명중률은 100%. 어드밴티지로 받은 전투재능은 원작 주인공급이라 보면 될 것이다.

적들도 권총으로 무장했으나, 자세와 반응이 어설펐다. 그리고 놈들이 내게 총을 겨누기 전에 내가 먼저 놈들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나는 보이는 대로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3층 입구에서 소년이 가로막았다.

“이야아아아아아!!”

소년이 칼을 양손으로 쥐고 내게 돌격해 온다. 소년의 뒤로 조폭들이 자세를 잡으며 내게 총을 겨눈다.

원작에서는 이 소년의 등장에 주인공은 친동생을 떠올려 망설이게 되고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로 인해 구일파의 두목을 놓치고 추격전까지 치르게 된다. 나는 귀찮은 추격전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탕.

발사된 총알이 소년의 허벅지를 꿰뚫는다.

“아아아악!”

쓰러지는 소년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배때지에 꽂아주고, 목덜미를 잡아 앞세웠다.

"저 가면! 의화단의 테러리스트다!”

“죽여!!”

조폭들의 총탄을 소년방패로 막아내며 차분히 방아쇠를 당겼다. 곧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거 순 미친 새끼 아니야?!

경악한 센서의 말은 무시했다.

죽은 척하는 놈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방패 소년이 기침하며 피를 토했다. 몸이 너덜너덜해졌는데도 살아있다.

“곧 죽겠지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걸 보니 너도 진카66을 맞은 모양이군.”

신음하는 방패 소년을 사무실 문을 향해 내던졌다. 소년은 문과 함께 사무실로 넘어가고.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던 조폭들의 총에 벌집이 되어 사망했다. 나는 차분히 방아쇠를 당겨 적들을 죽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적은 한 명.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구일파의 두목, 고구일.

“그 가면을 보니 의화단인 것 같은데... 처음 보는 놈이군. 의화단의 신입인가?"

기분 탓일까. 개나 소나 다 알아보는 것 같은데.

대답도 귀찮았기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고구일의 몸이 순간적으로 빨라지며 옆으로 이동했다. 평범한 인간이 결코 보일 수 없는 속도의 움직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고구일이 강화 인간이라는 건 원작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 능력도 주인공과 똑같은 가속 능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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