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림 전쟁 -->
대수림에 마계의 문이 열리고 튀어나온 수백만의 마물과 수십만의 마족들을 가볍게 물리친 대수림의 종족들은 승리의 축제를 열지 못했다.
최상급의 마족들과 마왕이 흑마도사와 주종관계를 맺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대기하던 용족들도 얼마나 당황했는지 마법이 되지 않는 대수림의 특성을 무시하고, 엘프 종족에게 상황을 묻는 전언마법을 보낸다고 난리였다.
왜 흑마도사와 마족이 계약하면 문제가 되는가 하면 중간계에서 마족의 힘이 제한되는 특성을 마도사의 마력 범위 내에서 해제가 되기 때문이다.
‘마계보다 1할도 안 되는 중간계의 마기를 흑마도사가 보충하면 10할을 발휘할 수도 있다.’
‘7서클의 흑마도사의 마력이라도 최상급 마족의 1할도 못 된다.
‘큰 위협이 될 수 없으나 문제는 그가 사상 초유의 10서클의 흑마도사라는 점이다.’
마왕이 전력을 낼 수 있다면 중간계는 한 달 내로 멸망이었다.
‘저 사악한 흑마도사는 마왕과 최상급 마족을 앞세워 우리를 학살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부족 전체를 휘감고 있는 공포였다.
“용족들에게 공동대응을 요청합시다.
일주일 뒤에 총공격을 가해야 합니다.”
“노약자와 싸우지 못하는 자는 숲의 외부로 이동한다.
오크 일족의 대전사들도 참석한다.”
기본적으로 높이 8km에 폭은 16km이상인 거대한 세계수에 세워진 하이 엘프제국의 대회의실은 지금 고함과 소란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과연 사악한 흑마도사! 어릴 때 처리했어야 했다.”
“항상 인간종족들이 문제야.
이번 일이 끝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대수림에 남부에 사는 모든 종족의 수장과 수행원이 외치는 비난과 평시 원한이 있는 종족들의 다툼까지 겹쳐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을 꿰뚫는 불길의 거인이 굉음을 내면서 나타났다.
쿠우우웅! 화르르르르륵!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신위가 모든 종족의 수장들을 옥죄면서 침묵게 했다.
하이엘프일족 중 가장 호전적이고 투쟁적인 레드 하이엘프 여황의 등장이었다.
총인구가 1억 5천을 능가하면서 세계수 2개를 점유했는데도 아직 확장을 계속하는 불꽃의 여제였다.
‘실제로 적대하는 오크들의 사망 원인 일위가 이들과 싸워 불타 죽는 것으로 보았을 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강의 일족이다.’
타오르는 불의 정령왕이 붉은빛이 일렁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엘프에게 흡수되고 태양과도 같은 눈빛이 주변을 돌아보자 모두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는 왕의 홀 대신에 자신의 키만 한 적수정의 대검을 잡고 가장 상석에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았다.
반투명한 적수정의 갑옷에 둘러싸인 늘씬한 다리를 쭉 뻗어 가볍게 흔들고 있는 그녀가 살아온 영겁의 세월 동안 그 손에 불타 죽은 이 종족의 수는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함부로 입을 놀리는 존재는 없었다.
‘위엄이 우리를 무겁게 억누른다.’
그녀는 대수림 엘프 특유의 장신에 호리호리한 육신이지만 근육으로 뭉쳐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가졌다.
그런 매혹적인 몸을 감싼 영롱한 적수정의 갑옷에 적의 피가 묻으면 순식간에 증발이 되어서 피의 안개를 불러일으킨다는 전설을 가진 레드 하이엘프의 여제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천 년을 살면서 몇 명의 마왕을 직접 베었다고 했다.’
겨우 백 년도 못 산 자신들은 도저히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만 몰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입이 결정을 내린다.
“일주일 뒤에 총공격한다.
적은 10서클로 추정되는 인간 흑마도사와 마왕, 최상급과 중급 마족 다수이다.”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 속에서 충실한 신하가 된 기분으로 공손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염휘(炎輝)의 여제시여.”
“집합장소는 공동입구 남쪽으로 전 전사를 집결시키도록 하라.
어차피 지면 멸족이다.
전력을 동원하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싸늘한 한기가 회의실을 감싸고 있었다.
‘마족과의 싸움은 항상 이랬다.’
‘한쪽이 몰살을 당하지 않는 한 저 저주받을 마계의 종족은 싸움을 멈추지 못한다.’
