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림 전쟁 -->
9서클의 '블러드 빅뱅'으로 재생시킨 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색깔도 너무 하얗고 너무 연약해 보인다.
팔 병신이 될 것을 면한 것으로 만족해야겠지만 말이다.
잔존 신력이 방금 마법으로 흡수되어 많이 사라졌고 곧 10서클의 마법이 사용가능해진다.
10서클인 '모든 것은 뿌린 자에게 돌아가리니'를 걸고 가만히 있으면 이번 전투도 내 승리다.
정말 내가 만들었지만 잘 만든 마법이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문을 닫고 한 천 년간 마탑에 박혀있을 것이다.
주신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런 짓을 두 번 다시 용납할리 없으니 차원방벽이 무너질 리 없겠지.
저들도 더 이상 대항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긴 신력으로 봉쇄한 마법불가지역에서 나처럼 자기 육체를 대가로 마법을 사용한다는 미친 발상을 하는 마법사가 있을 리가 없다.
나도 대수림이라는 마법불가지역에서 마탑을 꾸리지만 않았어도 멀쩡한 육체를 희생하는 이런 발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저 독한 엘프들이 조용히 먹을 식량만 구하게 내버려 두었어도 이런 짓은 안한다.
새삼 비정상적인 자신의 마법사 생활에 이가 부득부득 갈린다.
대수림의 종족과 용족들도 방금 폭발의 충격에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마족의 무식한 마력만 상대해 보았지 이런 식의 다중효과를 가진 마법을 처음 보았을 테니 대처를 못할 수밖에 없다.
용족들도 마력은 높지만 수련을 안 해 질이 낮아서 용황조차 8서클에 턱걸이이다.
마력의 질이 높은 고위 마법에는 대처 할 수 없는 것이다.
저 하이오크일족의 오크로드들의 강화된 오러나 용왕들이 용투기를 둘러싸고 돌진해왔으면 속수무책이었을 텐데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공중인 것이 천만다행이다.
9서클 주제에 8서클의 유성을 조금 부르는 메테오 스왑도 못 버티니 정말 대수 림의 마법불가에 대비한 비상수단만 아니라면 누가 이런 비효율적인 마법을 만드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5명의 엘프퀸을 잃은 그랑조아가 가만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정말 징계라도 받았나?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뇌리를 스치고 목이 간질거렸다. 아니 이건 예지다.
'이런 젠장-!'
부우우욱-!
갑자기 공간에서 공기를 가르며 튀어나온 거대한 붉은 보석의 대검이 섬뜩한 괴음을 내며 목 부위의 로브를 스치고 지나갔다.
불타오르는 정령력에 목이 터져나가면서 피가 솟구치고 곧장 증발했다.
그리고 색깔만 다르지 비슷한 대검들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쏟아져 들어왔다.
하나같이 공간에서 튀어나오면서 나오는 일격에 목을 피하느라고 자신의 몸에 일격씩을 허용하고 허용한 부위는 얼어붙고 독이 들어오고 돌로 변해지는 등 굉장히 익숙한 타격이 왔다.
구르듯이 몸을 낮게 숙이고 피를 매개로 블러드 애로우로 검을 향해 난사했다.
그러자 검에 맺히는 강화오라가 마법을 파해 하면서 자신의 목을 향해 집요하게 노려왔다.
그것을 백년간 수없이 숙달한 회피동작과 미래예지로 피했다.
몸이 끝없이 움직이며 검의 찌르는 공격에는 횡으로 이동하고 휘두르는 공격은 종으로 이동하며 피해냈다.
이미 운명에 속한 정확한 미래예지와 민첩 만을 끝없이 강화한 육체가 아니라면 이미 목이 날아갈 정도의 기습과 연합공격이다.
황급히 검이 튀어나온 공간에서 간격을 벌리고 피가 부족해 일어나는 현기증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블러드 빅뱅'을 걸어 피의 구안에서 정황을 살폈다.
이 정령검과 미칠 듯이 정확한 연합공격은 하이엘프 퀸들의 것이다.
과연 정령검을 쥔 손에서 번지듯이 하이엘프 퀸들의 모습이 들어났다.
일부 진은 갑옷이 많이 찢어져 맨살이 들어나고 급소 갑옷이 일부 파손되어 있지만 별 타격이 없어 보이는 엘프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 독한 것들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냐?
공간이동은 신력이 거부할 텐데.
투쟁의 벗이고 연정이고 살아남고 난 이후의 일이다.
더구나 되살아난 이것들 때문에 사기가 살아나고 있다.
엘프퀸의 공격을 확인한 하이엘프 일족들의 기쁨의 함성이 대수림을 뒤흔든다.
금속다리를 다시 세우려고 드워프들이 움직이고 나가들과 용족들이 날아오른다.
기막히게 저 자존심 강한 일족들이 오크로드들을 자기 등과 발톱에 태우고 있다.
이것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다른 종족을 등에 태우는 법이 없다며 자랑하더니 다 거짓말이다.
그리고 정정한다.
이 하이엘프 퀸들은 내 평생 원수다.
생각해보니 이것들 때문에 평생을 배부르게 먹어본 적 없고 편히 쉬워본 적이 없었다.
스승이 아공간에 저장된 것이 떨어진 뒤 먹은 것은 바위에 붙은 이끼와 썩기 직전의 동물시체, 죽기를 각오하고 악전고투 끝에 확보한 나무열매가 다였다.
마기가 휘몰아치는 공동외벽에서 겨우 굴을 파서 찬 바닥에 몸을 눕고 땔감이 없어 추위에 떨며 살아왔다.
조금만 방심하면 목이 날아가는 위기 속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이 계속 떠올라 왔다.
"모두 너희 탓이다."
한이 맺힌 한마디가 저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