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창조 -->
100km의 바닥에 흙이 10km가 넘게 채워졌다.
평평한 흙이 로브위에 들어 올린 양손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추듯 율동하며 중앙에 5km의 산을 형성하고 왼쪽의 땅을 비워가면서 오른쪽을 높인다.
수십만 톤이 넘는 흙이 먼지처럼 휘날리며 지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7서클의 마도사가 10톤의 흙을 움직이는 것이 한계라면 10서클의 마도사는 그 마력이 제공되는 한 무한히 움직인다.
가장 큰 마계의 문이 존재하는 이 대수림의 대공동과 마탑의 도움이라면 흙의 정령신조차 기가 정릴 정도의 권한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작은 어항을 꾸미듯이 작은 손짓하나에 중앙에 산맥이 나타나고 거대한 구덩이가 왼쪽에 나타났다.
이것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신에 도달한 마도사의 힘이며 사방 100km라면 반신이상의 존재의 생사를 주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였다.
양손을 뭉쳐 하늘위로 들어 올리자 중앙에 모아 논 5km의 흙덩이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 측량할 수 없는 중량을 단지 의지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에 그 광경을 보는 흙의 늑대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저 10분의 1이라도 가능한가?
저거 정말 인간이 맞아?'
흙을 말아 올린 손이 원형으로 가운데로 모아갔다.
그러자 공중에 떠 있는 사방 5km의 흙덩이가 소름끼치는 괴음을 내며 압축되어 가고 있으며 뭉쳐진 흙은 바위처럼 단단해졌고 그것을 납작하게 다시 짓눌려 졌다.
양손이 좍 퍼져 거의 맞닿을 정도가 되자 압축된 흙에서 마찰열로 연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이제 바위라고 불려야 될 만큼 압축된 납작한 원형의 흙을 본래 위치에 펴자 사방 20km정도의 평평한 둥근 암석지반이 공간 가운데 생겨났다.
그때 오른 속의 엄지를 가볍게 위로 튕기자 암석지반 정중앙 10km 정도가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고 튕겨진 암반은 푹 파여진 구덩이로 중앙으로 날아가 안착했다.
'컥-! 저걸로 공격당하면 어찌 되는 건가?'
거의 중급신에 도달했던 자신의 전성기라도 갑자기 저런 식으로 대지가 날아가고 흙으로 뭉쳐지면 이길 방법이 없음을 알았고 그런 신들조차 방비 못할 행위를 하면서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계약자의 능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늑대가 놀라던 말든 마도사는 부지런히 손을 휘저으며 대지를 다듬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경험이 많은 정령신들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식을 초월한 역사에 침묵할 뿐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대지신들이 수 만년 걸릴 일을 단숨에 해치우다니 정말 상식 밖이군.'
과거 신족들을 이끌고 바다 위에서 비슷한 일을 수행해 본 적이 있는 빛의 정령신은 이마에 약간 핏대가 생겨났다.
대륙의 신들과 싸우다 세력에 밀려나서 바다 위에 큰 섬을 만들면서 겪은 고생이 생각난 것이다.
그때 팔백 만에 달하던 자신의 하위 신족들이 1만년 가까이 바다 속을 헤집으며 섬을 만드는 중노동을 해야 했고 그나마 만든 대지는 불안정하고 파헤쳐진 해저 지반 때문에 수시로 대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그런 대지에서 인간들을 번성시키는데 중급이하 신족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원시부족들을 이끌면서 수천 년을 고생하였다.
그 와중에 섬으로 만든 해저에 살고 있던 토착신들과 전쟁까지 치루면서 2만년 가까이 정신없이 살았다.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서 살아야 했는데 대륙에 사는 신족들은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면서 야만 신족이라고 뒤에서 욕하는 것을 꾹꾹 참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조금 살만해 지니 개망나니 남동생 녀석이 거의 정리한 토착신들과 손잡고 뒤통수를 쳐서 신계가 멸망했다.
여기까지 떠오른 과거에 손에 쥐고 있던 부채가 부서져 버렸다.
'얼마 안 남았다.
받은 것의 백 배와 천 배, 그리고 만 배로 돌려주리라.
그리고 내 앞에서 인간들이 바친 비단 옷과 보석을 자랑하던 네 년들도 반드시 모든 옷을 갈기갈기 찢어 줄 것이야.'
과거의 생각에 빠져 혼자 화내고 고민하는 모습은 자신의 계약자와 너무 같은 모습이었다.