그런 마족과 계약하여 자신들을 위협하는 저 흑마도사가 이렇게 증오스러울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흑마도사는 지금 자신의 마탑을 넓히느라 노동을 하고 있었다.
혼자 살 때는 널찍했던 마탑이 마왕 1명과 최상급 마족 5명, 상급 마족 25명, 중하급 120명이 모이자 발 디딜 곳이 없을 지경으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두 여성체이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장난이 아니었다.
"어떤 놈이 하렘이 좋다고 했는지 정말 개구리로 만들고 싶다."
"에이. 속으로는 좋으면서 왜 그래요?
자 봐요. 힘내라는 응원!"
보기에도 탐스러운 엉덩이에 아주 얇은 팬티만 입고 기마 자세로 엎드린 채 눈앞에서 좌우로 실룩거린다.
얼굴만 살짝 돌려 애교를 떠는 서큐버스 퀸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 나는 엉덩이에서 튀어나와 흔들거리는 꼬리를 낚아채서 확 당겨버렸다.
"꺄악-! 거긴 약해요.
아앙-! 너무 거칠어.
처음에도 그러더니!"
"좀 잊어!
내가 일할 때는 귀찮게 하지 말랬지."
그로서는 어쩌자고 서큐버스를 소환했고, 하필이면 그게 서큐버스 퀸에 저 음란하기로 유명한 엘레노아였는지 이런 불운이 없다.
‘분명히 그때 내가 넘어간 것도 무슨 수작이었을 것이 뻔해.
7서클인 것이 다행이지 6서클이었으면 정기를 모두 빨린 미라가 되었어.’
그런데 이 마족들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고 갑옷을 조심스레 벗는데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천이 부족해 전투일 경우 급소갑옷만 입는 마족들이다.
보기만 해도 야한데 그것이 수백 명이 넘어가니 눈 놓을 곳이 없다.’
게다가 이 가증스러운 서큐버스 퀸은 아예 작정했는지 갑옷을 다 벗고 검은 속옷 차림으로 아양을 떨고 있다.
‘일주일 뒤면 중간계에서 가장 강한 대수림의 전 부족과 용족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정기를 빼서 나를 죽일 작정이냐?’
상황이 어떻든 상주 인원이 늘어났기에 마탑의 확장을 계속해 갔다.
‘어차피 이번 안정기에 마탑을 확장하려고 식량과 물품을 잔뜩 사놔서 큰 무리는 없다.
마법이 아직 원활하게 발동이 안 되지만 평시 대수림에 비하면 정말 쉽게 행해진다.’
처음 계획은 마탑의 방어력은 자연스레 형성된 차원 장벽에 의해 거의 완벽하니 공격력을 강화하자는 쪽이었다.
‘목표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성채도시다.’
이번 상업 도시에서 본 건물이 내게 영감과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대수림 부족과의 결전준비는 어떻게 할까?
훗? 대공동 중앙에 띄워진 내 마탑은 상급신들도 어쩌지 못한다.’
모든 공격이 마계로 불규칙하게 날아가는 차원장벽을 강제로 뚫으려면 최소한의 주신급의 신력이 필요하다.
‘내가 돌파시도를 좌시할 리 없지 않은가?
중간에 내가 방해하면 주신도 마계로 날아간다.
그럼 마신이 기분이 좋아 죽이려고 하겠지.’
안정기 이전에는 마기의 독기 때문에 공동내부로 못 들어오는 이종족들도 지금은 악착같이 마탑 앞까지 온다.
‘원래대로라면 정말 죽을 듯이 싸워야 한다.
이번 안정기 때 나의 힘을 보여주고 공동을 내 영역으로 인정받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독하게 준비했지.
그런데 군식구가 늘어나고 공간과 기능확장까지 다시 생각해보니 좁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안을 넓히면 되는 거로군.
지금 내 마력이면 3층 규모의 아담한 마탑 내부를 거의 1만 배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
몽땅 주거지와 자체 식량 생산이 가능한 논과 밭, 호수로 바꾸자.’
그럼 밖에서 전투를 기다리는 이종족들은 처분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그리고 바로 웃어버렸다.
‘풋-! 알게 뭐냐?
차원장벽을 넘어올 수 있는 놈들이 있다면 상대해 주도록 하지.’
마탑을 확장해서 틀어박히기로 한 흑마도는 바로 주변에 소리를 쳤다.
“거기 갑옷은 그만 벗고 여기다 마력이나 주입해.
마왕도 놀지 말고 일해-!
엘레노아는 내 등에 가슴은 그만 대.
너한테 지금 줄 정기는 없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